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잘 아세요?”란 질문을 던진 이후 조금 당황했다. 그는 어이없다는 듯 기자를 응시하며 “게임이요?”라고 반문했다.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냐?’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순간 온 몸으로 느낌이 왔다. 이 사람, 게임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을 거라는 걸. 소통할 수 있겠다는 걸. 덕분에 무겁지 않은 훈훈한 분위기 속에 인터뷰를 진행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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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신해철 씨를 만났다. 세간에 워낙 유명한 연예인인 만큼, 직접 만나기 전까지 기대 반 걱정 반 심정이었지만, 막상 눈앞에서 전자담배 하나를 물고 작업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히려 편안해졌다. 마왕이니 독설이니 그런 이미지는커녕, 차라리 순수해 보였다. 신해철 씨는 최근 윤상과 함께 ‘아키에이지’ 음악제작에 참여해 업계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는 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게임에 직간접적으로 발을 들여왔다. 특히 알트원과는 오래 전 인연이 닿아 비공개 테스트를 하루 앞둔 ‘워렌전기’의 음악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가 게임지식이 풍부한 것도 의아했지만, 엑스엘 게임즈가 첫 발이 아니라는 사실도 놀라웠다. 신해철이 게임음악을 만든다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 그룹 넥스트 출신 뮤지션 신해철 씨 |
그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자주 웃음을 지어보였다. 원래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성격처럼 보이긴 했으나, 게임을 주제로 인터뷰를 한다는 사실이 즐거운 듯 보였다. 공식적으로 언제 어디서 이런 이야기를 해봤겠는가. 물론 웃으면서 이야기가 오가긴 했지만, 그 내용은 가볍지 않고 진지한 면이 많아 기자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때 게임공략을 보기 위해 게임메카를 자주 찾았다는 신해철 씨와 함께 게임에 대해, 게임음악에 대해, 그리고 ‘워렌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인터뷰는 그가 운영하는 `싸이렌 음악원` 원장실에서 진행됐다
게임 음악?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맞닿아있어
우선 게임이란 분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신 지 궁금한데요.
잘 알죠. 나하고 김세황(넥스트 기타리스트)이 과거 ‘워로드’에 미쳐서 넥스트 3번째 앨범 발매가 늦어진 사건은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일화인데?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요?
그게 말이에요, 과거 음악작업하려고 메킨토시를 샀는데 50턴까지 제한된 ‘워로드` 데모 CD가 번들로 포함돼 있더라고요. 49턴에서 한 턴만 더하면 끝나는데 아쉽게도 실패로 끝났죠.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는 욕심이 드는데다, 더 하고 싶으면 문의하라는 메시지를 보니 부아가 치밀더라고요. 그래서 둘이 끝까지 잡고 물어졌죠. 결국 음반 미뤄지고 사장 쳐들어와서 PC하고 CD 압수해가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로부터 정확히 2주 뒤에 판이 나왔습니다(웃음).
오, 그렇다면 게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꽤 많을 거 같아요.
‘스타크래프트’가 첫 출시됐을 때 영국에 있었거든요. 거기서 감탄하며 캠페인 끝내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이건 뭐 전 국민이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더라고요.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당시만 해도 게임하면서 날밤 새우고 하면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았는데, 나를 그렇게 보던 인간들이 얼굴 보자마자 PC방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베이스치던 김영석과 PC방에서 처음으로 멀티 플레이를 해봤는데, 첫 판부터 성큰러쉬를 들어오더라고요. 그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모욕감이란. 그로부터 한 1년간 ‘스타크래프트’만 끼고 살았죠 뭐.
이 외에도 게임은 참 많이 했는데, 요즘은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음악작업을 하면서도 개발자들이 해보라고 권유하긴 하는데, 난 일부러 특정 형태의 동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자제하는 편이에요. 마감 당일까지 음악작업 제쳐두고 레벨 업 하고 있는 날 보고 싶지 않다면(웃음). 진짜 난 자제가 안 돼.
▲ 나도 한때 성큰러쉬 당해봐서 아는데, 자존심 상하긴 하더라
한번 하면 하드코어하게 플레이하는 스타일인가보네요.
끝장을 봐야지! 그나마 ‘스타크래프트’는 하다보면 판이라도 끝나지, ‘디아블로’ 할 때는 정말 답이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전작(디아블로1)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디아블로2’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세팅돼 있었잖아요. ‘폐인’의 역사였던 거죠 뭐.
사실 좀 의외입니다. 게임을 좋아하실 줄은 전혀 몰랐거든요.
영화나 만화, 게임 등 대중문화 코드와 연결돼 있는 건 다 좋아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음악에 대해 묻겠습니다. 우선 ‘신해철이 대체 왜 게임음악을 만드느냐?’에 대한 답변이 필요할 거 같아요. 게임을 좋아하신다고 하셨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하는데, 구체적인 계기 같은 게 있을 거 같거든요.
만약 내가 영화음악을 만든다면 SF나 판타지가 전공이라고 어릴 적부터 얘기하고 다녔어요. 오케스트라를 공부하기 이전부터 내 취향은 이쪽이라고 확신했던 거죠. 그런데 상황을 보니 막막하더라고요. 한국 영화계에서 제대로 된 판타지나 SF가 나올 가능성이 있느냐? 아니거든요. 결국 내가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영화음악을 만들 기회가 안 오는 것인가 하고 갑갑했는데, 게임에서 답은 찾은 거죠.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게임음악을 할 것이라고, 아니 국내에서 게임이 만들어질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어요.
10년 전쯤일까요? 국내에 벤처 붐이 일어났을 당시 젊은 친구들이 판타지나 SF 위주로 게임을 많이 만들었어요. 몇몇 분이 내게 게임 시놉시스 보내주면서 “우린 돈이 없는데, 음악 만들어줄 수 있느냐?”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누구라도 살아남아 게임을 제대로 제작하면 나에게도 음악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거니까, 공짜로 해줄 테니 한번 해보라고 도와주기도 했었죠. 그런데 아쉽게도 이들이 100이면 100, 중간에 다 엎어지더라고요.
그런데 세월의 변화라는 게 정말 묘하죠. ‘리니지’만 해도 그렇고, 이젠 게임회사가 프로야구 구단까지 소유하게 되다니. 이런 게 하나씩 현실화되고, 영화보다 오히려 게임회사들이 음악 프로젝트에 더 관심을 기울이니 나로서는 행복한 거죠 뭐. 게임음악은 대중음악에서 잘 소화할 수 없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얘기를 듣고 보니, 그 전에도 비공개로 참여한 작품이 꽤 있었겠어요.
많지는 않아요. 게임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회사에서 나 같은 뮤지션을 고용하기 시작한 건 몇 년 안쪽이에요. 이게 역전현상인데, 게임회사들이 급성장을 하면서 초기에는 국내 탑 뮤지션을 고용할 환경이 안 되다가, 점프를 해서 국내 뮤지션을 재껴버린 그런 분위기로 흘러간 거죠. 이 때문에 칸노 요코처럼 자기 브랜드 있으면서 지속가능한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 출현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아이온’에 참여한 양방언이 있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게임음악을 만드는 건 아니니까. 작품의 숫자도 되게 중요하죠.
▲ 국내에서 칸노 요코(좌)는 `라그나로크`, 양방언(우)는 `아이온` 음악에 참여했다
그렇다면 기회가 주어진다면 게임 프로젝트에 계속 참여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지금 같은 분위기에 내가 즐겁다면 당연히 참여하겠죠. 하지만 게임의 변동패턴이나 디바이스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니까 잘 모르겠어요. 5년 뒤에 게임음악을 계속 할 것이냐가 아니라 게임이 존재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봐요. 우리가 생각하는 형태의 게임일 것이냐, 이런 걸 전혀 모르니까요. 지금은 여러모로 애매한 상황인 거 같네요. 과도기랄까?
혹시 지금까지 들어본 게임음악 중에 손에 꼽을 만큼 괜찮은 게 있었나요?
그 답을 하기 전에 ‘게임음악’이란 굉장히 전형적인 형태의 음악이라는 걸 이해해야 해요. 기존 유저들이 가진 선입견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그 선입견에 부응하는 음악을 만드는 게 제 임무죠. 바로 이 상황에서 창조적인 뭔가를 넣으며 도전해야 하는데, 이게 참 쉽지가 않아요. 예를 들어 휴먼, 드워프, 엘프의 이미지는 고정돼 있는데, 이 안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음계는 이미 다 써먹었거든요. 국내 유저들은 뭔가 창의적인 음악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어요. 의뢰인들 특성이기도 하고요. 전반적인 풍토에 맞물린 거라 개인 선택에는 한계가 있다는 거죠. 그래서 할 수 있는 걸 다 짜내서 의뢰인 입장에 맞춰야하죠.
영화로 예를 들면 이해가 쉬울 텐데요, ‘스타워즈’의 경우 정말 산수 교과서 같은 전형적인 음악인데 위대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오래 전에 출시됐던 ‘드래곤로어’의 음악이 비록 교과서적이었지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디아블로’ 음악도 괜찮았죠. 블리자드가 비주얼 중간에 끼워 넣는 푸티지 음악에서부터 완전히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들어갔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요. ‘디아블로2’의 동영상 볼 때는 “게임이 영화가 되는 거야?”라며 완전 얼어가지고 멍하니 보고 있던 기억도 있네요.
▲ 그는 작업에 열중하느라 사흘 간 잠을 못 잤다고. 확실히 게임 때문은 아닌 듯 보였다
알트원과의 인연, 탤런트
김가연 씨가 소개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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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트원과는 어떻게 인연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게임에 푹 빠져 있는 김 모 탤런트가 있는데, 그가 예전에 우리 회사 소속 연예인으로 있었어요. 방에 컴퓨터 3대 갖다놓고 게임하는 친구죠. 그가 소개해줘서 인연이 된 겁니다. 4~5년 정도 됐어요. 누구냐고요? 김가연이죠 뭐(웃음). ◀ 탤런트 김가연 씨는 기가스소프트가 사명을 알트원으로 바꾸기 전에 `십이지천`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게임메카 뉴스에서도 자주 등장했을 만큼, 그는 `십이지천`에 열정적인 유저로 알려져 있다. 김가연 씨는 현재 알트원의 기획이사로 재직 중이다. |
현재 ‘아키에이지’에서도 윤상 씨와 함께 음악작업을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그럼 ‘워렌전기’와 병행해서 작업하고 있는 건가요?
그렇죠. 병행이긴 한데 ‘아키에이지’는 뒤늦게 시작한 거고 ‘워렌전기’는 스탠바이 상태로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실 모든 곡이 몇 년 전에 완성되긴 했는데, 알트원 쪽에서 게임에 더 공을 들이는 바람에 완전히 엎고 새로 만들어 버렸어요. 이번 주 안에 마무리 될 겁니다.
두 작품의 차이점을 꼽는다면요?
‘워렌전기’는 앞서 설명했듯 기존 유저들의 선입견에 부응하는 그런 전형적인 형태의 음악을 요구했어요. 그래서 선입견에 기초한 잘 만든 음악을 선보여야 했죠. 반대로 ‘아키에이지’는 혁신적인 음악을 만드는 부분에 대해 선입견은 없었어요. 그러나 그쪽도 뭐, 완전히 아방가르드한 형태로 가면 울더라고요(웃음). 사실 ‘워렌전기’는 전체 곡을 다 만드는 게 아니라 특정 이미지에 해당하는 부분만 작업하고 있어요. 그래서 쉽기도 한 반면, 어렵기도 했죠.
어떤 음악인지 특징을 좀 설명해 주세요.
만든 곡이 총 5곡이거든요. 분석을 해보니까 메머드 스케일이 아닌 대신, 악상을 집약적으로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체인시키는 방법을 썼습니다.
‘워렌전기’의 종족은 휴먼, 엘프, 드워프로 분류되는데요. 세 종족의 테마를 먼저 듣고 메인테마를 들으면 재밌을 거예요. 세 종족의 테마가 합쳐지면 메인테마가 되는 형태거든요. 곡 전체가 변주곡이라고 보면 됩니다. 각 종족마다 절대로 합쳐지지 않는 고유의 본성이 있는데, 이건 특징 테마에 들어가 있어요. 대신 세 종족 모두 휴머노이드로써 가지고 있는 선회 본성, 즉 공통점에 해당하는 테마가 또 있죠. 바로 이 공통 테마가 모이면 메인테마가 되는 거고, 고유테마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혹시 알트원에서 추가 의뢰를 하면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확장이 가능한 형태로 설계해놨죠. 사실 이 내용은 유저들은 알고 싶어 하지 않을 텐데, 내가 어디 가서 이런 얘길 하겠어요. 게임 미디어 인터뷰에서나 해야지(웃음).
▲ 워렌전기의 클래스, 투사(좌)와 궁사(우)
게임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오케스트라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보통 영화음악을 만들 때에는 일렉으로 가든, 락으로 가든, 오케스트라를 조합하든 여러 방법을 쓰는데, 게임의 경우 오케스트라에 집착하는 편이에요. 특히 요즘에는 리얼이 아닌 미디 베이스의 오케스트라에 집중하고 있어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미디에 의존하는 오케스트라는 복제품 차원의 낮은 퀄리티로 받아들여지기 쉬웠는데, 지금의 상황은 전혀 다르거든요.
미디의 혁명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급격하게 나타났어요. ‘워렌전기’의 경우에도 음악을 너무 일찍 만들어 놓는 바람에 그 사이 구닥다리가 돼 버린 거죠. 사운드를 바꿔서 작곡에 변화를 줄 것이냐 고민을 하다가 그냥 몽땅 엎기로 한 거죠. 최근 완성된 미디 시스템으로 완성된 곡이자, 이를 통해 첫 선보이는 곡이 바로 ‘워렌전기’인 셈입니다.
곡을 엎었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알트원과 마찰 같은 게 있었던 건 아닌가요?
계약을 한지 벌써 4년이 넘었네요. 시간이 길어지니 입장 차이도 벌어지고 오해가 생기기도 했는데 무난하게 여기까지 온 거 같아요. 한 가지 ‘미담’ 말씀드릴까요? 사실 음악, 제가 직접 엎은 거예요. 알트원에서 시대가 바뀌었으니 바꿔달라고 요청한 게 아니죠. 이전의 곡들도 나름 포인트가 있었는데 요즘 시대와 맞물려보면 너무 반짝거리지가 않는 달까?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그러고보니 좀 아깝기도 하네.
알트원도 그렇고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보통 젊은 축에 속하는데요, 함께 일을 하다보면 편한 부분도 있겠지만 분명 불편한 점도 있을 거 같아요.
젊다고 해서, 혹은 나이가 많다고 해서 큰 차이는 없어요. 창작 계통에 있는 사람들은 나이로는 잘 판별이 안 되거든요. 젊은 사람인데 꼰대인 경우도 많죠. 뮤지션과 의뢰인의 관계는 영원히 ‘개와 고양이’ 관계의 수평선이라고 생각해요. 알트원의 경우 서로 이해하는 부분도, 못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꽤 잰틀한 파트너였어요.
▲
알트원 `워렌전기` 스크린샷
시스템은 변해도 음악내용은
변하지 않는다
국내 게임 음악도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가볍게 미래를 전망해 주신다면요?
워낙 발전 속도가 빠르니까 솔직히 모르겠어요. 사실 디바이스의 발전 패턴은 제 입장에서 유심히 관찰할 수밖에 없어요. 미디 1세대이기도 하고, 이거 때문에 내가 성공해서 살아남았으니 이 부분을 항상 염두에 둘 수밖에 없죠.
최근에 실험 하나를 하고 있는데요, ‘워렌전기’의 곡 중에 1곡은 ‘카페X네’에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했어요. 보통 이러면 된장남이라고 욕하는데(웃음), 사실 믹싱 작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이젠 노트북으로 미디를 통한 믹싱 작업까지 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된 거예요. 모든 게 포터블 형태로 바뀌고 있는 거죠. 이렇게 미디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이 늘어나면 작곡의 개념 자체도 바뀌게 됩니다. 이게 불가능하다면 곡 먼저 쓰고 리얼로 갈지, 미디로 갈지 결정하는 게 맞는데, 환경이 가능하다면 우길 수가 없잖아요. 시대가 계속 어지럽게 변하지 저도 적응을 해야 하고, 계속 따라가야 하죠.
물론 이 얘기는 제 음악 창작의 디바이스 문제고요, 환경적으로는 게임이 어떻게 변하느냐가 포인트가 될 거 같네요. 앞서 설명했듯 게임이라는 게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형태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충분히 게임 음악 뮤지션도 변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어떤 종류의 매체가 나오든 음악에는 변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음악의 내용이죠. 작곡에서 ‘이건 영원하다’라는 건 꼭 쥐고 변화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더 질문할게요. 게임산업이 성숙단계에 돌입했지만 사회적인 인식은 여전히 좋은 편은 아닙니다. 인정을 받는 시기는 언제쯤일까요? 그리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과연 그런 날이 올까요? 게임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다 인정하고 있고, 창작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그릇된 인식을 가진 이가 많지 않다고 봅니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12시에 청소년 셧다운제를 입법화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있는데, 이를 통해 바뀌는 건 없다고 봐요. 오히려 자기들이 얼마나 멍청한지 기록상으로 증명해놨으니, 자손만대로 망신당한다고 봅니다. 이런 ‘폭력’을 사회와 청소년에게 행한 사람은 처벌받아야 마땅하죠. 우리에게 폭력을 가하니까,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니까요. 라인을 끊고 부모가 의논하기도 전에 그걸 차단한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힘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이런 사람들이 다시 라인 안으로 들어가게 해야 합니다. 라인 밖에서 창작자를 공격하는데 예술가인척 점잖게 있으면 안 되죠. 밤 12시 이후부터 업계 종사자들은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는 거 아닙니까? 아주 그냥 미친 거지. 이건 진짜(이하 생략···)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워렌전기’에 독설 한마디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독설이라. 요즘 게임이 말이야, 좀 벗겨야 하는데 이건 너무 무난하단 말이야. 꽤 섹시하긴 한데 요즘 하도 노골적으로 나가니까 좀 벗겨야 하지 않나 이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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