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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에게
삶을 주고 싶다˝ -박상순 이사 인터뷰
아키에이지는
아직 ‘정의`되지 않았다 -김경태 기획팀장 인터뷰
콘솔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레드 데드 리뎀션(이하 RDR)’ 이라는 이름의 게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010년 GDCA에서 개발자들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게임 상을 수상했던, 미국 서부시대의 일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한 이 타이틀의 인게임 애니메이션을 총괄했던 한 남자가 아키에이지를 만들기 위해 13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XL게임즈의 박상순 이사는 작년 락스타 게임즈를 나와 9월 1일부터 아키에이지 개발에 참가했다. 시기로는 1차 CBT 이후다. “아키에이지도 RDR과 마찬가지로 오픈월드형 게임이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많았다”며 운을 뗀 중년의 개발자. 그는 자신이 개발했던 RDR의 모션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며 현재 만들어나가고 있는 아키에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히 시작해나갔다.
▲XL게임즈
게임 애니메이션 담당 박상순 이사
그의 손이 이제 아키에이지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송재경, 한국판 닥터 하우스와의 첫 만남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는?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다. 웨스턴 게임을 한 10년을 개발했다. 미국에서 일을 하면 분업화가 워낙 많이 되어있기 때문에 작업은 편한 반면, "내 작업에 대해 누가 어디서 뭐라고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생긴다.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꽤 받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에 ICON이나 KGC행사 때 와서 이야기를 해보면서 `판타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생각 외로 `판타지` 배경으로 한 게임이 많지 않더라. 그래서 고민하다 보니 한국만한 곳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전민희 작가 팬이기도 했고.
해외 개발자들도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편인가
해외 개발자들이 한국의 MMORPG 프로젝트에 매우 관심이 많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콘솔게임은 어느 정도 시장의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느껴진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PC 온라인 게임이 주류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MO든, MMO든, SNG든 말이다. 아무래도 북미시장은 콘솔이 주력이긴 하지만, 해외의 여러 회사들이 성공했던 IP를 온라인화 시키기 위해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블리자드 같은 큰 규모의 회사를 꿈꿔본 적은 없나
12년 전,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미국에 갈 때 블리자드를 목표로 하고 미국에 가긴 했다. 그 당시 CF나 특수효과 쪽을 많이 하던 중 끝물에 캐릭터 애니메이션이라는 일이 많이 들어오더라. 그래서 이런저런 작업을 맡다 보니 관심이 생겨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고, 그곳에서 공부하다가 락스타에 입사하게 된 것이다.
사실 ‘락스타 샌디에고’는 앤젤 스튜디오가 전신이었는데, 이곳에서 `레드 데드 리볼버`를 개발하던 중 락스타가 이 스튜디오를 사면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도 함께 인수되었다. 그래서 최종 완성된 게임은 락스타를 통해 나오게 된 것이다.
천재 개발자 송재경과 만나며 받은 인상이 궁금하다
처음에는 어떤 분인지 잘 몰랐는데, 3일간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 해보니 솔직히 정말 좋았다. 한국판 닥터 하우스랄까?(폭소) 전형적인 천재 개발자라는 인상을 받았다. MMO를 연 사람이니까 이 사람과 일을 하면 배우는 것이 많겠다고 생각했다.
여기 들어와서 한달 쯤 되었을 때 "아키에이지에서 구현하고 싶은 게 있으면 리스트를 달라"고 메일을 돌렸었는데, 10~15분만에 송재경 대표님의 답신이 오더라. 50개의 리스트 중 49개를 제외하고 마지막 하나가 "박이사님이 하시고 싶은 것을 하세요"였는데, 그것을 보고 이 회사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생각 50가지를 앉은 자리에서 10분 만에 쓰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이것을 보면서 “이 사람은 머리 속에 MMO가 통째로 들어있구나” 라고 느낄 수 밖에 없더라. 해당 리스트는 지금도 업무 중 가끔 보고 있다.
▲아키에이지
드림팀을 구성하고 있는 전민희 작가(좌)와 송재경 대표(우)
XL게임즈에 왔을 때의 개발문화와 환경은 어떠했나
개발 자체는 다 비슷한 것 같다. 확실히 한국에 계신 분들이 매우 오랜 시간 일을 하는 것 같더라. 미국은 상당히 밀도 있게 일을 하지만 오래 일하지는 않는다. RDR을 작업했을 당시에는 하루 12시간 6일 근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작업환경은 그다지 틀리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책상이 넓고 에이컨을 많이 틀어줬다. 음… 그리고 밥을 양식으로 준다(웃음). 미국 생활을 오래 했더니 아직 신라면을 못 먹는다.
온라인게임을 만드는 해외 회사에서 일을 하는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국내와 해외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용어가 많이 다르더라. 예전에 콘솔에서는 `베타`라는 말이 붙으면 무조건 나오기 전 단계를 이야기 하는데, 한국에서의 1차 CBT 플레이 모습에 "이 정도 수준이 완성인가?"라고 오해했던 적이 있다.
아키에이지의 애니메이션팀은 현재 계약직 포함 10분이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분들은 모두 제가 합류하기 전부터 아키에이지를 만들어 왔던 분들로, 다들 훌륭한 팀원들이라 추가적인 충원은 없었다.
타격감과 모션, 이렇게 개선되고 있다
CBT처음 하고 나서 `타격감 X다`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개인적인 첫인상은?
“아, 만들다 만 게임이죠!(웃음)” 1차 CBT를 이 회의실에서 봤는데, 그냥.. `아 정말 할 일이 많겠다` 는 생각이 들더라. 그때 느낀 점은 유저들 피드백과 비슷했다. 캐릭터, 타격감, 이펙트.. 그래서 이런 부분을 중점으로 많이 개선 중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다. 한 번에 도장 찍듯이 끝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니까.
콘솔과 비교했을 때 MMORPG의 작업은 어떤가?
기존의 MMO들과 비교하면 콘솔이 훨씬 많다. 하지만 아키에이지 팀에 합류한 이후 이에 대한 비중이 기준보다 3배, 4배, 5배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만 온라인게임이라 기술적 제약 때문에 특수한 애니메이션을 요구할 때가 있는데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어느 회사라도 기획과 애니메이션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진행해야 한다. XL게임즈는 기획과 애니메이션의 협업이 매우 잘 되어있어 만족한다.
아키에이지에서도 RDR같은 세밀한 표현을 볼 수 있을까?
RDR은 서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고, 아키에이지는 판타지이므로 퀄리티는 동일하지만, 서로 다른 종류의 모션이 필요하다. 그리고 콘솔은 플랫폼이 일정 수준으로 맞출 수 있는데, PC는 사양이 워낙 다양해서 최고 수준으로 맞추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최대한 가능한 부분부터 적용하고 있다.
기본적인 것을 예로 들자면 캐릭터와 탈것의 이동모션을 들 수 있는데 오르막이나 내리막, 턴 할때의 모션이 매우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아키에이지 탈것 및
캐릭터 이동모션 영상
지형의 고저차에 따라 세밀하게 달라지는 애니메이션에
주목할 것
크라이엔진3가 애니메이션 작업에도 도움이 되나
현재 계속 크라이엔진3로의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며 선별적으로 선택해서 불러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진행할 부분이긴 한데, NPC와 환경의 애니메이션이 좀 더 자연스럽고 더욱 사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을 크라이엔진이 가진 기능에서 최대한 많이 가져다 쓰려 한다.
타격감, 이펙트에 진행된 개선안이 궁금하다
일단 종족 별로 특이한 스킬 애니메이션에 대한 부분이 많이 들어가서 타격감이 개선될 것이다. 그리고 상하체 분리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피격 당하는 캐릭터의 모습도 더 사실감 있게 표현될 수 있도록 `에디티브 레이어`라는 것을 도입했다. 크라이엔진3에 구현이 되어 있는 기능이고 콘솔게임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를 아키에이지에도 도입하고 있다.
‘에디티브 레이어’란 플레이 중인 애니메이션을 그대로 놔두면서 그 위에 다른 모션이 더해지는 방식을 뜻한다. 예를 들어 RDR에서 말에 탑승 중인 NPC들의 모션이 모두 다른 부분부터 걸어가는 동안 고개를 돌리고 말이 귀를 쫑긋거리거나 꼬리를 흔드는 등 여러 동작이 복합적으로 보여지는 시스템이다. 공격을 하면서 피격 당하면 공격은 공격대로 하면서 피격도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것도 포함된다.
기존보다 동작 부분을 많이 개선했으며 이를 확인한 기획 쪽에서도 반응이 꽤 좋았다. 3차 CBT를 하시면 알게 되시겠지만, 똑같은 애니메이션 사이클이 반복되지 않고 매 스텝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타격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면?
RDR을 개발할 때도 느꼈던 것이, 때리는 사람보다 맞는 사람의 모습이 타격감을 많이 좌우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피격`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던 것도 `맞을 때의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킬 동작을 개선하면서 타이밍조절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때렸을 때 잘 맞아주는 것이 `타격감`이지 맞은 대상의 반응이 아무것도 없다면 그것을 어떻게 “타격감이 좋다”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타격과 피격 애니메이션을 4대 6정도 비중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아키에이지에서 이루고 싶은 애니메이션이란
생각한 목표량에서 어느 정도까지 달성했는가?
한 30% 정도? 지금 제가 생각하는 수준의 100%를 채우고 오픈 하진 않을 것이다. 실제 게임 플레이와는 상관 없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패치를 통해 지역오픈 시, 종족 추가 시, NPC나 환경을 통해 다양한 애니메이션들을 계속 도입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판타지 장르는 상상력으로 작업을 해야 하지 않나
아니다. 아직까지 레퍼런스가 없는 몬스터는 본 적이 없다. 어떤 크리쳐를 보더라도 레퍼런스가 없는 아이디어가 나온 적은 없었다. 안개처럼 생긴 괴물이라도 찾아보면 물 속에 잉크를 풀었을 때의 느낌 같이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애니메이터들에게 지시할 때에도 머리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레퍼런스를 참고하라 지시한다.
드래곤 같은 경우에는 이미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이 상상해놓은 다양한 형태가 있지 않나. 서적을 포함하여 기존에 나온 영화들, 그리고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 공격하는 모습을 참고한다. 그리고 이런 작업들은 항상 기획과 가장 먼저 의견을 조율한다.
▲XL게임즈에서
차기작까지 계속 함께 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작업해보며 난이도 있었던 생명체가 있었다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은 다 어렵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연체동물들이 가장 난이도 있긴 한데, 이런 부분은 시간과 좋은 작업실이 있으면 해결된다.
다만 지금 하고있는 업무 중에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의 완성도를 평준화시키는 작업도 포함되어 있다. 매 애니메이터들마다 같은 크리쳐라도 다른 퀄리티와 다른 모션을 만들기 때문에, 일정한 완성도로 모든 애니메이션을 똑같이 뽑아내라 하는 것이 사실 제일 어렵다.
사물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부분도 궁금하다
전반적으로 요즘 게임의 그래픽이 사실적이 되고 있는데, 간혹 가다가 "MMO는 이정도면 충분해” 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 MMO가 성공하려면 유저가 생각하는 것 보다 5%만 앞서갈 수 있더라도 성공이라고 본다.
조심스럽게 말씀 드리고 싶은 건 MMO는 항상 들어와서 사는 또 하나의 세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캐릭터의 움직임을 좀 더 밥과 국 같은 느낌으로 하고 싶다. 케익같은 달콤하고 자극적인 애니메이션도 물론 들어가야 하겠지만, 아키에이지에는 70% 이상 자연스럽고 세상에 녹아있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이것이 아키에이지와 다른 온라인게임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이 자세해짐으로 인하여 컴퓨터에 부담을 주지는 않을까
콘솔이 PC보다 메모리가 훨씬 작기도 하고, 월드나 그래픽적 효과가 이런 부분을 많이 잡아먹을 뿐이지 애니메이션이 사양에 부담을 주진 않는다. 따라서 저사양 컴퓨터에서의 플레이에 큰 문제를 주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키에이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바라는 것
아키에이지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은 AI 하나하나가 각자의 라이프 사이클을 가지고 자신의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RDR에서 AI 하나를 따라다녀보면 그 한 대상이 살아가는 일상을 관찰할 수 있다. 밥도 먹고 누군가와 만나서 이야기도 하다가 잠도 잔다. 궁극적으로는 그런 것을 구현하고는 싶지만, MMO이기 때문에 그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밸런스를 잡아서 온라인게임으로서 할 수 있는 한은 최대한 하고 싶다.
유저 입장에서 NPC를 따라다녀 봤을 때, 그 NPC가 실제 삶처럼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를 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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