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의 전설을 온라인으로, '풋볼매니저 온라인'
기자는 ‘풋볼매니저(이하 FM)’ 의 팬이다. ‘FM’ 에 한창 빠져 있을 땐 기자를 그만두고 프로 축구감독이 돼 볼까 하는 허황된 꿈까지 꿨을 정도다. 그런 와중에 재작년 말 공개된 ‘풋볼매니저 온라인(이하 FMO)’ 은 그야말로 초(X100)기대작이었다. 그것도 그냥 IP만 갖다 쓴 흔한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원제작사인 스포츠 인터랙티브가 직접 제작한 정통 타이틀 아닌가. 간간히 나오는 ‘풋볼 매니저 온라인’ 기사에 사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1차 CBT가 시작되고 게임을 플레이 해 보니 뭔가 당황스러웠다. 막연히 상상해오던 ‘FMO’ 의 모습과 상당히 달랐기 때문이다. 좋게 보면 온라인게임다운 맛을 잘 살린 것이고, 나쁘게 보면 원작의 느낌을 상당수 잃어버린 듯 한 모습. 이 같은 느낌은 기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는지, ‘FMO’ 오픈 첫 날의 채팅창은 이 부분을 둘러싼 유저들 간의 의견 차이로 도배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엔 ‘FM’ 과 다른 모습이라는 데서 오는 실망감이 더 컸다. 그러나 게임을 하면 할수록 ‘FMO’ 가 보여주고 싶은 완성형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번 리뷰에서는 ‘FMO’ 의 자잘한 버그, 불편한 점 등은 일체 언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언제까지나 ‘FMO’ 라는 게임이 추구하는 바, 그리고 그것이 기존 ‘FM’ 유저와 새로 유입될 초보 유저들에게 얼마나 통용될 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 일단 '카드뽑기' 게임은 아니다
선수 영입, 사실성 대신 편안함을 추구
‘FMO’ 와 ‘FM’ 의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단연 선수 영입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사실 많은 ‘FM’ 팬들이 집중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면밀히 따져보자면 ‘FM’ 과 ‘FMO’ 의 선수 영입 시스템은 어느 것이 낫다기보다는 각각 장단점이 존재한다.
먼저 ‘FM’ 의 경우에는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특정 선수를 직접 찾아야 한다. 선수를 찾기 위해서는 국가, 리그 등의 단위로 스카우터를 파견해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야 하며, 수백 수천, 혹은 만 명 단위의 선수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신체 조건과 능력치, 나이,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영입 리스트를 작성하게 된다.
영입 리스트에 있는 선수라고 해서 100% 영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계약으로 풀려난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선수는 특정한 팀에 소속되어 있다. 팀에서 중심축을 맡고 있는 선수의 경우 빼내 오기가 여간 쉬운 것이 아니며, 플레이어 팀의 명성이 낮을 경우 선수 자신이 이적을 거부하기도 한다. 몸값(이적료)과 연봉 등도 걸림돌이 되며, 이 경우 끈질기게 협상을 하거나 임대 계약, 파격적인 조건 제시, 혹은 언론 플레이 등의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실제 프로축구 구단 감독이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FMO’ 는 이 과정을 대폭 간소화했다. 선수를 찾기 위해 일일히 스카우터를 파견할 필요 없이, ‘영입’ 메뉴로 들어가 ‘스카우팅 목록 작성’ 버튼을 누르면 영입 가능한 선수가 최소 3명, 최대 6명까지 랜덤으로 표시된다. 목록에 표시된 선수들은 제각기 이적료와 연봉이 정해져 있으며, 자금적으로 문제가 없을 경우 영입 버튼 하나만으로 간편하게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
일단 단순히 비교하면 ‘FMO’ 측의 선수 영입 시스템이 훨씬 간편하다. 감독의 명성과 스카우트 시설 레벨이 높아지면 내가 원하는 포지션의 능력치가 뛰어난 선수를 영입 목록에 띄울 수 있으며, 이렇게 영입한 선수는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 전력으로 사용된다. 플레이어는 골치 아프게 선수들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으며, 스카우트 버튼 클릭 하나만으로 내 팀에 맞는 선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FMO’ 의 이 같은 시스템은 영입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대폭 삭제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영입 리스트는 기본적으로 랜덤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선수를 직접 찾을 수 없으며, 오로지 45분마다 갱신되는 영입 리스트를 넋 놓고 바라만 봐야 한다. 또한 내 구단의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해서 임대나 트레이드 등의 우회로를 선택할 수도 없으며, 오직 ‘돈이 있으면 사고, 없으면 말고’ 라는 룰을 강제로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기존 ‘FM’ 유저에게는 약간 허전함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사실 ‘FM’ 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 축구감독의 역할을 100%에 가깝게 구현하려다 보니 엄청나게 많은 기능이 있고,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게임의 모든 기능을 제대로 사용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이 걸린다. 이 높은 진입 장벽을 이미 넘어간 기존 ‘FM’ 유저들은 대폭 간편화된 ‘FMO’ 의 영입 시스템이 허전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 선수 영입은 이 곳에서만 가능하다, 사진은 45분(조절 가능)마다 새로 고쳐지는 스카우팅 명단
▲ 특정 선수를 영입하고 싶으면 클릭 후 '계약하기' 를 누르면 된다
▲ 구단 시설 관리 메뉴에서 스카우팅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하드코어 유저보다는 초보 유저들에게 반가울 게임
‘FM’ 시리즈의 제작사인 스포츠 인터랙티브는 ‘FM’ 과 ‘FMO’ 를 분리해서 생각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즉, 다소 어려운 ‘FM’ 을 보다 많은 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제작된 게임이 바로 ‘FMO’ 라는 것이다.
실제로 ‘FMO’ 에는 위에서 설명한 영입 시스템 외에도 초보 유저들을 위한 장치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직관적인 UI’, ‘상세한 튜토리얼’, ‘경쟁 요소 자극’ 등의 요소가 대표적이다.
먼저, UI의 경우 기존 ‘FM’ 이 텍스트를 위주로 한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다소 빽빽하고 세세한 화면 구성을 선보인 것에 반해, ‘FMO’ 는 이미지를 대량으로 사용해 상당히 보기 편하고 큼직큼직한 화면을 만들었다. 이는 게임을 처음 하는 유저라도 보다 직관적으로 각종 메뉴의 기능을 파악하고,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첫인상 시의 부담감도 대폭 줄어들었다. 비록 1차 CBT라서인지 불편하거나 어색한 부분이 많지만, 이는 향후 OBT와 정식서비스를 진행하며 차츰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이다.
튜토리얼의 경우 기존의 어떠한 ‘FM’ 시리즈보다도 뛰어나다. 어여쁜 비서들이 설명해주는 것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자면 어느새 ‘FMO’ 의 기본적인 게임 진행 방식을 8~90%는 습득하게 된다. 물론 ‘FM’ 시리즈도 ‘FM 2012’ 부터 약간의 튜토리얼 기능이 들어가 있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그것만으로 게임을 배우기엔 무리일 정도로 불친절하다. 이 부분은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인 KTH와의 협업 성과가 십분 드러난 셈이다.
마지막으로는 바로바로 결과를 알 수 있는 경쟁 요소다. ‘FMO’ 는 챌린지와 연습 경기를 제외하면 다른 유저들과 승부를 하게 되는데, 내가 키운 팀이 다른 유저가 키운 팀을 이길 경우 얻는 쾌감은 상당하다. 기존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원초적 재미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원작 ‘FM’ 의 경우 온라인 매치 기능이 있긴 하지만 제한적이고, 초특급 선수를 얻거나 리그 우승 등 쾌감을 느끼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일매일 승리의 쾌감(혹은 패배의 우울함이 될 수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상당한 메리트다. 잘만 하면 기자와 같은 기존 ‘FM’ 유저들도 끌어올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 가장 많이 보게 되는 메인 화면, UI가 전반적으로 깔끔하다
▲ 고심해서 짠 전술로 나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을 갖춘 유저를 이길 때의 기분이란!
▲ 다양한 리그와 컵 경기에 참가할 수 있고, 자신이 직접 대회를 열 수도 있다
‘FM’ 과 단순 비교는 어려워
모든 느낌을 종합해 볼 때, ‘FMO’ 는 ‘FM’ 의 재미 요소를 상당 부분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온라인게임이다. ‘FM’ 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방대한 선수 데이터나 정교한 3D 매치 엔진 등을 거의 완벽히 가져오면서 게임의 깊이를 그대로 유지했으며, 감독의 실제 역할을 다룬 부가적인 기능을 대폭 축소하면서 접근성을 높였다. 물론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정 'FMO' 의 시스템이 허전해 보인다면 PC플랫폼으로 발매되는 ‘FM’ 시리즈를 즐기면 된다.
다만, 다른 유저와 실시간으로 겨루며 느끼는 재미는 확실히 ‘FMO’ 쪽이 우월하다. ‘FM’ 에서 메시를 얻었다고 하면 ‘어쩌라고’ 라는 눈으로 바라보던 주변 사람들이, ‘FMO’ 에서 메시를 얻었을 때는 부러움의 시선을 보낼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FMO’ 를 할 만한 동기부여는 충분한 듯 싶다.
물론 아직까지는 버그나 불편한 점이 매우 많지만, 이제 겨우 첫 번째 CBT일 뿐이다. 앞으로 OBT와 정식서비스를 거치며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된다면 ‘FMO’ 로 인해 ‘FM’ 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FM’ 을 하다 보면 왠지 ‘FMO’ 가 기다려지는 그런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
▲ 매치 엔진의 경우 위 사진처럼 같은 색상의 유니폼 선수들이 한 화면에서 뛰는 등의 버그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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