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내려도 게임은 유지하라" 서명 120만 명 돌파

온라인 인증을 필요로 하는 게임 소프트웨어의 서비스가 종료될 경우 더 이상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게 되는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며 'Stop Killing Games(이하 스톱 킬링 게임즈)' 운동이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게임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소유권과 게임 보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운동은 2023년 12월 유비소프트가 10년 넘게 서비스해온 오픈월드 레이싱 게임 '더 크루'의 지원 종료를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더 크루'는 온라인 인증 시스템이 필수적인 게임이었기에 서비스 종료와 함께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과거의 유물'로 전락했다. 이에 콘텐츠 크리에이터 로스 스콧이 문제를 제기하며 프랑스 정부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이후 온라인 항의 활동으로 발전했다.

'스톱 킬링 게임즈'는 퍼블리셔가 고객에게 판매한 비디오게임을 파괴하는 행위의 합법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비자 운동이다. 이들은 명시된 사용 기한 없이 판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퍼블리셔의 지원이 끝나면 완전히 플레이할 수 없게 되는 게임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관행은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게임 보존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서구권에서는 '한 번 구매한 것은 구매자에게 완전히 귀속된다'는 소비자 권리 의식이 매우 높다. 따라서 '더 크루'처럼 플레이어 수가 줄어 비즈니스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더라도, 소비자는 퍼블리셔가 권리를 포기하고 DRM(디지털 권리 관리)을 삭제하거나 개인 서버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조치한 후 서버를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MMORPG와 같은 온라인 전용 게임은 라이선스 계약 기반의 서비스 형태로 간주되어 주장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위 운동의 단초가 된 유비소프트는 '더 크루' 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DRM 잠금 해제 키만 제공하고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 게임을 판매하며 소비자를 속였다'는 내용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소송을 당한 상태다. 유비소프트는 이에 대해 사용자에게 무제한적인 소유권은 암묵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소매 박스 및 라이선스 계약에 명시된 조건에 따라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PC게임 플랫폼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 또한 "디지털 제품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에 밸브는 2024년 10월부로 '디지털 제품 구매 시 스팀에서 제품 라이선스가 부여된다'는 문구를 쇼핑 카트에 명시하기 시작했다.

일부 게임 개발사들은 이러한 운동에 동참하며, 서비스 종료 후에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 서비스를 종료한 '넉아웃 시티'는 2024년 5월 개인 서버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넉아웃 시티 - 프라이빗 서버 에디션'을 출시했다.

'스톱 킬링 게임즈' 운동은 지난 6월 말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EU 지역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았다. 이후 7월 4일에는 EU가 심사를 시작하는 데 필요한 100만 명의 서명이 모였다. EU 법 개정에 필요한 서명 수가 확보되고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게임 개발 초기 단계부터 오프라인 모드나 개인 서버 지원과 같은 '서비스 종료 계획'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게임업계 전반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스톱 킬링 게임즈' 운동 주최측은 "만약 프랑스에서 구매한 게임을 폐기하는 것이 불법이 된다면, 기업들은 전 세계 게임에 동일한 패치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과정의 예로 호주 ACCC가 밸브에게 스팀 환불을 강제했고, 그 결과 밸브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환불을 제공하게 된 것을 들 수 있습니다"라고 글로벌 확산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