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인의 정'이라는 말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해외 게임 속 한국인 캐릭터들은 대체로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편이다. 최근엔 좀 나아졌지만 예전엔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약했고, 유명한 한국인 가수나 배우 등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에 한국인이 등장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가끔 나오는 한국인 캐릭터들에 뭐가 됐든 어느 정도의 성원과 관심을 보내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어쨌든 반가우니까.
그러나, 오히려 한국인들에게 외면받는 캐릭터도 있다. 약한 경우 '저게 어디가 한국인이야' 정도에서 그치지만, 심할 경우 단순한 반발을 떠나서 어디 가서 한국인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않았으면 하는 말까지 듣는다. 오늘은 한국인들도 '이건 좀...' 싶은, 게임 속 한국인 캐릭터들을 한데 모아 봤다.
TOP 5. 신발 신고 침대 위에 털퍼덕? 에이펙스 레전드 '크립토'
에이펙스 레전드에 등장하는 한국인 레전드 크립토. 천재 해커이자 암호화 전문가라는 한국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박태준(가명: 김현)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다. 조사 비컨이나 드론을 이용해 상대의 위치를 파악하고 EMP를 사용하는 등 전략적 플레이가 돋보이는 캐릭터다. 생김새도 에이펙스 레전드 캐릭터 중에서는 꽤나 준수한 편이다.
그러나 크립토 발표 당시 많은 한국인들이 "얘 한국인 아니다!"를 외치며 한국인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한 적이 있다. 이유는 공식 애니메이션 '영원한 가족' 속 한 장면인데, 바로 퍼즐을 가지고 침대로 가 털썩 드러눕는 씬이다. 이게 왜 논란이 됐냐면, 무려 구두를 신고 침대 위에 올라가 신발 바닥을 침대에 댄 채로 잠들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인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만한 행동으로, 만약 집에서 이랬다간 등싸대기를 수십 대는 맞을 것이다. 덕분에(?) 크립토는 지금도 무늬만 한국인 설에 휘말리고 있다.
TOP 4. 수리검이 아니라 은장도라고? 발로란트 '제트'
발로란트 최초 요원 10인에 포함된 제트. 한국인 캐릭터로 '나는 바람이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는 그녀는 등장 초기부터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나루토가 연상되는 현대식 닌자 복장에 수리검처럼 생긴 암기를 던지는 모습이 영락없는 일본계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이에 라이엇게임즈가 '제트의 수리검은 은장도'라는 설명을 내놓았으나,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끼워맞추기 식 설정이라며 또 한 번 비난을 받기도 했다.
사실 발로란트의 캐릭터들은 특정 국가나 문화권의 색을 그대로 반영하기 보다는 한 번 이상 비틀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제트 역시 '바람을 다루고 칼을 던지는 일본 캐릭터들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예상을 깨고 싶었다'는 기획 의도가 담긴 경우지만, 한국인들의 공감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회 픽률 압도적 1위로 게임 내 인기는 높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TOP 3. 일본인 캐릭터를 이름만 바꾸면 한국인? 사무라이 쇼다운 '김웅재'
1990년대. 사무라이 쇼다운 시리즈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어서인지, 아랑전설의 김갑환이 화제를 모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SNK는 무리수를 던졌다. 사무라이 쇼다운 3(잔쿠로 무쌍검)에 한국인 캐릭터 김웅재를 넣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인데, 문제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아니라 덩치 승려 캐릭터인 가후인 가이라를 이름만 바꿔 한국인으로 둔갑시켰다. 참고로 이름은 당시 해당 게임을 국내 유통하던 빅코라는 회사의 대표이사 이름을 따왔다고...
이후 SNK에서는 나름 이 사건을 수습하고자 '가후인 가이라와 김웅재는 서로 다른 인물'이라는 설을 내세우며 6편에 이르러서는 두 캐릭터를 분리시키기도 했지만, 억지 설정이라는 비난과 더불어 해당 게임 자체가 흥행에 실패하며 그나마도 잊혀져 버렸다. 덕분에 지금도 일본에서는 이 얘기를 들으면 '가이라가 한국인이라고?' 라며 실소를 짓고, 국내 팬들은 숨길 수 있으면 숨기고 싶은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TOP 2. 피오랑 타마 돌려줘! 메탈슬러그 '트레버 스페이시'
횡스크롤 액션 명작 메탈슬러그는 1편에선 마르코와 타마, 2편부터는 여성 캐릭터인 에리와 피오를 더한 4인 주인공 체제로 상당히 오랫동안 유지됐다. 시리즈의 전성기 역시 이 4인방 시절 맞이했고, 특히 에리와 피오는 팬들의 아이돌 같은 느낌으로 높은 인기를 유지했다. 그런데 메탈슬러그 4편에서 피오와 타마가 빠지고 그 자리에 신규 캐릭터 2인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바로 한국인 캐릭터인 트레버 스페이시였다.
그 중 트레버는 유독 혹평을 많이 받았다. 캐릭터 구현도도 그다지 충실하지 않았던 데다, 이름도 영 한국인스럽지 않고, 유일하게 한국인스러운 모션인 발차기의 경우 후딜레이가 너무 커 적에게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푸대접을 받았다. 결국 트레버는 이 작품 이후 정식 넘버링 작품에 등장하지 못했고, 안 그래도 적던 트레버 지지자들까지도 떨어져나갔다.
TOP 1. 반성의 기미 없는 학폭 가해자, 호그와트 레거시 '글래드윈 문'
해리포터 세계관에서는 한국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애초에 아시아계 캐릭터조차 흔치 않은 터라, 해리포터 팬들은 세계관 내에 한국 관련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도 가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해리포터 시대로부터 100년 전 이야기를 다룬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에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필치로 대표되는 선대 호그와트 관리인, 글래드윈 문이다. 참고로 '문'씨다.
그는 필치처럼 열등감에 휩싸인 인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하거나 멋진 것도 아니다. 자물쇠 열기 주문인 알로호모라를 배우기 위해서는 그의 월석 찾기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드러난 그의 과거는 학창 시절 피어스 햄버튼이라는 친구를 지독히도 괴롭힌 학폭 가해자였다. 현실 속 학폭 가해자들도 가능하면 한국에서 쫒아내고 어디 가서 한국인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게임 속 한국인 학폭 가해자라니... 결코 반갑지 않은 한국인이다.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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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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