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2022년 5월 17일, 거대 PC게임 플랫폼 스팀을 뒤흔든 작지만 강렬한 한국 인디게임이 등장했다. 이제 막 마녀학교를 졸업한 당돌한 견습마녀 엘리의 성장기를 다룬 ‘숲속의 작은 마녀’다. 2020년 텀블벅 후원 당시에도 톡톡 튀는 도트 그래픽에 스타듀 밸리, 아틀리에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게임성으로 눈길을 끌었고, 스팀에서는 앞서 해보기 직후 전세계 판매 제품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두각을 드러냈다.
게임에 대한 초기 반응도 굉장히 뜨겁다. 17일 앞서 해보기 시작 후 1주가 흐른 25일 오전 11시 42분 기준, 스팀 유저 평점은 리뷰 수 2,105개에 ‘매우 긍정적(91%)’이다. 막강한 경쟁자가 가득한 스팀에서 한국의 ‘작은 인디게임’이 이토록 많은 사람을 끌어들인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제작진은 정말 도트에 진심이다
숲속의 작은 마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제작진의 정성이 느껴지는 도트 그래픽이다. 현재 기준에서도 그래픽은 별도로 보완해야 할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되어 있다. 일단 전체적으로는 십자수처럼 몽글몽글하고, 오돌토돌한 질감이 체감된다. 일단 게임 속 배경은 크게 숲과 마을, 기차 등으로 구성된다. 이를 보여주는 부분에서 집, 나무, 기차와 같은 큰 오브젝트부터 어두운 실내를 비추는 작은 촛불, 수도 옆에 놓은 항아리 등 소품까지 손수 점점이 찍어 목표로 한 비주얼을 완성하고 말겠다는 제작진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특히 숲속의 작은 마녀는 낮과 밤으로 시간대가 구분되며, 시간대별로 등장하는 동물과 식물이 조금씩 달라진다. 따라서 시간대에 따라 주요 활동 무대라 할 수 있는 숲과 마을의 모습도 180도 변화한다. 낮에는 새가 지저귀고, 토끼가 뛰어 노는 활기찬 분위기라면, 밤에는 곳곳에 초롱꽃이 조용히 빛나고 냇가에서는 개구리가 우는 고요한 장소로 탈바꿈한다. 밤이 되면 단순히 어두워지는 것을 넘어 곳곳에 빛나는 오브젝트를 두는 등 세밀한 부분을 놓치지 않은 점은 마법을 소재로 한 게임 테마를 한결 살려준다.
이러한 기조는 캐릭터 표현에도 이어진다. 일단 대화 장면을 제외한 플레이에서 주인공 엘리를 비롯한 모든 캐릭터는 2등신으로 등장한다. 맵에 비해 캐릭터 크기가 크지 않아 앙증맞은 느낌이 강하며, 디자인이 단순하면서도 각 캐릭터의 외모적인 특징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일례로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인간이 아닌 수인들인데, 동그랗게 말린 뿔, 쫑긋하게 서 있는 커다란 귀, 날카로운 볏 등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여기에 2D 일러스트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은 대화 장면에 캐릭터 얼굴도 모두 도트 그래픽으로 그렸고, 도감에 있는 동식물 그림, 납품 의무를 완수하면 찍어주는 도장까지, 게임 내 등장하는 텍스트를 제외한 모든 요소를 도트로 표현해 시각적으로 견고한 통일성을 유지했다. 텀블벅 공식 페이지에서 ‘픽셀그래픽을 고집한다’라고 밝혔던 제작진의 집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포션을 만들며 흩어진 퍼즐조각을 맞춰간다
앞서 해보기 기준으로 숲속의 작은 마녀의 플레이 시간은 7시간 정도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료 채집과 포션 제작, 퍼즐풀이 등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뼈대를 검증하는데 집중한 결과물이다. 포션을 만드는 마녀의 생활이라 하면 농장이나 물약 가게 등을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이 먼저 떠오르지만, 직접 해본 바로는 포션을 재료로 삼아 곳곳에 자리한 비밀을 풀어나가는 어드벤처에 더 가까웠다.
줄거리는 이렇다. 마녀학교 졸업 후 견습 생활을 위해 대도시에 있는 마녀의 집에 가던 주인공 엘리가 도중에 만난 숲 속 마을 ‘위스테리아’에 정착하고, 주민들을 도와서 황폐해진 마을을 재건해나가는 과정을 다룬다. 그 과정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것이 마녀 엘리가 각종 재료를 모아 만들어내는 마법 포션이다. 직접적으로 맵에 있는 퍼즐을 풀 때 쓰기도 하며, 잠긴 길을 열거나, 다음 스토리를 개방하는 과정에도 살뜰하게 활용된다.
예를 들어 주요 퍼즐 중 하나인 마녀의 정원을 개방하는 과정에는 포션 두 종류가 재료로 쓰인다. 맵 양쪽에는 커다란 추가 매달린 저울이 하나씩 있다. 이 저울을 왼쪽 방향으로 기울여주면 끊어져 있던 다리가 연결되며 잠긴 문을 열 수 있는 레버로 이동할 수 있는 식이다. 그런데 저울 하나는 덩굴에 감겨 움직이지 않고, 또 하나는 지지대 역할을 하는 콩나무가 낮아서 왼쪽으로 기울지 않는다. 이 때 덩굴에 감긴 저울에는 ‘나쁜 풀 제거 물약’을, 콩나무 쪽에는 성장을 촉진하는 영양 공급 물약을 사용하면 퍼즐이 스르르 풀린다.
포션은 재료를 채집하는 과정에도 사용된다. 하위 재료로 만든 포션을 먹고 상위 재료를 획득하는 식이다. 앞서 해보기 기준으로 최상위 재료인 ‘어린 만드라고라’는 그냥 뽑으면 마구 소리를 질러서 엘리가 도중에 기절해버리고 만다. 따라서 소리를 막아주는 ‘귀마게 물약’을 만들어 먹으면 기절하지 않고 무사히 채취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포션을 던져 몸을 덮은 덤불을 제거해주거나 몸이 밝게 빛나는 물약을 먹으면 한 번에 더 많은 재료를 채집할 수 있는 동물들도 있다.
단조로움과 복잡함의 중간지점을 찾은 포션 만들기
앞서 이야기한 부분은 게임 속 도감에 잘 정리되어 있어 플레이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확인해볼 수 있다. 게임 내에서 처음으로 본 동물과 식물을 도감에 기록해놓을 수 있고, 새로 얻은 포션 제작법도 도감에 정리된다. 포션은 필요한 재료와 제조법이, 동식물의 경우 채집할 때 유의할 점이나 더 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팁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도감은 마녀라는 직업에도 잘 어울리고, 다소 복잡해보일 수 있는 채집과 제조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준다.
특히 도감에서 잘 살펴봐야 할 부분이 바로 채집 방식이다. 숲속의 작은 마녀는 종류마다 재료 채집 방식이 모두 다르다. 식물로 예를 들면 한 번 뽑으면 끝나는 마녀풀도 있지만, 두 번 뽑아야 되는 땅물풀, 꽃을 한 번 흔들면 날리는 꽃가루를 잠자리채로 낚아채서 채취하는 식으로 각각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동물 역시 도망치는 강아지를 추격하거나 몰래 다가가서 잠자리채로 잡거나, 머리에 꽃이 필 때까지 기다렸다가 완전히 피면 확 다가가서 새를 놀라게 해 머리에 핀 꽃을 떨어뜨리게 하는 식이다.
숲속의 작은 마녀는 힐링 게임을 표방해서인지 무기를 들고 싸우는 전투가 없는데, 그 빈자리를 채집이 대신한다. 아울러 앞서 밝혔듯이 낮과 밤에 출현하는 동물이 각각 다른 부분도 수집하는 재미를 더함과 동시에 단조로움을 줄여준다. 이러한 방향은 포션을 제조하는 부분에도 이어진다. 즙을 짜는 착즙기, 태워서 가루로 만드는 로스터 등으로 재료를 가공하고, 이를 솥에 넣어 끊여 포션을 완성하는 식이다. 가공 및 제조 과정도 뭔가를 직접 만드는 느낌을 살리면서도, 간단하게 구성해서 허들이 높지 않다.
다만 편의성이 부족한 부분이 눈에 밟힌다. 가장 큰 부분이 지역 전체를 살펴볼 수 있는 미니맵이 없다. 전체적인 지역 구성은 중앙에 있는 숲에서 동서남북, 여러 갈래로 길이 뻗어나가며 새로운 지역으로 연결되는 식이다. 따라서 헤매지 않기 위해서는 맞는 경로로 가고 있는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맵을 볼 수 있는 곳은 지역에 하나밖에 없는 푯말이 전부라 맵 구조가 복잡하지 않음에도 종종 길을 잃게 된다. 포션 제조도 물약마다 불 조절, 국자를 젓는 방향이 다른데, 도중에 도감을 열어볼 수가 없어서 레시피가 기억나지 않으면 제조를 중단하고 다시 도감을 열어봐야 해 다소 번거롭다.
엘리의 피로도 소모도 채집, 제조를 소화하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지며, 하루에 채취할 수 있는 재료 양도 제한되어 있다. 특히 초기에는 퀘스트에 필요한 도구를 사기 위해 열심히 포션을 만들어 상인에게 팔아서 거금을 마련해야 하는 구간이 있다. 그런데 빗자루를 타도 생각보다 이동속도가 빠르지 않고, 피로도와 재료 수급이 여유롭지 않아서 조금 허덕이게 된다.
잘 그린 밑그림에 어떤 색을 더할 것인가가 관건
이 외에도 게임에 등장하는 개성 강한 인물들과 담소하며 친밀도를 쌓는 부분, 플레이 중 입수한 키워드로 대화를 이어가며 힌트를 입수하는 스토리 전개 방식, 포션을 만들어 납품하며 돈을 버는 의뢰, 돈을 모아 창고나 제조 도구를 업그레이드하는 부분 등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다만 현재 기준으로 이 부분은 아직 콘텐츠가 많지 않았고, 게임이 완성됐을 때 모습을 예상해볼 수 있는 정도였다.
앞서 해보기를 통해 숲속의 작은 마녀는 밑그림이 탄탄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제작진이 가장 큰 강점으로 앞세운 도트 그래픽은 제대로 살아있었으며, 숲을 탐험하며 물약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마을 사람들과 교류하며 성장한다는 마녀 엘리의 여정도 흡입력 있게 풀어냈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건은 잘 그린 밑그림에 어떤 색을 칠해서 게임을 완성할 것이냐다. 정식 마녀가 되기 위한 견습 생활 중인 주인공 엘리처럼, 정식 출시 때에는 훌쩍 성장한 ‘숲속의 작은 마녀’를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본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초심을 잃지 말자. 하나하나 꼼꼼하게.risell@gamemeca.com
에 달린 기사 '댓글 개' 입니다.
게임일정
2024년
12월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인기게임순위
- 1 리그 오브 레전드
- 2 발로란트
- 3 FC 온라인
- 41 로스트아크
- 51 메이플스토리
- 62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 7 서든어택
- 87 패스 오브 엑자일 2
- 9 메이플스토리 월드
- 102 오버워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