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제노니아: 크로노브레이크(이하 제노니아)가 정식 출시됐다. 컴투스에서 개발하고 컴투스홀딩스에서 서비스하는 제노니아는 피처폰 시절 많은 인기를 끌었던 ‘제노니아’ 시리즈를 MMORPG로 바꾼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육성하며 던전, 보스, 모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추억의 시리즈인 만큼 리그릿, 셀리느 등 반가운 인물들도 등장한다. 특히 이들을 구현한 완성도 높은 3D 카툰 렌더링이 게임플레이 내내 눈에 띈다. 원작 팬을 만족시키는 감성과 더불어, 시리즈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조차 감탄할만한 수준이다. 여기에 세세한 성장 시스템으로 MMORPG 팬도 사로잡는다. 성장을 통해 강해진 힘은 서버간 대규모 PvP를 즐기는 침공전이나 던전, 보스 등을 통해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구조다.
언뜻 원신이 보이기도 하는 카툰 렌더링 완성도
제노니아는 동일 장르에서 주로 보이는 실사형 3D 그래픽이 아닌 일본풍 미소녀 게임, 소위 ‘서브컬처’라 불리는 작품으로 익숙한 카툰 렌더링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공개 당시 많은 이들이 섣부른 카툰 렌더링 적용으로 추억을 망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살펴본 제노니아 그래픽은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했다. 플레이어들이 가장 중요하게 볼 코스튬과 페어리는 디테일이 살아있었고, 몬스터와 NPC 디자인에도 각각의 개성이 드러났다. 전반적인 모습에서 약간 원신 느낌이 나기도 했는데, 이 분야 정상급으로 분류되는 게임과 비견될 만큼 높은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카툰 렌더링은 전투 액션에서도 돋보인다. 사용하는 스킬 별로 모두 모션이 다른 것은 물론, 보스 몬스터의 공격도 역동적으로 표현돼 몰입감을 높인다. 아울러 초반부터 자주 활용했던 ‘임팩트 샷’ 스킬 같은 경우에는 캐릭터가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 공격하는 움직임이 부드럽게 이어졌다.
여기에 스토리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재생되는 컷신이 또 일품이다. 거의 모든 NPC 대화가 풀보이스로 더빙된 것은 물론, 작화가 무너지는 부분 없이 입체적으로 스토리를 담아낸다. 추가로 모든 컷신에 스킵 기능이 달려있어 원한다면 감상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전부 감상한 플레이어에게는 약간의 골드 보상도 지급하는 만큼 한 번쯤 보는 것을 추천한다.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
제노니아에는 MMORPG답게 캐릭터 육성을 돕는 여러 콘텐츠가 존재한다. 크게 사냥, 던전, 보스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던전을 통해 꾸준한 성장 발판을 제공한다. 플레이어는 일반 던전을 통해서 희귀한 장비와 스킬북을, 특수 던전과 파티 던전을 통해서 장비 강화 주문서와 장신구, 도감 재료 등을 얻는다. 각 던전에는 횟수나 이용시간 제한이 존재하며, 일반 던전은 매주 180~420분, 특수 던전은 매일 60분, 파티 던전은 매주 3회 플레이할 수 있다.
특히 파티 던전은 4인이서 함께 일정 구역의 몬스터와 보스를 처치하는 곳으로, 협력플레이를 요구하는 몇 안 되는 콘텐츠다. 몬스터를 상대하다가 체력이 부족하면 잠시 파티원에게 맡기고 회복 시간을 벌거나, 방어력이 높은 사람이 보스 어그로를 담당하는 등 여러 공략법이 존재한다. 특히 누군가 갑작스럽게 접속 종료됐을 경우를 대비해 지원 요청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 깊다. 기자는 플레이하던 중 파티원 한 명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이 때 외부 플레이어 난입을 허용해 던전을 무사히 클리어할 수 있었다.
보스는 일정시간마다 지역에 재생성되는 필드 보스와 월드 내 수많은 플레이어가 함께 싸우는 월드 보스로 나뉜다. 월드 보스야 당연하지만, 의외로 필드 보스도 굉장히 강력한 편이다.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달려들어야 하며, 소위 ‘핵과금’ 플레이어라 할 지라도 혼자서 상대하는 것은 버거운 수준이다. 그 대신 보스 처치를 통해 높은 등급의 장비와 스킬북, 제작 레시피 등을 얻을 수 있다.
다만, 필드 보스 보상을 시스템적으로 가장 강력한 파티에게만 지급한다는 점이 아쉽다. 높은 난이도로 인해 일정 숫자 이상의 플레이어가 강제되는 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받아가지 못한다. 이런 부분에서는 무과금 혹은 소과금 플레이어들이 참여할만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개발진이 출시 전부터 강조한 침공전은 확실한 매력을 자랑했다. 오후 12시부터 오전 12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30분 동안 펼쳐지는 침공전은 포탈을 통해 다른 서버로 넘어가 전투를 벌이는 대규모 PvP 콘텐츠다. 이에 몬스터를 사냥하며 퀘스트를 진행하던 도중, 갑작스럽게 등장한 다른 서버 플레이어와 싸우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로 강력한 플레이어가 넘어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상대를 1 대 1로 쓰러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상대의 대미지나 칭호 등급을 보며 전투 여부를 결정하고, 만약 혼자서 상대하기 버겁다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상대를 처치하면 일정 확률로 침공전 전용 보상인 ‘차원의 정수’를 획득할 수 있다.
물론, 다른 플레이어와 싸우지 않고 몬스터만 사냥해서 차원의 정수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역 자체가 PvP 가능 구역이 되는 만큼, 적과의 전투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싸움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가급적 침공전이 진행되는 30분 동안은 다른 곳에서 사냥하거나 별도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
이동부터 아이템 용도까지, 편하고 직관적인 시스템
MMORPG를 플레이하다 보면 각종 재료와 소모품들이 너무 많아 초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어디에 뭘 사용해야 하는지, 장비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은 어디서 얻는지 일일이 찾아보는 과정에서 피로감이 발생하는 것이다.
제노니아는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모든 아이템에 상세 설명을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덕분에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당장 필요한 아이템과 아닌 아이템을 구별하며 인벤토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제노니아 또한 대부분 MMORPG처럼 인벤토리 최대 무게가 정해져 있는 만큼, 이 부분은 상당히 효율적이다.
지역간 이동도 굉장히 편리하게 이뤄진다. 퀘스트 구역으로 자동 이동하는 기능은 물론, 소량의 골드를 사용해 즉시 순간이동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퀘스트 순간이동에 사용되는 골드는 정말 소량인지라, 이벤트 보상이나 몬스터 사냥으로 획득하는 걸로 충당하고도 남는 수준이다. 그 외 파티던전이나 월드보스 입장도 별도의 장소까지 번거롭게 이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도 편의성을 높인다.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캐릭터 성장 요소들
제노니아를 플레이하며 조금 아쉬웠던 점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성장 지원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퀘스트 완료나 이벤트로 지원되는 코스튬과 페어리 소환권으로는 소소한 명중, 공격력 수치를 얻을 수 있는 기초적인 컬렉션 완성도 쉽지 않았다. 물론 시스템적으로 이런 능력치를 채우지 못한다고 초반부터 진행이 막히는 구조는 아닌지라 특별한 불쾌감은 없었지만, 컬렉션을 완성해보며 느끼는 소소한 재미 또한 맛볼 수 없었다.
이어 기본 포션 회복량도 답답한 편이었다. 자동사냥 시에는 괜찮지만, 침공전을 비롯한 각종 콘텐츠를 즐길 때가 문제다. 포션을 지속적으로 사용함에도 거의 오르지 않는 체력을 보며 살짝 지루함이 느껴졌는데, PvP는 제외하더라도 최소한 보스전 만큼은 회복량이 높은 별도의 포션을 사용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개발진도 이러한 불편들을 인지해 지난 6월 29일 ‘제노니아 팀의 첫번째 편지’라는 이름으로 앞으로 있을 개선사항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게임 초반에 느껴지는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낮은 등급의 코스튬과 페어리에 이동과 공격속도 옵션을 추가하고, 특정 소환 횟수에 상위 등급 코스튬을 지급하는 일종의 ‘천장’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원작의 추억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MMORPG로서 새롭게 출발한 제노니아가 언뜻 실망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언제든 무기를 바꿔 전환할 수 있는 자유 클래스 시스템, 장르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완성도 높은 3D 카툰 렌더링은 확실히 칭찬할 만하다. 비록 그 시절 감성의 리그릿은 아니지만, 시대에 맞춰 변화한 제노니아에서는 끝없이 성장하는 리그릿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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