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국내 게이머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디아블로 3’ 베타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정식발매를 20여일 남기고 시작된 이번 베타테스트는 많은 게이머들에게 계속해서 이슈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게임메카는 국내 베타테스트를 통해 이 게임이 과연 블리자드의 신작다운 모습을 갖췄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래픽이 아쉽다고 느껴지는 건 착각일 뿐이다
‘디아블로 3’를 처음 만난 게이머들이 가장 먼저 실망하는 부분 중 하나는 그래픽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작처럼 트리스트럼의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지거나, 그 누가 봐도 실사를 넘나들 정도로 화려하고 멋진 그래픽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이러한 눈요기거리보다는 최적화를 택했다. 그 덕분에 저사양의 컴퓨터에서도 무난하게 돌아가는 위엄을 달성했다. 물론 최신 게임과 비교하면 약간 못 미칠지도 모르지만, 절대 어설프지는 않다.
▲나무를
부수거나 적을 처치할 때의 통쾌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대표적인 예로 주위의 사물(나무, 책상 등)을 공격하면 방향이나 대미지에 따라 파편이 튀어나가거나, 밀치기 공격을 당하면 캐릭터가 붕 떠서 날아가는 등, 게임 전반적으로 물리효과나 스킬 및 공격 시의 타격감 등이 굉장히 화려하다.
한편 대다수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바로 ‘현지화’다. 이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2’를 통해 진정한 현지화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블리자드는 이번 ‘디아블로 3’에서도 그 위력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성우들의
연기가 하나된 진정한 현지화
일지를 통해 케인이나 압드 알하지르가 육성으로 설명해주는 악마들의 정보, 친근하기까지 한 아이템 이름과 설명을 보고 있으면 마치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을 하는 것인가?’ 하는 착각마저 느껴진다. 여기에 성우들의 고퀄리티 연기가 더해지니 ’이 이상의 현지화는 없다.’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물론 영어단어를 그저 한글로 풀어 쓰는 방식이 아닌 직역에 가까운 한글화를 보면 어색할 수도 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2’에서 보여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다.
블리자드는 마법사를 사랑해?
‘디아블로 3’의 캐릭터는 전작부터 활약하는 야만용사(바바리안)를 제외하면 모두 새로운 직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규 직업으로는 수도사(몽크), 악마사냥꾼(데몬헌터), 마법사(위자드), 부두술사(위치닥터)가 등장하고, 각각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전작에서 등장했던 직업과 조금씩 겹치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직업은 야만용사뿐이다. 직업이 추가되고 스킬 등이 많이 바뀐 만큼 직업간의 밸런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곤 하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밸런스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적절하다.
사실 몇몇 게이머들은 소위 ‘블리자드의 마법사 사랑’이 ‘디아블로 3’에서도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실제 체험해본 결과 결코 그렇지 않다. 차후에 추가될 PvP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베타테스트에서는 직업별 벨런스가 나름 훌륭하게 구성되어있어서 다들 마법사만 하는 밸런스 붕괴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각
직업별 특징은 확실하게 구분된다
체력이 높고 강한 한 방 공격으로 전투에 능한 수도사나 야만전사, 빠른 스피드로 치고 빠지는 전술의 악마사냥꾼, 다양하고 화려한 마법으로 싸우는 마법사와 부두술사. 각 캐릭터의 특징이나 능력 확연히 잘 구분되어 있고 장단점이 뚜렷하기에 반강제적으로 ‘강해서 이 직업을 선택했다.’ 같은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옷을 바꿔 입는 것이 육성은 아니잔아요…
직업과 함께 거론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바로 스킬이다. 첫 눈에 보기에는 전작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이 적다는 느낌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스킬 트리나 목록이 한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마우스 왼쪽/오른쪽 슬롯에 각각 고정된 스킬만을 선택/장착하는 구조로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아블로 3’에 새롭게 추가된 ‘룬 시스템’을 활용하게 되면 오히려 ‘디아블로 2’보다 훨씬 많은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사실 ‘디아블로 2’ 같은 경우 습득해서 사용할 수 있는 엑티브 스킬이 스킬트리의 가장 마지막에 배우는 특정 스킬만을 사용해서 제한적이었다.
‘룬 시스템’이란 현재 배운 스킬에 다양한 능력을 부여하는 부가적인 시스템으로, 단순하게 ‘공격력 증가’, ‘이동력 증가’와 같이 티도 잘 안 나고 별 감흥도 안 느껴지는 수준이 아니다. 독화살의 연사수가 증가하거나 스킬 사용 범위나 속성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등 하나의 스킬을 룬에 따라 전혀 다른 스킬처럼 바꿀 수 있어서 게이머의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맞춰가며 사용할 수 있다.
▲룬
시스템은 스킬의 허전함을 채워준다
단, ‘디아블로 3’의 능력치나 스킬은 레벨이 오르면 자동으로 습득되는 구조를 채택하여 육성의 재미가 많이 반감되고 말았다. 물론 전작처럼 모두 동일한 장비와 동일한 마나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능력치나 스킬을 강제로 조절해줄 경우 캐릭터 육성을 위한 능력치 계산이나 공부 등을 하지 않아도 돼 편하긴 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장비를 제외하면 다른 게이머들과의 차이가 거의 업게 된다. 이는 싱글플레이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PvP나 협동 플레이와 같은 멀티플레이모드에서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공산이 크다.
국내 첫 베타테스트인데 또 해골왕이야?
많은 게이머들이 알겠지만 ‘디아블로 3’ 베타테스트는 이미 북미에서 여러 번 패치와 수정을 거친 상태다. 그 덕에 이미 북미서버에서 플레이를 해본 게이머들도 많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베타테스트에서는 트리스트럼에서 대성당까지, 즉 1막 4장까지만 플레이를 해볼 수 있어 슬프다. 아무리 첫 베타테스트라고는 하지만, 이미 패치와 수정을 수도 없이 거친 콘텐츠만을 선보인다는 것은 그냥 ‘맛보기’ 나 ‘홍보’처럼 보여진다.
▲아마
수 천번은 죽었다 살아났을 레오릭 왕
그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전반적인 시스템이 많이 최적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기실이다. ‘디아블로 3’는 게임을 진행 후 종료하면 자신이 플레이한 캐릭터가 대기실에 표시된다. 이 대기실에서는 게임 시작, 종료 외에 프로필, 업적, 대화, 친목, 경매장 등 게임 내, 외적인 부분을 모두 통제할 수 있다. 특히 친목 메뉴를 통해 배틀넷에 등록된 친구들과 대화하고 바로 파티로 초대해서 채팅을 하거나, 다른 게이머들과 업적이나 프로필을 비교할 수도 있어서 온라인게임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즐길 수 있다.
또한 혼자서 게임을 진행하다가도 공개 설정을 통해 파티플레이로 변환할 수 있고, 버프와 디버프가 작게 인터페이스 창에 표시되고, 업적을 통해 게임의 소소한 재미를 더해주는 등 다양한 시스템들도 존재한다.
▲멀티플레이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그 과정이 문제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다. 공개방을 찾아 들어가는 시스템은 전작과 달리 게이머가 진행하거나 선택한 퀘스트에 맞춰 무작위로 찾아가는 방식이라 게이머들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간단하게 즐기고 싶은 게이머들은 좋을 수 있지만, 북적거리는 방을 찾아 다니면서 즐기기를 원한다면 아쉬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파티를 할 수 있는 인원이 전작의 8명에서 4명으로 줄어들면서 일종의 서버와 방(ROOM) 밸런스를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공개 채팅 역시 구석의 작은 기능을 통해 들어간 후 일일이 채널을 바꾸는 방식이라, 어디에 몇 명이 있는지조차 한 눈에 확인이 안 되고 대기실에 대한 설명이 담긴 튜토리얼도 없어서 이런 기능이 있는지 모르는 게이머들도 많다.
▲현금거래가
빠진 경매장, 과연 출시 후 바뀔 것인가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가장 큰 논란이었던 경매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설정-계정 옵션을 통해 서버를 아메리카로 변경하면 북미 서버 경매장에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베타 버전에서는 환전버튼이 사라져 현금거래가 실제로 되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버전에 따라 심의를 받아야 하는 국내 게임심의규정 상 이러한 구조가 정상적인 방식이라고는 할 수 없다. 차후 정식 출시 버전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진다.
게임이라는 것은 꼭 플레이를 해보고 평가해라
앞에서 말했듯, 북미에선 일찍 시작한 만큼 많은 게이머들이 정보와 체험기만을 보고 섣부른 평가를 내리거나 기대 이하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디아블로 3’는 절대 그렇게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될 게임이다. 전작부터 이어지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이름값이 부담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게임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다.
▲묘지의
문 한 번 안열어보고 '디아블로 3'를 평가할 것인가?
‘디아블로’ 시리즈를 넘어 액션RPG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디아블로 3’ 베타는 지금 당장, 반드시 즐겨봐야 하는 게임이다. 다른 이들의 정보나 글이 아닌 본인이 직접 플레이를 해보고 평가를 내려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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