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팡야의 새 히로인 '스피카'
기획 회의를 시작한지 벌써 3개월. 이제야 겨우 신규 업데이트 주인공의 기본 초안이 마련됐다. 이번 주인공은 외계에서 온 우주인인데, 모습은 귀엽지만, 성격이 당찬 10대 소녀다. 멤버들 사이에서 조금 더 키를 키우자, 예쁜 옷을 입히자는 바람은 많았지만, 절충을 거듭해서 러프 스케치를 완성했다. 기획이 끝났으니 이제부터 시작이다.
- ‘팡야’ 신규 캐릭터 ‘스피카’ 개발팀의 일기-
온라인게임에서 ‘나’를 대신하는 캐릭터. 이 하나의 캐릭터를 개발하기 위해 게임사에서는 무수히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필요 인원도 많아 기획자,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 3D 모델러, 원화가, 영상 제작자 등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인원이 충원되면 기획에서 개발까지 짧게는 2달 길게는 1년까지도 걸리는 마라톤이 시작되는 것이다.
엔트리브소프트의 ‘팡야’는 이번 겨울방학을 맞아 대규모 업데이트 '챌린지'를 12월 내 오픈한다. ‘넬’ 이후 2년 만에 추가되는 신규 캐릭터 ‘스피카’를 발표하기 위해 ‘팡야’ 팀은 몇 달 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게임메카는 ‘팡야’의 새로운 히로인 ‘스피카’가 탄생하기까지 과정을 담아 보았다.
<시작: 회의 그리고 또 회의>
엔트리브소프트의 김홍석 개발팀장은 골프게임 ‘팡야’를 맡아 기획, 그래픽, 프로그램 팀의 의견을 모두 조율하는 수장이다. ‘팡야’는 여타 스포츠게임보다 훨씬 캐릭터성이 강한 골프게임이다. 그렇다 보니 캐릭터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들이는 공은 남 못지않을 수준이다.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서 기획과 그래픽 인원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하는데 무려 3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
▲ 김홍석 개발팀장 | “보통 업데이트를 실시하기 위해 기본적인 초안을 작성하고, 초안을 토대로 각부서에서 전문 영역과 관련된 의견을 제안합니다. 개발 쪽에서는 프로그램적으로 구현 가능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 그래픽 쪽에서는 비주얼적인 조언을 주고, 그리고 사업 쪽에서는 해외 퍼블리셔들의 의견을 조합해서 제시해 주기도 하지요.” |
이번 챌린지 업데이트를 맞아 ‘팡야’ 팀이 가진 바람은 하나였다.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 기존 ‘팡야’를 어지럽히지 않되 다른 캐릭터가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는 신선한 얼굴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팡야’의 캐릭터들은 귀엽고 아기자기하게 생겼다. 다들 착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게이머를 매료시켰지만, 문제는 하나같이 모두 동일한 분위기를 풍겨 심심했다.
▲ 그래픽 파트를 급습하니, 회의 진행자가 급히 안건을 지우고 있었다 (혹시 기업 비밀?)
‘스피카’를 만들기 위해 각 팀이 모두 브레인스토밍을 거치고 주요 키워드를 추출했다. 인기 1위인 '쿠'와 비슷한 여성 캐릭터로 가되, 더 톡톡 튀고 도전적인 악녀라는 콘셉트로 가는 것. 이렇게 키워드가 잡히자 살붙이기 작업이 진행됐다. 헤어 스타일을 트윈테일로 할 것인지, 포니테일로 할지 결정한 후, 키는 크게 만들까, 작게 만들까 서로 원하는 이상형을 나열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둘, 터미네이터는 2편, 3편 뒤로 갈수록 욕을 먹었지>
외계 소녀, 인간이 아님, 독특한 모습, 도전적인 눈빛, 롤리팝 캔디 같은 발랄한 이미지. 회의를 거듭해 결정된 ‘스피카’의 키워드. 섹시, 발랄, 장난기 넘치는 다양한 초안 모델이 제시됐다.
▲ 키워드를 가지고 원화 팀에서 제안한 '스피카' 초기 디자인 (자료 제공: 엔트리브소프트)
▲ 키워드를 가지고 원화 팀에서 제안한 '스피카' 초기 디자인 (자료 제공: 엔트리브소프트)
각 팀의 조율된 의견을 가지고 기획자가 팔을 걷어붙일 단계가 됐다면 이제 캐릭터가 태어난 세계, 생일부터 시작해서 성격, 취미, 애인의 여부까지 밑도 끝도 없는 수많은 특징을 정할 시기다. ‘팡야’의 귀여운 소년 캐릭터인 누리는 취미가 태권도에 액션영화보기라는 설정을 하고 있다. 도대체 게임 캐릭터 취미가 웬 영화보기냐며 자문할 수 있지만, 이렇게 설정을 잡아 두면 평소 말투나 행동 묘사와 같은 연결점을 만들기 쉬워진다.
▲ 김지훈 기획과장 | “ 보통 후속작으로 갈수록 욕을 먹는다는 진리가 있잖아요. '터미네이터’도 2편과 3편, 4편이 모두 망했듯이 말이죠. ‘팡야’도 새로운 게임이 아니고 벌써 9주년이 다 되는 게임이다 보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죠. 이미 8년 동안 이끌어 온 이야기를 어떻게 더 발전시키고 생명을 이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신규 캐릭터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예요. 전체적인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인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 2차로 진행되면서 스피카는 감정적이고, 다양한 표정을 가진 캐릭터로 변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 제공: 엔트리브소프트)
‘스피카’는 기존 ‘팡야’ 캐릭터에게는 없었던 외계소녀라는 설정을 가진다. 외계행성 WZ 818c섹시 와 같은 콘셉트로 탄생한 ‘스피카’는 캐릭터의 기분에 따라서 모션이 다르게 나타나는 등 기존 캐릭터들과 많은 차이점을 두었다. 감정표현이 다양해서 도전에 실패하면 짜증을 내기도 하고 로이를 괴롭히기도 하는 등 공작새 같은 매력의 소유자라고.
<셋. 원화가와 모델러 “내가 네 아버지다”>
▲ '스피카'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데 열중이던 윤종빈 원화 파트장
기획자가 완성한 이야기를 가지고 캐릭터를 구체화시키는 사람은 원화가와 모델러다. 특히 원화가는 캐릭터를 ‘아이’라고 부르고 자신을 ‘아빠’ 혹은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캐릭터 창조 과정에 애정을 쏟아 붙는다. ‘팡야’는 초기부터 스타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고 박정훈 작가를 필두로 아기자기한 매력과 로맨틱한 삽화가 자랑이기도 했다. 스포츠게임이지만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으로 해외 여러 나라에서 고유 일러스트집을 발간하기도 했을 정도. 원화 팀에 언제나 막중한 기대감이 올라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윤종빈 캐릭터 원화 파트장 | “원화는 게임을 만드는 쪽과는 동떨어져 있어요. 상품을 만들어 내고 파는 입장에서 생각하기 보다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감정을 최대한 이입해야 하죠.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와 의사소통입니다. 기계적이거나 수치적인 일이 아니다 보니 이미지가 전달하는 감정, 느낌에 민감해야 합다. 그렇게 같이 소통하다 보니 어느새 내 아이 같아지더군요.” |
원화가는 이미지를 관리하는 입장으로 모델러과 협의를 자주 하게 된다. 아티스트가 그려내는 이미지와 실제 게임에서 표현할 수 있는 스펙이 다르다 보니 가끔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양 팀에서 협의가 잘 맞아떨어진다고 해도 게임 엔진이나 기타 하드웨어적인 문제로 모델링이 완벽하지 않을 경우가 생긴다. 지금까지 ‘팡야’의 일러스트가 실제 게임 내 구현된 캐릭터는 갭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 왔기에 ‘스피카’ 만큼은 실제와 똑같이 모델링하는데 모든 파트가 심혈을 기울였다.
▲ 3D로 완성된 스피카 (영상 제공: 엔트리브소프트)
<넷. ‘스피카’ 탄생>
이렇게 ‘팡야’의 새로운 히로인 ‘스피카’가 완성됐다. 개발진의 모토 그대로 ‘스피카’는 ‘팡야’ 캐릭터 역사상 일러스트와 3D 캐릭터가 가장 닮은 작품이 완성됐다.
포기한 부분도 있다. 윤종빈 원화 파트장은 좀 더 늘씬하고 섹시한 느낌을 살리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좀 더 장식적인 액세서리를 달고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지 못했다. 선정성 때문이다. ‘스피카’가 ‘팡야’ 캐릭터보다 허리선이 높고 다리가 늘씬한 소유자다 보니 기본 스커트를 입어도 미니스커트 같아 보이는 역효과(?)가 있었다. ‘팡야’가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골프게임이라는 슬로건으로 서비스되다 보니 선정성에 대한 일부 조정 단계를 거쳐야 했다.
▲ 왼쪽이 선정성을 벗기기 전, 오른쪽이 모든 점검이 완료된 '스피카'의 최종 형태 (사진 제공: 엔트리브소프트)
▲ 새로운 히로인 '스피카' 최종 일러스트 (사진 제공: 엔트리브소프트)
▲ 심통난 표정이 부각된 스피카 (사진 제공: 엔트리브소프트)
이렇게 8살 게임 ‘팡야’의 신규 업데이트의 한 부분이 완성됐다. 오래된 게임, 빽빽한 스케줄, 부족한 인력에도 큰 프로젝트 준비를 끝마쳤다.
“더 멋지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다. ‘팡야’라는 정해진 테두리 안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만들어 낸다. 빡빡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넣으려 노력했다. 유저들이 좋아해 주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챌린지 업데이트가 끝나면 곧 다가올 4대륙 업데이트, 스토리 모드 기획 등 갈길이 구만리다.”
김홍석 개발팀장의 말처럼 ‘팡야’ 팀은 이번 챌린지 업데이트가 끝이 아니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다시 새로운 창작 시즌 개발에 몰두해야 한다. 신규 캐릭터 ‘스피카’가 태어났으니, 이제 새로운 지역을 탐방해야 할 듯싶다. 오늘도 ’팡야’ 팀의 시계는 빠르게 돌아간다.
▲ 오른쪽부터 엔트리브소프트 윤종빈 원화 파트장, 김홍석 개발팀장, 김지훈 기획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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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도 발을 헛딛지 않는 낙오하지도 않고 오류를 범하지도 않는 그런 사람은 좋아할 수가 없다thespec@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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