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전문적으로 가르쳐 주는 강사가 있다면 어떨까? 무슨 소리냐고 묻는 이도 있겠지만, 최근 국내 프로게이머들이 탁월한 게임 실력으로 인정받아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전문 직종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특히 지난 5월 국제e스포츠연맹(IeSF)이 국제 생활체육 주관기구인 '세계생활체육연맹'의 e스포츠 주관 국제멤버로 정식 승인됐고, 미국 일리노이 주 로버트 모리스 대학에서도 '리그 오브 레전드'를 대학 공식 스포츠로 지정해 선수를 모집하는 등 e스포츠의 정식 스포츠화가 한층 더 가까워졌다. 이제는 게임도 다른 스포츠처럼 전문직을 양성하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도입할 수 있는 종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펀칭’은 이런 변화에서 착안해 출범한 ‘게임 과외’ 서비스다. 업계에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구체화된 시스템을 가지고 정식 서비스를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최초라고 봐도 무방하다. 실시간으로 내 게임 플레이를 봐 주고, 첨삭까지 해주는 선생님이 생긴다니! 가끔 손이 아니라 발로 마우스를 잡는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래서, 펀칭을 창업한 펀플의 김현성 대표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 펀플 김현성 대표이사
온라인게임 코칭 시스템이라니, 생소하다. 정확히 어떤 시스템인가?
펀플 김현성 대표이사(이하 김 대표): 나보다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옆에서 노하우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령 피시방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때, 친구가 옆에서 가르쳐주는 것과 비슷하다.
노하우나 공략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데?
김 대표: 사실 게임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과거에 ‘스타크래프트’와 ‘카트라이더’를 소재로 비슷한 서비스를 계획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다. 게임의 전체적인 흐름을 읽고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 타이밍이나 상황이 있다. 그런데 그런 타이밍을 글로만 보는 건 어렵지 않은가. 그래서 실시간으로 누군가 옆에서 알려주는 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펀칭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게임을 배움의 대상으로 본 시각이 굉장히 독특하다.
김 대표: 원래 교육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이후에 IT 산업군에 종사하다가 레포츠 쪽 계열에서 일했다. 그 과정에서 IT와 레포츠, 교육을 어떻게 접목할까 생각하다가 나름대로 내린 해답이 ‘게임을 온라인으로 교육해 보자’는 것이었다.
사실 국내 게임 시장이 크긴 하지만, 산업 규모나 경제적 기여도에 비해 사회적인 인식은 부정적이지 않은가. 나는 이런 관점이 제대로 게임을 즐기지 못하는 문화 때문에 생겼다고 봤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모두 잘하고 싶고, 이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도무지 잘 안 된다. 튜토리얼은 끝났고, 별수가 있나? 그냥 잘할 때까지 하는 거지.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비생산적인 일에 시간만 쏟는 걸로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게임은 엄연히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문화 콘텐츠다. 노하우만 제대로 알면 아주 건강한 취미생활이라는 것이다. 축구나 농구, 야구 같은 스포츠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들 스포츠도 즐기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면 다치거나 몸만 병들게 한다. 그래서 게임도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펀칭을 시작하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김 대표: 이 시스템에 대해 가장 크게 호응했던 사람들은 전 프로게이머들이다. 사실 국내 e스포츠 시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은 100명이 채 되지 않는데, 그마저도 은퇴 후 특별히 할 일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펀칭이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면 그들은 게임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물론 좋지 않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쪽도 있었다. 게임을 가르쳐서 뭘 하겠냐는 거지. 특히 이미 수행평가에 체육, 미술까지 과외하는 시국에서 게임까지 교육의 범주에 집어넣느냐는 말도 종종 들었다. 그러나 게임을 제대로 배워서 올바르게 즐기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 직접 코치를 받아보고 싶다고 요청하자, 시스템이 세팅되기 시작했다
▲ 실제 강좌가 진행되면 코치가 유저 화면에 펜으로 멘트를 남길 수 있다
물론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본격적으로 펀칭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어떻게 온라인으로 실시간 플레이 첨삭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김 대표: 우선 펀칭에 접속해 전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교육을 받는 유저의 화면이 코치 컴퓨터로 전송된다. 코치는 마우스를 사용해 유저의 화면에 글을 작성하거나, 화살표를 그려서 첨삭도 가능하다. 단, 유저 대신 스킬을 사용하거나 캐릭터를 이동하는 등의 조작은 일절 불가능하게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헤드폰으로 코치의 지시를 받거나 궁금한 사항을 바로 물어볼 수 있다. 이 부분은 보이스채팅 시스템을 생각하면 더 편할 것 같다.
▲ 펀칭 시스템을 사용한 실제 강좌 화면
아무래도 1:1 강좌다 보니 많은 사람이 수업을 듣기는 어려울 거 같은데?
김 대표: 펀칭은 기본적으로 오픈플랫폼을 지향한다. 아프리카 TV처럼 코치가 방을 개설하고 유저가 들어와서 1:1 수업을 받기도 하고, 유저가 원하는 포지션을 지정해서 강습 요청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라이브 강좌나 녹화된 첨삭 영상을 다른 사람들이 입장해서 보도록 하는 시스템도 계획 중이다. 더불어 차후에는 코치 한 명이 1인 이상의 유저에게 강좌를 제공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플레이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하니, 대리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김 대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자. 실제 스포츠에서는 감독이 경기장에 함께 있으면서 실시간으로 전략을 지시하지 않나. 게임도 그렇다. 유저의 계정을 코치가 가져와서 대신 플레이를 해주는 게 아니라, 특정 상황에 맞는 전략을 알려주는 것뿐이다. 컨트롤은 유저의 몫이다.
물론 게임에 따라 대리나 다름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하스스톤’에서 카드 덱을 짜는 방법이나 전략을 알려주는 건 노하우지만 실시간으로 유저의 경기를 보면서 어떤 카드를 낼지 지시하는 방식은 대리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하스스톤’에만 적용되는 교육 방법이 필요한데, 아직은 고민 중이라 공개서비스 게임 항목에는 넣지 않았다.
오픈플랫폼이기에 누군가가 펀칭을 악용하는 사례도 생기긴 할 것이다. 그러나 대리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은 철저하게 마련하고, 엄하게 제재해서 본 목적인 ‘교육’의 색을 단단히 유지할 계획이다.
유료 서비스로 진행할 계획인가?
김 대표: 아니다. 펀칭에서 기존 강좌 녹화본을 보거나 지정 코치진이 아닌 일반 유저에게 교육을 받는 경우는 무료로 진행한다. 단 코치 본인이 일정 포인트를 지불하고 봐야 하는 강좌를 개설하거나, 차후 녹화본도 유료 서비스로 지정할 경우에만 유료로 제공된다.
코치진이 아니라 일반 유저도 강의가 가능하다는 말인가?
김 대표: 오픈플랫폼이니까. 그리고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느낀 건데, 무조건 잘하는 사람에게 코치를 받는다고 해서 실력이 느는 게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예로 들자면, 챌린저에게 배운다고 브론즈 등급이 순식간에 플래티넘으로 올라서는 게 아니란 이야기다. 특히 챌린저 등급의 코치들은 오히려 브론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우등생의 이야기를 범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브론즈 등급의 유저들은 골드 티어 게이머들이 첨삭해줄 때 더 실력이 빨리 늘었다. 그래서 무조건 아주 잘하는 선수들만 코치를 하는것보다 1-2단계 정도 차이나는 실력의 유저가 가르쳐 주는 편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오픈플랫폼을 택했던 거고.
청사진이 분명해 보인다. 이쯤 되니 서비스 일정이 궁금하다.
김 대표: 7월 1일 공개서비스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공개서비스 당시에는 기본적인 기능 위주로 제공할 것이고, 8월 중 유료 포인트 정책을 적용할 계획이다.
서비스 예정인 게임은 몇 가지나 있나?
김 대표: 일단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첫 타자로 시작한다. 이후 ‘도타 2’나 ‘히어로즈 오브 스톰’ 같은 AOS 장르를 위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RPG나 모바일게임 같은 분야는 코칭 방식을 좀 더 연구해봐야 할 것 같다.
공개서비스에서 만날 수 있는 코치진은 몇 명 정도인가?
김 대표: 15명이 코치진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이 중 과거 프로게이머 출신인 ‘링트럴’ 정윤성과 ‘페코’ 정희철, ‘롱판다’ 김윤재, ‘스브스’ 배지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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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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