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위메이드의 MMORPG ‘이카루스’의 공개 서비스가 시작됐다. 10년이라는 긴 개발기간을 거쳐 드디어 날아오른 것이다.
‘이카루스’는 2004년 공개됐을 당시 ‘네드(N.E.D)'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와 비교해보면 지금의 ‘이카루스’는 완전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 될 정도로 변화를 겪었다. 그래픽부터 시작해서 ‘펠로우’ 기반의 각종 콘텐츠, 유저 인터페이스(UI) 등 게임 전체적으로 환골탈태했다. 공개 서비스까지 기다림도 길었고,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모습을 보니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픈 초기 문제가 너무 많은 탓에 ‘이카루스’의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을 즐길수록 첫 인상에서 받은 실망은 호감으로 바뀌어갔다.
▲ '이카루스' 런칭 트레일러(출처: 위메이드 공식 유투브 채널)
오랜 준비기간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시작
잡음이 많았던 시작이었다. ‘이카루스’는 16일 오전 6시 오픈을 목표로 삼았지만 서버 점검으로 일정이 미뤄졌고, 계속되는 임시점검과 오류 발생 등으로 시작부터 몸살을 앓았다. 게임 입장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오픈 초기에는 광활한 산이 보이는 초기 화면만 바라봐야 했다. 경고 메시지조차 나타나지 않는 그 상황에서 필자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강제종료’ 밖에 없었다.
오류가 반복되면서 게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불만은 짜증으로 바뀌었다. 몇 달간 개발한 모바일게임도 아니고 10년이라는 국내 온라인게임 사상 최장의 개발 및 준비기간을 가졌음에도 초기부터 삐걱거리다니. 여기에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히든 버그 공개!’라는 공지는 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게임에 어떤 버그가 있는지 알려주고 문제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겠지만, 오히려 미완성인 게임을 급하게 내놓고 공개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완성해나가겠다는 편법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인 점은, 서비스 1주일이 지난 지금은 위 문제의 상당수가 개선됐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보여지지 않던 시작 화면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표기되고, 대기자가 몇 명인지 보여주는 창들도 출력된다. 오류 및 서버장애가 발생하는 빈도도 줄었다. 특히 매일 ‘이카루스’ 소식을 전하며 어떤 버그가 수정되는지, 어떤 업데이트가 준비되고 있는지 알려주는 점은 매우 바람직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 게임 초기에 가장 많이 봤던 화면
▲ 예방차원에서 올린 공지지만 얄미웠다
곳곳에 보이는 게임진행의 어려움
캐릭터를 생성하면 튜토리얼이 진행된다. 대략적인 스토리와 기본조작을 익혀나갈 수 있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는 딱히 ‘이카루스’만이 가진 특징을 느낄 수 없었다. 마지막 탈출 장면에서 ‘펠로우’를 잠깐 타기는 하지만, 재미를 느낄 수 없을 정도의 짧은 감흥에 불과했을 뿐이었다. 오히려 ‘펠로우’ 시스템이 정말 이 정도 수준에만 머무른 것이라면 오히려 실망스러울 것 같다는 우려만 안겨줬다.
▲ 튜토리얼은 그냥 무난하다
▲ 나름 공들였지만 생각보다 임팩트가 약했던 '펠로우'의 첫 등장
튜토리얼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게임에 뛰어드니, 또 다른 지루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초기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아무 임무도 주어지지 않는 지역을 그저 이동만 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아마도 맵 디자인에 있어 ‘펠로우’를 염두에 두고 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펠로우’를 타지 못 한 초보자들에겐 짜증나는 요소일 뿐이다. 오죽하면 초보자 지역을 지나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수도성을 봤을 때도 반가움보다는 얼마나 더 뛰어다녀야 하는가에 대한 걱정부터 들었을까.
‘펠로우’를 얻는다고 지루함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바로 퀘스트 배치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카루스’의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와 보조 퀘스트로 구성돼 있는데, 저레벨 구간에서도 유독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보조 퀘스트가 많다. 퀘스트가 레벨업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초기부터 너무 반복 퀘스트를 많이 배치해 놓으니 게임에 적응하기도 전에 질려버릴 것 같았다..
몬스터 수급 문제도 불만이었다. 어떤 사냥 퀘스트의 경우 몬스터 수보다 플레이어가 훨씬 많아 한 시간이 지나도 해결할 수 없었기에 결국 포기하고 지나가야만 했다. 어떤 경우에는 해당 지역에 몬스터들이 과도하게 증식되는 바람에 혼자 사냥하던 유저가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죽기 일쑤였다. 물론 파티플레이를 하면 어느 정도 해결되긴 하겠지만, ‘이카루스’는 1~2인 던전이 존재하는 등 솔로 플레이 또한 장려하는 게임이다. 아이러니한 문제다.
▲ 초반 이동거리 문제는 '펠로우'로 해결할 수 있다
▲ 후반에 이동거리가 다소 길어져도 다수의 '펠로우'를 얻어서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 쉴새 없이 나타나는 몬스터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지역
내실이 튼튼했던 전투, ‘펠로우’로 재미 더했다
지금까지 불만사항만 얘기한 것 같은데, 게임을 일정 수준 이상 진행하면 이러한 불만들이 상당수 덮어질 정도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전투 콘텐츠다. 사실 ‘이카루스’가 ‘펠로우’를 워낙 강조한 게임이다 보니 기본 전투가 빈약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이는 기우일 뿐이었다. 오히려 탄탄한 기본기 위에 ‘펠로우’를 더해 화려함을 더했다.
공개 서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직업은 총 5종으로, 탱커와 힐러가 각각 하나, 나머지는 모두 딜러다. 필자가 플레이 한 탱커 캐릭터인 ‘가디언’은 방어형 캐릭터였지만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가능했다. 화려한 연계기를 구사하는 ‘어쌔신’이나 강력한 한 방을 구사하는 ‘버서커’, 광역마법을 사용하는 ‘위자드’에 비해 대미지 면에서는 밀릴 수 있겠지만, 클래스 특성상 전투가 재미없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는 방어지향적인 가디언의 전투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시스템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를 들면 정해진 횟수만큼 키를 연타해 최대한의 대미지를 내는 ‘콤보스킬’ 시스템이 있는데, 이는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것에서 벗어나 스킬의 콤보를 이어간다는 느낌을 줘 지루함을 덜어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가디언’의 경우 ‘연속 베기’가 이에 속하는데, 마나소비 부담도 적고, 대미지도 높아서 사용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 또한, 레벨이 오를수록 얻게 되는 스킬들을 사용하다 보면 기본 공격을 사용할 일이 없어질 수준까지 이르게 된다.
기술간의 연계효과도 전투를 재미있게 만든 요인 중 하나다. ‘이카루스’의 몇몇 스킬은 다른 스킬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예를 들면 가디언은 적을 기절 시킨 뒤 어떤 스킬로 다음단계를 이어가느냐에 따라서 적을 띄워 올리거나 방어력을 하락시키는 등 추가 효과를 부여 받는다. 이처럼 A-B라는 선택지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A-C로도 이어질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 격투게임에서 콤보를 넣는 것 같은 방식의 전투가 가능하다. 또 특정 스킬을 사용한 뒤에 단축키가 활성화되는 ‘링크 스킬’이 콤보 사이사이에 섞여있어 단축키를 누르는 손을 항상 긴장하게 만든다.
▲ '이카루스'의 전투는 기본에 충실했다
무엇보다 ‘이카루스’ 전투의 백미는 ‘펠로우’를 이용한 전투다. 13레벨 정도의 구간에서 ‘석궁’을 얻으면 전투 도구로 사용되는 ‘펠로우’의 첫 모습을 볼 수 있고, 레벨이 약 17정도에 다다르면 새로운 무기 ‘창’을 얻는다. 흥미로운 점은 무기에 따라 전투 양상이 180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령 석궁은 '펠로우‘의 기동력을 이용해 적의 근접을 허용하지 않는 원거리 방식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사실 ‘이카루스’의 게임스타일이 타겟팅을 지향하기 때문에 만약 적이 원거리에서 공격하면 ‘펠로우’의 기동력은 무의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펠로우’를 타는 순간 적들의 공격이 논타겟팅으로 바뀌면서 필자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적이 발사한 화염구가 날아오는 것이 보인다면 이동하는 것 만으로도 가볍게 피할 수 있다. 약간의 유도 성능이 있기 때문에 작은 움직임만으로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공격이 날아오던 시점에 있던 자리만 벗어난다면 100% 회피할 수 있었다. 특히 날아다니는 ‘펠로우’를 얻게 된 순간부터는 고도까지 조절해가며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창을 장비했을 때에는 넓은 범위를 공격하는 기술이 대부분이라서 몰이 사냥에 적합하다. 짧은 쿨타임을 가진 범위 기술을 여러 개 사용하여 다수의 적을 쉼 없이 공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지역의 몬스터들을 학살하는 데 유용하다. 광역공격 기술이 부족한 직업들에게 ‘펠로우’와 ‘창’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필자가 선택한 ‘가디언’은 1대 1 사냥에 특화된 캐릭터였던 만큼 많은 몬스터가 몰리면 어려움이 있었다. 창을 얻은 뒤에는 마치 ’진삼국무쌍‘ 시리즈처럼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데, 특히 캐릭터의 장점인 방어력까지 뒷받침되면서 일대 다의 전투에 이상적인 형태가 되었다.
물론 ‘펠로우’를 사용한 전투를 무한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카루스’는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펠로우’의 기력이 소모된다는 제한을 둬서 캐릭터 특성에 맞춘 사냥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지양했다. 이처럼 ‘펠로우’를 통해 하나의 캐릭터가 두 가지 이상의 전투 방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하여 일반적인 MMORPG에서 직업마다 갖게 되는 전투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 그러나 '석궁'을 사용하면서 신세계를 맛봤고
▲ '창'을 들면 '삼국무쌍'의 세계도 체험할 수 있다
치밀하게 구성된 ‘펠로우’의 콘텐츠 역할은 합격점
‘이카루스’가 처음 보여준 ‘펠로우’의 모습은 단순한 이동수단이었다. 다른 게임과 비교했을 때 다른 점이 있다면 기력게이지가 정해져 있고 이것이 모두 소모되면 회복될 때까지 탈 수 없다는 점, 소환만 해두면 저절로 레벨이 오르면서 이동속도 등 능력치가 오른다는 점이었다. ‘이카루스’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라고 지칭하기에는 아쉬웠지만 필드 이동이 비교적 쉬워졌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러웠다.
▲ 빠르게 비행하는 활강 기능으로 이동속도를 극대화했다
하지만 전투에서 활용되는 모습을 보자 그 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게임을 즐기면 즐길수록 ‘펠로우’는 단순히 탈 것이나 수집품에 국한되지 않고, 다방면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핵심 콘텐츠로서의 존재가치를 가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전투나 캐릭터 성장에 영향을 미치거나 기존 콘텐츠들을 더 오래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펠로우’는 아이템을 이용해 펫으로 만들어 전투에 함께 참여하는 동반자로 삼거나, 장비에 능력치를 부여하는 아이템으로 변환해 소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모든 캐릭터들은 레벨이 20이 되면 특성을 투자할 수 있는데, 특성 포인트는 레벨 상승이나 경험치가 아니라 봉인한 펠로우를 희생시켜 얻어야 한다. ‘펠로우’는 100% 길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 정해진 길들이기 횟수도 정해져 있다. 무한한 특성 포인트 수급을 ‘펠로우’를 통해 제한시킴으로써 게임 시스템과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융화시켰다.
▲ '펠로우'로 특성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기존 콘텐츠들에 ‘펠로우’를 잘 녹여낸 점은 꽤나 마음에 드는 요소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MMORPG의 던전은 레벨에 맞춰서 이용하고, 레벨이 오르면 버려진다. 하지만 ‘이카루스’는 특정 던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펠로우’와 특수 ‘펠로우’들을 길들일 수 있는 재료를 배치해 던전의 재사용률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비행이 가능한 ‘펠로우’들에는 고도라는 수치를 적용해 일정 높이에 다다르면 소환이 해제된다. 즉, 성능이 좋은 ‘펠로우’는 더 높은 고도에 도달할 수 있다. 게임 내에는 고도에 따라 몬스터가 분배되어 있어, 유저들이 더 높은 곳을 갈망하게 만든다. 더 높은 창공을 향해 노력하는 유저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카루스’라는 게임명의 특징이 정말 잘 살아난 것 같다.
▲ 비행 중에는 항상 고도를 체크해야 한다
▲ 높은 곳에서 길들일 수 있는 몬스터도 있다
대기만성형 게임 ‘이카루스’ 초반 시선끌기가 필요하다
시작부터 시스템 버그로 인해 삐걱거렸던 ‘이카루스’는 초반의 식상한 진행과 돈복사 버그 등이 겹치며 좋지 않은 첫인상을 심어줬다. 유저들 사이에서도 간혹 ‘완성되지 않은 게임’이라는 말이 들려오곤 했다.
그러나 초반의 비호감 요소는 ‘펠로우’ 전투를 접하며 모조리 호감으로 바뀌었다. 필드 이동은 물론 전투, 비행, 성장 등 게임 내 모든 콘텐츠에 ‘펠로우’ 시스템이 녹아들어 있어, 기존 시스템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효과로 작용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펠로우’ 콘텐츠를 처음 접하게 되는 시기가 게임 중후반인데, 그 때까지 게임을 지속하게 만드는 매력 요소가 약하다는 점이다.
‘이카루스’에 남은 과제는 게임 초반과 후반의 유저들을 붙잡아 두는 것이다. ‘펠로우’를 활용한 콘텐츠가 ‘이카루스’만의 특징이라면, 더 초반부부터 이를 확실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가령 어떤 게임들은 최고 레벨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게임 초반부부터 임시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시선을 끌곤 하는데, ‘이카루스’도 초기 퀘스트에 ‘펠로우’의 기능들을 대부분 이용해볼 수 있는 식의 퀘스트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튜토리얼에서의 체험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카루스’는 ‘대기만성’이라는 사자성어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 게임이다. 오래 즐길수록 그만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로 보답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저들은 냉철하다. 일단은 초반의 지루함을 해결할 처방을, 그 이후에는 매력적인 엔드 콘텐츠를 보여주며 유저들을 붙잡아야 한다.
▲ 게임 대부분을 '펠로우'와 함께 하는 만큼 그 재미를 초반에 각인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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