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에서 성장이란 꽤 중요한 요소다. 플레이어 개인의 실력이 향상되는 경우도 있지만, 내 캐릭터의 능력치가 강해짐으로서 얻는 발전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레벨 업을 하고 새로운 스킬을 배워서 과거엔 꿈도 꾸지 못 할 대미지를 때려넣는 광경을 보고 있자면, 게임에 대한 애정과 모험심이 무럭무럭 솟아나곤 한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곤란하다. 수백, 수만, 수십만 단위까지는 어느 정도 한 눈에 들어오는 편이지만, 단위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 나중엔 뒤에 0이 몇 개 붙었는지조차 무감각해지고 대미지가 얼마나 나오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이른바 체력/대미지 인플레이션인데, 심한 경우 화면 전체를 숫자가 가득 채워버리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대미지 인플레이션 쪽에서는 손에 꼽는 유명한 작품들을 한 곳에 모아 보았다.
TOP 5. 인플레이션 국가대표,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
넥슨의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는 국내에서 대미지 인플레이션으로 가장 유명한 게임들이다. 두 게임 모두 대미지가 단위 줄임 없이 화면에 그대로 표기되는데다, 서비스 역사가 길어지며 보스 체력과 대미지가 억 단위를 뚫었다. 실제로 던전앤파이터는 2021년 당시 표기 데미지가 조 단위를 넘어가며 한 눈에 제대로 읽히지 않을 정도까지 다다랐는데, 이에 제작진은 모든 몬스터의 체력과 대미지 표기를 1,000분의 1로 낮추며 0 세 개를 없애는 단위변경을 감행했다.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현재 진행형이다. 2023년 중순 기준 최대치 대미지(맥뎀)이 7,000억에 달했으며, 이 대미지가 연속되어 발생해 화면을 가득 메우는 광경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2006년만 해도 맥뎀이 9만 9,999였던 것과 비교하면 17년 만에 700만 배 상승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다음 상향 땐 당연히 조 단위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기에, 던전앤파이터처럼 조만간 대미지 표기 조절 패치가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TOP 4. 어디까지 갈 셈인가, 디아블로 3, 4
디아블로 3 역시 시즌을 거듭하면서 대미지가 하늘을 뚫고 올라간 케이스다. 게임 특성 상 몬스터의 방어력을 올려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체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다 보니, 자연스레 게이머들의 공격력도 하늘을 뚫고 올라갔다. 특히 2019년에 이르러서는 조를 넘어 경(10,000,000,000,000,000) 단위까지 이르는 대미지가 1초도 안 돼서 연속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일단 디아블로 3 주인공들은 세계관적으로도 최강의 네팔렘으로 불리는 존재인 데다 숫자 또한 '조', '경'으로 표시돼서 화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긴 하다. 그래도 평소 거의 만날 일이 없는 경이라는 단위가 등장하니, 처음 10단위 대미지에서 시작한 유저들로서는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이 대미지를 받고도 끄떡 없는 몬스터들을 보고 있자면, 어쩌면 디아블로나 대천사들은 최약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참고로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라 적진 않았지만, 디아블로 4에는 특정 상황에서 '간(10의 36승)' 단위 대미지가 일격에 나오기도 한다.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벤트성으로만 낼 수 있는 대미지지만, 모니터를 좌우로 절반쯤 채우는 숫자를 마주하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TOP 3. 파고들기도 선을 지켜야,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6
PS2 시절부터 노가다를 통해 9999 레벨까지 성장이 가능한 데 이어 전생까지 해 가며 캐릭터를 무한정으로 키울 수 있음을 강조했던 마계전기 디스가이아. 시간과 노력을 한없이 투자해 캐릭터를 계속해서 강해지게 만드는 '파고들기'로 인기를 모은 RPG라 그런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이러한 점이 더 커졌다. 이는 조금씩 폭주하는 경향으로 삐뚤어졌는데, 그 정점이 바로 디스가이아 6이었다.
이 게임은 자동사냥 시스템을 최초 도입함과 동시에, 캐릭터 최대 레벨을 9,999만 9,999로, 최대 데미지는 9,999경 9,999조 9,999억 9,999만 9,999에 달하는 정신나간 인플레이션을 선보였다. 이전 디스가이아 시리즈도 다른 RPG에 비해 전체적인 단위가 높긴 했지만, 대미지에서는 억 단위를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례적이다. 결국 디스가이아 6은 수치 인플레이션을 포함한 다양한 이유로 인해 혹평을 받았고, 7편에 이르러서는 초심으로 되돌아가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항복 선언을 하기 이른다.
TOP 2. 일본 최고 인플레이션 게임, 건담 트라이브
위에서 소개한 마계전기 디스가이아도 일본 게임이지만, 정작 본고장인 일본에서는 이보다 더 유명한 대미지 인플레이션 게임이 존재한다. 바로 2007년부터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는 건담 트라이브(Gundam Tribe)다. 이 게임도 16년 간 서비스 되다 보니 각종 수치들이 초기와는 비교할 수 없이 뻥튀기 됐는데, 2021년에는 모빌수트 체력이 '해(10의 20승)'를 넘어선 '9,999자(10의 24승)', 2022년 초에는 거기서도 만 단위를 세 단계나 넘어선 '999간(10의 36승)', 여기서 또 만 단위를 세 단계 올린 '1극(10의 48승)'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지난 6월 기준으로는 173아승기(10의 56승) 단위까지 등장했다. 참고로 태양의 원자핵 수가 10아승기 라고 하며, 불교에서 유래된 큰 수 단위 최고점인 '무량대수'까지는 고작 3단계(아승기-나유타-불가사의-무량대수) 남았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즐기는 모드'에 돌입한 듯 한데, 현지 유저들은 무량대수를 넘어가면 슬슬 뭐라고 불러야 하냐며 걱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TOP 1. 대놓고 단위 높이는 게임, 소드 파이터스 시뮬레이터
앞서 게임들은 뭔가 시리즈를 이어나가다 보니, 게임 서비스를 오래 지속해오다 보니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에 가깝다. 물론 중간부터 '어디까지 가볼까~?'라며 즐기는 모드에 들어간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시작부터 이를 가정한 건 아니다. 만약 처음부터 저 먼 곳의 초대수 우주를 탐험하리라 마음 먹은 게임이 나온다면 이 모든 인플레이션을 우주의 먼지보다 못 한 존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봤는데, 맙소사! 실제로 그런 게임이 있었다.
로블록스에 출시된 '소드 파이터스 시뮬레이터(Sword Fighters Simulator)'는 적을 쓰러뜨려 돈과 펫을 얻고, 그걸로 더 강해져 다음 지역에서 더 센 적을 만나는 단순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단위가 말도 안 되게 늘어난다. 1지역의 경우 일반 고블린 체력이 1,000이고 중간보스인 다크 나이트 체력이 30만, 보스인 암흑 사령관 체력이 600만이다. 2지역 보스 체력은 10억 단위, 3지역 보스는 1,000조 단위다. 앞서 말한 건담 트라이브가 곧 도달할 것 같다는 무량대수 단위는 13지역 중간 보스에서 이미 지나치게 되며, 23지역쯤 가면 거기에 또 0이 62개 더 붙은 10의 129승에 달한다. 참고로 월드 보스급은 Qnvn이라는 생전 처음 듣는 단위(10의 156승)가 나온다. 참고로 컴퓨터로 표현 가능한 가장 큰 자연수는 10의 308승으로 알려져 있는데, 몇 년 더 지나면 거기까지 도달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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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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