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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신의진 공청회 명언 “말꼬리 잡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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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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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답정너’라는 표현 알고 계신가요? ‘해져 있어, 는 대답만 하면 돼’를 줄인 ‘답정너’는 원하는 말만 듣고 싶어하는 현상 혹은 그러한 사람을 가리킵니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꽉 막힌 이런 ‘답정너’ 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소득 없이 피로만 쌓이곤 합니다. 특히 나와 다른 의견을 받아 들여 좀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내자는 토론회에서 ‘답정너’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간주됩니다.

그런데 이번 주, 게임업계의 최대 이슈가 된 ‘4대중독법 공청회’ 현장에서 바로 이러한 ‘답정너’ 들이 출현했습니다. 그들은 입을 모아 주장했습니다. 법안에 반대하는 게임업계의 말을 들어보고자 한 자리가 아니라 ‘게임은 4대 중독물질이 분명하며, 이번 법안은 산업 규제법이 아니다’ 라고 말이죠. 결국 이번 공청회는 그들만의 논리를 강요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현장에 방문했던 게임개발자연대의 김종득 대표가 “이게 공청회인지, 단합대회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죠.

사실 공청회가 열리기 전부터 상황이 이렇게 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은 있었습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일반 패널 10명 중 무려 7명이나 이번 법안에 찬성하는 쪽이었기에, 수에서 밀리는 반대 측의 의견이 얼마나 잘 전달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앞섰죠. 이 소식을 전해들은 게임업계 인사들이 대거 현장에 방문해 반대 의견을 말했지만, 토론자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좌장은 아예 노골적으로 찬성 쪽에 손을 들어주더군요.

가장 대표적인 부분은 김종득 대표가 ‘인터넷과 게임중독 2가지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장면입니다. 직전에도 ‘의사가 게임을 중독이라 하는데 왜 아니라고 하냐’라며 중립을 지키지 못한 이번 공청회의 좌장 기선완 교수는 발언 중인 김종득 대표의 말을 자르며 ‘말꼬리 잡지 말라’라고 하며 의견을 묵살시키고 말았습니다. 축하합니다, 기 교수님. 이번 공청회의 최대 ‘답정너’ 로 떠오르셨습니다.

이 외에도 일반 방문자들이 찬성 측 의견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거나, 반대 측의 발언 중 같이 키득키득대는 등 이번 공청회는 흡사 ‘게임업계의 심문회’ 혹은 ‘4대중독법 부흥대회’와 같았습니다.

이번 공청회가 끝나자 네티즌들의 수많은 의견이 줄을 이었습니다. 먼저 대다수의 게임메카 독자들은 공청회의 공정성을 훼손한 규제 찬성 측 패널들의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ID vanca_Ct 님의 “게임에 대해 알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저런 자리에 있다는 게 화난다.”, ID 하스스톤키주세요 님의 “이건 무슨 초등학생 회의하는 것도 아니고 `말꼬리를 잡지 말라`니... 공청회라는 단어도 모르는 놈을 데려와서 공청회를 진행하겠다는 어처구니가 없을 뿐” 등의 댓글에서 네티즌들의 분노가 잘 느껴집니다.

이러한 상황이 될 때까지 손을 놓고 있던 게임업계에 대한 비판 여론도 들끓었습니다. ID 슬픔아래 님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가 협회 이름에서 게임을 버린 순간부터 게임산업은 이미 조기를 걸어두었다”, ID 휘슬블로어 님은 “돈 많이 벌어오는거 빼면 게임 관련 업계가 제시한 게 있기라도 하나.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는 당해도 싸다” 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명 게임 개발자들도 공청회를 지켜본 후 허탈한 심경을 표출했습니다. '마비노기' 의 개발자이자 현재 넥슨 데브캣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는 김동건 본부장은 트위터를 통해 "내가 노년에 자잘한 게임 만들면서 살려면 지금부터 이민을 알아봐야겠다. (영어는 잘 못하지만, 개발자들이)많이 가면 한국말하고 살 수 있을 듯" 라고 실망의 뜻을 표했습니다.

'그라나도 에스파다' 등을 제작한 IMC의 김학규 대표 역시 트위터에서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고, 한국의 개발실에는 아웃소싱으로 외주를 주고, 한국 게이머는 신용카드로 글로벌 서버에서 플레이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겠다" 라며 허탈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더불어 "토론하다가 내가 제시한 팩트의 헛점을 상대가 찔렀을땐 뭐라고 하면 될까? 정답은 '말꼬리 잡지 마라'" 라며 이번 공청회의 꽉 막힌 의사소통을 꼬집기도 했습니다.

게임업계는 무작정 게임이 나쁘지 않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올바른 사실을 전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엉터리 논리와 말장난으로 점철된 이번 공청회는 ‘게임업계에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게임 규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는다’ 는 씁쓸한 결과만 남기고 끝나버렸습니다. 씁쓸한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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