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1일,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된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
잠입 액션게임 ‘메탈기어’ 시리즈의 첫 외주 제작으로 주목받은 ‘메탈기어 라이징: 리벤전스(이하 라이징)’가 지난달 21일 멀티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라이징’은 플래티넘게임즈가 ‘메탈기어’ 세계관을 토대로, 꽃미남 외모의 조연 라이덴을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통 액션게임이다.
게임은 본래 코나미가 제작할 예정이었지만, 개발 도중 플래티넘게임즈로 넘겨져 일찍이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팬들의 찬반양론이 거셌는데, ‘베요네타’, ‘매드월드’ 등, 숱한 액션 게임을 개발해온 플래티넘게임즈라는 점에 기대된다는 의견과 도박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분분했다.
이 같은 기대와 우려를 모은 ‘라이징’이 일본과 같은 날, 국내에서도 정식 발매됐다. 과연 코나미의 판단은 적절했을까 아님 착오였을까?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봤다.
▲ 원작자 코지마 히데오가 없는 '메탈기어' 신작은 어떨까?
플래티넘 게임즈가 독자적으로 창조한 ‘메탈기어’ 세계관
액션 게임에서 스토리는 사실 주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어떤 내용이든 사람에 따라 좋다 또는 나쁘다의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이징’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게임이 전쟁에 대한 속 깊은 철학을 이야기해온 ‘메탈기어’의 세계관을 계승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야기 흐름은 이렇다. 주인공 라이덴은 무장 테러조직 데스페라도에 맞서면서 활인검과 살인검의 선택에서 갈등한다. 그리고 강적과의 사투 속에서 갖은 위기에 봉착하지만, 결국 극복하고 자신만의 정의를 관철하면서 끝난다.
▲ 살인검과 활인검에서 갈등하는 주인공 라이덴의 이야기, 솔직히 감동이 없다
테러 사건의 계기와 발단 그리고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무엇보다 라이덴이 정의를 관철하는 계기가 일본 만화 설정처럼 현실과 동떨어지게 전개돼 아쉬움이 남는다. 그동안 ‘메탈기어’ 시리즈가 전쟁의 실상과 부도덕에 대해 현실적으로 물어온 것과 비교해, ‘라이징’에서는 어떠한 사회적인 메시지와 철학적 깊이를 찾아볼 수 없다. 역대 ‘메탈기어’ 이름을 계승한 작품 중에 가장 감동이 없다고 혹평할 수 있겠다.
그나마 원작의 무선 통신(시스템)을 ‘라이징’에도 추가한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다. 게임 진행 중에 언제든 셀렉트 버튼을 눌러 주요 인물들과 통신할 수 있는데, 사운드와 인터페이스에 이르기까지 ‘메탈기어’ 시리즈와 같다.
▲ '메탈기어'의 이름을 계승한 신작 답게, 화면 구성이 같다!
주요 인물과의 통신이 재미있는 이유는 대화를 통해 게임 진행에 필요한 힌트를 알려주면서, 현재 목표와 무관한 소소한 일상적인 내용의 대화(때론 작업)를 나누기도 해 해당 캐릭터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풀 음성에 대화의 양도 다른 액션 게임 이상으로, 미션 장소가 바뀔 때마다 셀렉트 버튼을 눌러 통신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스토리 진행 중에 메탈기어 레이(적)나 전작 ‘메탈기어 솔리드 4’에 등장한 바 있는 써니가 재등장하는 등 원작 속 오마주를 찾아볼 수도 있다.
▲ 여기에 액션 못지 않게 재미있는 주요 캐릭터들과의 통신
정확한 타이밍과 베는 방향이 관건인 ‘절단 액션’
‘라이징’의 액션은 ‘메탈기어’와 확연히 다르다. 은밀하게 움직이기 보다 정면대결을 통해 베고, 막고, 절단시키는 화끈한 검 액션을 즐길 수 있으며, 특히 적을 벨 때의 쾌감이 일품이다. 여기에 일반 베기 공격에도 흥건하게 피가 뿜어지는 과도한 연출을 비롯하여 막거나 반격을 가하는 모든 액션에 동반되는 충격파, 결정적으로 무기와 무기가 부딪칠 때의 사실적인 소리까지 시각에 청각적 쾌감을 동시에 자극한다.
▲ 과도한 연출, 검과 검이 부딪칠 때 발생하는 충격파, 그리고 사실적인 소리까지
▲ 베고, 막고, 절단하는 액션! 콘솔의 장점인 손 맛까지 일품이다
특히 기력 게이지를 소모해 발동할 수 있는 ‘블레이드 모드’가 짜릿함의 핵심이다. ‘블레이드 모드’는 발동과 함께 자신을 제외한 주변의 시간이 느려지면서 일반 공격 이상으로 빠른 연속 베기가 가능하다. 일반 사용 시 적에게 대미지를 안겨주는 빠른 연속 베기에 불과하지만, 적이 혼란 상태와 같은 무방비 상태에서 사용하게 되면 팔이면 팔, 다리면 다리, 부위별로 적의 신체를 양껏 절단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플레이어의 컨트롤에 따라 본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난도질을 가할 수도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도 제격이다.
▲ 라이덴의 위치가 지상 혹은 공중이냐에 따라 연출이 달라지는 '블레이드 모드'
▲ 본래의 형태를 알 수 없을 만큼 난도질도 가능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블레이드 모드’ 발동 시 체액 흡수라는 부가 목표도 심어놔 재미를 더한다. 게임에서 라이덴은 적들의 체액을 흡수해 자신의 체력과 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 체액은 ‘블레이드 모드’ 상태에서만 화면에 표시되는 붉은 테두리(절단선)를 베어내야만 획득할 수 있다. 타이밍을 놓치거나 베는 위치가 틀리면 절단선이 사라지므로, 정확도와 순발력을 동시에 요구한다. 특히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테두리의 크기가 점점 작아져 어려운 액션 게임을 원했던 플레이어들의 도전 본능을 자극한다.
▲ 체액을 얻기 위해서는 절단선을 정확하고 빠르게 베는 것이 관건
▲ 성공하게 되면 멋진 연출과 함께 체력과 기력을 회복된다
무엇보다 사이보그(기계 포함)마다 베어야 하는 위치가 랜덤하게 표시되고 적에 따라 무방비상태로 빠트리는 공략 또한 다르다. 이는 같은 타입의 적이 반복해 등장해도, 매 순간 긴장감 넘치는 액션을 즐길 수 있는 순기능으로 작용한다.
매력도 패턴도 확립된 재미난 ‘보스전’
게임에서 보스전은 주로 1대 1 상황에서 전개된다. 기본적으로 보스에게 일반 공격은 큰 피해를 주지 못해 효율이 많이 떨어지며, 오로지 ‘블레이드 모드’에서 약점을 베어내는 것만이 빠른 공략의 핵심이다.
▲ 보스전에서는 반격 타이밍을 잡아 '블레이드 모드'를 노리자
특히 등장 보스들의 개성이 뚜렷하고 격투 스타일도 확연히 달라 인상 깊다. 보스로는 채찍과 같은 긴 창을 사용하는 미스트랄, 신체가 조각조각 동강이 나 있어 360도에서 변칙 공격을 가해오는 몬슨, 강력한 힘와 공방 일체의 성능을 자랑하는 병기를 장착한 선다우너, 그리고 발도술로 보스 중 가장 빠른 공격 속도를 자랑하는 사무엘, 스포츠맨을 자칭하며 각종 격투기를 사용해 돌진하는 최종 보스 암스트롱 등이 있다. 이 밖에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며 미사일과 레이저 공격으로 압박해오는 메탈기어들까지, 보스 하나하나에 매력을 살리고자 애쓴 플래티넘게임즈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 개성 강한 보스 캐릭터들, 전투 스타일도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낸다
무엇보다 보스들은 일정 이상 대미지를 입게 되면, 장소를 이동하거나 전투 스타일을 바꾼다. 칼을 버리고 육탄전을 벌이거나, 거대한 구조물을 계속해 집어 던지기도 한다. 여기에 붉은 또는 노란색 빛깔이냐에 따라 일반 공격과 가드 불능 잡기로 나눠지는 등 일종의 두뇌 싸움도 전개돼, 일반 적과의 싸움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재미를 느낌과 동시에 엄청난 난이도 상승에 좌절을 겪기도 할 것이다.
▲ 체력이 일정 이하로 줄어들면 전투 스타일 변화, 여기에 어떤 색깔이냐에 따라 공격 패턴도 달라진다
화려한 액션 뒤에 감춰진 소소한 아쉬움
액션의 재미는 실제 플레이했을 때 기대 이상이었다. 반면, 기대 이하라 실망한 부분이 총 3가지 있다. 바로 배경 그래픽과 카메라 시점, 그리고 플레이 타임이다.
먼저 게임의 배경 그래픽은 허허벌판과 다름없는 공터나 동일한 구성의 연속인 하수도 등,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마다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여기에 벽 너머 적을 베는 등의 배경을 활용한 액션도 없어, 게임에서 배경의 역할이란 적에게 곧장 발각되지 않도록 임시로 설치해둔 칸막이에 불과하다. 또한, PS3 게임의 그래픽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낮은 품질의 배경 묘사와 캐릭터 모델링도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두 번째는 카메라 시점이다. 일반적으로 액션 게임에서 카메라 시점은 어느 정도 고정된 시야를 토대로,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하도록 한다. 하지만 ‘메탈기어 라이징’에서는 조작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크게 불편한 상황이 있다. 바로 협소한 장소에서 뒤로 벽을 등지고 있을 때다.
▲ 카메라 시점이 막무가내라 애를 먹기도...!
협소한 장소에서의 전투는 카메라 시점이 고정돼 일종의 ‘사각’이 생긴다. 이 사각에서는 적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공격하는 순간도 보이지 않아 페리(시노기, 막기) 타이밍을 놓치기 십상이다. 여기에 캐릭터 주변에 오브젝트가 많다면 순간적으로 시야를 가려 당혹스러운 일을 겪기도 한다. 소리만으로 방어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 액션 게임의 고수가 아니라면, 현재 장소를 벗어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액션 게임에서 적을 만날 때마다 싸울 장소부터 고려해야 하는 불편함은 일종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짧은 플레이 타임이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미션은 총 8개로, 이벤트 장면을 제외하고 순수 플레이 시간이 5시간 미만이다. 발매 연기를 거듭하면서 액션의 완성도와 재미를 높였지만, 콘텐츠 개발은 포기했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 실력이 좋은 어느 플레이어는 3시간 내 완료했다고 밝혀올 정도다. 여기에 온라인 플레이도 지원하지 않아 엔딩을 보고 나면 다시 할만한 동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총 플레이 타임, 짧아도 너무 짧다
물론 도전 욕구가 강한 플레이어는 더 어려운 난이도에 도전하거나 업적 달성에 열을 올릴 수 있겠지만, 이미 적의 공격 타이밍을 외우고 있고, 같은 방식의 노가다로 인해 지루함만 느껴진다. 플레이어마다 개인 차가 있겠지만, 모든 과제를 완료하는 데 걸리는 총 플레이 타임이 10시간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 도전 과제와 같은 추가 목표가 남아있지만, 여타 액션 게임에 비해 콘텐츠 부족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만약 후속작이 출시된다면, 다시 한번 플래티넘게임즈가 맡기를…!
‘라이징’은 액션의 재미, 그 하나에 집중했다. 아쉬움으로 지적한 기대 이하의 배경 그래픽, 카메라 시점, 짧은 플레이 타임은 여타 액션 게임에서도 자주 지적되어온 흔한 단점이라 볼 수도 있다. 이런 아쉬움들은 게임 속 베고 절단하는 액션의 재미로 충분히 덮고도 남음이다.
이제와 돌이켜 보면 코나미 측이 플래티넘 게임즈에게 개발 전권(외주)을 맡긴 결정은 현명했다. 최근 들어 너무 많은 콘텐츠를 넣어 하나의 장르로 특정 짓기 불분명한 게임들이 많아왔는데, ‘라이징’은 액션 하나에 충실했다. 이는 어떤 의미로 액션 게임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후속작 개발이 진행된다면, 다시 한번 플래티넘 게임즈가 맡았으면 한다.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리그 오브 레전드
- 2 발로란트
- 3 FC 온라인
- 41 로스트아크
- 51 메이플스토리
- 62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 7 서든어택
- 87 패스 오브 엑자일 2
- 9 메이플스토리 월드
- 102 오버워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