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키에이지'가 1월 2일 대망의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사진 제공: 엑스엘게임즈)
국산 MMORPG 기대작인 ‘아키에이지’의 공개 서비스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의 거장 송재경 대표 신작인데다 엄청난 개발비와 시간이 투자된 만큼 ‘아키에이지’에 쏟아지는 기대감은 대단하다. 게다가 2013년을 가장 먼저 여는 온라인게임이니... 시작이 좋아야 끝도 창대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제 6년의 원정대 종지부를 찍고 공개 서비스를 준비하는 엑스엘게임즈의 수장 송재경 대표를 만나 ‘아키에이지’ 에 얽힌 개발 에피소드와 각오를 물어보았다.
‘아키에이지’ 공개서비스 위한 ‘감’ 잡았다
그간 많은 테스트가 있었다. 특히 이례적일 정도의 장기간 테스트를 해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테스트'다운 '테스트'를 했다고 생각하는데, 개발사 입장은 어떤가.
송재경: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인원으로 단기간에 자료를 얻는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특히 밸런스는 짧은 기간에 파악할 수 없다. 긴 기간에 걸쳐서 게임 초반뿐 아니라 후반 플레이에 대한 실험도 충분히 하고, 개발과 운영, 사업 등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노하우를 맛보기처럼 경험해볼 수 있었다.
▲ 엑스엘게임즈의 송재경 대표
95일 진행한 테스트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라이브 서비스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는데.
송재경: 개발자를 위한 독감 예방 접종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키에이지’는 개발기간이 오래됐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다들 활기차게 일을 하지만 개발 기간이 5년, 6년 지속되면 매너리즘에 빠진다. 이런 때 개발자들에겐 유저들의 질책이 최고의 활력제다. 유저 피드백을 통해 스스로 채찍질을 하면서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감을 잡게 된다. 특히 지난 5차 테스트 이후 나뿐만 아니라 개발진들 모두 마지막 워밍업을 끝낸 상태다.
'아키에이지'는 '울티마온라인'을 롤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는지 궁금한데.
송재경: 6년 전에는 ‘울티마 온라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리니지’, 이 세 가지 게임의 장점을 결합하고 싶었다. ‘리니지’의 공성전이나 영지 점령에서 보여준 PVP, 몬스터를 잡고 퀘스트를 수행하는 PVE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처럼, 그리고 소셜적인 측면이나 생산, 제작 같은 생활형 콘텐츠는 ‘울티마 온라인’처럼 만들고 싶었다. 아직 서비스 전이라 그런지 잘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는 마음도 있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복잡하다. 우선 정식 서비스 후를 봐야 할 것 같다. 유저들이 어떻게 ‘아키에이지’를 가지고 살을 붙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지 지켜보고 싶다.
“최고의 게임을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싶다”
▲ '아키에이지'의 공성전 (사진 제공: 엑스엘게임즈)
유저들에게 ‘아키에이지’는 이런 게임이라고 명쾌하게 소개한다면, 뭐라고 하고 싶나?
송재경: ‘아키에이지’는 MMO 최신 유행을 좇아 만든 게임이 아니다. ‘테라’나 ‘블레이드앤소울’(이하 블소)이 최신 트랜드의 논타겟팅 액션게임을 따랐다면, ‘아키에이지’는 MMORPG 본질에 가까운 생활형 게임이다. 단순히 소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가상 세계같이 뭔가 생활할 수 있는 느낌의 내가 삶을 일구어 나가는 게임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비슷한 질문인데, '아키에이지'를 통해 세간에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하는' 혹은 '인정받는' 웰메이드 MMO를 꿈꿨던 것으로 안다.
송재경: 확실히 잘 만든 것 같다. 사실 최고의 게임을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업 부서에도 ‘최고의 게임’이라고 마케팅하자고 했더니, 허위광고의 우려(웃음)가 있다더라. 그래서 참고 있다.
송대표의 영향 때문인지 내부 개발자들이 '실험정신'이 투철하다고 알려진다. 일단 괜찮다 싶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무조건 해본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어떤가?
송재경: 내 기준에서는 아주 정상적인 수준인데, 그게 괴상한 실험정신이라니. 잘 모르겠다. 뭐, 개발팀에서는 새롭거나 신기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가능하면 실험해 보자는 분위기다. 스스로도 당연히 그렇게 부추기고 장려하고 있다. 창조적인 콘텐츠는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태어나기 마련이니까.
자꾸 괴상한 이라 말해서 미안하지만, 혹시 게임 시스템이나 콘텐츠 중에 '괴상한 아이디어'가 발단이 돼 만들어진 게 있다면?
송재경: 다 내 수준에서는 너무 상식적(?)이다. 물론, 직원들이 가끔 바쁜데 이런 걸 꼭 해야 하나요, 시간이 없어요 하고 묻는 일들이 많긴 하다.
어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송재경: 가장 근래에는 죽었다가 부활할 때 신관의 무릎베개를 베고 부활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원래는 부활할 때 누이신전 앞에 갑자기 서서 나타난다. 생각해보니까 죽었다가 부활했는데 멀쩡하게 서서 시작한다는 게 너무 이상했다. 그래서 누워서 시작하게 하자고 일감을 넣었다. 그랬더니 개발팀이 뒤집어졌다. 협의 끝에 무릎베개는 내가 포기하는 대신 누워서 일어나는 건 들어갔다.
송재경: 개발을 하다 보면 꼭 필요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로망’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것 같다. 밤하늘에는 별자리가 있어야 한다거나 이처럼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와는 상관없지만 ‘로망’과 관련이 있는 것들. MMORPG는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유저들에게 디테일한 면에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밤하늘의 별자리, 해수면의 변화.. 아키에이지는 ‘로망’을 이야기한다
▲ 냔드라 냐난 님이 올린 '아키에이지' 일출 스크린샷 이미지 (출처: 외방 커뮤니티)
테스트 때 어떤 유저가 계속 바다를 구경하면서 채팅만 하는 모습도 봤다. 마음이 안정된다고 하더라.
송재경: 바다 하니까 생각이 나는 이야기가 있다. 게임에 파도를 추가한 일이 있다. ‘아키에이지’는 일출과 일몰, 그리고 석양이 아름답다. 특히 해변가에 해가 떠서 지는 그런 장관이 멋진 게임이다. 지난 3차 비공개 테스트 때 한 유저가 온종일 몇 천장의 스샷을 찍어서 영상으로 만들어 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여하튼 그 비디오를 감상하는데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해수면이 늘 일정했다. 실제 세상이라면 해수면이 오르락내리락 해야 하는 데 말이다. 그래서 파도를 추가했다.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다. 이제 ‘아키에이지’에서 조수간만의 차가 느껴질 것이다.
새롭게 추가되는 콘텐츠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임신'과 '낙태' 같은 괴소문은 어떻게 된 이야기인가.
송재경: 그건 정말 괴소문이다. 아동이나 청소년이 게임에 나오는 건 분위기 연출용이지 공격하거나 죽이는 일은 못하게 하고 있다. 임신은 결혼 콘텐츠 때문에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4차 때 이미 가족을 형성할 수 있는 콘텐츠가 들어갔었는데, 정식 서비스 이후 결혼같이 가족을 구성하는 방면의 생활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다.
‘아키에이지’가 콘텐츠가 다양한 게임이지만, 유저가 이 일을 ‘꼭’ 하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송재경: 꼭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물론 아이템을 주거나 경험치, 혹은 집 한 채를 준다거나 이런 보상을 줄 수는 있다.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순간 콘텐츠가 콘텐츠로 존재하는 의미가 사라진다. 유저 입장에서 보상이 있는데 안 하면 손해다. 거기서 콘텐츠로서의 매력이 깎이고 의무가치로 변질되는 것이다. 극상위 유저들은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다면 목적성이 꼭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자유도 높은 생활형 RPG로 유저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 제공: 엑스엘게임즈)
송재경: 할 게 너무 많아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피드백은 존중했다. 5차 테스트 이후 많이 가다듬어서 지금은 정리가 됐다. 이제 게임에 대해서 정보가 없는 유저들에게도 일정 부분 가이드 라인 안에서 일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로 '아키에이지'를 시연하는 모습이 KGC에서 공개됐다. 정식 서비스 이후 이를 지원할 계획은 있나?
송재경: 아직 실험적인 단계다. 그날 시연 정도는 된다는 걸 보여주긴 했지만 더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 클라우드 서비스로 구동되는 `아키에이지`
누가 ‘아키에이지’ 홍보 모델이 될지 궁금한데 아직 소식이 없다.
송재경: 우리나라에서 홍보모델 써서 성공한 게임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대답할 선례가 없었다. 아직 큰 필요성을 못 느낀다.
중국,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 관심이 상당히 높다. 이들의 관심이 개발에 영향은 주지는 않나
송재경: 압박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건 퍼블리셔다. 퍼블리셔를 믿고 그쪽 요구에 맞춰 능력이 허락하는 한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해외 출시를 위해 따로 팀을 구성해둔 상황이다.
MMO 시장이 침체됐고, 내년에 더 심화될 거란 진단이 나온다. ‘아키에이지’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송재경: 전반적인 대세인 것 같다. 사람들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게임을 하고 TV도 잘 보지 않는다. 성장률이 엄청나게 줄었고, 이제 좀 힘든 상황이다. PC 클라이언트 게임도 스마트 기기와 연동되는 MMO로 변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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