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노동균
기자] PC 프로세서 시장의 양대산맥 인텔과 AMD가 모바일 시장서 2라운드 격돌을
벌일 태세다. 양 업체 모두 앞선 라운드에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보지 못했던 만큼,
새로운 경쟁구도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인텔은 지난해 말부터 차세대 아톰 프로세서를 표방한 ‘베이트레일(Baytrail)’을 기반으로 모바일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성능은 뛰어나지만 전력 효율이 뒷받침되지 못해 ARM 생태계에 번번이 맥을 추지 못했던 인텔은 베이트레일을 기점으로 모바일 x86 진영에 본격적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됐다.
AMD 역시 최근 자사의 3세대 모바일 APU ‘비마(Beema)’와 ‘멀린스(Mullins)’를 선보이며 모바일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전 세대인 ‘카비니(Kabini)’와 ‘테마시(Temash)’의 경우 일부 넷북 등에 탑재된 바 있으나, 실제로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제품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AMD는 비마를 시작으로 5월 중 멀린스가 출격함에 따라 태블릿, 울트라씬, 투인원 PC는 물론 다양한 폼팩터의 모바일 기기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MD에 따르면 레노버와 삼성에서 새로운 AMD APU 기반의 제품을 발표한 바 있으며, 올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소비자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비마는 인텔 하스웰 U와 베이트레일 M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메인스트림급 APU다. AMD에 따르면 전 세대 카비니 대비 최대 100% 향상된 그래픽 성능과 최대 20% 전력 소비량 감소가 이뤄진 점이 특징이다. 인텔 코어 i3 및 아톰 프로세서에 대응하는 저전력 APU 멀린스는 전 세대 테마시 대비 2배 이상 높은 와트당 그래픽 성능을 달성했다는 것이 AMD의 설명이다.
PC 시장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면서 인텔은 새로운 성장 동력 마련 차원에서 일찌감치 모바일로 시선을 돌렸다. 앞서 인텔은 베이트레일을 통해 올해 4000만 대의 태블릿 PC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제시한 바 있다. 2분기 중으로는 스마트폰용 차세대 64비트 프로세서 ‘메리필드(Merrifield)’도 선보일 예정이다.
반면 AMD는 전통적인 PC 분야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AMD가 강점을 갖고 있는 CPU나 GPU와는 달리 모바일 AP 시장에서는 퀄컴, 미디어텍, 삼성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됐다. 그러나 AMD가 모바일 시장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AMD는 PC와 모바일의 선을 긋기보다는, 모바일을 새로운 시대의 PC 폼팩터 중 하나로 바라봤다. 앞서 CES 2014에서 ‘디스커버리 프로젝트’로 소개한 도킹 컨셉의 미니 PC가 AMD의 모바일 전략을 잘 대변해준다. AMD는 오는 6월 개최될 컴퓨텍스 2014에서 비마와 멀린스 기반의 ‘디스커버리 태블릿 PC’도 선보일 예정이다.
AMD가 모바일 APU에서도 소비전력과 발열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인텔과 경쟁할 수 있는 판은 충분히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GPU 성능만 놓고 보면 PC 시장에서와 같이 AMD가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시장 점유율이나 파트너사를 통한 원활한 제품 공급 면에서는 인텔에 크게 앞서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인텔은 주요 PC 제조사들과 손잡고 베이트레일 기반의 크롬북을 출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 엑시노스를 비롯해 ARM 계열 프로세서가 주로 채택된 크롬북 시장에서 베이트레일을 앞세워 ‘인텔 인사이드’ 전략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미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ARM 플랫폼과의 경쟁은 인텔과 AMD 공통의 숙제로 남는다. x86 플랫폼이 64비트 지원이나 멀티코어 활용 측면에서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iOS와 안드로이드가 득세하고 있는 모바일 시장에서 윈도 운영체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보다 적극적인 협력이 모색될 전망이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