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지순례의 Ryunan 오래간만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이번 성지순례는 오랜만에 해외로 떠나 볼까 합니다. 실은 얼마 전 제가 생전 처음으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그렇게 여행을 즐기던 도중, 문득 성지순례 독자들이 생각나 여행 일정을 출장 일정으로 바꾸어(?) 베트남 하노이의 게임센터를 취재해 왔습니다. 그동안 성지순례 코너를 통해 일본이나 대만, 인도 게임센터는 소개해 드린 적 있지만, 베트남은 처음인데요. 함께 만나보시죠.
사실 베트남은 아케이드 게임산업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곳입니다. 일본이나 대만처럼 게임센터 수가 많지 않으며, 한국과 비교해서도 굉장히 적은 편이라 게임센터를 가려면 일부러 작정을 하고 검색해서 찾아가야 합니다. 수도인 하노이만 해도 게임센터 수가 10곳을 채 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게임센터로 추정되는 ‘빈컴 메가몰’ 이라는 곳에 있는 게임센터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빈컴 메가몰은 거대한 주상복합 아파트단지 1층과 지하에 위치해 있는 쇼핑몰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베트남 내에서도 매우 규모가 큰 쇼핑몰 중 하나입니다. 쇼핑몰 입구에도 광장이라든가 거대한 정원 등이 조성되어 있는 걸 보면 부유층이 거주하는 듯한 고급 주거단지로 보입니다.
지하로 내려오면 지하 1~2층에 걸쳐 대형 슈퍼마켓, 식당, 카페 등이 몰려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코엑스몰과 비슷한 느낌인데요, 통로 곳곳에 저렇게 ‘Dream Games’ 라는 안내가 있기에 이를 따라가면 쉽게 게임센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가다 보면 멀리서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는 간판이 보입니다.
쇼핑몰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게임센터 홍보물. 청소년이나 성인을 위한 공간 외에도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별도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린이 공간은 게임센터 메인 구역과 별개로 따로 분리되어 있는데, 아래에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침내 찾아온 빈컴 메가몰 드림 게임즈 입구. ‘슈퍼 어뮤즈먼트’라는 부제답게, 베트남 뿐 아니라 그동안 소개했던 다른 게임센터와 비교해도 손에 꼽힐 규모입니다. 입구 뒤쪽으로 공간이 상당히 넓고 옆으로도 꽤 넓은데요, 다 소개하려면 꽤나 바쁘겠군요.
매장 입구에 세워져 있는 동상. 게임센터에서 세운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충 보면 뭔가 평범한 곳은 아니라는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이 곳은 화폐 대신 선불식 전자 충전 카드를 사용합니다. 카운터에서 돈을 내고 카드를 받아 사용하는 식이죠. 참고로 베트남은 게임센터 뿐 아니라 마트 등에 있는 인형뽑기나 어린이 탑승용 놀이기구 등도 이런 식으로 충전형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가장 큰 이유는 베트남의 화폐 체계 때문입니다.
베트남 동은 우리나라보다 약 20배 정도 큰 단위인데요, 실생활에서 쓰이는 돈은 최소 500동에서 1,000동입니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500동은 약 25원, 1,000동은 약 50원의 소액이죠. 그러나 동전이 아닌 지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폐 종류만 10종류에 달하다 보니, 화폐를 그대로 받는 자판기 문화는 사실상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게임기 역시 화폐를 직접 넣는 것이 어렵기에, 이런 식으로 선불식 카드를 사용하곤 합니다. 이는 예전에 방문했던 인도 게임센터와도 결이 같습니다.
직원이 상주하는 카운터에서 게임 카드를 만든다고 말한 뒤 카드를 충전하면, 그 카드를 기기에 달린 단말기에 교통카드 대듯 체크해서 게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원 가입 같은 절차는 따로 없습니다. 카드 충전은 최소 2만동(한화 약 1,100원)부터 가능한데, 2만동 충전 시 총 4 크레딧 분 충전 포인트를 넣어 줍니다. 일반적인 아케이드 게임들들의 플레이 요금이 평균 2크레딧 정도니, 한 판에 550원 꼴이죠. 교통카드처럼 단말기를 통해 추가 충전도 가능합니다.
이것이 바로 드림 게임즈에서 사용하는 선불식 충전 카드. 계속 갖고 다니며 사용해도 되고, 반납해도 됩니다. 참고로 카드 보증금은 3만동(약 1,650원)인데, 카드를 다 쓰고 반납하면 원금 그대로 돌려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카드 충전까지 끝났으니 어떤 게임들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보이는 구역은 앞에 소개한 ‘드림 키즈’ 라고 하는 어린이 구역입니다. 주로 부모와 함께 온 어린이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체감형 게임과 놀이시설 등이 있는 곳으로,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이용시 직원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일종의 키즈카페 같은 개념을 겸하고 있어서, 이 곳에 어린이를 맡긴 뒤 부모는 쇼핑을 하는 풍경도 보입니다. 직원이 상주하고 있으니 나름 안심할 수 있을 듯 하네요.
국내나 일본 번화가 게임센터처럼, 드림 게임즈도 크레인 게임(인형뽑기)이 게임센터 입구에 배치해 뒀습니다. 거대한 인형부터 자그마한 인형, 사탕을 비롯한 스위츠를 뽑는 스위트랜드, 귀멸의 칼날 쿠션까지! 꽤 다양한 인형들이 비치되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네요. 귀멸의 칼날의 경우 베트남에도 정식 수출되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게임센터는 아니지만 베트남의 야시장이나 기념품점 등을 가도 귀멸의 칼날 캐릭터가 인쇄되어 있는 티셔츠라든가 짝퉁 피규어 등의 상품이 꽤 많거든요.
아니 뜬금없이 일본 JR전동차가 여기에 왜…? 일본에서 수입한 듯한 JR 205계 전동차 모형 기기가 설치되어 있어 어린이들이 들어가 가볍게 놀 수 있도록 해 뒀습니다. 이 열차는 1985년에 일본에 도입되어 현재도 전부 사라지지 않고 현재도 현역으로 사용하고 있는 열차기도 하지요. 낯선 베트남에서 이런 기기를 발견하다니 뭔가 낯설기도 하고 또 반갑기도 하네요.
드림 게임즈 내부를 둘러보면서 제일 먼저 느꼈던 점은 ‘레이싱게임이 참 많구나’ 입니다. 물론 레이싱 자체는 나름 메이저한 장르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나 일본 등에 비해 유독 레이싱게임의 인기와 설치 대수가 상당히 높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게임부터 일본에서 직수입으로 들여온 레이싱게임도 많이 보입니다. 한국에도 가장 많은 기기가 퍼진 이니셜D 버전8이라든가 이미 10여 년도 훨씬 전에 현역으로 돌았던 완간 미드나이트 맥시멈 튠 3 플러스 등이 현역으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은 조금 신기하면서도 반갑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다만 기기 자체가 워낙 노후화되어 4대 중 2대는 가동을 멈춘 상태였습니다.
매장 한 쪽에 길게 쭉 늘어서 있는 농구대. 농구의 인기는 어딜 가나 똑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기기 외형은 국내나 일본 등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약간 다릅니다. 만드는 데 커다란 노하우가 필요한 기기도 아니니 제조사가 다른 것이겠지요.
매장 가장 구석진 안쪽에는 야시장 등에서 볼 수 있는 공던지기, 풍선 터뜨리기, 야구 배팅 등 체감형 카니발 경품게임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곳은 카드가 아닌 상주 직원에게 이야기한 뒤 즐길 수 있는 공간인데, 오전 오픈 시간에 맞춰 방문해서인지 아직 개시를 하지 않았더군요. 이 곳에도 인형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경품이 마련되어 있으니, 인형뽑기에 자신없다면 이런 쪽으로 선회하여 경품에 도전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다음은 리듬게임입니다. 국내의 경우 대다수 게임센터의 메인이 리듬게임인 경우가 많은데, 과연 베트남에는 어떤 게임들이 현역으로 돌아가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베트남의 경우 현재 리듬게임 주류 개발사 할 수 있는 세가나 코나미 기계들이 정식 수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와 일본을 비롯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리듬게임이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는 나라들에 비해 해당 장르가 조금 침체된 편입니다. 그래도 해외에서 가동하다 온라인 지원이 끊긴 기기 일부를 직수입으로 가져와 돌리는 경우가 보이긴 합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구형 브라운관 모니터를 사용하는 ‘태고의 달인 14’ 군요.
드림 게임즈의 경우 리듬게임 비중이 높진 않지만, 그 안에서만 보면 댄스게임의 비중이 꽤 됩니다.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펌프 잇 업', 그리고 그 오른편엔 대만에서도 봤던 ‘댄즈 베이스(DANZ BASE)’가 나란히 한 대씩 붙어있습니다.
현재 2023년 새로운 버전인 ‘피닉스’가 정식 발매되어 다시 한 번 날개를 펼치고 있는 안다미로의 ‘펌프 잇 업 시리즈’. 방문 당시엔 대한민국과 동일하게 최신작인 XX버전이 최신형 LX 기체로 한 대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어 AM-PASS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완전하게 한국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플레이 요금은 2크레딧(550원)으로, 국내 평균 1,000원보다 저렴한 편입니다. 그러고 보니 가끔 펌프 잇 업을 플레이할 때 온라인 매칭을 하면 베트남 유저와 만나는 경우가 있었는데, 어쩌면 이 기계에서 플레이한 사람일 수도 있겠네요.
지난 2019년을 마지막으로 온라인 업데이트 및 네트워크 서비스가 종료된 대만의 댄스 에볼루션인 ‘댄즈 베이스’도 오프라인 상태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대만에서 봤던 이 게임을 베트남에서 다시 보게 되다니 반가우면서도 약간은 어색한 기분이 드는군요. 플레이 방식은 코나미의 댄스 에볼루션과 완전하게 동일, 화면에 나오는 댄서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며 춤을 추면 됩니다. K-POP도 다수 수록되어 있어 한국인들에게는 댄스 에볼루션보다 이 쪽이 더 익숙하게 느껴질 지도 몰라요. 필자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한국에도 한 대 들어왔으면 합니다(웃음).
펌프 잇 업과 댄즈 베이스 바로 뒷편에는 최근 스팀으로 잘 나가는 디제이맥스 아케이드 시리즈인 ‘디제이맥스 테크니카 2’, 그리고 그 뒤로 발판과 손 센서를 동시에 사용하여 플레이하는 ‘댄스 코어’ 라는 게임 두 대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디제이맥스 테크니카2의 경우 일본 수출 버전이네요. 댄스 코어의 경우 한국에서 개발해 중국 유통사를 통해 발매된 리듬게임으로, 한국에선 정식 가동을 한 적이 없지만 12년 전 건대 게임천국에서 인컴테스트를 개최한 적이 있어 접해 본 유저가 극소수 있긴 합니다. 사실상 개발만 한국에서 한 중국 게임이라고 봐도 될 정도지요. 역시 중국에서 직수입으로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드림 게임즈의 리듬게임 라인업은 이 다섯 종류가 사실상 전부라고 보면 됩니다. 게임센터 규모에 비해 그리 화려한 라인업은 아니지만, 댄스 코어나 댄즈 베이스 등 타국에서는 보기 힘든 게임이 가동하고 있다는 희소성에 매력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베트남 하노이의 게임센터를 살펴봤습니다. 사실 전 세계 어디를 가나 아케이드 게임센터는 다 비슷비슷할 거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는데요, 베트남 게임센터의 경우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친숙한 게임을 비롯한 구성이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긴 했지만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게임들과 동전 대신 사용하는 카드 시스템 등 세세한 부분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제선 항공기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해외여행 문턱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만약 베트남 하노이 여행을 계획하는 분이 있다면 꼭 한 번 방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상, 성지순례 베트남 특별편이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먹거리 이것저것
베트남 하노이 편 맛집 소개는 평소와 달리 특정 가게를 꼽기보다는 그냥 하노이의 대표적인 먹거리들을 이것저것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길거리 좌판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쌀국수, 쌀로 만든 부드러운 바게트빵 사이에 고기와 야채를 끼워 샌드위치처럼 먹는 반미, 한국에서도 여기저기서 맛볼 수 있는 분짜, 다양한 베트남식 커피 등 다양한 먹거리가 많습니다. 고수를 빼면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으니, 베트남에 가면 이것저것 많이 드시고 오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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