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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RPG는 수많은 사람이 거대한 필드에 한데 모여 경쟁하고 협동하며 목표를 성취해나가는 재미를 전면에 앞세운 게임이다. 경쟁에 초점을 맞췄다면 공성전이나 대규모 PvP에 집중하게 되고, 협동에 방점을 찍었다면 고난도 레이드가 최종 콘텐츠로 자리잡는다. 다른 유저와 손발을 맞춰 정신없이 난사되는 공격을 피하고, 괴랄한 각종 기믹을 극복하며 보스를 쓰러뜨렸을 때 느낄 수 있는 희열은 MMORPG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묘미다.
다만 레이드처럼 높은 숙련도가 요구되는 협동 콘텐츠를 최종 도전과제로 제시하는 MMORPG를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언제나 따라붙는 요소가 있다. DPS 미터기, 대미지 미터기라고도 부르는 ‘딜 미터기’다. 딜 미터기는 게임에 참여한 각 플레이어가 기록한 대미지를 수치나 그래프로 보여주는 시스템을 지칭한다. 유저 사이에서는 캐릭터가 갖춘 능력치, 장착한 아이템 성능 등을 넘어 제대로 플레이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러한 ‘딜 미터기’는 게임사에서 제공하지 않을 경우 유저가 스스로 만들어 활용하기도 한다. 비공식 프로그램이지만, 핵 프로그램처럼 플레이 경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에 여러 MMORPG에서 익히 사용됐다. 그런데 최근 비인가 딜 미터기 활용이 주요 MMORPG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은 로스트아크와 마비노기 모바일이다.

로스트아크, 시즌 3를 기점으로 거세진 ‘딜 미터기’ 찬성 여론
로스트아크는 금강선 전 디렉터 시절부터 딜 미터기에 반대해왔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고, 게임 분위기도 수치에 매몰되어 무거워지는 것을 우려한다는 이유였다. 아울러 로스트아크는 논타겟팅 스킬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플레이 과정에서 기믹 해소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단순히 누가 대미지를 많이 넣었는가로 특정 유저의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즌 3 이후 딜 미터기에 대한 찬반논쟁 여론은 찬성 쪽으로 점차 기울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시즌 3에 접어들며 레이드 난도가 수직 상승한 가운데, 이에 맞는 캐릭터 스펙을 갖추기 위한 부담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캐릭터 성장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 가운데, 레이드가 급격히 어려워지며 새로운 콘텐츠가 등장하는 속도도 빨라지자 더욱더 ‘검증된 동료’에 대한 갈망이 커진 셈이다.
실제로 시즌 3에 접어들며 딜 미터기에 대한 찬성 여론이 거세짐과 동시에, 딜 미터기에 더해 캐릭터 스펙을 확인하는 비인가 사이트 이용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아울러 다른 유저를 체크하기 전에 본인 스스로가 대미지를 제대로 입히고 있는지 확인해 플레이를 보완해보고 싶다는 요구도 강해졌다.
이에 로스트아크 전재학 디렉터는 지난 5월 방송을 통해 전투 데이터를 분석해 효율을 확인할 수 있는 전투 분석기와, 성장 정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종합 전투력 수치를 공식적으로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딜 미터기 긍정적 사용에 대한 유저 의견을 일부 수용한 셈이다. 이와 함께 레이드 난이도 완화를 예고하며 급한 불을 끄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련의 활동이 크게 휘청이는 로스트아크에 반등의 기회를 열어줄 것이냐가 관건이다.

마비노기 모바일, 딜 미터기로 화두에 오른 레이드 자동사냥
올해 3월에 출시된 마비노기 모바일에도 유저들이 만든 비인가 ‘딜 미터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마비노기 모바일의 경우 다른 MMORPG와 비교했을 때 레이드 난도가 높지 않은 편이며, 레이드에서도 자동 전투가 가능하다. 다만 스킬 간 연계가 중요한 마비노기 모바일 특성상 맥락에 맞춰 스킬을 쓰지 않는 자동 전투는 수동 조작에 비해 구조적으로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홀로 플레이할 경우 자동/수동 여부는 철저히 본인의 선택에 달렸다, 그러나 레이드는 4인 협동 콘텐츠다. 모두가 손수 플레이하며 공략하는 와중 누군가는 자동으로 플레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수동으로 임한 유저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스킬 효율이 낮은 자동 플레이로 인해 파티 모집 시 제시하는 ‘레이드 입장 컷(캐릭터 전투력 수치)’이 필요한 정도보다 과하게 높아지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을 경계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러한 마비노기 모바일에서 대미지를 수치로 볼 수 있는 ‘딜 미터기’의 등장은 레이드 자동전투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게임 자체에도 유저 스스로 본인의 대미지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기가 어렵고, 전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스킬에 대한 버그도 많다. 꼭 레이드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도, 본인이 키워놓은 캐릭터를 의도대로 전투에서 활용할 수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마비노기 모바일 제작진은 딜 미터기를 포함한 비인가 프로그램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운영진은 비인가 프로그램 활용이 보안 상 위험은 물론, 원활한 게임 이용 환경을 저해하고 다른 유저 게임 진행에 악영향 및 불쾌감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딜 미터기 활용을 제한한다면, 캐릭터 성장 정도 측정에 어려움을 미치는 스킬 버그나 잘못된 설명 등을 고치고 외부에서 만든 ‘딜 미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효율적인 플레이 위해 VS 유저 간 분란만 키울 수 있어
앞서 이야기한 두 게임을 기점으로 MMORPG 내 딜 미터기에 대한 찬반논쟁은 거세게 일고 있다. 양쪽 입장은 팽팽하다. 우선 찬성 입장에서는 레이드에 계속 실패할 경우 비교분석을 통해 본인의 부족한 점을 채우거나, 다른 유저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캐릭터 간 밸런스도 측정할 수 있고, 커뮤니티에서 레이드 실패 등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과정에서 수치를 근거로 삼아 억울함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딜 미터기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수치를 토대로 전투력을 측정하는 것이 팽배해질 경우, 게임을 시도하려는 초보자나 미숙한 유저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우려가 제기됐다. 여기에 클래스 간 수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 또 다른 분쟁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딜 미터기는 말 그대로 ‘대미지 측정기’이기에, 대미지 외에 플레이 기여도를 고려하는 장치나 커뮤니티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면 잘한 유저를 실력이 없다고 몰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만약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딜 미터기를 제공한다면, 플레이에 활용하라고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며 모든 유저가 놓인 플레이 조건도 동등하다. 다만 게임사 공식이 아닌 유저 스스로 만든 비인가 딜 미터기 사용이 만연해질 경우, 딜 미터기 설치 여부 등에 따라 유저 간 플레이 환경에 차이가 발생한다.
딜 미터기를 비롯한 각종 애드온 활용으로 잘 알려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는 자주 사용하는 애드온을 게임에 공식으로 넣고, 과도한 정보를 알려주는 애드온은 제한할 계획이다. 블리자드는 애드온이 없으면 제대로 플레이할 수 없다고 인식되는 부분이 게임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인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딜 측정 등 플레이에 필요한 정보는 게임 안에서 볼 수 있도록 제공하고, 전투 콘텐츠를 애드온 사용을 전제조건으로 삼아 기획하던 것에서 벗어나, 애드온 없이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을 병행할 계획이다. 회색지대에 있던 애드온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외부 프로그램이 없어도 되도록 재정비하는 셈이다.

과거에는 MMORPG에서 모르는 여러 사람과 만나 힘을 합쳐 미지의 적을 물리치는 과정은 낭만을 자극하는 요소로 통했다. 다만 MMORPG를 플레이하는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주요 유저층이 게임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경향이 드러나고 있다. 이 외에도 사회 전반적으로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실패 혹은 실수를, 이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이러한 가운데 여러 게임에서 발생한 딜 미터기 이슈가 어떠한 방향으로 마무리될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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