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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과몰입군 4년 후 사라져 “질병 근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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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 패널토론 현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사회과학과 정신의학, 두 영역에서 4년간 국내 게이머를 연구한 결과 게임이 사람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 특히 두 연구가 다른 참여자를 대상으로 했음에도 문제적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과몰입군’에는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즉, 게임이 의학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냐는 부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좋은 연구를 토대로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5일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열린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현장에서는 게임 이용자에 대한 해외 연구 사례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이어온 국내 게임 이용자 종단연구(같은 실험 참가자를 계속 추적하며 연구하는 방식) 결과가 발표됐다.

현장에는 앤드류 쉬빌스키(Andrew Przybylski)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 마띠 부오레(Matti Vuorre) 튈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가 참여했다.

게임과 뇌, 의미 있는 변화 없었다

4년간 진행한 게이머 종단연구에 참여한 조문석 교수는 “4년간 연구한 결과 게임이 문제적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라며 “우을증이나 불안처럼 일반적으로 게임이용장애 현상으로 정의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게임 이용자가 가진 사회적 요인·심리적 요인·환경적 요인이 선행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연구결과 중 하나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4년간 연구에서 과몰입군에 2년 연속 포함된 참여자는 없었다. 아동·청소년은 주의집중, 비-과잉행동, 부모와의 긍정적인 관계가 증가하면 과몰입위험군에 포함될 확률이 감소했고, 형제자매와 함께 게임하거나 오프라인 관계가 많을수록 과몰입위험군에 포함될 확률이 줄었다. 조 교수는 “주의집중을 제외하면 과몰입군을 독립적으로 유의미하게 설명하는 요인은 거의 없다”라고 전했다.

▲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의학적으로도 게임은 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4년간 게이머를 종단연구한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는 MRI 촬영, 뇌 기능적 변화, 지능검사, ADHD·우울증 등에 대해 검사한 결과 모든 부분에서 일반 이용군·선용군·위험군 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한덕현 교수는 “지능은 통계적 유의성은 없으나 수치상 모든 그룹에서 증가했다. 집중력은 위험군에서 일반군으로 이동한 사람이 오히려 줄었다. 우울증은 변화가 없고, 사회적 공포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뇌에 대해서도 “뇌 부피에도 해부학적 변화가 없다. 뇌 활성화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다만 뇌 연결성에 대해서는 “사람이 태어나면 뇌 발달이 뒤부터 앞으로 이동한다. 전두엽이 또래보다 많이 발달될 수록 게임을 선용하고, 위험군은 어릴수록 활성화 정도가 떨어졌다. 이 양상이 ADHD 발달이론과 맞아 떨어진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 부분은 게임 과몰입과 ADHD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지 게임 과몰입이 ADHD를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덕현 교수는 “기침을 예로 들면, 기침은 증상이지만 기침이 나는 원인은 감기·폐렴 등 여러 가지다. 게임은 ‘기침’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문석 교수와 다른 그룹을 조사했음에도 과몰입군에 계속 남은 참여자는 0명이었다.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보는 한덕현 교수는 “도박중독은 자연치료 안 된다. 2년간 그대로 두면 안 좋아진다. 알코올의존증 역시 2년간 그냥 두면 스스로 술을 끊을 확률은 굉장히 낮다”라며 “2,3년 예후가 다름에도 중독으로 몰아서 같이 그룹핑을 하고, 그 진단기준을 들이대며 같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전했다.

▲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연구 과정에서 과몰입군에 남은 참여자는 하나도 없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이용장애 등재, 해외도 의견 엇갈려

쉬빌스키 교수는 “광범위하게 생각하면 성인 중 반 정도는 기술에 중독되어 있다. 기술이라는 것은 게임은 물론 소셜 미디어, 스마트폰 등 어느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이 임상진단으로 중독이라 내릴 수 있는 것은 이와는 다른 종류다”라며 “영국에서는 런던 등에 게임중독센터가 생기기도 했으나, 게임 자체를 과몰입을 일으킬 중독물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부오레 교수는 연구자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게임 과몰입이나 이용장에에 질병코드 부여가 좋은지, 나쁜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질병코드가 부여되면 사람이 문제가 생겼을 때 치료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상에서 매일 게임하는 사람들에게 과몰입에 대한 낙인이 찍힐 수 있다.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 생각하며, 연구자 사이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데 인간행동기술학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마띠 부오레 탈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특히 학계에서 무엇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느냐에 따라서 의견이 다르다는 의견이다. 쉬빌스키 교수는 “연구하는 분야가 어디인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행동 중에도 행동중독만 연구하는지, 게임과 관련된 인간행동을 연구하는지 등이다”라며 “영국이든, 네덜란드든, 동아시아 등 인간 행동을 광범위하게 연구하는 사람일수록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에) 반대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게임한다’는 같은 행동이라도 이용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연구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부오레 교수는 “모바일게임에 대해 오래 연구한 적이 있는데 차이가 나는 결과가 있었다”라며 “사람이 처한 상황과 가진 문제가 다르고, 삶에서 겪는 게 달라서 그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 모바일과 PC를 비교하면 바빠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사람이 처한 환경과, 집에서 편하게 앉아서 PC로 게임하는 사람의 감정과 환경은 다르다. 그래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WHO가 정한 질병코드, 국내와 해외의 다른 접근

▲ WHO ICD-11에 등재된 도박장애(좌)와 게임이용장애(우) 설명, 부오레 교수는 두 설명이 '도박장애'와 '게임이용장애'라는 단어만 달라졌을 뿐 크게 다른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WHO가 정한 질병코드에 대한 접근 방식은 국내와 해외가 달랐다. 우선 학계 전문가는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포함한 ICD-11 개정 과정과 관련 논의에 대해 그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오레 교수는 “WHO에서 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어떠한 연구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충분한 정보가 학계에 제공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WHO가 정한 질병코드를 그대로 받지 않기도 하다. 쉬빌스키 교수는 “영국에서는 ICD-10 도입에 20년 정도가 걸렀고, 한 번이 아니라 시간 흐름에 따라 이뤄졌다”라며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도입에 논란이 없었지만, 질병코드는 영국 국가 의료 체계에 따라 도입하며, 도입하지 않은 ICD 질병코드도 상당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 조문석 교수는 “ICD-11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민관협의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ICD에 등록된 질병코드가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등록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 과거 추세를 따른다면 게임이용장애는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6월에는 공영방송인 KBS에서 살인사건 원인이 게임이라 단정짓는 방송이 방영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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