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3rd로 쌓은 서브컬쳐 게임에 대한 신뢰. 다중 플랫폼 크로스플레이 오픈월드. 미호요 신작 원신이 올 하반기 주요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 이유다. 여러 논란이 일긴 했지만, 최근 가장 ‘핫’한 게임임은 분명하다. 출시 초 이슈가 됐던 백도어 논란은 미호요의 빠른 해명과 대책 마련으로 일단락돼, 지난 연휴 동안에는 게임 내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실, 원신을 이야기할 때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하 야생의 숨결)와 비교를 피할 순 없다. 인생 최고 게임이라고도 흔히 불리는 게임과 비교라니 조금 가혹해 보이긴 하지만, 그만큼 기시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스토리와 캐릭터, 전투 등 원신만의 차별화 전략이 돋보이는 지점도 여럿 확인할 수 있다. 특히 7가지 원소 속성의 상호작용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전투는 파고드는 재미가 확실했다.
향후 전개가 궁금해지는 흥미로운 스토리
원신의 주인공은 여러 세계를 넘나드는 기이한 능력을 지닌 남매다. 남매는 능력을 이용해 여행을 하다 정체불명의 신을 만나게 되고, 그에 의해 이산가족이 된다. 이러한 줄거리는 오프닝 애니메이션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화려한 액션으로 감상하는 맛이 있다. 애니메이션 중간에 플레이어에게 캐릭터 선택지가 주어지지만,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결돼 몰입을 해치지 않는다. 단, PC버전은 캐릭터 생성 시 실명인증이 튀어나와 맥이 탁 끊기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게 남녀 주인공 중 하나를 고른 플레이어는 티바트 대륙을 무대로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티바트 대륙에는 일곱 신이 구획을 나눠 다스리는데, 성격이 제각각이다. 그 영향 때문인지 각 지역 풍경과 문화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몬드에는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성채도시가 있는데, 중세 유럽 자유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리월은 근대 이전 중국 문화 색채가 뚜렷한 지역으로, 기와집과 다양한 요리가 특징이다. 필드를 돌아다니며 각지의 명소와 독특한 문화를 살펴보는 것도 원신의 재미 중 하나다.
메인스토리는 각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돕고, 향후 전개될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다. 몬드에서 펼쳐지는 첫 번째 에피소드는 날뛰는 풍마룡에 의해 위기에 처한 몬드 사람들을 돕는 내용이다. 페보니우스 기사단과 음유시인 벤티 등 다양한 인물과 교류하며 ‘자유’가 어떻게 몬드인에게 있어 최고 가치로 자리잡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모험의 주무대 티바트 대륙 정세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도 그려진다. 겉에서 보는 것처럼 평화롭지만은 않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흥미진진한 모험이 기대된다.
서브스토리는 캐릭터별 설정을 자세하게 알 수 있어 플레이어가 캐릭터에 애착을 갖게 한다. 가령 연체도서 회수 퀘스트에서는 매사 대충대충인 페보니우스 기사단 도서관 사서 리사의 성실함 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리월의 일류 요리사 향릉의 요리대결을 돕는 퀘스트 등을 수행하다 보면 기이한 요리 재료에 눈에 불을 켜는 향릉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퀘스트들을 수행하다 보면 캐릭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여담으로 향릉은 중국을 모티브로 한 리월 출신인데, 중국 요리가 ‘다리 넷 달린 건 책상 빼고 다 먹는다’라는 말로 표현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흥미롭다.
캐릭터와 장비는 ‘뽑기’지만 과금 유도가 과하진 않다
원신은 오픈월드 RPG지만, 캐릭터 수집 게임이기도 하다. 뽑기로 캐릭터를 수집하고, 최대 4인 파티를 구성해 필드를 탐험하며 전투를 한다. 현재 주인공 포함 약 20여 명의 캐릭터가 존재하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캐릭터는 4성과 5성으로 구분돼 있으며, 각기 다른 원소 속성과 주무기를 지닌다.
캐릭터 뽑기(기원)에는 ‘뒤얽힌 인연’ 또는 ‘만남의 인연’이란 재화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재화는 뽑기 시 주어지는 스타더스트(혹은 스타라이트), 업적과 각종 퀘스트 보상으로 주어지는 원석을 소모해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수급할 수 있는 양은 한정적이기에 원하는 5성 캐릭터를 뽑으려면 결국 과금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5성 캐릭터 벤티 확정 뽑기가 진행 중인데, 180회 내에 확정적으로 5성 벤티를 얻을 수 있다. 순수 과금만으로 첫 충전 보너스 없이 180회 뽑기를 하려면 약 54만 원 정도 투자해야 한다. 첫 충전 보너스, 필드 보상 등을 포함하면 더 적은 액수로 원하는 캐릭터를 뽑을 수 있지만, PC 및 콘솔 패키지 게임과 비교하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 액수가 적은지 많은지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의견이 갈리겠지만, 유저끼리 직접적으로 전투를 하는 PvP 콘텐츠가 없어 좋은 캐릭터를 꼭 손에 넣을 필요가 없다는 점은 다행이다. 고급 캐릭터 없이 진행할 경우 난이도가 조금 올라가긴 하지만, 진행이 막힐 정도는 아니다. 또한 캐릭터 육성에는 레벨업 및 돌파 외에 ‘운명의 자리’라는 스킬 강화가 있는데 동일 캐릭터를 뽑아야만 얻을 수 있는 재화를 넣어야 한다. 소위 ‘핵과금’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5성 보다 4성 캐릭터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물론 남녀 가리지 않고 외모나 성격, 스토리상 비중 등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가 많아, 성능은 차치하더라도 마음에 쏙 드는 캐릭터를 꼭 뽑고 싶다는 마음까지 자제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붕괴 시리즈로 노하우를 축적한 미호요의 서브컬쳐 캐릭터 디자인은 원신의 장점이라 단점이라 할 수 있다.
화학시간 생각나는 7원소 기반 전투
다음으로 원신의 전투를 살펴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신의 전투는 최대 4인 파티를 꾸린 다음, 자유자재로 교대해 싸우는 실시간 액션 방식이다. 캐릭터마다 사용하는 주무기가 한손검, 대검, 활, 마법구(마법서) 등으로 각기 다르며, 구사하는 원소도 다르다. 파티 조합은 캐릭터의 주무기와 구사하는 원소를 고려해 짜야 한다.
원신 전투의 특징은 ‘원소 반응’을 숙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바람, 얼음, 불, 물, 번개, 바위, 풀 등 7가지 원소는 다른 원소와 만날 경우 독특한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전투에서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 반대로 원소 활용 없이 플레이어 손놀림이나 캐릭터 공격력에만 의존하면 몬스터 하나 잡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같은 원소 반응 덕분에 원신의 전투는 파고드는 재미가 있다. 불과 물이 만나면 ‘증발’ 반응이 일어난다거나, 풀 속성에 불이 붙으면 ‘연소’, 물과 번개 속성이 만나면 ‘감전’되는 것처럼 직관적인 것도 있다. 그러나 불과 번개가 만나 일어나는 ‘과부하’ 반응, 얼음과 번개가 만날 경우 발생하는 ‘초전도’ 반응 등 다소 고난도 조합도 있어 전부 외우려면 어느 정도 노력을 해야 한다. 유저들 사이에선 이런 반응을 표로 만들어 공유할 정도다.
원소 반응이 얼마나 전투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 사례로 살펴보자. 몬스터 중 물 속성 슬라임이 있는데, 까다로운 상대는 아니지만 일반 공격만으로는 처치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 같은 방법으로는 제한된 시간 동안 모든 적을 처치해야 하는 일부 퀘스트는 절대 완료할 수 없다. 그러나 얼음 원소로 얼려 움직임을 묶어 두들겨 패거나, 번개 스킬로 감전시켜 일거에 물리치는 등 원소 반응을 잘 구사하면 짧은 시간 내에 모든 몬스터를 격퇴할 수 있다.
원소 활용은 전투뿐 아니라 필드 및 비경 탐험, 그리고 퀘스트 중 만나는 퍼즐을 푸는데도 필요하다. 특히 던전인 비경에 진입하기 전에는 해당 비경에 추천 속성을 확인한 후 적절한 캐릭터를 파티에 포함시켜야 한층 수월하게 클리어할 수 있다.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오픈월드 RPG
앞서 이야기했듯, 원신의 오픈월드는 야생의 숨결과 종종 비교된다. 실제로 필드 곳곳에 배치된 퍼즐, 적들의 주둔지, 미니 던전 비경, 지도를 밝히는 일곱 신상, 워프 포인트 등 야생의 숨결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들이 다수 존재한다. 그래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원신만의 스토리, 캐릭터, 원소 반응 기반 전투 등 차별화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은 느껴진다.
원신에게는 가혹한 일이겠지만 조금 더 야생의 숨결과 비교하자면, 플레이어의 자유도가 다소 제한돼 있다는 느낌이다. 링크의 모험 과정을 플레이어가 직접 구성할 수 있는 야생의 숨결과 달리, 원신은 정해진 이야기를 따라야 한다. 또한 메인퀘스트는 캐릭터 레벨과 별개로 존재하는 ‘모험 등급’을 정해진 기준 이상 달성해야 진행할 수 있다. 모험 레벨을 달성하려면 필드를 돌아다니며 상자를 열거나 모험가 길드 의뢰를 완수해야 하는데, 게임 진행을 다소 지루하게 하는 요인이다. 그래도 오픈월드 필드에서 채집, 요리, 채광, 각종 수집 요소, 퍼즐 등 즐길거리가 알차다는 점은 다행이다. 애초에 야생의 숨결보다 더 높은 자유도를 지닌 게임을 찾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이지 않을까 싶으니, 이 정도면 합격점이다.
마지막으로 PC, 모바일, PS4 플랫폼별 차이가 큰 것도 아쉽다. 기자는 모바일 버전을 LG V50으로 플레이했는데, 발열과 프레임 드랍이 심해 옵션을 상당수 타협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작은 화면으로 인해 티바트 대륙의 아름다운 풍경을 100% 만끽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아쉬웠다. PS4 버전은 초반 30프레임이 한계여서 PC버전에 비해 모션이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었고, 큰 도시에 들어설 때나 전투 시 간헐적으로 프레임 드랍이 발생한다는 점도 아쉬웠다. PC버전에 비해 다른 두 플랫폼의 로딩 시간이 길다는 것도 눈에 띄는 단점이다.
이처럼 몇 가지 단점이 보이긴 하지만, 앞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붕괴 시리즈로 쌓아 올린 미호요의 액션 RPG 노하우는 여전했으며,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앞으로 나올 새 지역과 그에 얽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캐릭터 뽑기만 조금 더 순한 맛이 된다면, 더 만족하며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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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애정과 흥미를 기사에 담아내고 싶습니다.laridae@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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