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첫 방영한 지 어느새 30년이 지난 건담. 수많은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있는 만큼 건담 관련게임도 엄청나게 많다. 특히 비디오 게임기의 성능이 크게 향상된 PS2의 등장 이후 건담 게임은 게이머가 실제 전장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발매된 ‘기동전사 건담 전기’는 과거 PS2로 발매된 ‘기동전사 건담 전기’처럼 우주세기의 가장 큰 사건 중 하나인 1년 전쟁을 배경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전개했다. 과연 ‘기동전사 건담 전기’는 PS3 초기에 발매된 ‘타겟 인 사이트’로 실추된 건담 게임의 이미지를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1년 전쟁 이후에 벌어진 새로운 스토리 건담 세계관은 엄청나게 방대하다. TV 애니메이션과 OVA(Original Video Animation), 소설, 만화 등 다양한 매체로 새로운 시리즈가 계속 발매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야기가 나오면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우선 새로운 기체를 공개하고 뒤늦게 설정을 끼워맞추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임도 다르지 않다. 과거 PS2 건담 게임에서 건담 4호기와 5호기, 6호기(머드록)가 등장했던 것처럼 ‘기동전사 건담 전기’에서도 새로운 건담, 건담 7호기가 등장한다. 상업적인 면에서는 ‘건담’이라는 상징성을 계속 이용하는 것이 적합하겠지만 우려먹기라는 비판과 새로운 유닛 등장으로 인한 설정 붕괴 등은 팬 입장에서 아쉬울 따름이다.
▲ 이번에 등장한 건담 7호기, 풀 아머 건담 7호기, 중장 풀 아머 건담 ‘기동전사 건담 전기’는 건담 7호기와 함께 *1년 전쟁이 끝난 직후인 0081년을 배경으로 새로운 캐릭터와 스토리를 내세웠다. 쉽게 말해서 게임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건담 시리즈다. 여기에 1년 전쟁에 등장했던 모빌슈츠(이하 MS)를 대거 등장시켜서 ‘1년 전쟁이 끝난 직후 벌어진 새로운 스토리’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 0079년 1월 3일에 시작하여 0080년 1월 1일에 종전협정체결로 막을 내린 우주세기 시대의 전쟁 볼 가치가 있는 영상 그러나 언어 장벽이 문제다 ‘기동전사 건담 전기’는 ‘스킵하지 않고 볼만한 비주얼’을 보여주고 있다. 인물은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여 거부감이 없도록 했고 MS는 CG로 처리해서 실제감을 더했다. 각 스테이지마다 오리지날 영상이 등장하여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새로운 인물들이 펼치는 새로운 건담 이야기 다만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단지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 문제다. 일본어를 모르면 ‘기동전사 건담 전기’의 스토리를 이해할 수 없다. 오리지날 영상이 등장해도 일본어를 모르면 단순히 ‘움직이는 그림’에 불과하다. 물론 높은 엔화 환율과 국내 판매량을 고려해보면 정식 발매를 해준 SCEK에게 감사해야겠지만 언어 장벽에 막혀 게임을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필자는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 일본어 모르면 결국 게임의 재미는 반감된다 우주세기 전장을 느껴보자 이번 작품에서는 MS의 질량감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쿵쿵거리며 MS가 걸어가는 느낌, 부스터를 사용했을 때 육중한 MS의 질량감 등으로 실제 MS를 조종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진동 기능도 지원하므로 ‘듀얼쇼크3’을 사용해서 실제 전장에서 전투에 참여하는 기분을 느껴보기 바란다. 또한 이번 작품에는 ‘보급’ 기능이 추가되었다. 보급지에 도착하여 L3버턴으로 대기하면 유닛의 무기와 체력 등을 보급받을 수 있다. 다른 건담 게임과 다르게 탄 등이 유한하므로 보급은 매우 중요하다. 머신건을 난사하다보면 어느 새 탄이 떨어져 결국 빔 샤벨만 들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될 것이다. 적에게 보급 기지가 당하면 더 이상 보급을 받을 수 없으므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 ▲ 실감나는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 |
장점을 살리지 못한 시나리오 모드 ‘기동전사 건담 전기’의 진행은 다른 건담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브리핑 -> 미션 -> 셋팅’의 순서를 따르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셋팅’에 있다. 이번 작품에는 다양한 파츠를 유닛에 달아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짐 커맨드에 풀 머신건을 2개 달아줘서 람보로 만든다던가 자크2에 빔 팩을 달아준 뒤 빔 라이플을 달아주는 등 다양하게 자신의 유닛을 개조할 수 있다. 심지어 지상 전용기체인 이프리트에 파츠를 달아주면 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무기와 최대 10개까지 달아줄 수 있는 파츠를 통해 자신만의 유닛을 게임 내내 계속 운용할 수 있다. ▲ 무기와 파츠를 조합해서 다양하게 MS를 개조할 수 있다 그러나 시나리오 모드에서는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기 어렵다. 특정 시나리오에서는 특정 유닛과 무기만 가지고 클리어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힘들여 키운 유닛은 사용할 수 없다. 마치 전쟁터에서 자기에게 완벽하게 맞춘 총을 들고 전투에 나가려고 했더니 갑자기 0점 조정도 안된 새로운 총을 들고 전장에 나가라고 하는 듯한 상황에 필자는 어이가 없었다. ▲ 이렇게 많은 파츠를 특정 시나리오에서는 사용도 못하고 그냥 나가야 한다 진정한 게임의 시작, 프리미션 모드 ‘프리미션 모드’는 ‘기동전사 건담 전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모드라고 할 수 있다.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으며 각 진영을 클리어한 뒤에는 ‘용병’이 되어 연방과 지온 진영의 시나리오를 오가며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단, ‘용병’이 되면 유닛과 파츠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금액이 2배로 올라가므로 어쩔 수 없이 자금 노가다를 해야 한다. 이 밖에 PS3의 온라인 기능(PSN)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과 함께 온라인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쾌적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플레이는 상당히 재미있다. 그러나 문제는 같이 할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리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지 않으면 방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개설된 방 검색도 상당히 느린데다가 겨우 검색에 성공해도 방에 들어가다가 인원이 다 차서 튕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온라인 플레이는 재미있지만 즐기기가 굉장히 힘들다. 이러한 점은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PS3로 즐기는 진정한 건담 게임 혹평을 받았던 ‘타겟 인 사이트’와 달리 ‘기동전사 건담 전기’는 플레이어가 빠져들만한 요소를 충분히 갖고 있다. 1년 전쟁 당시에 등장한 다양한 MS와 장비는 물론, 파츠 조합을 통해 자기만의 MS를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전투 또한 보급 기능 등을 통해 실감나는 전투를 연출했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레이 역시 만족할 만 하다. ▲ 전투 하나만큼은 정말 재밌다 그러나 시나리오 모드와 프리미션 모드가 완전히 구별되어 시나리오 모드에서 키운 유닛을 프리미션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PSP로 발매된 ‘건담 배틀’ 시리즈처럼 같이 운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온라인 플레이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점이 안타깝다. 정식 발매이지만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 건담 게임에서는 이러한 면들이 개선되어 나오길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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