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마침내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이하 왕국의 눈물)을 손에 넣었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자마자 스위치에 칩을 꽂았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 보니 월요일 아침이었다. 퇴근을 하고 다시 켰을 뿐인데, 어째서인지 화요일이 돌아왔다. 사당을 들어왔다 나올 때를 제외하면 호흡이 끊어지지 않는 하이랄은 끝마쳐야 할 때를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회사와 하이랄, 회사와 하이랄이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아직 밀린 서브 퀘스트가 넘치고, 채 열지 못한 콘텐츠도 많다. 트레일러에서는 부각되지 않아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신규 지하구역 ‘지저’는 20%라도 열었을까? 50개 가량의 사당을 열었는데, 그나마도 이게 지상에 있는 사당의 일부다. 하이랄은 넓고 숨겨진 것은 많은데 시간이 녹록치 않다. 하지만 빠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바로 기자의 소양 아니겠나. 지금까지 만나본 새로운 하이랄에 대한 정보를 꽉꽉 눌러 담아 체험기로 정리했다. 플레이타임이 50시간을 넘겼지만, 게임이 워낙 방대한 탓에 본격적인 분석 리뷰가 아닌 체험기 단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
확장된 필드와 이를 보조할 수 있는 유기적 스킬
본작은 전작이 담긴 광활한 필드에 압도적인 Z축이 추가되며 입체감이 더해졌다. 트레일러 등지에서는 공중과 하늘을 활용하는 장면을 극대화 했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지저’라고 불리는 지하 지형까지 더해지며 모험의 무대가 상공, 지상, 지저까지, 세 배로 확장됐다.
필드에서 Z축의 영향이 커진 만큼 스킬과 맵 구조도 이를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하늘섬에서 지상으로 떨어지며 고리를 통과하는 퍼즐이나 지상에서 지저로 떨어지며 오염된 구역을 회피기동으로 선회하는 등, 퍼즐요소에서도 이를 부각한 면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하늘에서 강하하며 변화하는 주변의 환경과 넓은 필드,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을 만나보는 재미도 극대화 됐다.
맵의 수직성이 중요한 만큼 신규 스킬 ‘리버레코’와 ‘트레루프’의 중요도도 상승했다. 우선 리버레코는 전작에서 시간을 멈추는 ‘타임 록’처럼 시간에 따른 물체의 상태를 활용하는 스킬이다. 타임 록이 시간을 멈추는 것에 그친다면 리버레코는 시간을 잠시 멈춘 뒤 물체의 위치를 되돌리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하늘에서 떨어진 돌을 타고 올라가는 트레일러 속 활용법 외에도 적이 나에게 날리는 폭탄이나 바위의 위치를 되돌려 역습하는 전투적 활용이 가능하다.
퍼즐 파훼에도 의외의 도움을 준다. 후술할 울트라 핸드와 연계해 물체를 발판으로 쓰고 싶은 위치에 띄워 시간을 기록하고, 이를 리버레코로 되돌려 발판으로 활용해 공중에 오르는 등, 활용법을 익히기만 한다면 그 어떤 스킬보다 범용성이 좋다. 물론 시전 대상을 하나만 지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타게팅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지정하는 동안은 시간이 멈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리버레코의 장점이 범용성이라면, 머리 위 천장을 뚫고 올라가는 ‘트레루프’는 이동과 퍼즐 해결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스킬이라 할 수 있다. 오직 위로만 올라갈 수 있다는 단방향 스킬이나, 스태미너나 쿨타임을 필요로 하지 않아 Z축 이동에 획기적인 도움을 준다. 특히 앞서 설명한 리버레코와 울트라 핸드 연계로 만들어낸 발판을 트레루프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웬만한 수직 이동과 퍼즐을 해결할 수 있다. 이렇듯 환경과 스킬이 유기적으로 작용하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조합을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하이랄 첫 ‘공돌이’를 만들어낸 자유도, 과연 어느 정도인가?
하지만 무엇보다 본작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라면 역시 ‘울트라 핸드’를 빼놓을 수 없다. 전작의 마그넷 캐치를 강화한 이 스킬은 마그넷 캐치처럼 물체를 잡아 이동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조합하고 접착해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스킬이다. 스킬을 습득할 때는 조나우족의 기계, ‘조나우 기어’를 활용하는 것을 주로 보여주지만, 실제로는 게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물체를 쥐고 붙일 수 있어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본작에서는 배경과 몬스터를 제외한 모든 물체가 상호작용한다. 이에 꼭 물체가 아닌 음식도 일종의 부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사과와 같은 동글동글한 아이템을 볼베어링으로 활용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본작이 가진 자유도가 어떤 수준인지 어필했다. 꼭 이런 유저들처럼 기계적인 이해도가 높지 않아도 자유분방한 시도는 가능하다. 철판에 조나우 로켓을 조립해 임시 발사체를 만들어 위로 떠오르거나, 말이 가진 견인 하네스에 코로그를 붙여 파트너 코로그에게 데려다 주는 등 직관적인 조합만으로도 한층 편리한 플레이가 가능해진다.
다양한 조나우 기어를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휴대가 가능한 조나우 기어 캡슐을 뽑을 수 있는 자판기도 지역 곳곳에 배치돼 있다. 플레이어는 이 캡슐로 자신이 원하는 기어를 즉시 꺼낼 수 있는데, 두 개의 선풍기에 조종간 하나를 꺼내 만드는 에어바이크 모양의 조나우 기어는 배터리 용량만 확보된다면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지역을 이동할 수 있게끔 하는 1인승 운반 도구로 획기적인 활용도를 보여준다. 이렇게 만들어낸 기어들은 조나우 배터리만 있다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고, 조나우 배터리는 스태미너와 같이 모두 사용했을 경우 자동 회복이 되기에 사실상 반영구 이동수단으로 쓰인다.
무기의 특성을 보강해주는 ‘스크래빌드’ 스킬도 이 효과를 톡톡히 본 수혜자다. 무기의 속성 외에도 길이와 질량, 형태 등 물리적 특성이 함께 적용돼 단순한 공격력 강화뿐만 아니라 전략적인 선택도 가능하다. 긴 리치를 가진 대형 몬스터를 견제하기 위해 창을 두 개 조합해 길이에 집중한 무기를 만들거나, 바위록의 파괴에 집중하기 위해 한손검에 바위를 스크래빌드 해 채석용 망치를 만드는 등이다. 필드에 위치한 가시철구를 조합하면 모닝스타도 만들어낼 수 있다.
활의 경우 활에 아이템을 조합하는 것이 아닌 화살과 소지품을 조합하는 방향으로 디자인됐다. 이에 플레이어는 화살촉에 일반 공격력 강화재료부터 속성을 가진 아이템까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몬스터로부터 나오는 재료도 몬스터에 따라 비거리를 증가시키는 재료부터 유도화살이 되는 재료까지 그 특성이 다양해 활용도가 높다.
스토리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세계, 하지만 알고 하면 더 재밌다
전작서 이어지는 스토리는 고전적 플롯을 따라가는 듯하지만, 이를 연출로 보완하며 몰입감을 살렸다. 튜토리얼에서 만나볼 수 있는 모든 힘을 되찾은 링크의 스태미너와 체력이 가논의 사악한 기운에 침식되며 순식간에 부서지는 연출로 시작해, 젤다의 손을 놓치는 트레일러 속 장면까지 충격적인 흐름도 그 일환이다. 하이랄 성의 부유와 함께 환경이 변화하며 찾아온 재앙은 스토리 진행 없이 모험에만 집중하더라도 단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시각적으로 강조돼 있다.
이런 배경 설정에 맞춰 게임 내 콘텐츠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마기로 인해 무기들이 부식됐다는 설정으로 스크래빌드로 인한 오버 밸런스 우려를 지웠고, 마왕의 등장으로 다시 등장한 적은 강화된 비주얼과 AI로 무장시켰다. 이제 채집한 열매를 등에 지고 서식지로 돌아가는 보코블린 개체는 등에 진 열매를 화살에 매달아 쏘기도 하며, 일부 개체는 단단한 갑옷을 입고 등장해 갑옷의 재질(목재/석재)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방어구를 파훼할 필요가 있다. 보스보코블린이라는 신규 개체와 함께 있을 경우에는 보스를 추종하는 생활양상을 보여 이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이동과 환경에 대한 연출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음향 효과의 강화인데, 원근감이 느껴지는 환경 효과음 등의 청각적 요소가 대폭 늘어났다. 보스 연출 또한 컷신에서 전투로 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끊어지는 플레이 경험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자유도 높은’이냐, ‘막연한’이냐
이렇듯 스토리조차 취사택일이 가능한 자유도로 누구나 자신만의 모험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은 매우 획기적이나,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는 오픈월드가, 그래서 전작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단점을 자연히 계승한 것이기도 하다. 더해 전작과의 비교 또한 불가피하다.
공통적인 부정적 평가로는 조작이 전작 대비 다소 번잡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이는 화살에 아이템을 조합할 때 깊게 체감이 되는데, 전투 중 조합할 일이 거의 없는 아이템들까지도 선택지로 제공돼 선택이 쉽지 않다. 활을 쏘기 위해 LT와 RT를 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상단 키를 누르고 R버튼을 조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용 빈도에 따른 정렬 등 별도의 정렬 기능이 있으나 단발성 조합을 위해 네 개의 키를 매번 조작해야 한다는 것은 번거롭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에 본작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스템이 준비가 돼 있지만, 누구나 준비된 시스템을 전부 즐길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확답을 내리기 애매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아는 만큼 보이고, 하는 만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단 해보도록 하자. 이번 체험기에서 소개한 콘텐츠는 지극히 일부일 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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