[인디言] 국내에서 흔치 않은 탐정 추리물, 세렌디피티 호텔

사건을 조사하며 범인을 찾는 추리게임은 수요층이 아주 넓지는 않지만 꾸준한 마니아층을 지닌 장르다. 다양한 캐릭터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과 이야기들을 겪으면서 주어진 정보로 범인을 찾아낼 때의 쾌감은 어디에 비할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추리게임을 만드는 곳이 많지 않으며, 해외 게임들도 방대한 텍스트량과 낮은 수요로 인해 한국어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추리게임 마니아로서는 항상 갈증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여기, 그 갈증을 해소할 만한 국산 탐정 추리게임이 등장했다. 달콤 쌉싸름한 디저트들이 한데 모인 탐정 추리게임 ‘세렌디피티 호텔’이 그 주인공이다. 제작팀은 사건을 발견하고 사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문제 해결의 재미를 함께 즐기고 싶어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게임메카는 ‘달에 소원을 빌듯, 우리는 우리의 꿈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란 뜻을 가진 2인 게임 제작팀 ‘문원 스튜디오’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세렌디피티 호텔의 도입부는 호텔에서 초대장이 날아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렌디피 마을에 안전을 가져다 준 명탐정 ‘주인공’에게 감사를 표하며, VIP로서 초대한 것이다. 주인공은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받아들여 호텔로 향하고, 그곳에서 여러 ‘디저트’들을 만난다. 그렇게 파티를 즐기던 중 ‘딸기잼’이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하며 본격적인 사건과 갈등이 전개된다.

‘세렌디피티 호텔’은 게임의 제목이자 배경이 되는 핵심적인 장소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뜻밖의 행운’이라는 의미가 게임 안팎의 상황과 적절히 들어 맞아서라는 것이 문원 스튜디오의 설명이다. 게임 외적으로는 문원 스튜디오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부터, 내적으로는 운 좋게 세렌디피티 호텔의 행사에 초대되는 모든 상황을 아우르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에서는 이 뜻밖의 행운으로 인해 갈등과 사고를 맞이한다. 제목은 이로 하여금 역설적인 긴장을 만드는 장치로서도 작용한다.

세렌디피티 호텔은 범람하는 정보와 갈등의 원인으로 흔히 꼽히는 주제를 13개의 귀여운 캐릭터에 심어 스토리에 녹여냈다. 출신지나 사회적 계급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을 드러내는 발언 등, 흔히 볼 수 있는 노골적인 문제를 게임 내에 담았다. 현실이 그러하듯, 은연중에만 드러나 자세히 관찰하거나 생각해야만 찾을 수 있는 요소도 존재한다. 이렇게 발생한 갈등과 정보를 분석해 사실을 알아내고 범인, 아니 ‘범빵’을 추리하며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와 이런 불편함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은 포인트 앤 클릭과 w,s,a,d로 이동하는 단순한 조작 방식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조작 방식과 직관적인 UI를 가지고 있어 필요한 정보를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어 정보를 취합하는 것에 최적화 했다. “옳고 그름에 대해 말하지는 못하지만, 해당 문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플레이어가 민감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문원 스튜디오의 설명이다.

문원 스튜디오는 텀블벅 등록 전까지만 해도 후원 목표 금액 50만원 조차 달성하지 못할까 우려했지만, 거짓말처럼 2일 만에 목표 금액을 달성했다. 결과적으로 총 목표 금액의 870% 모금을 달성하며 개발을 이어와, 이제는 출시 마무리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이미 90% 가량의 테스트 진행을 완료했고, 빌드 테스트와 수정 사항 적용 후 스팀 심사가 완료되면 곧바로 정식 출시를 할 예정이다.

“이 작은 프로젝트 하나에 일면식 없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심지어 따뜻한 말로 응원한다. 덕분에 밤을 새고 취업 준비가 미뤄져도, 게임 제작을 후회한 적이 없다. 오히려 ‘다음 게임 제작 때는 더 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더 완성도 높은 게임을 제공하고 싶어 아쉬웠던 적이 많다. 응원 받은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성장할 테니 기다려 달라”는 것이 문원 스튜디오의 말이다. 부디 그들이 말하고픈 바가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