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최용석] 요즘 새로이 PC를 장만하려는 이들은 데스크톱을 살 것인지, 노트북을 살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데스크톱과 노트북이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어 어느 한 쪽이 압도적인 우위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단 데스크톱의 경우 용도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어 전체 비용이 적게 들며, 나중에 필요하면 언제든지 업그레이드 및 추가 확장이 쉬운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동성이 크게 떨어져 설치된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단점이다.
노트북 출하량이 데스크톱을 앞지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바로 ‘휴대성’이다. 비록 초기 구매 가격이 비싼 편이고, 추가 업그레이드 및 확장에 대한 제약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언제 어디서든 사용 가능한 내 PC’라는 장점이 단점들을 커버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데스크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게임까지 노트북으로 즐기려는 이들이 늘었다. 최근 인기 있는 게임들의 시스템 요구사양이 낮아지고, 또 하드웨어 기술의 발달로 노트북의 기본 성능 자체가 데스크톱을 많이 따라 잡으면서 고사양을 요구하지 않는 게임들은 노트북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소비전력과 발열로 인한 '게이밍 노트북'의 성능 한계
사실 노트북이 게임에서 데스크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래픽 성능 때문이다. 하드웨어 성능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휴대성을 고려한 노트북은 성능 자체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크기와 소비전력, 발열 등 다양한 요소가 노트북 성능 향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론상으로는 노트북에도 데스크톱용 CPU나 GPU를 탑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데스크톱과 동등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지 못하는 것은 노트북의 주 전원인 배터리로는 감당 불가능한 높은 소비전력과, 고성능을 발휘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발열을 노트북에 내장된 작은 방열판과 쿨링 솔루션으로 해소할 수 없어서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들이 배터리보단 외부 전원 사용에 더 최적화되어 있고, 덩치와 무게도 상당한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CPU는 일찍부터 제조사들이 저전력 고효율에 신경을 써온 덕에 데스톱에 준하는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소비전력과 발열은 노트북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됐다. 문제는 그래픽 성능, 즉 GPU다.
지금껏 GPU 시장은 ‘성능’을 우선시하며 발전을 거듭해왔으며, 전력효율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노트북을 위한 모바일용 GPU도 내놓고는 있지만, 실상은 소비전력과 발열을 노트북 수준에 맞추기 위해 사양과 성능을 대폭 다운그레이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노트북 기준 최상급 GPU라도 데스크톱과 비교하면 고작 보급형 그래픽카드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한 것도 그런 이유다.
▲ 데스크톱용 중상급 그래픽카드에 준하는 성능을 발휘하는 모바일 GPU인 지포스 GTS 980M을 탑재한 최신 노트북 제품들 (사진=다나와)
차세대 노트북 GPU, 데스크톱과의 격차 더욱 좁혀
하지만 올해 말부터 등장하는 최신 노트북들은 게이밍 성능이 눈에 띄게 향상되어 데스크톱을 대체하는 속도도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는 현재 출시된 모바일용 GPU중 최상의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지포스 GTX 980M'을 탑재한 노트북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인 ‘지포스 900’시리즈는 등장 이래 PC용 그래픽카드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왔다. 차세대 ‘맥스웰(Maxwell)’ 아키텍처를 적용해 기존 세대 최상급 제품보다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전력은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괴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노트북용 GPU를 만들더라도 기존과 동일한 성능에 전력 소비를 더욱 낮추거나, 반대로 동일한 소비전력을 유지하면서 성능은 훨씬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모바일용 ‘지포스 900M’시리즈는 데스크톱용과의 성능 격차를 20% 수준으로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해외 벤치마크 사이트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지포스 GTX 980M의 성능은 현재 국내에서 20만~30만원대에 팔리는 데스크톱용 그래픽카드에 준하는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품들이 시장에서 중상급 제품으로 꼽히며, 어지간한 최신 게임을 풀 옵션으로 넉넉히 돌릴 수 있는 성능임을 감안하면 이제 노트북에서도 데스크톱에 버금가는 그래픽 성능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지포스 GTX 980M을 탑재한 노트북들은 최상급 제품으로 가격만 2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같은 성능의 데스크톱을 2대까지 구성할 수 있는 가격으로, 가성비만 따졌을 때는 큰 메리트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성능’만 따져보면 노트북이 데스크톱과의 게이밍 성능 격차를 더욱 줄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게임에서도 노트북이 데스크톱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시기가 더욱 앞당겨진 셈이다.
최용석 기자 rpch@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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