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영화인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한참 인기를 얻었을 때, 우스갯소리처럼 돌았던 농담이 있다. 악당 쪽인 ‘디셉티콘’은 항상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며, 선한 역의 ‘옵티머스’ 부대는 매번 다른 방식으로 쳐들어오는 디셉티콘을 막아내는 데만 급급하다고. 그러니 영웅보다 악당이 부지런하고 자기계발에 적극적이라는 논지의 말이었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요즘은 영웅 못지않게 그에 맞서는 악당들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나 ‘슈퍼 배드’처럼 악당들을 조명한 콘텐츠도 심심찮게 나온다.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의 신작 ‘배틀본’에도 매력적인 악당들이 우수수 등장한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악당보다는 ‘나쁜 놈들(Badass)’에 가깝지만. 이 게임은 액션 AOS를 지향하는 작품으로, 3가지 모드의 멀티플레이 외에도 싱글 플레이도 갖추고 있다. 그리고 3인칭 백뷰 대신 1인칭 시점을 채택, FPS스러운 느낌을 좀 더 살렸다.
▲ 1인칭 시점 덕분에 FPS를 하는 감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사실 ‘배틀본’은 발표되기 얼마 전 블리자드가 ‘오버워치’를 공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모티가의 ‘자이겐틱’을 밀어주기 시작한 지라 경쟁작이 많은 편이다. 비슷한 느낌의 카툰랜더링, 그리고 AOS라는 장르까지 상당히 유사한 경쟁작들이 칼을 갈고 있는 가운데 ‘배틀본’은 독특한 트레일러로 눈길을 끌었다. ‘오버워치’가 다양한 영웅들의 플레이 모습을, ‘자이겐틱’은 아기자기한 느낌을 살린 영상미를 강조했다면 ‘배틀본’은 락을 배경음악으로 깔고 스타일리쉬함으로 승부했다. 실제 게임 속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살아 있을지 궁금했는데, 게임스컴에서 ‘배틀본’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배틀본’ 게임스컴 시연은 5인 멀티플레이 모드로, 로봇 ‘울프’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옮기는 미션이 주어졌다. 이는 5인 유저가 협동해 적으로부터 특정 대상을 지켜내는 PvE 콘텐츠로, 싱글 플레이나 PvP 모드는 아쉽게도 체험할 수 없었다.
▲ '배틀본' 게임스컴 2015 공식 영상 (영상출처: 공식유튜브)
1인칭 게임을 스타일리쉬하게 만드는 ‘빠른 템포'
기어박스 소프트웨어는 걸출한 개발력을 가진 게임업체면서, 동시에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지닌 제작사이기도 하다. 스타일 정립은 ‘보더랜드’ 프랜차이즈에서 이루어졌다면, ‘배틀본’에 와서는 다양한 실험과 함께 기어박스만의 색깔을 뇌리에 콕 박으려는 듯했다. 현재까지 ‘배틀본’에 등장하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10종인데, 이들 중 단 한 명도 독특하지 않은 캐릭터가 없다. 좋게 말하면 개성 있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다들 ‘한 가닥 했겠네’ 싶을 정도로 험악한 인상이다. 시연에서 플레이할 수 있었던 캐릭터 중 하나인 ‘오렌디’는 제 손으로 눈알을 끼우는 모습까지 보여주니 말 다했다.
웬만한 캐릭터들은 산전수전 다 겪은 얼굴을 하고서, 거의 특공대 수준으로 잘 싸운다. 기자는 활을 사용하는 캐릭터 ‘쏜(THORN)’을 플레이했는데, 원거리 공격이 기본이지만 유사시에는 근접 공격도 날린다. 쏜이 보유한 기술 중 조합이 괜찮았던 건 적을 느리게 만드는 '장판'을 깐 후, 여러 개의 화살을 쏘는 콤보였다. 위력도 위력이지만, 원거리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막힘 없이 시원시원한 액션이 가능해 조바심은 싹 사라진다.
▲ 산전수전 다 겪은 거친 녀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스킬 쿨타임도 짧은 편이라 기술은 부담 없이 펑펑 쓰면 된다. 캐릭터가 싸우는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데도 스타일리쉬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빠른 템포의 액션과 화려한 시각 효과. 게다가 다른 캐릭터들도 그 정도 위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야말로 몬스터들은 눈앞에서 ‘썰려' 나간다.
그리고 애초 적들을 아주 강하게 만들지 않은 듯했다. 이 경우 눈에 띄게 상대가 약하면 김이 새곤 하는데, ‘배틀본’은 적정선을 잘 지켰다. 일반 몬스터는 원거리 사격 기준으로 3~4번 정도 타격하면 죽지만, 캐릭터가 그 정도 맞는다고 해서 사망하지는 않는다. 한두 번 정도 더 맞으면 죽을 것 같은 상태에서 적이 먼저 쓰러지고, 그런 상황에서는 보통 체력 회복 아이템이 드롭된다. 체력을 회복하고 유유히 그 장소를 떠나서 다음 적을 맞이하면 된다.
▲ 전투 난이도는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게 균형을 잘 유지했다
쉬운 패드 조작까지 ‘금상첨화'
‘배틀본’은 PC로도 출시되지만, 콘솔이 메인 플랫폼이다. 시연 현장에도 키보드 없이 게임 패드만이 제공되었고, 게임 내 모든 조작도 패드를 기준으로 설정되어 있다. 액션 AOS 중 게임패드를 사용한 작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PC에 비해 시점 전환이나 타게팅이 어렵다 보니 시작하기 전에 살짝 걱정이 됐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였다. 원거리 공격이 주가 되는 캐릭터는 시야 줌 버튼을 누르면 조준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고, 근접형 캐릭터는 사실 조준이 별도로 필요 없다. 그리고 버튼도 시야 줌은 왼편에, 기본 공격은 오른손에 배치해 두 기능을 동시에 사용해도 조작에 문제는 없었다. 특히, 해외 프로게이머들처럼 게임 패드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이 아니라도 충분히 빠른 플레이가 가능할 듯하다.
▲ 패드에 최적화된 조작이 아주 쾌적했다
그리고 캐릭터 레벨업으로 얻은 스킬 포인트를 적용하는 방식도 패드 조작에 맞춰 상당히 간소화됐다. 보통 포인트를 얻으면 플레이어가 강화시키고 싶은 스킬을 골라 레벨을 올리는데, 여기서 좀 더 나아가 레벨을 올릴 때도 특성을 골라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배틀본’에서는 스킬 강화 타임라인이 정해져 있다. 즉, 포인트를 얻었을 때 원하는 스킬을 골라 강화하는 게 아니라 본래 정해진 순서대로 레벨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령, 처음 얻은 포인트로는 기본 공격만 강화할 수 있다. 강화 루트는 두 가지가 있는데, 화면 중심을 기준으로 특성 설명은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배치된다. 왼쪽 특성이 맘에 든다면 왼쪽 버튼을, 오른쪽 특성이 맘에 든다면 당연히 오른쪽에 배치된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리고 다음에는 장판 스킬, 그리고 3번째 스킬포인트는 궁극기. 이렇게 순서대로 스킬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보니 플레이어는 스킬창을 띄우고 원하는 특성만 고르면 된다.
사실 이번 게임스컴에서 만난 ‘배틀본’은 AOS보다는, 잘 만들어진 슈팅 액션게임에 가까웠다. 데모 버전이 PvP가 아닌, 멀티플레이 PvE 콘텐츠를 담아낸 것이라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자체는 담음새가 상당히 좋기에, PvP 모드는 어떤 재미를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 훌륭한 완성도 덕분에 PvP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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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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