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뜨거운 게임 중 하나는 라이엇게임즈 신작 FPS 발로란트다. 테스트를 시작하자마자 해외에서 베타키 하나가 수십만원에 암거래 될 만큼 붐을 일으켰으며, 이를 토대로 국내 게이머들도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앞서 인터뷰와 리뷰 등에서 언급했듯, 발로란트는 정통 FPS를 추구한다. 정통 FPS란 캐릭터 특성보다는 움직임과 조준, 사격에 초점을 맞춘 게임으로, 스킬과 역할 기반으로 플레이 하는 하이브리드 FPS와는 궤를 달리 한다. 그러나, 발로란트에는 내에는 각자 고유 스킬을 갖춘 캐릭터가 테스트 기준 10명이나 존재하기에, 얼핏 봐서 정통 FPS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실제로 작년 말 이 게임이 '프로젝트A'라는 이름으로 처음 공개됐을 당시 '롤버워치'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만큼, 캐릭터의 존재감은 크다.
이에 대해, 발로란트 리드 기획자인 트레버 롤레스키는 게임 공개 당시부터 쭉 게임의 핵심은 조준과 사격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는 지난 2월, 미국 본사에서 게임메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스킬에는 대처 방안이 있어야 한다. 어떤 스킬이건, 심지어 궁극기더라도 누르면 바로 상대를 죽이거나 승리할 수 있는 스킬은 원하지 않는다"라고 즉사나 그에 가까운 효과를 보이는 스킬이 없음을 강조했다. 개발 총괄 조 지글러 역시 같은 자리에서 "게임 내 직접적으로 상대를 죽이는 스킬은 없다. 스킬은 총기 사격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존재"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발로란트에는 적을 곧바로 죽이는 위력적인 스킬이 없는 것일까? 게임메카는 오는 5월 5일 국내 테스트를 예정하고 있는 발로란트에 접속해 이 같은 우려를 확인해 봤다.
위험한 캐릭터가 네 명 있다
게임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위력적 스킬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당하는 적이 손쓸 틈 없이 죽거나 게임에서 패배하게 만드는 기술일 것이다. 사실 AOS도 아니고, FPS에서 스킬만으로 승패를 뒤집을 수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위력이 있다면 어느 정도 패널티나 공략법이 있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개발자들이 한 이야기는 일반적인 조준-사격 없이 스킬만으로 적을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모습을 지양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발로란트에는 총 열 명의 요원(캐릭터)이 존재한다. 게임 공개 당시 선보여진 8명의 요원(브림스톤, 세이지, 소바, 제트, 피닉스, 바이퍼, 사이퍼, 오멘) 외에도 새로 선보여진 브리치와 레이즈가 더해졌다. 이들의 스킬 대부분은 정찰, 무력화, 시야 차단, 이동 등이다. 적의 위치나 정보를 알고, 움직임과 조작을 방해해서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마무리는 대부분 총으로 가해야 한다. 범위/장판형 공격기가 있긴 하지만, 강력한 대미지를 준다기 보다는 해당 장소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용도로 많이 사용한다. 기술 대부분이 쿨타임 형이 아니라 경기 시작 전 구매하는 아이템형이라는 것도 스킬 의존도를 줄인다.
그러나, 눈에 밟히는 요원 몇 명이 있다. 궁수 캐릭터 소바, 한국인 닌자 캐릭터 제트, 그리고 신 캐릭터인 레이즈와 브리치다. 소바의 경우 벽을 투과해 맵 전역에 대미지를 입히는 궁극기를 지니고 있다. 제트는 일반적인 총보다 훨씬 위력적인 수리검을 날려 적을 처치하는 궁극기를 지녔다. 레이즈 역시 로켓 런처 형태의 범위형 폭발식 궁극기를 사용한다. 브리치는 벽을 통과하는 폭발기와, 적을 공중에 띄우는 궁극기를 갖추고 있다. 얼핏 "상대를 직접적으로 죽이는 스킬은 없다" 라는 말과 반대되는 것 같아 보인다.
먼저 소바다. 소바의 궁극기 '사냥꾼의 분노'는 오버워치의 한조 궁극기와 거의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벽을 투과해 일직선의 적에게 대미지를 주는 형식인데, 한조와 달리 대미지가 일발에 들어가고 세 번까지 연속해서 발사할 수 있다. 일단 구조상 적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데 특화된 기술이다. 이러한 기술의 리스크는 적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허공만 가른다는 점이다. 오버워치의 한조 역시 이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적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초음파 화살을 사용하며 각을 잘 봐야 겨우 적을 죽일 수 있다.
한편, 발로란트에서는 이 기술에 대한 리스크가 훨씬 적다. 소바는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두 개(정찰용 화살, 올빼미 드론)나 가지고 있으며, 타 캐릭터에게도 적의 위치를 아군 모두에게 알려주는 기술이 다수 존재한다. 게임 시스템상 아군에게 발견된 적 위치가 미니맵에 표기되기에 적 위치를 알고 이 기술을 사용하기가 꽤나 쉬운 편이다. 실제로 게임 내에서도 궁이 찬 소바는 굉장히 위협적이다. 상대팀 입장에서는 손 하나 못 써보고 벽 너머로 날아오는 궁극기를 맞고 죽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다음은 제트다. 제트는 닌자 캐릭터로, 궁극기 칼날 폭풍은 다섯 개의 수리검을 소환해 적에게 던진다. 좌클릭 시 한 개씩 빠르게 연사하며, 우클릭 시 남아 있는 모든 칼날을 한 번에 던진다. 이 기술은 발로란트에서 사실상 유일한 즉사 수준의 대미지를 가지고 있다. 수리검 다섯 개는 중거리까지 꽤나 좁은 범위 안에서 날아가며, 머리가 아닌 몸에 맞더라도 대부분 한 방에 적을 해치울 만큼 위력적이다.
다만, 이 기술은 리스크가 꽤 크다. 일반 총과 같이 조준이 필요한 논타겟팅 기술이기에, 빗나가면 그대로 끝이다. 여기에 칼날을 던진 후 총을 꺼내 드는 후딜레이도 1초 가량 되기에, 근접전에서 빗나간다면 일반 공격으로 이어가기 전 당하기 십상이다. 궁극기가 차 있는 제트는 분명 1 대 1 상황에서 위협적인 일발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용이 어렵고 제한적이라 스킬 때문에 죽는다는 기분은 들지 않는다.
신규 캐릭터인 레이즈는 두 가지 강력한 공격 기술을 가지고 있다. C스킬인 폭발 봇, 궁극기인 '대미 장식'이다. 폭발 봇은 벽에 부딪히면 90도로 꺾이며 전진하다 적은 만나면 달려가 폭발하는 유도식 미니 차량이다. 적과 코너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때 살짝 보내면 꽤나 유용한 기술이다. 다만,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차량 자체의 대미지가 아주 크지 않고, 속도도 그리 빠른 편은 아니라 도달하기 전 충분히 파괴할 수 있다. 오히려 차량 다음에 오는 상대방 캐릭터가 훨씬 위협적이다. 따라서 이 기술은 적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스킬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궁극기 대미 장식은 쉽게 말하면 로켓 런처다. 커다란 런처를 발사해 도달 지점에서 광범위한 폭발을 일으킨다. 일단 꽤나 위력적인 기술임에는 틀림 없지만, 폭발 대미지가 50 정도라 체력이 가득찬 적을 한 번에 죽이긴 어렵다. 궁극기임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타당하면서 스킬에 의존하는 게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위력이다. 직선형으로 날아가는 공격이기에 적에게 맞추기 위해서는 사용자 자신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어느 정도 패널티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신규 캐릭터 브리치는 아쉽게도 직접 플레이 하거나 상대편에서 궁극기를 사용하는 것을 당해보지 못했다. 다만 벽을 통과해 광범위한 대미지를 주는 여진 하나만으로는 적을 100% 죽음에 이르게 하기 어렵다. 결국 스킬을 쓰고 나서 본인이 나서 제거해야 하므로, 발로란트 제작진의 장담과도 궤를 같이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발로란트에는 스킬만으로 적을 직접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긴 꽤나 어렵다. 공격형 스킬이 몇 개 있긴 하지만, 타 정통 FPS 게임의 수류탄보다 약한 경우가 많고, 대미지보다는 이를 통해 상대방의 행동을 유도해 플레이어가 처치하기 쉽도록 상황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제작진의 장담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다만, 맨 위에서 말한 소바 궁극기처럼 일부 스킬은 '저 스킬 때문에 죽었네'라는 기분을 느끼게 하기 충분한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저 기술은 오버워치 한조와 콘셉트도 겹치고,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도 않아 불합리한 느낌을 들게끔 한다. 이 게임이 캐릭터 별 특성이 각기 다른 하이퍼 FPS라면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정통 FPS를 추구한다면 두고두고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과연 발로란트 제작진은 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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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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