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음식만화 ‘맛의달인’에는 여러 나라 언론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연회를 여는 에피소드가 있다. 종교·문화·신념적 금기 음식이 각기 다른 전세계 사람들을 같은 메뉴로 대접하려다 보니 골머리를 썩는 내용이 다뤄진다. 비단 음식 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만날 땐 대화 주제나 인사법, 복장, 매너 등 조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이런 금기들은 문화적 차이로 인한 것으로, 누가 옳다 그르다 할 문제는 아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금기는 게임도 마찬가지다. 같은 게임이더라도 국가에 따라 정서 상 용납하지 못 할 부분이 각기 달라, 일부 국가에서만 출시가 금지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예를 들면 독일에서는 최근까지 나치 문양을 사용하거나 심한 폭력성이 담긴 게임을 금지시켰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이슬람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갓 오브 워 2’ 등의 출시를 거부한 바 있다. 그 외에 자국이 악당처럼 표현되거나, 외교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는 게임의 경우엔 십중팔구 출시 거부를 당한다. 그러나, 그 중엔 얼핏 들으면 ‘왜?’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례도 존재한다. 오늘은 나라 별 독특한 금지 게임 TOP 5를 뽑아 보았다.
TOP 5. 일본 '폴아웃 3' 금지
게임 왕국 일본에게도 민감한 부분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2차 세계대전에서 겪은 핵이다. 2008년 ‘폴아웃 3’는 전세계에서 별 문제 없이 출시됐지만, 유독 일본에서는 이러한 국민 감정을 건드려 제동이 걸렸다. 게임 내에는 핵무기를 사용하는 사이드 퀘스트를 비롯해 소형 핵폭탄 투하기 ‘팻 맨’ 등이 등장하는데, 일본에서는 이를 피폭 피해 생존자들의 아픔을 건드린다는 이유로 심의 거부 판정을 내렸다. 다들 알고 있듯, 팻 맨은 1945년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이다.
결국 베데스다 일본 지사는 해당 사이드 퀘스트를 비롯해 해당 문제와 깊숙히 얽혀 있는 NPC를 삭제했으며, 팻 맨이라는 무기 이름도 변경해 겨우 심의를 받았다. 일본 입장에서는 피폭 생존자들이 남아 있기에 저런 결정도 이해가 안 가진 않지만, 은근히 자신들을 2차 세계대전 피해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최근 일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조금 씁쓸해지는 결과다.
TOP 4. 싱가포르 '매스 이펙트'
바이오웨어의 매스 이펙트 시리즈는 게임 내에서 주인공의 성별에 관계 없이 남/녀 NPC들과 자유롭게 연애를 할 수 있는 연애 시스템을 갖췄다. 그 탓인지 은근히 세계 여러 나라에서 판매 금지를 당했는데, 특히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종교적 이유로 태클을 당했다. 그런데, 이슬람 문화권도 아니고, 과거 대한민국, 대만,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분류되던 싱가포르에서도 같은 이유로 이 게임을 금지했다는 사실은 꽤나 낯설 것이다.
사실 싱가포르는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꽤 가혹하고, 언론이나 미디어 통제가 심한 국가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에 대해 어떠한 측면이라도 다루는 사이트나 매체에는 고액의 라이선스료를 받고, 콘텐츠를 삭제할 수 있다. 여기에 동성애나 소아성애, 수간, 시간을 묘사하거나 장려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즉 동성애와 소아성애, 시간, 수간을 동일 선상에 놓고 있는 것이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관광하기 좋은 선진국으로 알려진 싱가포르지만, 이런 점에서는 꽤나 낯설다.
TOP 3. 중국 '풋볼 매니저 2005'
중국은 영토와 게임규제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한 대국(大國)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콘솔 게임기 판매를 금지한 바 있으며, 종교나 피, 선정성, 폭력, 도박, 해골, 시체 등의 표현에도 매우 엄격하다. 또한 중국군과 중국 정부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정권에 대항하는 혁명 등도 규제 대상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에서 검열당하거나 출시 금지가 된 게임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문제될 것 없어 보이는 축구 감독 시뮬레이션 게임 ‘풋볼 매니저’가 중국 정부로부터 금지당한 적이 있다. 2004년 연말 출시된 ‘풋볼 매니저 2005’다. 게임 내에 선정적이거나 액션 요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당시엔 3D 중계도 없어서 바둑판 같은 화면이었는데 대체 무슨 장면이 문제가 됐을까? 그 원인은 바로 대만과 티벳이다. 당시 게임 내에는 대만과 티벳을 별도의 나라로 구분해 놨는데, 이것이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는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 결국 이 사건 이후로 대만은 차이니즈 타이페이라고 표기되며, 티벳에 대한 국가표기는 사라졌다.
TOP 2. 사우디아라비아 '포켓몬스터'
사우디아라비아. 말만 들어도 이슬람 율법에 따른 문화검열이 심할 것 같은 국가다. 뭐, 실제로도 그렇긴 하다. 사실 게이머들에게서 이슬람 국가에 일부 게임이 발매 금지됐다는 소식은 딱히 놀랍지도 않다. 앞서 말한 매스 이펙트 시리즈만 해도 동성애 요소로 인해 금지됐으니까.
그런데, 많고 많은 게임 가운데 ‘포켓몬 고’를 포함한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금지한 것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귀여운 피카츄가 이슬람 율법을 위반하기라도 하는 것인가? 믿기지 않지만 그렇다. 포켓몬의 특징은 ‘진화’인데, 사우디 고위성직자 위원회는 진화론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사우디 청소년들 입에서 진화라는 단어가 오르내리다니 불경하다!”라며 포켓몬 고를 금지시켰다. 여기에 게임성 면에서도 ‘알라가 금한 도박’을 콘셉트로 한다는 쐐기까지 박았다. 진화 없는 딜리버드가 슬퍼합… 아, 얘도 산타 숭배 캐릭터였지?
TOP 1. 우즈베키스탄 '심즈'
우즈베키스탄은 소련 해체 이후 꽤나 힘든 시기를 겪었다. 카리모프 독재정권이 꽤 오래 유지됐는데, 독재정권 답게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진압하고 통제하고 억압했으며 경제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2016년 카리모프 사망 후 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하려 애를 쓰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콘텐츠에 여러 규제를 가하기도 했다.
그 중 나온 것이 바로 ‘심즈’ 발매 금지다. 2017년 5월 우즈벡 정부는 34개 게임의 수입/유통을 금지했는데, GTA, 매스 이펙트,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히트맨 등 대부분 게임은 대충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그 중에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즐기는 전연령 게임 ‘심즈 3, 4’가 포함돼 있었다. 구체적 이유는 “사회의 평화와 민족, 종교적 조화를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한 우즈베키스탄 전문가는 “당시 우즈벡 사람들은 이전까지 자신들보다 못하다고 여겼던 이웃 나라 카자흐스탄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보며 신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 있는 상태였다”라며 “심즈 내에 포함된 눈부신 서구식 삶이 국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우즈벡 경제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으니 곧 심즈 금지가 풀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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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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