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는 갑오년 새해를 맞이해 시리즈 인터뷰 [나름관계자다]를 준비했습니다. 해당 기획은 게임을 구성하는 혹은 게임으로 파생된 갖가지 서브컬쳐(하위문화)에서 고루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을 통해, 게임이 지닌 힘과 게임이 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풀어내는 내용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인터뷰는 '오덕녀' 최혜연, 아프리카TV스타 양띵(양지영), 메카만평의 주인공 샤다라빠(김근석), IMI 포토툰의 쓰마(나상혁) 순으로 이어집니다. (편집자 주) |
▲ 미스 맥심, 오덕녀, 루리웹 여신 등 최혜연을 부르는 단어는 많다 (사진 제공: 최혜연)
맥심은 섹시하지만, 오타쿠는 섹시하지 않다. 그런데 상반되는 둘을 하나로 섞어 놓으니 괜찮다. 나름의 촉매 작용이 일어난 여자, 최혜연이다.
월간지 맥심의 얼굴인 최혜연은 육감적인 허벅지와 뾰로통하게 삐진 듯 매력적인 입술, 매일 밤 클럽을 뛰놀 것 같은 섹시 발랄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이면에는 모델 뿐 아니라 오타쿠들의 성지이자 게임메카의 경쟁사(!)이기도 한 ‘루리웹의 여신’도 존재한다. 주류와 비주류가 얽혀서 ‘케미’가 제대로 살았다.
매일 밤 눈물 젖은 군홧발을 위로해주던 미스 맥심이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취미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말 다했다. 아마 남자라면, 거기에 게이머라면 누구라도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지 아닐까. 그녀의 사진을 보면 여자인 나까지 침을 흘리며 바라볼 정도니까.
모델 최혜연은 그야말로 조회수를 부르는 인터뷰이였다. 솔직히 말하면 게임 산업에서 섹시한 여자는 언제나 잘 팔리는 소재니까.
하지만 가벼운 생각에 만났던 것과 달리 그녀는 생각 외로 너무 진지하고 심지가 굳건한 사람이었다.
세상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특별한, 혹은 이상한 취미를 가졌다고 말해도 우리에게는 평범하고, 공통된 취미를 가진 대학생에 더 가깝고, 미스 맥심보다는 게임, 애니메이션, 건담, 만화에 이어 순수미술을 꿈꾸는 당찬 예술학도가 어울렸다. 다만 섹시함을 조금, 아니 많이 더했을 뿐.
나름 관계자, 최혜연을 만나 보았다.
맥심, 오덕녀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 앳된 듯 성숙한 매력이 돋보인다 (사진 제공: 최혜연)
기본부터 짚고 가자. 최혜연은 어떤 사람인가.
최혜연(이하 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미술학원 강사이기 하고, 맥심이나 게임 모델도 하고. 직업이 좀 많은가?
일명 ‘오덕녀’로 유명해졌다. 솔직히 일반적인 인식이 좋은 말은 아니다. 왠지 ‘화성인’에 출연 제의가 많이 올 것 같고. 오덕녀라는 말 싫을 법도 한데.
최: 별로. 뭐, 맞는 말이니까. 물론 내가 ‘오타쿠’의 정의를 다 채울 수 있을 정도로 하드코어한 사람은 아니지만,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특히 하이엔드 문화에 관심이 많으니까. 오타쿠까지는 못 가도 ‘마니아’ 정도는 될 것 같은데.
진짜 오타쿠들은 원래 겸손해한다더라.
최: 그런가? 그래도 아직 명함 내밀기 조금 부족할 것 같은데. 뭐, 먼저 인정해주면 고맙기는 하겠지만.
이상하게 오타쿠 중에 건담 오타쿠가 가장 무섭다
최: 어렸을 때부터 TV에서 주로 보던 만화나 게임이 그때는 메카닉 물이었으니까. 로망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어른이 되고 나니 저렇게 멋진 걸 내가 살 수 있다. 뭐, 이런 느낌이랄까?
건담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최: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장난감으로 볼 수 있지만 내게는 정말 중요한 존재, 로망이니까.(웃음)
▲ 건담은 그녀에게 로망 (사진 제공: 최혜연)
보유하고 있는 건담도 꽤 될 것 같은데.
최: 의외로 가지고 있는 건 별로 없다. 만들면 남들 주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너가 건담녀라며?”라고 친구들이 물어 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거 뭐 하나 줄까?” 이러면서 한 개씩 주기도 하고. 만드는 거에 대한 쾌감이 있지, 수집하고 늘어 놓는 데 대한 즐거움은 못 느끼는 사람이라 그렇다.
친구들에게는 정말 좋은 사람일 것같다.
최: 어차피 내가 쾌감을 느끼는 부분은 수집보다는 완성했을 때 성취감이니까. 프라모델을 만들 때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 이거는 정말 직접 만들어 봐야 알 수 있는 건데. 제일 좋아하는 건 역시 반다이 사의 프라모델. 직접 조립해 보면 1mm의 오차도 없이 합이 맞는 걸 손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아한다.
▲ '보더브레이크 걸', 일명 BB걸로 활동한 모델 최혜연 (출처: 포플랫 공식 페이스북)
이야기를 들어볼수록, 마니아보다는 오타쿠가 맞는 것 같다. 언제부터 오타쿠가 됐나.
최: 어렸을 때는 인생에서 만화나 게임이 70%를 차지했을 정도로 푹 빠졌었다. 만화를 좋아하면서 코스튬플레이를 하는 전형적인 캐릭터였다. 좋아했던 것들을 고르자면 ‘블리츠’나 ‘나루토’, 제일 좋아하는 ‘베르세르크’, ‘간츠’, ‘가오가이거’, ‘건담’ 그리고. 뭐, 많은데.
정말 많다. 그런데 공통점이 다 소년 만화인 것 같은데?
최: 딱 맞췄다. 소년 만화를 정말 좋아했고, 그중에서도 메카닉이 최고다. 중학생 때는 하루의 대부분을 만화를 보고 그리고 하면서 보냈다. 어느 날은 만화를 너무 그리니까 집에서 그렇게 그림이 좋으면 미술학원을 가라고 하더라.(웃음)
우리나라는 꼭 뭐만 하면 꼭 그걸 직업으로 가지라고 권한다.
최: 그래도 중학교 때 미술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자연스레 예고에 진학하게 됐고, 대학교도 순수미술에 온 것 같다. 만화나 게임에서 시작한 ‘덕질’이 지금 미술이라는 세계에 빠지게 해주는 데 일조를 했달까?
지금은 게임보다는 미술이라는 뜻?
최: ‘킹 오브 파이터즈’에 너무 빠져 있었던 최혜연이 지금은 어른이 돼 스펙트럼이 넓어졌을 뿐이다. 전보다 ‘킹 오브 파이터즈’가 설 자리가 조금 좁아졌지만, 대신 나라는 사람은 더욱 다양해졌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처음에는 모델 지망생이 아닐까 생각했다.
최: 전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도도하지도, 살랑살랑거리면서 아부하는 성격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연예 엔터테인먼트 세계와 맞는 사람이 아닌데다 집착이 많지도 않다. 물론, 아직은 맥심이랑 오덕녀라는 이미지로 많이들 생각하지만. ‘최혜연’이라는 에고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건 역시 미술!
▲ 그녀의 블로그나 트위터 면면에 미술에 대한 열망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 최혜연)
처음 전화했을 때, 오타쿠도 모델도 좋지만 미술하는 사람이라고 강조를 여러 번 해서, 솔직히 “뭐야, 최혜연 이상해”라는 생각을 했었다.(웃음)
최: 화려한 세계를 동경한 적도 있는데, 도금이 벗겨지고 나니 거기에 완전히 편승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모델을 하면서 스스로 직업에 가지고 있던 감정의 가중치를 알게 돼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모델하는 사진이 이상하게 나왔다고 해서 슬프지도 않고 다른 모델이 나보다 아름다워도 부럽지 않은 걸 보면서 미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어떤 때보다 그림 그릴 때 훨씬 진지하다는 이야기인지?
최: 그림을 못 그릴 때는 정말 죽어버리고 싶고 손을 자르고 싶을 정도로 과격해지니까 말 다 했지. 심하게 열패감을 느낄 때도 있다. 나보다 잘 그리는 사람들을 보면 목 조르며 키스하고 싶을 정도로 부럽고. 이럴 때마다 느끼는데. 아, 나는 미술을 해야 하는구나 하고.
▲ 책상을 보면 전형적인 아티스트다운 면모가 보인다 (사진 제공: 최혜연)
어렸을 때부터 게임이나 만화 같은 문화를 많이 접한 게 지금의 최혜연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최: 오타쿠 영역을 보면 전반적으로 2D 이미지가 가득한데 이런 것들을 정통적인 고전 기법으로 표현하고 싶다. 18세기 회화나 정물화처럼 그리는데 대상이 건담이라거나 메카닉적인 요소로 가득 차 있달까. 피규어가 있다거나. 뭔가 깨면서도 위트있으니까.
게임 아트도 참여를 했다.
최: 모바일게임 ‘보더브레이크’에 나를 모델로 그린 아트워크 2개를 참여했다. 아트워크로 돈을 벌어 본 건 처음이어서 너무 떨렸다.
나중에 게임 쪽으로도 길을 넓혀 볼 생각은 없는지.
최: 즐거운 이야기지만 아직은 스스로도 너무 부족하다. 언젠가는 그런 기회가 올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수학의 정석’에서 1페이지 정도밖에 와 있지 않은 상태니까.
게임메카니까 게임도 물어보지 않을 수 없는데.
최: 굳이 취향을 따지자면 콘솔게임 파라고 해야 하나? 어렸을 때는 게임팩부터 시작해서 ‘남극탐험’이나 ‘써커스’를 좋아했는데, 초등학생이 됐을 때는 PS3가 생겨서 액션게임에 빠졌다. ‘바이오하자드’나 ‘킹 오브 파이터즈’. ‘아랑전설’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 중에서는 ‘킹 오브 파이터즈’를 제일 좋아하고.
가장 최근에 즐겨한 게임은?
최: 최근에도 ‘갓 오브 워’를 열심히 했다. 게임을 못해도 잘 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서.(웃음)
어떤 사람들은 이제 최혜연을 ‘오덕녀’라고 하기에는 순도(?)가 떨어졌다거나 오덕 코스프레하는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어떻게 생각하는지.
최: 솔직히 관심 없으면서 있는 척하는 게 더 힘들지 않나? 내가 연예인인 것도 아닌데.
미술학원에서 남자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할 것 같다.
최: 학원에서는 사실 거지 행색이라서. 잡지에 보이는 이미지는 도도하고 샤넬 좋아할 것 같고 여우같이 굴 것 같은데 학원에서의 모습과 너무 이질감이 느껴지니까. 어차피 세상에 예쁘고 섹시한 건 많다. 난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반전의 매력을 가진 게 더 좋다고 생각하니까.
게임메카에서 이런 질문하는 게 웃기지만, 최혜연에게 루리웹이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하다.
최: 루리웹 레벨이 굉장히 높은데. 매일 들어가고 접속 일수가 벌써 천일이 넘었나? 매일 함께 하고 친구 같기도 하고, 편하고 즐겁다. 만나면 즐거운 “애인(^^)” 같다고 할까?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지 않나. 음, 정식으로 교제하기는 싫지만 만나면 편하고 재미있는 남자!
▲ “루리웹은 뭐랄까, 만나면 편한 남자 같아요” (사진 제공: 최혜연)
그러면 최혜연에게 예술이란? 흔한 거 말고 산뜻한 걸로 표현해달라.
최: 모르핀할까? 모르핀 중독자들이 증오하면서도 끊을 수 없잖아요.
표현이 세다. 중독, 분명 좋은 단어인데 게임 쪽에서는 민감해하는 단어다.
최: 게임을 왜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지? 만화를 죽인 거랑 똑같다. 예전에 만화가 사회의 악이고, 중독이라고 말살시키더니 이제와서 일본 ‘아키라’ 같은 만화 왜 없냐 하는 거랑 똑같다. 이상하다. 자기들이 다 태워놓고. 그래서 우리나라는 그림체랄 게 없어졌는데. 뭐 어쩌라는 건지.
사회에서 요새 중독을 터부시하는 면이 있어서 그렇다.
최: 흠, 이유를 모르겠고 이해하지도 못하겠고. 난 원래 하나에 중독된 사람이다. 맨날 같은 가게만 가고 한 장소에 중독되어 있다. 펜도 항상 쓰는 펜에만 중독되어 있다. 건담도 그렇고 오타쿠도 중독되어 있으니까. 어차피 난 쾌락적이고 탐미적인 스타일인걸.
그것도 세다.
최: 원래 에고가 강해서 그런가? 그래서 취직을 못 하는 건지도.(웃음)
▲ 사진에서 보여지는 청순한 이미지와는 달리 똑 부러지는 성격을 가진 최혜연, 나름 관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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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도 발을 헛딛지 않는 낙오하지도 않고 오류를 범하지도 않는 그런 사람은 좋아할 수가 없다thespec@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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