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이다, 불황이다, 시장을 평가하는 말은 언제나 엇갈린다. 그렇다면 게임시장의 체감경기는 어떨까? 여기에도 하나의 대답은 없다. 대기업이 생각하는 시장과 중기업, 소기업이 각자 생각하는 시장상황은 모두 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반찬 숫자 하나가 줄어 든 집의 사정과 끼니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집의 어려움마저 같은 것은 아니다. 보릿고개를 넘어가듯이 하나의 계절을 넘길 때마다 소규모 게임개발사들의 사정이 궁금해진다.
오랜만에 새로운 게임을 가지고 서비스에 나서는 하멜린도 그래서 더욱 반가운 개발사다. ‘강진축구’, ‘윈드슬레이어’, 비록 서비스는 못했지만 실험적이었던 ‘플레이메이커’까지, 하멜린은 넉넉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또렷하게 자기 걸음을 가고 있는 소규모 개발사 중 하나다.
하멜린과 강진축구를 기억하십니까? 오픈베타테스트를 앞두고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강대성 대표를 만나서 신작 ‘저스티쇼’와 몇 가지 이야기들을 들어 보았다. 그는 ‘강진축구’ 개발을 계기로 만난 평생의 파트너 이강진 대표, ‘살림꾼’ 김성기 이사와 여전히 함께 하멜린을 운영 중이다. “2002년에 회사를 설립하고, 내놓은 것이 ‘강진축구’죠. 아직도 ‘하멜린’하면 ‘강진축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들이 더 많아요. 국내에서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웠던 네트워크 축구게임이었고, 처음 만든 게임이었으니까요. 원래는 ‘사이버컵’이라는 큰 프로젝트에서 네트워크를 개발하는 부분에서 파생된 게임이 ‘강진축구’에요. 처녀작이기 때문에 항상 다시 해보고 싶다는 로망은 가지고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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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멜린 강대성 대표이사 |
세계 최초 온라인 축구 게임 ‘강진축구’는 현재 프로그래밍과 게임 디자인(기획)을 맡고 있는 이강진 대표의 이름을 딴 축구게임. 그 때 맺은 두 사람의 인연은 현재 하멜린의 공동대표 체제까지 계속 되고 있다.
“서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어요. 서로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이야기해도 무슨 뜻인지 알지만, 반대로 서로 대충 넘어가버리는 부분도 있거든요. 하지만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다고 해서 회사에서도 형, 동생 하며 지내지는 않아요. 아직도 존댓말을 쓰면서 서로를 부르죠. 비즈니스에서는 철저해야 하잖아요.”
2006년, ‘윈드슬레이어’를 내놓았던 하멜린은 2007년부터 차기작인 ‘저스티쇼’의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횡스크롤 RPG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액션성과 커뮤니티가 강화되었다. ‘저스티쇼’는 어느 날 갑자기 지구를 공격하는 외계인 마피아를 개성 넘치는 세 명의 히어로들이 구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슈퍼맨’이나 ‘배트맨’처럼 근사한 외형이나 어마어마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일반적인 히어로물의 공식에서 살짝 비켜난 이 뒷골목 영웅들은 ‘열혈레인저’, ‘프린세스 스완’, ‘복면레슬러’ 등 3가지 복고캐릭터로 엉뚱한 매력을 과시한다.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때는 개발자로서 의미 있는 게임과 시장적인 요소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멜린은 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 게임을 개발해왔다고 생각해요. ‘강진축구’는 세계 최초 네트워크 기반 축구게임이었고, 서비스는 중단되었지만 ‘수구리’라는 게임도 있는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그래픽화된 로비시스템을 최초로 제시한 미니게임 모음이었죠. ‘윈드슬레이어’도 횡스크롤 RPG 장르에서 액션을 선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생각해요.”
▲ `변신`하는 액션 영웅, 저스티쇼의 3D 트레일러 이미지. |
온라인 게임에 녹여낸 ‘전대물 코드’ 알고 보면 더 재밌어
강대성 대표는 ‘저스티쇼’에서는 ‘윈드슬레이어’에서 경험한 횡스크롤 액션 RPG의 특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독특한 문화코드를 심었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엉뚱한 모습의 히어로 주인공이 그것이다.
“특촬물, 이른바 전대물이라는 장르가 애니메이션이나 기타 TV영화 장르에서는 활성화된 문화인데, 게임에서는 아직도 성공사례가 드물어요. 나름대로 상당히 진지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상대하는 적이나 영웅들이 보여지는 모습은 오히려 유치하고 웃기게 느껴지거든요. 마치 레슬링게임처럼 그들만의 룰이나 규칙이 존재하는 세계가 무척 재미있어요.”
강 대표는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와 그 주변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들이 독특한 재미를 선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미에 물려서 영웅이 되는 게 아니라 개에게 물려서 이상한 모습이 된 영웅, 변신을 하고 보니 아름다운 여전사가 아니라 공주병 걸린 마법소녀, 등 ‘저스티쇼’에는 이른바 B급 전대물에서 보여지는 패러디된 문화코드가 숨어있다. 열심히 찾아서 보지 않는다면, 쉽게 그 의미를 깨닫기는 어렵다.
“애니메이션 케로로도 아이들이 보면 바보개구리가 등장하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지만,오타쿠들이 보면 구석구석에 패러디나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에요. 게임이 플레이 자체만으로도 재미를 줄 수 있지만, 현재의 온라인 게임은 같은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의 장을 열어주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모르고 플레이해도 재미있지만, 알고 해보면 더 재미있는 게임이겠죠.”
작은 고추가 맵다! 손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은 다 담았다
▲ 저스티쇼의 실제 게임 스크린샷, 악당 NPC조차 귀엽고 코믹하게 묘사되어있다. |
아는 사람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것이 각종 영화와 만화를 차용한 패러디. 이 같은 문화적 코드는 게임의 인상을 보다 풍부하게 해 주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 플레이. 강대성 대표는 ‘저스티쇼’에서 손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액션은 모두 다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콤보 액션을 통해 ‘손 맛’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는 것.
“액션과 전투는 전대물에서도 핵심 요소에요. 게임에서도 당연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현재 제공하는 세 개의 캐릭터는 가장 원형에 가까운 캐릭터로 밸런스를 맞춰놓은 상황입니다. 2개 정도는 더 추가할 생각이 있지만, 아마 변형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플레이는 세 개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테스트를 거치면서 개발사의 상상을 뛰어넘는 버그 플레이가 등장했지만, 그 조차도 유저들의 관심과 애정이라고 강대성 대표는 생각했다. 물론, 오는 29일 정식 오픈베타테스트에서는 수정된 최신 버전과 함께 캐릭터 역시 한층 나아진 모습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인던과 지역을 추가하고, 퀘스트 시스템도 보다 강화될 예정이다.
‘저스티쇼’는 복고 냄새 물씬 풍기는 게임캐릭터의 모습처럼, 게임 시스템이나 그래픽도 최신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까다로운 요즘 유저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까? 현재 `저스티쇼`가 노리고 있는 것은 것은 10대 유저층. 강 대표가 바라는 흥행의 정도가 궁금해졌다.
“오픈 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온다면 가장 좋겠지만, ‘한방’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보고 있습니다. ‘붉은보석’이나 ‘실크로드’, ‘노스테일’같은 게임도 처음부터 반응이 오고 잘 된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노력했고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니까요.”
블록버스터 게임과 그리고 저스티쇼, 갈 길 다르다
강대성 대표에게 소규모 개발사를 운영하면서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여전히 경영뿐만 아니라 기획이나 그래픽 등 직접 개발에 참여하면서 회사를 꾸려나가고 있다.
“물론, 가장 어려운 문제는 돈이겠죠. 그래도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생각해요. 실질적으로 제가 개발자로서 느낀 어려움은 기술적인 부분? 무언가 개발하려고 하는데, 그게 한계에 부딪혀서 방법을 모를 때 가장 어렵죠. 또 경영자로서는 사람을 관리하는 부분,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함께 할 수 없을 때 안타까움이 더 커지죠.” |
세상의 모든 게임이 블록버스터가 될 수는 없다. 모든 게임이 언리얼3 엔진을 쓰거나 100여명 이상의 개발진이 참여하는 MMORPG가 될 수 없다. 누군가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작은 부품보다, 작은 상품이라도 내 아이디어와 열정이 담긴 작품을 만들기를 바란다. 헐리우드에서 만들어지는 근사한 히어로 영화가 있다면, 동네 뒷골목에서 만들어지는 가벼운 독립영화도 있는 법. 강대성 대표는 뒷골목 영웅들이 등장하는 ‘저스티쇼’를 통해 똑 같은 반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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