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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게임 전성시대, E3 통해 확인한 싱글게임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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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PG 명가 바이오웨어도 온라인 협동에 초점을 맞춘 '앤섬'을 신작으로 앞세웠다 (사진출처: 오리진 공식 홈페이지)

멀티게임 전성시대다. 영화 같은 연출로 유명했던 ‘콜 오브 듀티’는 신작 ‘블랙 옵스 4’에서 싱글 플레이를 배제했다. ‘드래곤 에이지’, ‘매스 이펙트’ 등 RPG 명작을 뽑아낸 바이오웨어는 온라인 협동을 강조한 ‘앤섬’을 새로운 IP도 밀었다. 싱글게임 대명사로 불리던 ‘폴아웃’도 유저 행동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신규 타이틀 ‘폴아웃 76’을 통해 멀티플레이 요소를 도입했다.

하지만 싱글게임은 멀티게임이 대체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다른 사람 신경 끄고, 100% 내 호흡에 맞춰서 진득하게 풀어나가는 맛이 있다. 지난 5월에 출시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어드벤처 게임은 일회성이라는 편견을 깨고,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수많은 결말과 흡입력 있는 캐릭터를 바탕으로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대세는 아니지만 아직 싱글게임이 뛸 운동장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 실타래 같은 선택지를 하나씩 개방해나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번 E3 2018에는 멀티게임 공세에 시달리는 싱글 게임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기대작이 공개됐다. 멀티게임 유행 속에 싱글게임을 내놓은 게임사들이 찾은 생존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현장에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끌었던 ‘사이버펑크 2077’, ‘메트로 엑소더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 ‘고스트 오브 쓰시마’,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등 싱글 게임 기대주들이 앞세운 전략은 크게 한 방향으로 정리된다.

여러 번 해도 재미있는 게임이 되기 위한 핵심 재료

E3에서 주목 받은 차세대 싱글 게임은 대부분 거대한 세계를 담고 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임은 ‘사이버펑크 2077’이다. 기계 부품을 몸에 장착하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거대한 도시 ‘나이트시티’를 게임 속에 옮겨놓았다. 단순히 크기만 큰 것이 아니라 진짜 도시처럼 자동차도 다니고, 다양한 상점도 있고, 여러 군상의 도시민도 거리를 활보한다. 크면서도 세밀하게 다듬어진 세계는 게이머들의 탐험 욕구를 자극한다.


▲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미래 도시 등장을 예고한 '사이버펑크 2077' (사진제공: CD프로젝트레드)

여러 유저가 아니라 플레이어 한 명에게 집중하는 싱글게임에서 ‘세밀함’은 게임을 오랜 기간 파고들 수 있는 재료로 통한다. 고증의 대가, 유비소프트가 최신작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에서 거대한 건축물부터 캐릭터들이 입고 다니는 옷까지 ‘살아 있는 고대 그리스’를 보여주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 이유도 세밀함에 따라 몰입도가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 고대 그리스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해줄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사진출처: E3 2018 트레일러 갈무리)

이러한 현실감은 게임에 등장하는 적에게도 적용된다. 마치 진짜 사람을 상대하는 듯한 전투로 지루함을 날려야 한다. 이 점이 두드러진 게임은 ‘메트로 엑소더스’다. 게임 속 적에게는 일종의 각성이 있다. 쉬고 있던 적을 기습하면 처음에는 쉽게 쓰러지지만 전투가 본격적인 국면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면 적들이 전보다 끈질겨진다. 마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처럼 공격에 흥분하는 적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 '메트로 엑소더스' E3 2018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영상출처: 게임 공식 유튜브 채널)

위에서 설명한 내용이 어떻게 ‘싱글 게임 생존’과 연결될까? 싱글 게임의 가장 큰 한계점은 ‘일회용 게임’이라는 편견이다. 한 번 엔딩을 보면 그 게임은 책장에 들어가 먼지를 쓴 채 잠에 빠지고 만다. 사실상 엔딩이라는 것이 없는 멀티 게임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싱글 게임’도 생생함, 디테일과 함께 여러 번 게임을 하게 만드는 힘을 가져야 한다. 수많은 교전을 거친 후 싱글 게임은 결국 한 가지 답을 찾아냈다.

엔딩 본 게임 뚜껑을 다시 열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자유

E3 2018을 통해 여러 게임사가 제시한 답은 ‘자유도’다. 혼자 하는 게임이지만 정해진 루트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본인이 가고 싶어하는 길을 개척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길을 개척하는 과정 자체도 어떻게 보면 게임사들이 만들어낸 부분이지만 짜여진 대본이 있다는 느낌을 지우고 플레이어가 게임을 좌지우지한다는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는 진행 과정 자체에 자유를 부여했다. 이 게임은 지난 E3에서 길이가 꽤 긴 플레이 영상을 보여줬다. ‘엘리’의 미션 수행 내용을 담은 것인데 중요한 점은 꼭 영상에서 본대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너티독 닐 드럭만 디렉터는 E3 현장에서 국내 미디어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미션을 완료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번에 보여드린 데모는 그 중 한 가지를 묘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 게임 플레이 영상 (영상출처: PS 공식 유튜브 채널)

이 게임은 전작에서도 귀는 예민하지만 앞은 안 보이는 감염체 ‘클리커’를 통해 색다른 돌파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클리커’를 잡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죽이고 도망가는 것이다. 특히 난이도를 높이면 총알이나 무기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감염체가 아닌 적에게는 가급적 무기를 쓰지 않는다’는 나름의 전략을 생각하게 만든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 2’가 얼마나 자유로울지는 의문이지만 일종의 지침 없이 움직이던 ‘엘리’를 통해 전작보다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음을 기대해볼 수 있다.

같은 자유라도 게임마다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될 수 있는가를 E3를 통해 볼 수 있었다. 프롬소프트웨어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는 퍼즐풀이 같은 전투를 보여주겠다 예고했다. 이 게임은 성장도, 장비 맞추기도 없다. 그리고 퍼즐은 전투 자체에 있다. 만약 이렇게 해서 죽었다면 주인공은 되살려 같은 곳에서 다른 돌파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정해진 정답은 없다. 정면돌파도 괜찮고, 그래서 죽었다면 주변에 숨어서 기습하거나 근처에서 구한 폭탄을 사용해도 괜찮다는 것이 개발자의 목표다. 죽어가며 게임을 배운다는 ‘다크 소울’의 또 다른 변형인 셈이다.


▲ '독특한 어드벤처 플레이를 보여줄 '세키로: 섀도우 다이 트와이스'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스토리에 자유를 줬다. 배경은 몽골의 일본 침략이지만 사실이 아닌 허구를 바탕에 두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 것인가는 플레이어 선택에 달렸다. 게임 개발사 서커펀치 네이트 폭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E3 현장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오픈월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 그 수는 유저들이 다 즐길 수 있을지 모를 만큼 많으며 내용도 드라마틱하다”라고 설명했다.


▲ 역사와 다른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줄 '고스트 오브 쓰시마' (사진제공: SIEK)

사람은 이미 알고 있거나 답이 정해진 것을 다시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었는데 결정적인 스포일러를 들으면 김이 팍 새는 것처럼 말이다. 자유도는 ‘싱글 게임’에 이처럼 김이 새는 구간이 없도록 메워준다. 같은 게임이라도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경험을 얻어갈 수 있다면, 이게 궁금해서라도 엔딩을 한 번 본 다음에도 다시 한 번 게임에 도전하게 만든다.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월의 힘을 받아 매우 날카롭게 다듬은 ‘자유’, 이것이 멀티 게임으로부터 운동장을 지키기 위한 싱글 게임의 생존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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