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체력이란,
다 떨어지면 죽는 것.
항상 풀로 차 있어야만 안심되는 것.
되도록이면 안 닳았으면 하는 것.
소중한 것.
그러나, 세상엔 언제나 예외가 있다. 성향이 극M이라서인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기 때문인지, 머리 끝까지 차오른 근성 때문인지… 공격을 받아 체력이 깎이면 깎일수록 게이머의 눈에 하트가 뿅뿅 차오르며 “오히려 좋아”를 외치게 되는 캐릭터 말이다. 개인적으로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세계이긴 하지만, 공감은 가는 이쪽 세계의 TOP 5인방을 살펴보도록 하자.
TOP 5. 빨리 죽여 줘! 빨리!!! 질리언 궁극기
리그 오브 레전드에도 ‘오히려 좋아’를 외치게 하는 챔피언이 몇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를 꼽자면 역시 질리언 할아버지가 아닐까 싶다. 얼마 전 모 국회의원이 고퀄리티 코스프레를 했던 그 챔피언 말이다. 이 할아버지의 궁극기는 일정 시간 내 죽을 시 체력을 한껏 채운 상태로 살려내는 부활기인데, 기술이 풀릴 때까지 죽지 않으면 궁극기가 날아가기에 공격을 받아 죽는 것이 오히려 좋은 상태가 된다.
아, 물론 기자가 속해 있는 아이언 4(과거엔 브론즈 5 소속이었다) 클럽에서는 질리언 궁의 효과를 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궁이 걸리건 말건 도망가기 바쁜 딜러, 체력 가득한 탱커에게 굳이 궁을 미리 써주는 아군 질리언, 귀신 같이 궁 지속시간이 끝난 직후 죽어버리는 아군까지… 뭐, 이쪽 세계에선 게임에서 지건 이기건 ‘오히려 좋아’를 외치는 변태 성향 플레이어가 많으니 딱히 성공하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말이다.
TOP 4. 다리를 다쳤으니 수리검을 던지겠다, 부시도 블레이드
1997년 PS1로 발매된 대전격투게임 ‘부시도 블레이드’는 독특하다 못 해 파격적이었다. 각종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흡사 ‘사무라이 쇼다운’ 같은 게임인데, 체력 게이지도 없고, 팔다리를 맞으면 해당 부위의 기능을 잃고, 몸통을 맞으면 한 방에 사망하는 등 ‘일격필살’이 난무하는 배틀이 특징이었다. 특히 다리를 맞으면 제대로 걸어다닐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사실상 반 사망 선고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좋아!’를 외치는 게이머들이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서브 웨폰 때문이다. 각 캐릭터는 주무기 외에도 서브 웨폰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는 무려 투척형 무기인 수리검도 포함돼 있다. 일반적으로는 서브 웨폰 사용을 위해 방향키를 조작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티가 나서 회피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다리를 다친 상황에서는 별다른 딜레이 없이 수리검을 던지는 기습이 가능했기에 방심하고 처치하러 오는 적을 역습으로 해치울 수 있었다. 방심은 오히려 좋아!
TOP 3. 철권, 레이지 뜨나요 뜨나요 떴네요!
일반적으로 대전격투 게임의 체력 시스템은 100%부터 1%까지는 움직임이 멀쩡하다가, 0%가 되는 순간 그대로 게임 끝이다. 코피만 나도 전의를 상실하는 우리 일반인들과는 확실히 근성부터가 다른 파이터라서 그렇다나? 심지어 그 근성이 목을 넘어 입, 코, 눈, 정수리까지 차오르는 철권 캐릭터들은 체력이 많이 달면 ‘오히려 좋아’라며 힘이 불끈 솟는다. 철권 6부터 추가된 ‘레이지 시스템’이 바로 그 정체다.
레이지는 게임 버전에 따라 체력 10%~30% 선에서 발동하는데, 대미지 증가는 물론이고 벽 콤보 타수 증가, 특수 필살기(레이지 아트, 레이지 드라이브) 사용과 같은 위력적 버프가 더해진다. 실제 프로 경기에서도 열세에 몰린 선수가 손발을 빨갛게 빛내며 ‘오히려 좋아’ 레이지 역전승을 거두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하니, 레이지야 말로 진정한 철권 정신이 아닐까! 물론 레이지 켜겠다고 공격 얻어맞다가 공중에서 내려오지도 못한 채 게임 오버 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상황 봐 가며 좋아하도록 하자.
TOP 2. 몬스터를 떨게 하는 초M, 프리코네 '쿠우카'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의 무희 소녀 쿠우카는 설정부터 ‘오히려 좋아좋아좋아’를 외치고 다니는 극 마조히스트다. 손과 목에 차고 있는 의미 불명의(공식 설정이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세계다) 쇠사슬은 그렇다 쳐도, 스킬마저 공격받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니까, ‘노릴 거라면 쿠우카를!’ 이나 ‘격렬한 것도 환영이에요!’ 같은 것들이다. 참고로 저것들, 정식 스킬명이다. 실제로, 쿠우카가 선봉에 나와 “나를 때려 줘!” 라고 외치면, 제정신 박힌 몬스터(;;)들도 당황해서 술술 피하는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특성은 스킨 신캐릭터로 넘어가며 더욱 개화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마법소녀 외전에서 추가된 ‘느와르 쿠우카’, 일명 느우카다. 안 그래도 무서웠던 초M 성향이 극에 달해서, 거의 광기에 가까울 정도의 기운이 화면 너머 게이머들에게까지 전해진다. 참고로 쿠우카는 수위 문제 때문이라도 애니메이션 등에 등장해선 안 될 캐릭터 1순위로 여겨지고 있다고…
TOP 1. 회복약 먹으면 안 돼! 메탈슬러그 좀비 모드
횡스크롤 게임인 메탈슬러그 시리즈는 대대로 맨몸에는 체력이란 개념이 없다. 총알이건, 칼이건, 한 방만 맞으면 그대로 즉사한다. 그런데, 간혹 공격을 받아도 죽지 않고 이상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메탈슬러그 3에서 처음 등장한 좀비의 체액 공격이다. 여기 맞으면 죽지 않고 좀비가 되는데, 이게 바로 ‘오히려 좋아’ 상태다.
좀비가 되면 이동속도가 급속히 느려지고, 몸이 굳어서 점프 성능도 팍 약화된다. 그러나 일부 공격은 튕겨낼 수 있는 강철몸이 될 뿐 아니라, 수류탄 대신 화면 전체를 휩쓰는 강력한 피토(말 그대로 피를 토하는 기술이다)를 사용할 수 있기에 일부러 좀비가 되려는 플레이어들이 줄을 섰다. 좀비 토를 맞으며 “오히려 좋아”를 외치는 에리와 피오의 모습이 쉽게 상상되진 않지만, 이게 취향이라면 뭐… 존중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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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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