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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의 주인공은 영화나 소설, 만화 주인공과는 조금 다르다. 게이머는 주인공을 단순히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와 시선을 함께 하고 직접 조작하며 모험을 함께 해 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 게임에서는 전작 주인공들에 대해 일정 수준의 예우를 해 주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어와 생사고락을 함께 한 캐릭터이기에, 그의 운명이 어찌 됐건 간에 등장 신에서는 어느 정도 예의를 지켜 주는 것은 게이머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전작 팬들에게 엄청난 반발을 사며 시리즈 자체를 나락으로 이끄는 경우도 종종 존재한다. '전작 주인공이라고 무조건 챙겨줄 필요까진 없지만, 이렇게까지 푸대접을 할 필요는 없지 않냐'는 반응을 받는 사례들이다. 예우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 받은 후속작의 서술 방식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TOP 5. 이상한 엔딩 정사로 결정
2003년 PS2로 출시된 드래그 온 드라군은 5개의 멀티 엔딩으로 유명했다. 그중 E엔딩은 시공문을 뚫어 지구로 날아간 주인공이 파멸의 화신을 물리쳤으나, 지구인 군대의 전투기 미사일 세례를 받고 도쿄타워에 꽂혀 죽는 초유의 블랙 코미디 엔딩으로 충격을 줬다. 워낙 충격적인 엔딩이었기에 사실상 유머 요소로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문제는 2010년 니어: 레플리칸트가 이 엔딩을 정사로 편입시켜버린 것. 전작 팬들은 "주인공이 코믹하게 죽은 걸 정사로 인정한다면, 왜 A엔딩에서 이어지는 2편을 만들었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니어 시리즈가 드래그 온 드라군을 뛰어넘는 흥행을 기록하면서, 아예 니어 시리즈를 시작으로 드래그 온 드라군이 관심을 받는 역주행 현상까지 등장했기에 많은 이들은 이 논란에 대해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넘겨 왔다. 그러나 과거의 드래그 온 드라군 팬들은 아직도 이에 대해 큰 실망을 했다며 요코오 타로의 막장 스토리 전개에 대해 불신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도쿄타워에 꽂힌 드래곤의 시체는 게임업계의 가장 허무한 정사 엔딩을 상징하는 조형물로 남을 것이다.

TOP 4. 밑도 끝도 없이 악당 만들기
전작에서 플레이어 그 자체였던 주인공이더라도, 언제든 악에 물들 수 있다. 새로운 주인공이 전작 주인공의 행보를 막아서며 생사를 건 전투를 벌이는 것은 이제 업계에서 하나의 클리셰로 자리잡았다. 악에 물든 전작 주인공 자체가 나름 매력적인 경우도 많고, 나중에 생각을 고쳐먹거나 세뇌가 풀리는 등의 회개 요소도 있기에 전작 주인공을 악당으로 만드는 것이 항상 비판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지나치게 축약되거나 생략되어 게이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예를 들어 프로토타입의 알렉스 머서는 1편에서 인류를 구한 반영웅이었다. 플레이어는 게임 내내 그의 복잡한 심리를 함께 하며 공감했지만, 후속작에선 갑자기 "인류를 바이러스로 통합시키겠다"는 사이코패스로 돌변했다. 문제는 변절 과정이 5분짜리 컷신으로 축약된 점. 제작진은 "머서의 광기는 우리가 조작한 그 행동들 속에 이미 숨어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더 큰 반발을 샀다. 마찬가지로 타임 크라이시스 2의 주인공 로버트는 5편에서 갑작스럽게 악당이 되어 플레이어의 총에 쓰러진다. 이는 시리즈 종결로 이어졌고, 개발사는 팬들에게 "주인공을 죽여서 미안합니다"라는 공식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이런 방식의 주인공의 타락은 서사적 필연성이 아닌 스토리 망치기밖에 되지 않는다.

TOP 3. 전작 모든 행적 삽질로 돌리기
'주인공의 모든 행적이 사실은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는 유명한 반전 요소 중 하나다. 사실은 전부 꿈이었다거나, 주인공이 지키려 한 존재가 사실은 세상의 멸망을 가져올 존재였다거나, 악당인 줄 알았던 이가 세상을 지키려 하던 존재였다거나 하는 등이다. 이러한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기에, 최소한 하나의 게임 내에서 명확히 마무리되어야만 한다. 그러니까, 전작에서는 해피 엔딩처럼 묘사해 놓고 후속작에서 '사실은 그때의 그 엔딩 뒤엔 이런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어'라며 뒤늦게 반전을 전해주면 안 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창세기전 외전 2: 템페스트의 주인공 클라우제비츠다. 그는 전작 서풍의 광시곡에서부터 등장해 템페스트를 거쳐, 창세기전 3에서는 아예 대륙을 구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닌 인물이다. 더불어 세계관 전체를 통틀어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강자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창세기전 3: 파트 2에선 그의 모든 업적이 '인과율에 얽매여 삽질만 반복하는 존재'로 재해석됐다. 결국 클라우제비츠에는 지금도 '삽가면'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어 있다.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의 활약을 후속작에서 무(無)로 만드는 행위는 플레이어의 지난 시간을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기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TOP 2. 상세 내용? 소설에서 설명합니다
게임과 소설, 만화는 서로 떼어놓기 어려울 정도로 연관되어 있다. 소설이나 만화 원작 게임이 나오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특히 게임의 경우 세계관을 확장하기 위해 외전격 이야기를 소설과 만화 등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상당히 잦다. 이러한 외전 소설과 만화는 팬들에게 새로운 즐길거리를 제공해줌과 동시에 세계관을 좀 더 탄탄히 다듬어주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를 보지 않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게임 소설과 만화가 외전이나 프리퀄에 그치고 메인 스토리에 관여하지 않는 이유는, 이를 보지 않은 게이머들이 후속작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끔 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헤일로 시리즈는 그리 좋지 않은 수를 뒀다. 헤일로 4를 플레이하다 보면, 주인공 마스터 치프와 코타나의 관계 변화가 낯설게 느껴진다. 여기에 이전까진 인류를 교화해야 한다고 하던 '다이댁트'가 갑자기 인류를 증오하며 마왕처럼 변한 모습이 당황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러한 점은 게임 내에서 제대로 설명되지도 않고, 심지어 헤일로 4의 불친절한 스토리텔링으로 인해 더욱 파악이 어렵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외전 소설에서만 다뤄진 내용인데, 이를 '팬이라면 당연히 알겠지?'라는 투로 전개한 점이 넌센스였다. 이러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결국 헤일로 시리즈는 Xbox 진영 대표작이었던 과거의 명성을 잃고 평범한 슈팅 게임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TOP 1. 능욕식 죽음 선사하기
전작 주인공이라고 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라는 법은 없다.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작 주인공이 죽는 경우 대부분은 그의 죽음을 영양분 삼아 후속 주인공의 서사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그런 면에서 매우 충격적이었지만 나름 모범적인 사례를 들자면 GTA 5의 트레버가 GTA 4: 로스트 앤드 댐드의 죠니를 죽이는 장면이다. 죠니의 추락을 통해 그가 처한 불우한 환경을 되짚고, 광기로 점철된 트레버의 캐릭터성을 빛나게 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GTA라는 세계관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등 완벽하게 주인공의 바통을 넘겨주는 장치로 적용됐다.
그와 완전히 반대되는 최악의 사례가 바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의 조엘 사망 장면이다. 전작에서 엘리를 보호해 가며 수많은 역경을 뚫고 살아남은 역전의 용사 조엘이, 한껏 방심한 모습을 보여주다 뜬금없이 등장한 애비에게 골프채로 맞아 죽는 장면은 말 그대로 팬덤을 뒤집어놨다. 팬들의 분노는 '주인공이 죽은 것'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그 죽음의 형식이 마치 능욕을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제작진은 이러한 장면을 연출한 애비를 서브 주인공으로 격상시키고 직접 조작하게 했지만, 이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다수의 팬들은 이를 두고 제작진이 '우리는 어떤 캐릭터건 망가뜨릴 권리가 있다'는 오만을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엔 방식이 아니라 게이머를 납득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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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2020년 6월 19일
- 플랫폼
-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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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드벤쳐
- 제작사
- 너티독
- 게임소개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너티독의 간판 타이틀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정식 후속작으로, 이제는 훌쩍 자라 19세가 된 주인공 '엘리'와 그녀를 지키는 '조엘'의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부성애를 ... 자세히

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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