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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21세기 약장수, 정부의 만병통치 약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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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만평




지난 24일(목), 헌법재판소가 청소년의 심야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헌법소원에 대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결과는 대부분 아시는 대로입니다. ‘셧다운제는 합헌’ 이었습니다.

사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며 나름 기대를 가졌습니다. 명색이 헌법재판소이니 셧다운제가 가지고 있는 위헌성을 명쾌하게 지적하며 위헌 판결을 내리던가, 혹은 모두가 납득할 만한 헌법 조항을 내세우며 합헌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판결문을 보면 '인터넷게임 과몰입 및 중독 현상을 방지하여, 궁극적으로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고 나아가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도 예방하려는 것이므로 입법목적이 정당하다', ‘인터넷게임은 게임자가 자발적인 의지로 중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와 같이 게임을 중독물질로 단정짓는 문구가 있습니다. 게임 및 게임문화에 대한 편견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깊숙이 배어들어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결과밖에 얻지 못했다는 판단입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뭔가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금지’부터 들이밀고 보는 대한민국 정치 및 사회 시스템의 단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세월호 사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안전사고 발생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시스템을 정비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교육부가 내놓은 처방은 전국 초중고의 수학여행 및 체험학습을 금지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응급처치 식의 면피성 땜질 처방만 앞세워 온 한국 정부의 고질적인 관행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죠. 수학여행 가다가 사고가 났으니 수학여행 금지, 애들이 밤에 게임을 하니 야간 게임 서비스 금지… 그야말로 ‘금지 공화국’입니다.

셧다운제 합헌 소식을 접한 게임메카 독자분들의 반응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습니다. 한국 정부에 대한 실망과 아쉬움, 게임업계에 닥친 절망에 대한 한탄이 주를 이룹니다.

ID AP “여기서 내 자유와 내 권리를 억압받으며 사느니, 차라리 자유만큼은 존중되는 나라에서 쓰레기 수거하며 사는 게 낫다”

ID baldur “저 합헌결정을 내린 재판관중에 과연 게임이란 콘텐츠의 특성과 청소년들의 생활의 고충을 이해하는 자는 몇 명이나 있을까 궁금하다”

ID KAGERON “솔직히 말해서 이제 심각하게 해외이민을 고민해야 될지도 모르겠네요. 얼마전에 방통위에서 개정되려다 말았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법안을 보면 진짜 온라인판 통금이 나올까봐 두렵습니다”

ID 돈나라 “청소년이 게임하는 행동을 부모님이 관섭과 규제는 이해가 된다만, 굳이 그걸 여성부가 나서서 법으로 정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됨”

위에 나열한 댓글 내용처럼, 이번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단순히 셧다운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게임산업의 미래를 크게 흔들어 놓았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신의진 의원이나 손인춘 의원의 게임 규제법이 내세우는 내용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판결문은 앞으로 제 2, 제 3의 규제가 나올 가능성을 더욱 넓혀줬으며, 게임 중독법 찬성론자들에게 커다란 대의명분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참고로, 헌법재판소 판결이 공개된 24일 여성가족부는 기다렸다는 듯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해당 자료에는 “최근 청소년의 인터넷게임과 스마트폰 등 과다 이용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심각함을 고려하여,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보호를 지향하는 헌법이념과 공공의 가치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사료된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뭔가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만, 이제는 그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이 참으로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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