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영화와 게임은 결이 다르다. 러닝타임이나 스토리텔링 방식, 연출, 능동적 조작, 배우의 연기 등이 완전히 다르기에, 게임 원작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원작 내용 그대로를 카메라에 담기보다는 약간의 재해석을 가한다. 이야기 일부에 집중해 재구성하거나, 캐릭터 관계를 수정하거나, 아예 게임에서 다루지 않은 외전격 이야기를 새로 창조하는 식이다. 이러한 변화를 감상하는 것 또한 게임 원작 영화를 감상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원작 게임을 재해석하는 수준을 넘어 훼손할 정도까지 간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원작에서 절대 나올 수 없는(혹은 나와서는 안 되는) 설정을 한다거나, 캐릭터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거나, 심한 경우엔 제목만 같고 내용물은 원작과 아무 상관 없는 낚시 영화인 경우도 있다. 완성도나 흥행을 넘어, 원작에 대한 존중조차 없었다고 평가되는 전설적 게임 기반 영화 TOP 5를 뽑아 보았다.
TOP 5. 몬스터 헌터(2020)
한낱 인간이 갑주와 무기를 들고 거대 몬스터를 사냥하는 수렵 액션게임 몬스터 헌터. 이 게임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이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표했다. 사실 게임 기반 영화라는 점에서 우려가 더 큰 것이 사실이었지만, '옹박' 토니 쟈와 '레지던트 이블' 밀라 요보비치라는 호화 캐스팅에 힘입어 최소한 평작 정도는 될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러나, 몬스터 헌터 영화는 기대와는 달리 원작 팬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세세한 설정이야 재해석이라 평할 수 있겠지만, 몬스터 헌터 세계에서 살아가는 백전무장 헌터들을 문명화 되지 않은 미개인처럼 표현한 점이 가장 큰 비난을 받았다. 대검 하나로 몬스터를 상대하는 토니 쟈가 초콜릿 하나에 꼬리를 흔들며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은 그 중 백미였다. 참고로 몬스터 헌터 세계관은 상당 수준의 과학과 공업이 갖춰진 문명 사회로, 초콜릿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아이루 식당에서 맛있는 디저트가 잔뜩 나오는 곳이다.
TOP 4. 모탈 컴뱃 2 어나힐레이션(1997)
사실 모탈 컴뱃은 실사 영화의 수혜를 받은 게임 중 하나다. 1995년 개봉한 첫 영화는 영화계와 게임계 양쪽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으며, 2021년 개봉한 리부트 영화 역시 발달한 CG에 힘입어 흥행에 성공하며 차기작까지 결정됐기 때문. 그러나, 그 사이에는 흑역사가 하나 있으니, 바로 첫 실사 영화의 후속작으로 1997년 개봉한 '모탈 컴뱃: 어나힐레이션' 되시겠다.
이 영화는 전작의 흥행에 고무되어 제작됐지만, 결과물은 영 아쉬웠다. 메인 빌런으로 암시됐던 샤오 칸은 신녹에 존재감이 밀렸고, 라이덴이 신녹의 아들이라는 입이 떡 벌어지는 무리수 설정을 내세웠다. 여기에 전작에 등장했던 배우 다수가 물갈이 되면서 연속성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결국 팬들의 반발만 산 모탈 컴뱃 영화는 대가 끊겼고, 2021년 리부트 영화가 등장하기 전까지 무려 24년 동안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TOP 3. 더 킹 오브 파이터즈(2010)
SNK의 대표작이자 올스타 대전격투게임인 더 킹 오브 파이터즈(KOF)는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기에 실사화가 어려운 게임으로 손꼽혀 왔다. 그러나 헐리우드는 이를 기어이 영화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끔찍함 그 자체다. 영화 완성도는 둘째치고, 스토리나 설정, 캐릭터 모두 원작 게임을 제대로 해 보긴 한 것인가 의문이 들 정도로 이질적이었다.
주인공은 쿄와 이오리인데, 쿄는 과거엔 아시아인이었다가 성장해선 백인 혼혈이 되고 이오리는 CIA 요원인 시라누이 마이와 연인 사이다. 루갈은 오로치를 부활시키려는 칼잡이 악당 우두머리가 되었고, 기관총을 난사하더니 삼신기를 훔쳐 아이스하키 선수가 된다. 그 비서인 매츄어와 바이스는 동성 연인 관계다. 참고로 캐릭터 의상이나 특징 등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기에, 겉모습만 봐서는 누가 누구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다. 궁금하면 한 번 예고편을 보시길.
TOP 2. 하우스 오브 더 데드(2003)
사실 이 분야의 슈퍼스타를 꼽자면, 우베 볼 감독이 연출한 영화들이 빠질 수 없다. 그의 대표작 중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꽤 많은데, 사실 뭘 뽑아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쟁쟁한 후보들이지만(이것만으로 TOP 5 상당수를 채울 수 있을 정도) 오늘은 그 중 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 한 작품을 대표격으로 모셔 보겠다.
게임명에서 맨 앞의 'The'가 빠진 '하우스 오브 더 데드'라는 이름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일부러 그랬나 싶을 정도로 원작을 처참히 훼손했다. 일단 주인공부터 형사가 아니라 원작 게임의 온갖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 '큐리안'이며, 어설픈 분장을 한 좀비들은 이게 사람인가 부상자인가 헷갈릴 정도다. 사실 헤성처럼 등장한 아래의 1위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베 볼 판 하우스 오브 더 데드는 게임 영화 역사상 최악의 작품이 됐을 것이지만...
TOP 1.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2021)
국산 공포게임의 상징과도 같은 손노리의 화이트데이. 이 게임은 국산 PC게임 중 팬덤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인기를 자랑했는데, 이 게임을 20여년 만에 실사 영화로 만들었다. 바로 '귀멸의 퇴마학교'라는 전(前) 부제로 더 잘 알려진 '화이트데이: 부서진 결계'다.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게임메카 [노8리뷰]의 대사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영화 내 캐릭터나 설정은 '화이트데이 날 학교에서 벌어지는 괴담'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게임과 '거의' 연관이 없다. '거의'라는 건 아주 약간의 설정과 장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살짝 있다는 의미인데, 이것이 오히려 원작 팬들에게는 모욕감을 줄 정도다. 심지어 연출이나 CG, 배우들의 연기나 각본 등 전체적인 영화 완성도까지도 처참한 수준이라 게임 기반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우베 볼 감독도 좀 더 노력하지 않으면 이런 창창한 후배들에게 밀려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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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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