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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사막 첫 테스트, 게임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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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힌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검은사막'이 드디어 속살을 드러냈다. 우선 소감은 지난 9월 작성했던 체험기(바로가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 이 게임은 신선한 맛으로 가득하고, 충분히 기대해도 될법한 여러 매력이 넘쳐 흘렀다. 오히려 테스트를 진행하니 이 판단에 더 확신이 섰다. 

그러나 이번 '검은사막'의 테스트 내용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솔직하게 '어떤 부분'을 정확히 테스트 하고 싶었는지, 감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이런 게임이야' 정도만 보여주기에는 공개된 것이 너무 많았고, 게임적 비전을 보여주기에는 너무 조잡했던 게 흠이다. 테스트 기간 꽤 열심히 플레이했지만, '대체 어떤 의미의 테스트지?'란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 건 참 오랜만인 거 같다. 

덕분에 유저들의 반응도 확실히 갈렸다. 우선 한쪽에서는 '검은사막'의 순수한 콘텐츠 덩어리에 대해 평가를 한다. 이는 논타겟팅전투-교역-NPC친밀도-퀘스트-소소한놀이로 대변할 수 있는 '검은사막'의 매력적인 콘텐츠 자체에 초점을 둔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검은사막'의 콘텐츠는 신선한 맛이 있기 때문에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불편함이 따르긴 했지만, 이를 상쇄할 정도의 매력이 충분했다.

또 다른 쪽에서는 '검은사막'의 방향성, 즉 콘텐츠 한계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검은사막'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공성전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유저들 간 입씨름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성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리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유저들이 많았고, 토종 MMO에서 캐릭터가 강해질 수 있는 최고의 수단 '강화'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너무 멀리 간게 아닌가 싶지만, 시스템이 공개된 마당에 뭐라 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부분부분 보여준 게 너무 많았던 테스트였다. 차라리 하나씩 끊어서 테스트해도 괜찮았을 거 같은데, 뭐 어떤 '이유'에 따라서 이렇게 진행한 게 아닐까 싶다. 때문에 이번 리뷰에서는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측면에서 '검은사막'이 어떤 즐거움이 있었고, 또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짚어볼까 한다. 


▲ '검은사막'은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첫 테스트를 진행했다


- 어려운 게임? 불편한 게임? 괜찮아요, 신선하고 재미있으니까요

'검은사막'은 어려운 게임이다. 아니, 정확히 설명하자면 불편한 게임이다. 테스트 중에 누군가가 "어려운 것과 불편한 것도 구분하지 못하다니"란 말을 했는데, 곱씹어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확실히 '검은사막'은 이번 테스트에서 초보자를 배려하는 그 어떤 장치도 내놓지 않았다. '게임 좀 해본' 게이머들 위주로 테스터를 선정했다고 하지만, 진행에 버벅이는 유저들이 너무 많았다. 예를 들어 최근 게임의 가장 기본이 되는 퀘스트부터 받고-수행하고-보고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퀘스트는 받았는데 보고해야 하는 NPC가 어디있는지 모르겠고, 분명 위치는 여기가 맞는데 NPC가 사라져 애를 먹기도 했다. 알고 보니 밤이 되면 일부 NPC가 퇴근을 한다고. 전체 맵에 표시되는 퀘스트 목적지도 설계 자체가 괴상하게 꼬인 건지 '아주 정확하게' 위치를 표시해주지 못한다. 대충 그 근처가서 발견하면 그걸 때려잡거나 하는 식이다. 사냥해야 할 몬스터의 경우 링크(동족 인식)가 돼 있을 경우, 그 범위가 너무 넓어 툭 하면 도망치기 일쑤다. 한 대 맞을 때마다 전투태세로 바뀌는 텀도 짜증을 유발한다. 또, 게임 자체에 '귀환'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일단 뭐가 됐든 발로 사방을 뛰어다녀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겨우겨우 퀘스트를 마무리하면서 NPC와 대화하다보면 '친밀도'라는 시스템이 눈에 보이는데, 도통 이게 뭔지 모르겠다. 어감만 따지면 이 녀석과 친밀도를 높이면 뭔가 굉장한 혜택이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막상 '이야기 교류' 버튼을 눌러도 너무나 복잡해보이는 인터페이스에 숨이 턱 막힌다. 아, 귀찮다. 일단 버리고 다른 거부터 하자. 

다음으로는 각종 노드. '노드'라는 표현도 꽤 어려운데 역시 보조설명이 없다. 그냥 노드관리인이나 구조물을 막 클릭하면 이게 활성화된 건지, 안 된 건지 모호하게 넘어간다. 탐험노드는 바로 활성화되지만, 교역노드는 해당 위치를 찾아간 뒤 전체 맵을 열어 활성화하는 방식이라 여러 번 '삽질'을 해봐야 성공할 수 있다. 어설프게 교역루트를 하나 뚫었는데 이것도 막막하다. 교역 NPC가 물건을 파는데 시세추이만 나올 뿐, 구매 목록이 뜨지 않는다. 알고 보니 화면에 있는 '아이템'을 클릭해야 목록이 보인다. 채집 노드는 여기에 일꾼을 보내야 하는데 대체 어디서 얻는 건지, 또 어떻게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겨우 퀘스트로 일꾼 한 마리를 얻었는데, 이 녀석이 일은 잘하고 있는지 채집한 건 어디로 들어오는지도 알 수 없다. 

플레이어가 전투 시 사용하는 스킬도 보조설명이 너무 부족하다. 가장 좋은 예로 스킬에는 각성 시스템이 있다. 이는 어떤 특정 스킬을 계속 사용할 경우 '추가 옵션'이 붙는 형태로 각성되는 형태인데, 충격적이게도 많은 유저들이 이 시스템을 몰랐다. 스킬 트리도 인터페이스를 너무 대충 만들어놨다. 스크롤바를 내리면 패시브를 비롯한 여러 스킬이 더 있다는 것을 10레벨 이후에 깨달은(?) 유저들도 상당했다. 

맞다. 이렇게 '검은사막'의 모든 콘텐츠와 시스템은 직접 체감하고 발로 뛰며 이해해야 한다. 덕분에 너무 불편하다. 얼마나 불편한지는 더 설명할 수 있지만, 일단 이 정도로도 충분해 보인다. 


▲ 전체맵과 각 기능을 이해하는 것도 시간이 다소 걸린다


그러나 자세히 따져보면 이런 식의 '불편함'은 유저들에게 '왜?'라는 묘한 동기를 유발시킬 수 있다. 대체 왜 이렇게 불편하게 해놨을까? 이런 식의 궁금증은 리스크가 있지만 '몰입'이란 요소를 획득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게임을 감각으로 이해해나가는 데 성공하면 '몰입'은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매우 다행히 '검은사막'은 바로 이 '몰입'이란 부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그럼 다시 보자. 우선 퀘스트의 경우 처음에는 너무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적응을 하면 할수록 새로운 매력에 눈뜨게 된다. 요즘의 게임은 '자동이동'을 비롯해 모든 것을 맵에 표시해주는데 '검은사막'은 돌려서 표현했다. NPC가 어디있는지 모른다? 그러면 메뉴를 열고 '지식' 창을 열면 된다. 거기에 내가 만난 NPC 정보가 백과사전처럼 분류돼 있다. 그러면 그 NPC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퀘스트 지역을 보는 관점도 서서히 달라진다. 처음에는 '옛 게임 습관'대로 맵만 열고 찾아가지만, 유저들은 점차 '퀘스트용 맵'이 아니라 '게임'을 보게 된다. 게임이 제공하는 풍성한 월드를 만끽할 수 있는 셈이다. 

또, 모든 지역은 안개로 덮혀 있는데, 탐험 노드를 활성화할 때마다 지역이 밝아진다. 때문에 이왕 퀘스트하러 간 김에 탐험노드를 밝히며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워낙 '분위기'가 거칠다보니 새로운 탐험노드를 밝히는 것도 하나의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 '길드워 2' 같은 익터랙션 기반의 다이나믹 이벤트는 없었지만, '검은사막'은 일단 분위기 자체만으로 이것이 즐겁다. 초보 지역이 아닌, 중·후반으로 갈수록 탐험노드에 여러 '장치'를 심어놓는다면 이렇게 '밝히는' 재미 또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NPC 친밀도 역시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무척 쉽다. 게임을 하다보면 여러 수단(퀘스트, 대화, 전투)으로 '지식'을 쌓을 수 있는데, 이걸 가지고 그냥 이야기를 교류하면 된다. 호감과 흥미에 맞춰서 "연속 5번 흥미를 유발하라"같은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 미니게임 같은 식이다. 이렇게 친밀도를 쌓을수록 해당 NPC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준다. 퀘스트를 주기도 하고, 플레이어를 알아보고 친근하게 대화하기도 한다. 상인 NPC의 경우 판매하는 아이템이 달라지기도 한다. 망아지 팔던 상인이 말을 내주기도 한다. 이렇게 하나하나 발견할수록 그 자체에 흥미를 느껴, 또 다른 것을 찾을 수 있다. 이게 바로 몰입이다. 

교역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복잡하다고 느끼지만 '돈 버는 맛'을 알면 그때부터 집중하게 된다. '검은사막'은 초기 돈 버는 방법이 너무 고단한데, 교역을 시작하면 쉽게 돈을 만질 수 있다. 교역 방법은 손수 들고 뛰든가 망아지나 수레를 이용할 수 있다. 물품을 사온 이후 판매할 때는 시세가 높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도 하는데, 바로 이 시간에 앞서 언급한 NPC와 이야기 교류 등을 하며 놀면 된다. 게임을 어떻게 즐기는지 시스템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정해서' 즐길 수 있는 게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전투도 꽤 재미있다. 이 게임은 물약전투가 가능한데, 무한이 아니라 몇 초의 쿨타임이 있다. 대신 계속 사용하고, 이를 장려하듯 계속 물약을 준다. 덕분에 논타겟팅 전투의 진미라 할 수 있는 '몰이사냥'도 충분히 가능하다. 처음에는 쫄지만(?) 능숙해질 수록 전투 스타일 역시 본인이 만들 수 있다. 스킬도 그 종류가 많기 때문에 하나씩 만들어가며 쓰는 재미 역시 나쁘지 않다. 

또, 의외로 '검은사막'은 귀엽고 소소한 재미가 다양하다. 우선 흥미 퀘스트. 예를 들어 높은 지형에 올라가야 하는 퀘스트(집나간 고양이 잡아오기)나 쥐몰이 퀘스트 등이다. 쥐를 몰기 위해서는 피리를 불어야 하는데, 이 피리를 불면 화면이 잠깐 '미니 리듬게임'처럼 바뀐다. 노동현장에서 수레를 끄는 퀘스트도 중심을 잡으며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은은한 재미가 느껴진다. 총을 얻고 갈매기를 쏘는 것도 존재한다.  

기상변화도 꽤 흥미로운 시스템이다. 보통의 게임은 비가 내리거나 눈이 오는 식의 기상변화가 있는데, '검은사막'은 여기에 더해 폭풍우가 존재한다. 폭풍우가 쏟아지면 일단 화면이 완전히 시꺼메진다. 정말 어두운 것이 거의 아무것도 안 보인다. 가끔 번개가 치면 화면이 잠시 밝아지는데, 바로 거기서 위치를 감잡고 엉금엉금 이동해야 한다. 갑자기 친 벼락에 호박귀신을 앞에서 보면 깜짝 놀라기도 한다. 확실히 이런 소소한 재미가 많은 것은 '검은사막'을 다시 보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유저들은 '검은사막'에 적응할수록, 그 불편함보다는 '매력'에 더 관심을 보였다. '왜?'라는 물음 역시 해결 이후 몰입으로 이어져 더 길게 게임을 하게 만든 요소로 작용했다. 캐릭터 생성하고, 내 캐릭터 감상하고, 이후로 퀘스트만 일사천리로 진행하는 그런 영혼 없는 게임진행과 궤를 달리한다. 

활성화된 채팅창 역시 짚어볼 만한 요소다. 요즘의 게임은 초중반까지 대체로 '솔로 플레이'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채팅창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누구도 진행에 어려움이 없으니 말을 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온라인게임의 묘미라 할 수 있는 인터랙션이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검은사막'은 바로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어렵고 불편해도 좋으니, 최소한 온라인게임다운 그런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NPC가 어딨냐는 질문, 저기 있다는 답변, 도배하지 말라는 호통, 된소리 섞인 문장까지, 왁자지껄한 채팅창을 본 건 참 오랜만이다. 이런 채팅창은 초창기 '아키에이지'를 떠올리게 한다. '아키에이지'는 불편함과 어려움 사이에서 결국 '익숙함'을 선택했는데, 과연 '검은사막'은 어떤 부분에서 타협할지 궁금해진다. 특히 이 부분은 대중성과 어떤 지점에서 타협하느냐에 가깝기 때문에 중요한 선택이 필요해 보인다. 

요컨대, 아직까지 기자는 이 불편함과 어려움 사이에서 오는 '검은사막'의 매력을 높게 평가한다. 모든 타겟을 아우르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곧 '검은사막'의 정체성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화승총으로 갈매기를 쏴라! (사실 어렵다-_-;)


▲ 피리를 불어 쥐를 모은 뒤, 바닷가에 빠뜨리는 퀘스트(음표를 피하는 맛이 쏠쏠하다)


▲ 밤이 되면 퇴근하는 NPC가 있으니, 이럴 때는 여러 가지를 하면서 놀면 된다


▲ 내 집을 장만해 놀 수도 있고




▲ 어딘가에서 낚시를 할 수도 있다, 낚은 물고기는 물약 대용으로 쓸 수 있다




▲ NPC 이야기 교류도 사실 쉬운 콘텐츠, 콤보 터뜨리는 재미가 있다




▲ 폭풍우가 몰아치면 정말 현실처럼 잠시 어딘가에 피신해 있어야 한다




▲ 당나귀를 타다가 후에 돈을 모아 말로 바꿀 수 있다(말은 NPC 이야기 교류 루트를 타면 구할 수 있다)




▲ 퀘스트 등으로 지역 공헌도 포인트를 얻으면 아이템으로 교환할 수도 있다




▲ 아이템 제작은 일꾼을 통한 채집으로 활용할 수 있다



- '검은사막'은 그저 그런 한국형 MMO에 불과하다? 

사실 '검은사막'은 앞서 언급한 콘텐츠와 시스템만 선보였다면, 우수한 평가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테스트에서 게임의 핵심 중 하나인 공성전과 PvP 전투가 대략 윤곽을 드러내면서 약간 호불호가 갈렸다. 이건 단순히 '재미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앞서 언급한 '검은사막'의 시스템과 콘텐츠를 보면 토종 MMO의 방향에서 벗어나 북미형 MMO의 길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애초에 펄어비스는 국내뿐 아닌 해외시장을 타겟으로 게임을 제작했던 만큼, 충분히 이 부분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엔드 콘텐츠'다. 바로 이 '엔드 콘텐츠'는 게임의 지속성 여부와 함께, 해당 게임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테스트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다름 아닌 '강화 시스템'이었다. +1, +2 '리니지'에서 파생된 이 시스템은 지금까지 토종 MMO(지금은 모든 장르)에서 롱런에 큰 영향을 주는 형태로 발전돼왔다. 

'검은사막' 역시 이러한 강화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테스트 체감만 놓고 봤을 때, 해당 강화 시스템이 '엔드 콘텐츠'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꽤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장비 아이템의 경우 기존 '리니지'처럼 착용 레벨 제한이 없다. 그리고 레벨이 올라 새로운 아이템을 구한다고 해도, 기존 아이템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 아이템의 가치를 올리는 방법은 하나, 바로 강화뿐이다. 이런 식의 시스템은 기존 '리니지'뿐 아니라, 김대일 대표의 전작이었던 'R2'와 같은 흐름을 탄다. 아이템을 강화하고, 더 무리해서 높은 수치를 가질수록 그 캐릭터는 강력해진다. 결국 유저들은 캐릭터를 더 강력하게 하고 게임이 내세웠던 '공성전'을 위해 강화라는 것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테스트 후반에는 특정 지역에 자리를 잡고 '넘어오지 마시오'라는 듯 사냥에만 매달리는 유저들도 많았다. 

사실 공성전 자체도 뭔가 신선한 맛은 없다.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기보다는 그냥 무리지어 쳐들어가고, 이를 방어하고 하는 식이다. 뭔가 전략과 전술, 스킬 차이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이번 테스터들이 그렇게 떠들어댔던 '강한 캐릭터'가 많은 쪽이 당연히 우위에 설 수 있는 형태로 설계된 듯 보인다. 

돌이켜보면, 토종 MMO에서 강화 시스템은 필수 항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부터 강화 시스템은 게임의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목적'이 됐기 때문이다. 강화를 목적으로 사냥을 하고, 게임 플레이를 이어가는 스타일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이번 '검은사막'의 테스터들이 강화 시스템을 부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아키에이지'가 그랬듯, 이제 그 지루하기 짝이 없는 고질적인 토종 MMO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검은사막'은 다소 불편하지만 개성 있는 여러 콘텐츠가 많다. 당연히 유저들은 이 자체에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탐험(모험)을 하고, 교역을 하고,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NPC와 친밀도를 쌓고, 나만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어느 순간 뚝 끊긴다면? 결국 이런 모든 것의 '목적'이 가면 갈수록 '내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한정된다면?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 부분이 위험한 것은 토종 MMO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콘텐츠 수급을 이런 식으로 해결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낙 게임이 빨리 나온 만큼,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검은사막'은 PK에 대해서 다소 하드코어함이 묻어 있다. 누군가를 사살하면 죽은 캐릭터는 경험치를 잃고, 인벤토리에 있는 물품을 무작위로 떨어뜨린다. 이 부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결국 모든 플레이어는 어떤 콘텐츠를 즐기든 간에 '강해지기 위한' 목표의식을 공통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테스트에서 공성전을 비롯한 PvP 시스템 공개는 '실패'로 끝났다. 여기서 실패란 시스템 적으로 문제가 있다기보다 유저들의 '동의'를 얻는데 실패했다는 의미가 더 크다. 물론 이 부분은 아직 첫 테스트이기 때문에 '문제'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테스터들은 '초반부 보여준 게임의 여러 매력이 결국 나중에는 PvP에서 강해지는 것으로 변질될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만큼, 다음 커뮤니케이션과 펄어비스는 이 부분에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 역시 가장 두려운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아직까지 검은사막의 공성전은 소위 '개떼싸움' 면모가 강하다








▲ 공성전은 아직 다듬을 것이 많다


- '검은사막'이 다음 테스트에서 보여줘야 할 것들

여러 감정이 오갔지만 '검은사막'의 첫 테스트는 일단 안정적으로 마무리됐다. 서버 문제도 없었고, 다음 커뮤니케이션이 의도한대로 테스트 자체도 원활하게 잘 돌아갔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준 탓에, 앞서 언급한대로 유저들의 반응은 크게 갈렸다. 이제 남은 건 그에 대한 '대답'뿐이다. 

우선 게임 콘텐츠와 시스템 적인 부분에서는 이미 답이 나와있다. 매력적인 내용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장치(튜토리얼, 툴팁 등)에 미니맵 개선(파티원 표시조차 되지 않는다), 자동 달리기를 비롯한 여러 반응이 미비한 부분에 대한 개선, 몬스터 배치(너무 조잡하다),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세부 개선 등이 필요하다. 사실 전체적인 뼈대는 잘 잡혔으니, 손만 보면 금방 완성될 거 같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검은사막'의 게임적 비전이다. 기존 김대일 대표의 게임이었던 'C9' 등의 액션게임하고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니, 분명하게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게 'R2'와 같은 흐름이 될 수도 있고, 그 어떤 다른 게임의 흐름이 될 수도 있고, '검은사막'만의 무엇이 될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이번 테스트에서는 바로 이 부분은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음 테스트에서는 어설프게 보여주는 것보다 게임적 비전을 더 확실하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 바로 그 대답에 따라서 '검은사막'을 보는 기준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솔직하게, 기자는 '검은사막'이 조금 더 욕심을 냈으면 한다. 


▲ 2차 테스트가 기다려지는 '검은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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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사막 2015년 7월 14일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펄어비스
게임소개
'검은사막'은 각종 클래스의 특성을 살린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스킬, 플레이어가 직접 느낄 수 있는 강렬한 타격감, 전술적인 면을 강조한 대규모 공성전, 개성넘치는 캐릭터와 화려하면서 사실적인 비주얼을 장점으로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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