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화면에서 오직 명령어로만 컴퓨터를 돌리던 도스 시절. 그때는 3.1 플로피 디스크 몇 장만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코에이’의 ‘삼국지’ 초창기 시리즈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등장한 것이 ‘삼국지 영걸전’이었다. 삼국지를 소재로 만들어진 턴제RPG의 등장은 신선했고, 당시 게임을 즐기는 유저 중에서 유비의 코를 신나게 두들겨보지 않은 사람은 간첩 소리 들을 정도였다.
세월이 흐르며 ‘조조전’을 비롯한 아류작들이 출시되며 큰 인기를 얻었지만, 패키지게임의 시대가 저물고 온라인게임의 시대로 넘어가며, 자연스레 추억 속의 명작으로 남게 되었다. 헌데 너도 나도 화려한 그래픽을 내세우고 있는 요즘, 호기롭게 도트 그래픽을 가지고 ‘게이머의 향수’를 자극하며 등장한 게임이 있다. 그것이 바로 오늘 소개할 ‘삼국지략’이다.
추억을 자극하는 온라인게임
처음 이 게임을 글로 접했을 때만 해도, “과연 입맛이 까다로워 질대로 까다로워진 국내 게이머들의 수준을 맞출 수 있을까?” 라는 걱정이 앞섰다. 시간을 10년 넘게 역행한듯한 도트 그래픽 때문에 망설여졌지만, '영걸전'의 향기가 코와 뇌를 무한 자극하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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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화면을 보면 자연스레 추억을 회상하게 된다.
역시 영화나 게임이나 글만 보고 선입견을 가져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걸전류’ 게임을 하는데, 3D로 휘감은 무장이 나와서 화려하게 기술을 쓴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물론, 시각적으로는 좋겠지만 어차피 1차원 화면에서 말들을 가지고 싸우는 턴제RPG에선 사치에 불과하다.
아기자기한 캐릭터로 변한 무장들을 이끌고 전장을 돌아다니는 맛은 과거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거기에 다양한 기능들이 진일보하여 다채로운 아이템과 무장들로 수집 욕구를 충족시켜줬으며, 유저들과의 다양한 플레이를 유도해 온라인 게임으로의 구색도 갖췄다. 결과적으로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그 당시에는 불가능했던 다른 유저와의 협력이나 전쟁을 갖춘 온라인 게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국가별로 진행하니 신나는 삼국지~ 아하~
소설 ‘삼국지’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무대인 만큼, ‘위, 촉, 오’ 삼국의 세력이 준비되어 있다. 가상의 시나리오인 만큼 삼국이 정립되기보다 한참 전이었던 황건적의 난 시절부터 진행되는데, 덕분에 ‘동탁’과 ‘여포’를 비롯한 희대의 명장들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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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를 부하로 맞이하는 것은 모든 삼국지 유저들의 로망이 아닐까?
게이머는 시작 시 국가를 정하게 되는데, 각국 군주(조조, 유비, 손권)의 수하가 되어 자국의 번영을 위해 일하게 된다. 스토리모드라고 볼 수 있는 ‘삼국전’을 진행하여 부하들을 등용할 수 있으며, 각종 임무를 진행해서 나라의 명예나 자신의 명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일정 레벨(등급)에 도달하면 내정을 통해 자국의 성들을 발전시키거나, 부대를 구성해 타국으로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서, 기존 ‘코에이’의 전략시뮬레이션 ‘삼국지’ 시리즈와 ‘영걸전’ 시리즈를 적절히 조화시켰다고 보면 된다.
삼국지를 논하는데 있어서 무장을 빼면 섭하지
‘삼국지’에는 장판파에서 홀로 100만을 상대한 ‘장비’, 아두를 안고 적들을 홀로 돌파한 ‘조운’ 등등 젓가락만 들려줘도 병졸들 목 서너개 쯤은 순식간에 날려버릴 것만 같은 명장들이 즐비하다. ‘삼국지략’에서도 이런 명장들을 만날 수 있는데, 자국의 장수들은 레벨 조건만 맞다면 ‘시련’이나 ‘도전’ 모드를 통해 언제든 등용을 시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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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을 얻고 싶다면 그에 따르는 시련은 감수해줘야 한다.
‘조조’는 미염공?‘관우’를 생포해서 구애에 가까운 애정공세로 그의 마음을 돌리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고, 게임 속에서는 누구나 ‘관우’를 부하로 맞이할 수 있다(물론 결코 쉽게 얻을 수는 없다). 촉나라의 유저 중 ‘관우’를 가지고 있는 유저를 쓰러뜨리거나, 촉나라의 수도로 쳐들어가서 본성 내에서 ‘시련’ 임무를 통해서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우’를 가진 유저를 찾는 것도 어려우며, 적국의 수도를 공략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다른 나라의 장수를 얻는 것은 어려운 편이니, 특별히 관심 있는 장수가 있다면 아예 처음부터 그 나라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
요즘 강화시스템 없는 게임도 있나요?
요즘은 무기나 방어구를 강화시킬 수 있는 게임은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삼국지략’도 이런 흐름에 따라 강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강화 수치에 따라 해당 아이템을 장비한 무장들이 특별한 기술을 사용하는 등 특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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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에 성공하면 무장 주변에 불꽃이 하나씩 늘어난다.
헌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이템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무장들 심지어 주인공 캐릭터까지 강화(각성)이 가능하다.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최고 10단계까지 강화가 가능한데, 최고 강화 단계에 도달하면 같은 장수더라도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지게 된다. 덕분에 직업 간의 상성 관계를 무시한다는 밸런스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절대 조조가 좋아서 위나라를 하는게 아니에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종족 특성이 있듯이, ‘삼국지략’에도 나라마다 특성이 존재한다. 실제 ‘삼국지’처럼 각국의 특화된 전투 능력을 반영한 ‘지형적응력’이 그것인데, 여기에 적잖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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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전투 맵이 평지인 것을 감안하면 누구나 위나라를 선택하고 싶어진다.
‘삼국지략’에는 크게 세가지 지형(평지, 물, 산지)이 존재한다. 나라별로 지형에 따라 추가 능력치를 받게 되는 것이 ‘지형적응력’인데(위나라는 평지, 촉나라는 산지, 오나라는 물), 현재 대부분의 전투맵이 평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국가끼리의 전투에서는 동등한 조건이더라도 위나라가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이 같은 격차는 촉나라나 오나라 유저들의 눈살을 찌부려뜨릴 수 밖에 없다.
꼭 눈과 귀가 즐거워야지 게임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삼국지략이 어떤 게임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거침없이 “영걸전 온라인이요” 라고 말할 것이다. 이건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다. 고전 명작인 ‘영걸전’의 플레이 스타일을 잘 답습하여, 거기에 새로운 콘텐츠들을 추가하여 다수가 즐기는 온라인 게임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그래픽과 음향은 게임의 요소일 뿐, 좋은 게임과 나쁜 게임을 구분하는 척도가 될 수는 없다. ‘삼국지략’의 경우는 추억을 자극하는 90년대 그래픽이 되려 득이 되며, 그 만큼 클라이언트가 가볍고 컴퓨터 사양을 덜 탄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턴제RPG가 온라인게임으로 출시되는 것은 드문 현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신선함도 보장할 수 있다. 물론 온라인게임 특유의 파티플레이와 턴제의 조합이 아직은 미흡한 상태이긴 하지만, 이는 이미 CBT를 진행하며 많은 피드백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OBT에서는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언리얼’이나 ‘크라이’ 같은 화려한 엔진으로 치장한 게임들은 이제 많다. 이 틈바구니 속에서 ‘삼국지략’은 빈티지한 느낌을 풍기며, 고전 게임과 턴제RPG의 추억을 파고들고 있다. 과거 모 개그우먼이 선홍빛 잇몸을 드러내며 ‘틈새시장’을 주장했는데, ‘삼국지략’도 게임 특유의 개성만 잘 살릴 수 있다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당당하게 한자리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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