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변했지만 게임에 대한 일부의 인식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회문제가 얽혀 있는 강력사건의 원인에 대해 꾸준히 ‘게임중독’을 외치듯 말이죠. 게임메카 무협객 님의 “어떻게 된게 발전이 없네요. 10년전에도… 20년전에도... 데자뷰를 보는것 같습니다”라는 댓글이 딱 들어맞는 요즘입니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신림동 흉기난동 살인사건의 원인 중 하나를 게임중독이라 콕 집어 발표했습니다. 피의자 조선이 칩거 이후 약 8개월 간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을 하거나 게임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며 보냈다는 이유였죠. 이에 검찰은 피의자를 ‘게임중독 상태’로 판단, 수사 결과에서 이번 사건을 “컴퓨터게임을 하듯이 공격한 사건”이라 밝혔습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의견서에도 언급됐듯,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은 법적, 행정적, 의료적으로 명확히 정의된 개념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게임중독이라는 용어를 마치 진단 내리듯 사용했습니다. 용의자가 게임에 몰입하기 시작한 시기는 스스로 사회와 단절한 작년 12월 이후며, 심리분석 결과에 포함된 ‘현실 불만, 좌절’ 상태에 이른 요인과도 무관한데도 말입니다. 이에 네이버 ID 구명랑 님은 “차라리 인터넷 악플러 들이 예비 살인자라고 하는게 훨씬 개연성이 있겠다”라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게임메카 아이쿠루 님의 “뭔 일만 터지면 게임탓”이라는 댓글을 시작으로 또 게임 탓이 시작됐다는 게이머들의 의견들을 여럿 확인할 수도 있었고요.
검찰청 발표 며칠 전, 조선일보는 ‘“내가 썰었어”… 칼로 베는 ‘살인 게임’에 빠진 청소년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해당 기사의 부제로는 ‘인기게임 톱 텐 중 4개가 슈팅게임’ 말을 덧붙이며 다시 한 번 ‘게임 탓’을 시전했죠. 이들은 언제까지 사회적 요인으로 발생한 강력범죄의 원인을 게임으로 오도할 생각일까요? 이후로 이어진 후속 및 모방범죄를 조명할 때에도 같은 핑계를 댈까요? 사회적 문제들은 뒤로 미룬 채 게임 탓만 하면 세상이 좋아질까요? 진지하게 되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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