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노동균
기자] ‘변신’은 에이수스가 모바일 열풍에 대응해온 방식 중 하나다. 최근 에이수스는
전통적인 PC 또는 노트북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마치 트랜스포머 로봇처럼 변신해
마치 태블릿 PC 형태로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실제로 에이수스의
대표적인 변신형 제품의 모델명이 ‘트랜스포머’이기도 하다.
이러한 에이수스의 성향은 이번 컴퓨텍스 2014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디스플레이와 키보드를 붙이고 떼는 투인원(2 in 1)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기에 스마트폰까지 가세한 쓰리인원(3 in 1) 제품을 선보인 것.
에이수스는 3일 자사의 차세대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이날 소개된 제품은 울트라북 ‘젠북 NX500’과 투인원 트랜스포머 북 ‘T300 Chi’, 4K 모니터 ‘PA328Q’, 트라이밴드 공유기 ‘RT-AC3200’, 태블릿 PC ‘폰패드(Fonepad)’와 ‘미모패드 7/8’,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노트북의 형태를 결합한 ‘트랜스포머 북 V’ 등 총 7종이다.
▲조니 시(Jonney Shih) 에이수스 회장이 신제품 발표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트랜스포머 북 V’를 소개하고 있다.(사진= 에이수스)
제품 발표회에서 단연 눈길을 끈 제품은 가장 마지막에 소개된 트랜스포머 북 V였다. 트랜스포머 북 V는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윈도 태블릿 PC, 도킹형 키보드 3가지로 구성된다.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는 각각 독립적으로 사용 가능하며, 태블릿 PC와 키보드를 결합하면 윈도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투인원 PC에 스마트폰이 패키지로 구성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한 가지 다른 점은 태블릿 PC 후면에 스마트폰을 꽂을 수 있는 슬롯이 있다는 점이다. 윈도 태블릿 PC 또는 노트북처럼 사용하다가 슬롯에 스마트폰을 결합하면 화면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화면이 즉각 나타난다. 마치 윈도 시스템에 안드로이드가 이식되듯 듀얼 운영체제를 갖춘 태블릿 PC 및 노트북이 되는 것. 노트북 형태로 사용 시에는 키보드 버튼 하나로 안드로이드를 전체 화면으로 전환해 사용할 수도 있다.
결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윈도 및 안드로이드 태블릿 PC, 윈도 및 안드로이드 노트북으로까지 도합 5가지 모드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에이수스의 설명이다. 태블릿 PC는 12.5인치 디스플레이에 최대 1TB 저장공간을 지원하며, 스마트폰은 인텔 아톰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5인치 LTE 지원 모델로 안드로이드 4.4 킷캣으로 구동된다.
▲에이수스 트랜스포머 북 V 후면 슬롯에 스마트폰이 결합돼 있는 모습.
에이수스에 따르면 트랜스포머 북 V의 가격과 출시 시기는 아직 결정된 바 없는 상태다. 대만과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 후 반응에 따라 국내 출시도 고려하는 수순을 밟겠지만, 무엇보다 스마트폰이 결합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국내에서는 통신사의 장벽을 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다만 스마트폰을 결합하는 디자인으로 인해 결국 태블릿 PC의 두께가 두꺼워지고, 무게도 만만찮을 것이라는 점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존의 투인원조차 여전히 번거로운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한 상태에서 스마트폰까지 가세한 쓰리인원에 대해 소비자들이 얼마나 마음의 문을 열지도 미지수다.
PC와 모바일의 이종교배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이수스의 실험정신 만큼은 인정해줄 만하다. 그러나 이로 인해 어딘지 혁신과 무모한 시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성공적인 혁신이냐, 또 하나의 실험이냐는 결국 소비자들이 판단할 일이지만, 에이수스의 고민이 PC 업계의 고민을 대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