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쳐'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CCG '궨트'의 공개 서비스가 시작됐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 미니게임으로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궨트’가 돌아왔다. 5월 25일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궨트: 더 위쳐 카드 게임(Gwent: The Witcher Card Game; 이하 궨트)’은 원작을 바탕으로 전보다 확장된 규칙과 다양한 카드로 재미의 깊이를 더한 온라인 CCG다.
사실 국내에서 ‘궨트’는 원작보다는 유명한 ‘하스스톤’ 프로게이머이자 스트리머인 라이프코치(Lifecoach; 본명 Adrian Koy)의 발언으로 이미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하스스톤의 확률성에 기댄 게임성을 비판하며 앞으로는 ‘궨트’를 하겠다고 전향을 선언한 바 있다. 실제로 ‘궨트’는 확률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전략적 선택의 묘미를 살리고 있다. 라이프, 발동비용, 전투 등 CCG의 전통적 규칙을 과감히 배제하고 화투나 포커에 가까운 방식을 채택한 점이 바로 ‘궨트’의 특징이다.
‘어그로’도 ‘명치’도 없다, 화투나 포커를 연상시키는 심리전이 기본
▲ 화면 좌측의 점수가 높은 쪽이 승리하는, 점수 쌓는 게임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궨트’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전투’가 없다는 점이다. ‘하스스톤’이나 ‘섀도우버스’ 등 여느 CCG와 달리 ‘궨트’에는 기본적으로 전투의 요소가 거의 없다. 우선 ‘궨트’에는 ‘라이프’ 점수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적을 직접 공격해 ‘라이프’를 깎아서 패배시키는 전략은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유닛은 ‘파워’의 총합을 더해주지만 적을 공격하는 기능은 없다. ‘궨트’는 전투 없이 내 손 안의 카드들을 조합해 콤보를 만들어 승점을 쌓고, 상대 콤보는 방해해 승점을 깎는 눈치싸움으로 진행된다.
‘궨트’는 기본적으로 ‘위쳐 3: 와일드 헌트’의 미니게임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플레이어는 25장 이상 40장 이하 덱을 구성해 게임을 시작하며, 시작할 때 자기 덱에서 10장의 카드를 뽑는다. 그 후 두 플레이어는 한 쪽이 더 이상 낼 카드가 없거나 포기할 때까지 번갈아 가며 카드를 한 장씩 내고, 마지막에 지금까지 낸 카드 ‘파워(Power)’ 총합이 높은 플레이어가 라운드(Round)에서 승리한다. 즉 ‘궨트’는 기본적으로 상대와 나 사이의 점수 격차를 벌리는 게임이다.
▲ 3판2선승제로 먼저 2라운드를 따는 쪽이 승리하는 규칙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게임은 3판2선승제로 상대보다 먼저 2라운드를 따면 게임에서 승리한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지금까지 냈던 카드는 모두 제거되고 게임 판은 초기화된다. 그러나 추가 패는 2라운드가 시작될 때 2장, 3라운드가 시작될 때 1장만 뽑으므로, 전 라운드에 패를 소모한 부담은 다음 라운드까지 거의 그대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첫 라운드를 따기 위해 카드를 너무 사용하다가는 이어지는 라운드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렇다고 카드를 안 쓰고 버틸 수도 없다. 무조건 한 턴에 한 장을 쓰는 것이 규칙이기 때문이다. 카드를 쓰지 않고 턴을 넘기는 방법은 라운드를 포기하는 것뿐이다. 라운드를 포기한다고 무조건 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한 명이 포기하면 상대는 원하는 만큼 연속적으로 카드를 낼 수 있게 된다. 즉 상대가 방해 받지 않고 콤보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궨트’에서는 득점 상태와 남은 패에 따라 이번 라운드는 포기할지, 혹은 끝까지 카드를 내고 라운드를 딸지 고민해야 한다.
▲ 라운드를 포기하면 화면 하단에 'PASSED'가 뜬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전투가 없다는 점, 그리고 상대를 공격해 강제로 패배시킬 수도 없다는 점 탓에, ‘궨트’의 액션은 다른 CCG에 비해서 조금 떨어진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확실히 ‘궨트’는 공격적으로 치고 박는 하수인 싸움이나, 적 본체를 공격해 ‘명치를 때리는 재미’는 없다. 대신 ‘궨트’는 내 카드는 아끼고 상대 카드는 소모시키는 허세, 도발, 속임수 등 심리전과, 손 안의 카드를 조합해 콤보를 완성시켜 높은 점수를 만들어내는 계산의 재미가 있다.
세 개로 나뉜 전장, 콤보 전략도 세 배로 다양하다
▲ 각 유닛은 세 가지 타입에 따라 각기 다른 열에 배치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궨트’는 전장 구성과 카드를 놓는 방법에서도 다른 CCG와 다른 점이 있다. 우선 ‘궨트’의 전장은 열(Row)이라고 하는 단위로 나뉜다. 각 열은 순서대로 ‘밀리(Melee)’, ‘레인지드(Ranged)’, ‘시즈(Siege)’ 세 개로, 해당 열에는 맞는 타입의 유닛만 배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밀리’ 타입 유닛 ‘와일드 헌트 하운드’는 ‘밀리’ 열에만 놓을 수 있다. 다만 일부 유닛들은 만능 타입인데,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열 어디든 올라갈 수 있다.
많은 카드가 열을 단위로 효과를 발휘하므로, 콤보는 주로 열을 단위로 해서 완성된다. 예를 들어 ‘커맨더스 혼(Commander’s Horn)’은 한 열에 인접한 유닛 5개의 ‘파워’를 4씩 감소시킨다. 그런가 하면 ‘바이팅 프로스트(Biting Frost)’ 카드는 한 열을 정하고 그 위에 있는 모든 유닛들의 ‘파워’를 매 턴 1씩 감소시킨다. 이처럼 버프와 디버프 모두 열을 단위로 효과가 적용되다 보니, 덱을 짤 때도 주로 열을 단위로 콤보 전략을 세우게 된다.
▲ '날씨' 계통 카드는 한 열을 골라 지속적으로 디버프를 준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고 하나의 열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면 파훼도 쉽게 당할 수 있다. 따라서 각 덱은 흔히 두 개 이상의 열에 맞춘 콤보를 준비해둔다. 그래야 한 열에 쌓던 콤보가 상대의 방해로 어그러진다 해도, 아직 멀쩡한 다른 열에서 계속 승기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상대방이 엄한 열에 방해 카드를 쓰게 유도한 다음, 충분히 상대 카드가 소모된 다음에야 주력 열에 콤보를 전개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다시 말해 세 개의 전장을 오가며 머리싸움을 벌일 수 있다.
이처럼 전장을 세 개의 열로 분할해둔 게임 구성은 하나의 전장에서만 벌어지는 정면대결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심도 깊은 대결을 가능하게 해준다.
원작에서 부족했던 카드 다양성은 해결, 하지만 규칙은 조금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아마 원작의 미니게임 ‘궨트’를 즐겼던 플레이어가 아쉬웠을 점은 바로 카드의 종류가 적다는 점, 그리고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을 것이다. 원작 ‘궨트’는 싱글 플레이 게임이라는 특성상 하다 보면 결국 플레이어가 이길 수 있게 기획되었었다. 그러나 온라인 CCG ‘궨트’는 기본적으로 PVP를 전제로 삼은 만큼 진영과 카드 사이에 섬세한 밸런스를 맞추고자 애쓴 흔적이 보인다.
우선 진영은 원작 그대로 ‘노던 킹덤즈(Nothern Kingdoms)’, ‘스켈리게(Skellige)’, ‘닐프가드(Nilfgaard)’, ‘몬스터(Monsters)’, 그리고 스코이아텔(Scoia’tael)’ 다섯 개가 등장한다. 그러나 진영 특성은 크게 바뀌었다. 진영마다 있던 패시브 기능은 삭제됐다. 대신 각 진영 소속 카드들은 특수능력에 해당하는 여러 ‘키워드(Keyword)’를 공유하며, 키워드를 이용한 콤보로 점수를 배가하거나 특수 효과를 발동할 수 있다. 덕분에 진영 전략도 원작보다 훨씬 다채로워졌다.
▲ 적의 '파워'를 높여주는 대신 다양한 효과를 발휘하는 '스파이' 키워드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궨트’에서 너무 막강했던 골드 카드도 성격이 바뀌었다. 우선 ‘궨트’의 카드는 희귀도와 무관하게 골드, 실버, 브론즈로 나뉜다. 이 중 골드 카드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다른 카드의 효과에 영향을 받지 않는 ‘무적 카드’다. 대신 원작과 달리 골드 카드는 덱에 한 종류당 1장씩, 최대 4장만 넣을 수 있다. 즉 덱에 넣을 수 있는 골드 카드의 수를 제한시켜서, 원작처럼 다수의 골드 카드에 의존하는 플레이를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실버 카드는 ‘다른 카드에 영향 받지 않는 특징’만 제외한 골드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즉 디버프 및 제거효과는 그대로 받지만 그 외 성능은 골드 카드에 버금간다. 실버 카드도 한 종류당 1장씩 최대 6장까지 덱에 넣을 수 있다. 반면 브론즈 카드는 단독으로 사용하면 골드나 실버에 비해서 조금 심심한 성능이지만, 제한 없이 덱에 넣을 수 있어서 다양한 콤보에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사실상 브론즈 카드가 덱의 근간이 되는 셈이다.
▲ 브론즈 카드로 콤보를 완성해 '파워'를 크게 증가시킨 모습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카드 종류도 크게 확장됐다. 원작 미니게임은 참신한 규칙으로 흥미를 끌기는 했었지만, 카드는 120종에 키워드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궨트’에는 317종 카드에 49개의 ‘키워드’가 등장해서 원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콤보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여러 규칙과 키워드가 존재하다 보니 처음 게임을 접하는 입장에서는 읽을 것이 많고 조금 복잡하게 느껴질 여지는 있다. 다양성은 확보했지만 진입장벽은 조금 높아진 셈이다.
▲ 규칙이 많고 복잡하다 보니 읽는 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대중성보다는 전략의 깊이를 중시한, 날을 세운 CCG
요약하면 ‘궨트’는 대중성을 추구하는 대신 ‘날을 세운 CCG’라고 할 수 있다. 심리전과 머리싸움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복잡한 콤보를 핵심요소로 내세우고, 전장도 세 개의 열로 나누는 등 신선한 시도를 하는 동시에 ‘라이프’, ‘발동비용’, ‘전투’ 등의 요소는 과감하게 배제했다.
그 탓에 ‘궨트’는 기존 CCG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에게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의 ‘간단함’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CCG들과 달리 ‘궨트’는 복잡한 요소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수 싸움을 벌이는 ‘전략성’의 날을 날카롭게 세웠다. 덕분에 ‘궨트’에서는 운 때문에 어이 없게 패배하는 일도 적고, 초반 ‘날빌’로 아무 것도 못 해보고 지는 일도 없다. 대신 복잡할지는 몰라도 치밀한 수 싸움과 ‘컨트롤’의 묘미가 있다.
그저 카드를 놓고 적을 때리기만 하는 CCG에 질린 참이라면 ‘궨트’로 시선을 돌려보자. 낯설지만 색다른 전략의 재미가 기다리고 있다.
▲ 아름다운 실사풍 일러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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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 기자 이새벽입니다. 게임 배경에 깔린 스토리와 설정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습니다. 단지 잠깐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자 합니다.dawnlee12@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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