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한 연출과 수준 있는 아트 디렉션으로 의도적인 혐오감을 갖게 하지만 그 미학을 세계관 속에 제대로 녹여 낸 게임, 스콘이 14일 정식 출시됐다. 제작사인 이브 소프트웨어가 몇 년 간의 좌절 끝에 맺은 성과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었지만 부족한 게임성, 장르의 불특정성, 직관적이지 못한 구조 등 눈에 보이는 단점도 많다. 공포게임을 기대한 유저는 다량의 퍼즐을, 둠 같은 액션을 원한 유저는 지루한 길 찾기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스콘의 출시가 의미 있는 이유는 ‘세심함’에 있다. 그로테스크하다 못해 징그러운 유기물과 기계가 섞여 있는 세계를 완벽하게 창조해냈고, 아트와 사운드 어느 하나 부족한 점이 없었다. 특히 엔딩은 해석의 여지가 다양해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내는 재미도 있었다. 이 외에 스콘의 출시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이슈가 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요소에 의해서다.
H.R 기거와 벡신스키의 영향
유기물과 기계가 뒤섞여 있는 게임 속 독특한 세계는 스위스의 화가 H.R 기거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스콘은 기거의 작품과 유사한데, 어쩌면 “아무런 의미를 담지 않았다”는 기거의 철학마저 게임에 투영한 것일 수도 있다. 텍스트나 음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기 힘든데, 애초에 명확한 서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면 제작사의 의도라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스콘에서는 폴란드 초현실주의 미술의 거장인 즈지스와프 벡신스키 작품의 느낌도 엿볼 수 있다. 기거와 함께 기괴미술의 선두였던 그의 그림은 인터넷에서 ‘우울증 걸린 사람이 그린 그림’, ‘자살한 사람이 그린 그림’, ‘세 번 보면 죽는 그림’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기괴한 인체들은 스콘의 유기물을 떠오르게 한다.
스콘은 이 두 화가의 독특한 화풍과 기괴함을 게임 아트 속에 잘 녹여냈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동안 미술 작품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임에 이입을 잘 하는 플레이어라면 특유의 기괴함에 역겨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맵이 넓지 않지만 길 찾기는 어려워
출시 전부터 강조했던 ‘한 세계에 덩그러니 남게 된다’는 주제에 충실한 스콘은 플레이어들을 플레이 내내 방황하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페이스가 깔끔하다 못해 거의 없다. 가이드 라인이 전혀 없는데 길은 선형적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불친절함을 넘어 무책임함까지 느껴진다. 특히 두 번째 챕터 시작과 함께 펼쳐진 광활한 사막은 짚이는 대로 걷는다면 한참을 헤매게 될 것이다.
넓진 않지만 복잡하고 방대한 세계에서 플레이어들은 말 그대로 ‘덩그러니 남게 된다’. 게임이 시작되고 엔딩을 볼 때까지 수도 없이 헤매게 되는데, 이것이 기획적 의도라 하더라도 사전에 알지 못하고 게임을 시작한 유저 입장에선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요소다.
난이도 있는 퍼즐적 요소
스콘을 플레이 해본 사람에게 이 게임의 메인 콘텐츠가 뭐냐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퍼즐이라 대답할 것이다. 실제로 게임을 시작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퍼즐 게임이 나온다. 생체공학 집게로 동그란 오브젝트를 옮기는 퍼즐이다. 퍼즐게임을 많이 해 본 유저에겐 어렵지 않게 지나가는 콘텐츠겠지만 공포게임을 생각하고 플레이 한 유저에겐 오랜 시간을 투자하게 만들 만한 난이도다.
퍼즐만 뜯어보면 상당히 논리적인 구성으로 되어있다. 잘 들여다보면 누구든 퍼즐 내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 유저가 모든 것을 직관력에 의존해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내리기 힘들다. 이 퍼즐은 게임요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콘셉트가 과하면 안 한 것만 못하다는 말처럼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것 같다.
생체 총을 들고 다니는 공포게임
스콘의 대외적 장르는 공포게임이지만, 유기물로 되어 있는 생체 총으로 몬스터를 잡는 FPS적 요소도 있다. 다만 화려한 액션은 기대할 수 없다. 총 6장의 스토리 챕터 중 몬스터가 졸개 3마리, 중간 급 1마리, 보스 급 1마리, 총 5마리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공포 FPS를 기대한 유저들은 이 부분에서 특히 실망할 것이다.
무기는 총 4개로, 초반 무기는 약하지만 상대해야 할 대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위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위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초반의 무기들은 근접해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있다. 게다가 슈팅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타격감이 부족하다. 재장전 시간도 긴 편인데, 전투 중에 재장전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하다.
적과 싸우다 죽기도 하는데 세이브 포인트가 생각보다 먼 시점이다. 저장하고 싶을 때 저장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죽을 때마다 플레이 했던 구간을 다시 지나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총은 적을 공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오브젝트와 연결할 때도 쓰인다. 총 뿐만 아니라 손도 다른 유기물들과 접촉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미션을 수행하려면 손이나 총을 이용해 오브젝트와의 접촉이 필요하다. 오브젝트도 대부분 유기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성적인 접촉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예술인가 게임인가
스콘은 퍼즐게임이면서 FPS게임이기도 한 공포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퍼즐 이라기엔 반복성이 강하고 FPS 라기엔 액션이 없으며 공포 라기엔 공포스러운 요소가 거의 없다. 이렇게 애매한 게임성을 가지고 있지만 완성도 있는 아트 디렉션과 준수한 그래픽을 고려하면 게임보다는 예술적 요소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스콘은 게임이 아니라 특정한 콘셉트의 비쥬얼 아트 같기도 하다. 혹자는 예술성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지만, ‘보는 사람이 이해할 수 있어야 잘 만든 작품이다.’라며 고개를 젓는 이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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