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이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많게는 수천억 원이 넘는 개발자금이 투입되고, 기간도 몇 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게임 개발이 시작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영상과 이미지 등을 차근차근 공개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출시가 다가오면 사전 예약도 받고, 데모 버전을 풀거나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행사를 크게 열기도 하고, 개발자 인터뷰나 플레이 장면 등을 풀기도 하며 출시라는 목적지를 향해 차근차근 달려나간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러한 마케팅 공식을 뿌리부터 흔드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무 예고도 없이 게임을 첫 공개한 자리에서 "오늘부터 플레이 가능합니다"라며 깜짝 출시하는 것. 출시 외 다른 건 쪼잔해 보인다고 말하는 듯한 상남자적 행보가 아닐 수 없겠다. 심지어 이렇게 출시된 게임들은 의외로 완성도도 높고 평가까지 좋은 경우가 많다. 오늘은 이런 깜짝 출시 게임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TOP 5. 콜 오브 듀티: 워존, 패기로운 배틀로얄 스탠드얼론 모드 추가
배틀로얄 모드를 중점으로 한 콜 오브 듀티: 워존이 5위를 차지했다. 2019년 모던 워페어 리부트 출시 전부터 배틀로얄 모드가 탑재되는지에 대한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는데, 출시 당시엔 감감무소식이다가 이듬해 봄 출시와 동시에 깜짝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2020년 3월 9일 발표되어 10일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차일 출시에 가깝지만, 이 정도 사이즈 게임이 이렇게 깜짝 출시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 들어 감소세가 뚜렷하고 워존 자체에 대한 비판도 많긴 하지만, 거의 3년 동안이나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이어나가며 매년 신작 출시 때마다 리셋되고 분산되던 콜 오브 듀티 팬들을 한 자리에 집중시켰다는 것만 해도 워존의 성과는 상당하다. 패기롭게 출시했던 당시처럼, 지금도 다시 한 번 패기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TOP 4. 퀘이크 리마스터, 퀘이크 없던 퀘이크콘의 빛
2021년 퀘이크콘에서 공개와 함께 발매된 퀘이크 리마스터 역시 깜짝 발매 반열에 들어간다. 물론 발표 전부터 퀘이크가 리마스터 될 것이라는 예측과 루머가 잔뜩 있긴 했지만, 어쨌건 공식 발표는 처음이었고 발표와 동시에 출시까지 되었으니 팬들 입장에서는 그저 기쁠 뿐이었다.
사실, 퀘이크콘은 이드 소프트웨어가 제니맥스 산하로 들어가기 전부터 지속돼 오던 퀘이크 팬을 위한 행사였다. 컴퓨터를 가져와서 랜파티를 통해 토너먼트 대회를 펼치는 것이 시작이었으나, 이후 행사 규모가 커지고 베데스다나 아케인 스튜디오 등이 참가하며 게임쇼 느낌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퀘이크에 대한 관심이 점차 식어가고 2019년에는 '둠콘'으로 명명되는 등 '퀘이크 없는 퀘이크콘' 얘기까지 나오던 와중 나온 게임이니 사전 마케팅 따윈 필요 없었을 것이다.
TOP 3. 페르소나 4 더 골든, 게임쇼 기간에 맞추려 무리했나
2012년 PS비타로 출시됐던 페르소나 4 더 골든. 원작 자체는 깜짝 발표나 깜짝 발매와는 거리가 먼 전형적인 일본 게임 마케팅을 따라갔지만, 그 리마스터판이자 PC버전인 스팀판은 그야말로 기습 발매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6월, 취소된 E3 대신 온라인으로 열린 PC게이밍 쇼에서 발표된 데 이어, 발표와 동시에 스팀에서 판매를 시작해 팬들의 환호성을 샀다.
다만, 너무 기습적으로 출시해서인지 출시 초반에는 최적화 문제에 시달렸다는 점이 함정이다. 게임을 앞서 공개한다고 해서 최적화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PC게이밍 쇼 발표와 동시에 출시하려고 살짝 서두른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뒤따른 것도 사실이었다. 해당 문제는 출시 이후 2~3달 가량 수 차례의 핫픽스와 패치를 통해 고쳐졌는데, 그냥 PC게이밍 쇼에 맞추지 말고 처음부터 9월쯤 출시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끝이 좋으니 해피엔딩이다.
TOP 2. 하이파이 러쉬,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히트작
2위는 가장 최신 게임인 하이파이 러쉬다. 지난 1월 26일 Xbox-베데스다 다이렉트 쇼케이스에서 처음 공개되고 동시에 출시된 게임이다. 사실 처음 봤을 때는 '무슨 자신감으로...?'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개발사 전작들과도 이질적인데다 원작이 되는 게임도 없기에 이름값을 타고 흥행할 만한 게임도 아니다. 그러나 유료 패키지 게임임에도 스팀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압도적으로 긍정적'을 달성하면서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갔다.
하이파이 러쉬는 전투를 비롯한 모든 것들이 리듬에 따라 흘러가는 독특한 게임이다. 꼭 리듬에 맞출 필요는 없지만 박자에 공격을 하면 더 큰 피해를 가하거나 콤보가 나오는 등 부가 효과가 있다. 물론 비트를 놓쳐도 상관없이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이 쿨한 요소다.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을 반하게 만든 게임이니만큼, 패기에 걸맞는 성적은 충분히 거뒀다.
TOP 1. 에이펙스 레전드, 이 분야의 시작이자 끝판왕
에이펙스 레전드는 이 분야의 시작이자 끝판왕인 게임이다. 앞서 타이탄폴 시리즈와 스타워즈 제다이: 오더의 몰락 등을 연달아 히트시킨 일류 개발사의 신작인데다 완성도나 흥행 성적도 매우 높았던 터라, 이 정도의 신작을 소리소문 없이 개발을 완료하고 깜짝 출시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훗날 밝혀진 바에 따르면, 리스폰 엔터테인먼트가 에이펙스 레전드를 깜짝 출시한 것은 당시 난립하던 배틀로얄 장르 게임들 사이에서 차별화를 취하고자 한 시도였다고 한다. 물론 리스폰 엔터테인먼트라는 제작사의 이름값, 그리고 맹렬히 입소문을 탈 수 있게끔 한 높은 완성도가 뒷받침되었으니 가능했던 전략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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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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