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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목숨을 걸었던 시절, DOS는 찬란했다 [그땐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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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위 MS-DOS 아이콘은 Windows 3.1부터 사용된 것이다


마우스가 뭔지도 잘 몰랐다. 컴퓨터 학원에서 1부터 10까지 숫자를 모두 더하는 GW-BASIC을 공부하며 세상 모든 것을 DOS로 다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Microsoft Windows와 Apple MAC OS가 세상을 양분하고 있는 지금, CUI 기반의 Windows 이전 OS를 상상할 수 있을까? PC 내부의 저장 장치, 즉 하드디스크가 없던 시절. 플로피 디스크로 부팅을 했던 시간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연말연시 왠지 멜랑꼴리해지는 분위기에 따라 지금으로부터 자그마치 3-40년 전의 OS, DOS를 회상해 본다. 



하드디스크? 그게 뭐죠? 


▲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에 담긴 MS-DOS v2.0

<이미지 출처 : http://bartosh.us/s-100>


DOS는 Disk OS의 약자로, 처음에는 Microsoft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IBM 계열 운영 체제든 애플의 컴퓨터든 운영체제는 으레 DOS라는 이름을 쓰곤 했다. 하지만, 1982년 빌 게이츠가 세운 Microsoft가 시애틀 컴퓨터라는 회사가 만든 Q-DOS 운영체제의 판권과 소스 코드를 인수하고 아예 개발 담당자였던 팀 패터슨을 영업해 MS-DOS로 이름을 바꾼 후부터 유명해진 것이다. 필자가 기억하는 DOS는 MS-DOS가 유일하므로 이 글의 DOS는 모두 MS-DOS를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주길 바란다. 


▲ 필자가 기억하는 DOS는 v3.0부터다. 위 이미지는 2018년 애뮬레이터로 캡처한 것으로 추정된다.


DOS가 구동하는 방식도 지금 세대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일단 하드디스크가 없는 PC이므로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A에 DOS 디스크를 넣고 전원을 켜면 복잡한 영문 초기화면이 나오면서 부팅이 시작되었다. 그것도 엄청난 소음과 함께. 그 후 기본 메모리 640KB(MB가 아니라 KB 임을 명심할 것)에 DOS를 상주시키고 A나 B 드라이브의 디스크를 교체해가며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시킨다. 



킬로바이트에 목숨을 걸었다


▲ 클럭이 무려 12MHz에 메모리 용량이 1MB인 당시 286 PC 지면 광고


따라서 640KB에 불과했던 80286, 80386계열 PC에서 얼마나 메모리 관리를 잘하는 지가 덩치 큰 게임을 굴리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곤 했다. 당시 80286, 80386 정도의 PC라면 이런 640KB 기본 메모리에 연속 확장메모리(XMS), 중첩 확장 메모리(EMS)를 옵션으로 제공했는데, 기본 메모리를 아끼기 위해 DOS를 확장 메모리에 상주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문제는 이런 읽기도 힘든 작업을 당시 '국민학교' 6학년인 필자가 혼자 공부해가며 터득했다는 것. 교육열이 누구보다 뜨거웠던 부모님 덕에 가난한 삶이었어도 컴퓨터 학원만큼은 꼬박꼬박 다닐 수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DOS를 상위 메모리에 상주시키려면 부팅 시 반드시 로딩되는 CONFIG.SYS 파일을 만져야만 했다. 그래야 640KB 기본 메모리의 용량을 아껴 게임이 100% 활용할 수 있게끔 하는 고육지책이었다. 


Config.sys 

 device=himem.sys   ← XMS 인지시킴 (286 이상)

 device=emm386.exe ram ← EMS 인지시킴(386 이상)

 dos=high,umb ← DOS를 기본메모리가 아닌 상위 메모리로 저장시킴


himem.sys는 80286, 혹은 AT 컴퓨터라 불리던 PC에서 제공하던 확장 메모리 파일이다. 일단 himem을 device 명령어로 인지 시킨 후 만약 80386 이상 PC라면 EMS까지 인지시켜서 당시엔 너무도 든든한 게임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또한 DOS를 high, umb로 기본 메모리가 아닌 상위 메모리에 저장시키는 필살기로 윙커맨더 같은 극악의 오리진 게임과 각종 어드벤처 대작 게임을 즐기는 호사를 누렸다. 이 정도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정말 서울대학교에 갔을 지도 모른다. 



키보드로 모든 걸 다 했던 시절, 그리고 로맨스?


▲ 단순히 파일 리스트를 불러오는 dir 명령어에도 이렇게 많은 옵션이 있었다


DOS의 또 한 가지 특징은 CUI, 혹은 CLI로 불리는 명령어 입력 인터페이스다. 'A:>' 혹은 'B:>'로 시작하는 명령 프롬프트에 키보드로 명령어를 타이핑한 후 엔터를 쳐서 구동시키는 방식이다. 몇 가지 기억나는 건 화면 전체의 문자를 지우고 제일 상단에 명령 프롬프트를 위치하게 하는 명령어 'CLS', 해당 폴더(디렉토리)의 파일의 리스트를 불러오는 명령어 'DIR'. 지금도 쓰이는 용어 'FORMAT'도 기억난다. 이런 명령어에 다양한 옵션을 '/'와 함께 뒤에 붙여 쓰면 복잡한 구동도 가능했다. 


▲ 많은 PC 유저들의 감동을 자아낸 로맨스 끝판왕, Mdir의 구동 화면


하여 키보드 영문 타이핑이 힘들고 적응이 어려운 사람들은 Mdir이나 노턴 커맨드(NCD) 등 쉘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했었다. 특히 Mdir은 '여자친구'가 PC 사용을 조금 더 쉽게 하기 위해 한 개발자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치렀었고, 대한민국 PC에 으레 기본으로 깔리는 국민 쉘 프로그램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제일 기억나는 DOS의 버전은 1993년 출시된 6.0 버전이다. DOS는 6.0에 이르러 많은 응용 프로그램의 라이선스를 구입해 제품에 포함시켜버려 덩치가 아주 커졌다. 정확하진 않지만 정품 패키지가 5.25인치 2HD 디스크 12장 정도로 기억난다. 또한, 가장 큰 매력은 바로 DBLSPACE, 더블 스페이스다. 


DBLSPACE는 말 그대로 디스크의 데이터를 압축 후 저장해 하드디스크의 공간을 확보하는 프로그램으로 가뜩이나 게임들의 덩치가 커져 용량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유저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줬었다. 설치 후 세팅만 몇 시간이 걸렸지만, 하드디스크 10~20MB로 울고 웃는 상황이 자주 있었으므로 충분히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이듬해 그렇게 소중했던 DBLSPACE가 Stac Electonic의 디스크 압축 프로그램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나 6.21 버전엔 DBLSPACE가 없었다. 



삼국을 통일하기 위한 치열한 DOS 삼매경


▲ DOS/V로 부팅하지 않으면 이 화면 바로 직전에 강제 재부팅되었었다


또한,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DOS/V, 속칭 일본 DOS다. 일본어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실상은 DOS 인터페이스를 그래픽 환경으로 출력해 일본어를 표시하게끔 해주는 버전이다. 한글 버전 DOS도 2.0부터 버젓이 나온 상황인데 왜 DOS/V를 쓰는지 이해 못 할 사람도 있겠지만, 역시나 원인은 게임. 유명한 시뮬레이션 게임 전문 제작사 KOEI의 삼국지 3을 실행시키려면 일본어 출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elf의 동급생 시리즈도 주요한 모티브 중 하나다. $font.sys, $disp.sys 등 필수 파일도 꽤 많았고 config나 autoexec.bat 설정도 까다로운 편이라 PC 통신 하이텔의 어르신(?)들에게 많은 지도편달을 받아 위 시나리오 선택 화면이 딱! 뜨던 순간 환호성을 지르던 기억이 난다. 



너무도 그립다. 응답하라 1992


▲ DOSBOX 첫화면, 사운드카드 관련 IRQ 셋팅이 인상깊다


2023년 현재 DOS 기반 게임을 구동시키려면 DOSBOX라는 애뮬레이터가 필요하다. 가끔 고전 게임을 플레이하는 스트리머나 유튜버들이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접할 때마다 감회가 새롭다. Windows야 이제 눈 감고도 사용한다지만, 내 인생에 가장 열정적으로 사용한 OS가 DOS였으니 세월 참 빠르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DOS는 2000년 Windows Me에 8.0 버전으로 포함된 것을 끝으로 종말을 맞이했다. 하지만, cmd라는 이름으로 DOS와 비슷한 환경을 사용할 수 있고 WIndows의 거의 모든 기능을 명령어 입력으로 실행시킬 수 있다. 그만큼 DOS의 존재가 Windows의 기본적인 영혼으로 승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마우스 하나면 PC의 거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요즘, 참 구닥다리 방식으로 보일 수는 있어도 KB 단위로 메모리를 아껴가며, 고작 게임 하나 해보겠다고 밤을 새우며 공부하던 그때 그 젊음이 난 아직도 그립다. 


[그땐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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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절, 우리 책상의 8할은 모니터가 차지했었다

Intel과 AMD가 각방을 쓰게 된 이유, 슬롯 1 CPU

ATDT 01410, 이거 알면 아재 인증?

단 4년동안, 전세계 게이머들을 뒤흔들었던 VOO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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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편집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c)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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