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출시된 ‘워해머 40K: 스페이스 마린’은 죽음의 천사로 불리는 스페이스 마린의 대표 군단 ‘울트라마린’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주목을 받았다. 다채로운 액션과 오크를 썰어 넘기는 호쾌한 액션, 플레이어가 직접 스페이스 마린이 돼 다양한 적대세력에 맞서는 이야기로 나름의 아이덴티티를 잡기도 했다. 다만 일부 요소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차기작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워해머 40K: 스페이스 마린 2(이하 스페이스 마린 2)’의 출시 소식이 더 게임 어워드를 통해 공개되며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후 한국어 자막 소식으로 한국인 전투 형제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고, 갈 곳을 잃은 협동 TPS 유저들에게까지 관심을 받아 전작보다도 높은 주목을 받았다. 다만 세계관에 대한 진입장벽을 시작으로 여러 복합적인 사유가 뒤얽히며 진입을 망설이는 게이머들 또한 늘어났다.
이런 우려를 품고 시작했던 스페이스 마린 2는 게임의 스토리를 몰라도 액션 자체만으로 충분히 즐길 거리를 선사했고, 세계관 팬들에게는 새로운 이야기로 흥미를 더하는 수작으로 다가왔다.
파괴와 선혈로 점철, 시원시원하고 선명한 전투
게임에 등장하는 액션은 크게 약공격, 강공격, 튕겨내기, 회피, 사격, 빈틈 공격 등으로 구분된다. 이를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합하며 몰려오는 적들을 쓸어 넘기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다. 게임의 초반부터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압도적인 수의 타이라니드를 조우하게 되는데, 조금만 전투에 적응하게 되면 생각보다 무난하게 생존할 수 있는 전투 시스템 덕에 시원시원한 전투를 만나볼 수 있다.
우선 정확한 타이밍에 튕겨내기에 성공할 경우, 플레이어는 해당 공격을 수행했던 적을 역습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작은 적의 경우에는 반격과 함께 즉시 처치가 가능하며, 큰 적의 공격을 튕겨낼 때는 붉은 표식과 함께 잠시 멈추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표식이 붙은 대상을 화면에 두고 사격을 시도하면 즉각적으로 화면이 해당 적에게 이동하며 강한 대미지를 입히는 빈틈 공격 연출이 등장한다.
빈틈 공격은 작은 적을 즉시 처치하고 큰 적에게는 높은 대미지를 입히면서도 다른 적에게 피격되지 않는 순간을 제공해 난전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다. 작은 적을 강공격으로 밀쳐내거나 공격 회피에 성공했을 때도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높다는 것도 특징이다. 타격감 넘치는 이펙트와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져다 주는 액션성은 덤이다.
여기에 적마다, 또 들고 있는 무기마다 달라지는 처형도 생존력을 높이는 일에 도움이 된다. 처형 액션은 적의 체력이 일정 이하로 떨어져 전투 불능 상태가 된 적에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전투 불능 상태의 적은 붉은빛으로 표시 되는데, 이런 적을 처형할 경우 즉시 아머가 한 칸 충전된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적이 늘어날수록 둘러싸였을 때 위협적이지만, 기술을 잘 안배하기만 해도 큰 체력 손실 없이 아머만으로 유지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점프팩을 활용한 기술 또한 다채롭게 준비됐다. 점프팩을 사용한 뒤 땅으로 떨어지며 광범위한 대미지와 넉백을 입히는 기술이나 공중 사격 외에도 근거리 이동 등 다양한 기술이 매끄럽게 이어진다. 이런 다양한 기술들을 매끄럽게 조합하며 타이라니드를 쓸어 넘기는 쾌감은 스토리를 잘 모르더라도 PvE 협동 콘텐츠를 기대하며 게임을 시작한 유저들에게도 게임성을 확실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명징한 전달력 인상 깊은 비주얼과 연출
이런 전투에 몰입감을 더 살려주는 것은 바로 시각 및 청각적 요소다. 특수 액션에 뒤따르는 시청각적 피드백이 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끊임없이 피가 튀고 불꽃이 튀는 연출에 도살한다는 느낌을 줄 정도의 폭발적인 파괴음으로 하여금 스페이스 마린들의 강함을 선명하게 전한다.
특히 시각적 요소는 전투 측면에서도 훌륭한 역할을 수행한다. 앞서 언급한 빈틈 공격 발동기에는 채도 높은 이펙트가 등장해 난전 중에서도 적의 위치와 역습 시점을 확인하기 좋다. 막을 수 있는 공격에는 파란색 이펙트가, 회피해야만 하는 공격에는 붉은 이펙트가 등장해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 지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본작의 주적인 타이라니드에 대한 묘사도 인상 깊다. 본작의 엔진은 개발사의 과거 작품인 월드워 Z 엔진과 동일한 엔진으로, 무리를 지어 덤벼드는 생명체들이 전하는 공포를 극대화했다. 몰려오는 적들이 벽을 타고 기어오르고 먼 곳에서 집단으로 이동하는 모습으로 집단 지성을 가진 외계종족이 가진 기괴함을 극대화하는 연출이 일품이다. 이런 특성들이 세밀하게 강조된 만큼, 전작을 해보지 않은 유저도 게임의 분위기와 전투에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
이렇게 몰려오는 타이라니드를 쓸어 넘기는 스페이스 마린의 강함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다채로운 처형 모션 연출로 강조됐다. 타이라니드의 신체를 잡아 뜯어 직접 몸에 박아 넣거나 밟아 터트리는 연출 등이 그 예시다. 가지고 있는 근거리 무기, 혹은 손으로 타이라니드를 붙잡아 찢어 발기며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는 연출 등은 스페이스 마린이 가진 압도적인 완력과 노련함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한층 강화된 유혈 표현 등을 통해 전작 대비 잔혹함이 배가됐다.
외에도 주로 녹색과 채도 낮은 붉은색을 사용한 필드 내 안배된 가스통 등의 위험물질도 도움이 된다. 이 위험물질은 길목 곳곳에 위치해 있는데, 대개 적들이 몰려오는 길목에 설치돼 있어 대략적인 침투 위치를 파악하게 돕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아울러 몰려오는 타이밍에 맞춰 폭발물을 터트릴 경우 대부분의 작은 적들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어 신속한 진격 차단이 가능하다. 이런 다양한 요소로 하여금 높은 몰입감과 편리한 전투를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기대되는 천사들의 성전, 멀티 어떻게 나올까?
패드 보정을 고려해 PvP는 콘솔과 PC가 나누어 매칭 되지만, PvE의 경우 전 기종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해 더욱 편리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캠페인 외에도 PvE 멀티 플레이 콘텐츠에서도 봇을 지원해 아군 이탈 등의 공백을 채우기 쉽다는 점 또한 호평할만한 요소다. 다만 PvE 멀티 플레이 요소에서는 스나이퍼와 같은 특정 병과의 필요성이 유독 높은 구성을 취하고 있어, 출시 이후 병과 별 밸런스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외에도 TRPG 감성을 적극 선보이는 커스터마이징 기능 등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협동 콘텐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도 잘 준비되어 있다. 개발사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커스텀 요소로는 페인트, 엠블럼, 색상, 패턴 등 여러 요소가 준비돼 있다. 이를 통해 원작에 등장한 의미 있는 인물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나만의 아머 세트를 만들 수도 있어 여러 멀티 콘텐츠에서 개성 있는 외형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스페이스 마린 2는 한국어 지원 소식으로 수작 멀티 TPS에 목말라 하던 국내 유저들에게도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다만 스토리를 몰라 다소 망설이는 유저들도 있었는데, 연출과 자막이 적당히 어우러지며 세계관의 분위기를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본작으로 워해머 40K의 세계관에 처음 들어서게 됐더라도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보자. 무수한 전투 형제들이 당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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