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겜ㅊㅊ]은 매주 특별한 주제에 맞춰 게이머들이 즐기기 좋은 게임을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사서 고생하는 건 한국인의 특성일까요? 최근 부쩍 어려운 게임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가 마우스를 부쉈다, 키보드를 부쉈다 하는 게임을 굳이 찾아보면서 ‘그게 그렇게 어렵나?’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그냥 어렵다는 소문만 장황한 게임을 사 스스로 화를 돋구는 일도 드물지 않고요.
이렇게 솟은 화는 분노의 5단계인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을 따라 오르내리다 끝내 하나로 귀결되고는 합니다. “아, 나만 이 분노를 알 수는 없지”라는 "전도" 단계죠. 오늘의 [겜ㅊㅊ]은 제가 여러분께 꼭 시켜주고 싶은 ‘혈압상승’ 게임을 모아봤습니다. 아, 꼭 직접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할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셔도 좋은 게임이거든요.
1. 할로우 나이트
처음으로 소개하는 게임은 메트로배니아 계열의 플랫포머 게임 ‘할로우 나이트’입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캐릭터만으로는 알아채기 힘들지만, 실상은 플랫포머 계의 다크소울이라 불리며 엄청난 난이도와 복잡한 길로 악명을 떨친 바 있죠. 맵과 맵 사이의 이동은 플랫포머의 맛을, 플레이 중 사망할 경우에는 소울류 게임의 맛을 맛볼 수 있는 등, 여러 장르의 특성을 따왔음에도 자연스러운 진행과 시스템 연계를 보여줘 ‘잘 만든 매운맛 게임’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런 할로우 나이트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신규 후속작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 출시 계획이 엑스박스&베데스다 쇼케이스에서 다시 한 번 언급되었기 때문이죠. 할로우 나이트가 상당한 난이도를 보여준 만큼, ‘할로우 나이트: 실크송’에서는 이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과연 어떤 난이도로 승화했을 지 기대가 됩니다.
2. 앙빅
2014년에 처음으로 출시된 앙빅은 항아리게임 이전에 수많은 스트리머를 굴복시킨 ‘혈압상승’ 게임으로 업계의 왕좌를 차지한 바 있었습니다. 야만인에게 점령당한 성을 되찾기 위해 ‘아버지’의 장비를 빌려 여정을 떠나는 주인공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리죠. 이들은 용사가 아니라 평범한 존재이기에 방어구가 모두 벗겨지면 단번에 죽어버리죠. 또, 한 곳에 오래 가만히 있을 경우에는 늙어 죽어 버리기에 플레이어는 꾸준히 움직이고 나아가야만 합니다.
이 게임은 특히 마계촌을 오마주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 오마주의 색채가 매우 짙어 “난이도까지 오마주 할 필요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죠. 보는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어려운 난이도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플레이하는 순간 그런 생각은 주인공의 방어구만큼 빠르게 사라집니다. 주변 사람에게 역지사지의 고통을 느끼게 해주고픈 분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3. 빅 포고 맨
빅 포고 맨은 포고스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카이콩콩’으로 물체의 산을 오르는 3D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잡동사니와 다양한 배경으로 구성된 것은 항아리 게임을 떠올리게끔 해, 흔히 3D 항아리 게임이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오직 마우스만으로 조작하는 이 게임은 어려운 난이도와 복잡한 배경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스카이콩콩 사운드가 두 배로 사람을 열 받게 만드는 놀라운 전략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아무 것도 탓하지 마세요. 게임, 컴퓨터, 캐릭터는 죄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마우스를 잡은 당신 손이 잘못한 것이죠. 몇 번이고 다시 시도하면, 여전히 해낼 수 없습니다. 참으세요.”라는 게임의 설명은 이런 플레이어의 분노에 히터를 켜주는 수준이죠. 특별한 설정이나 스토리 없이, 오직 마우스를 클릭해 힘을 모아 위로 올라가는 것이 게임의 전부이지만, 그 전부를 이루는 것이 어려워 플레이 타임이 두 자릿수를 넘어가는 건 예사라고 합니다.
4. 스마일모
스마일모는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에 전부 감염되어 위기에 처한 컴퓨터 세상이 배경입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웃는 이모티콘’이 되어 백신 코드를 수집하는 게 주 과정이죠. 그 과정에서 감염지역을 돌파하고, 컴퓨터 관리자 시스템을 도와 백신을 찾아야 합니다. 이 게임은 다행스럽게도 체크 포인트가 제공되는 게임이라 실패를 걱정할 필요가 적습니다. 다만 상당한 속도감을 가진 ‘쿠키런’형 플랫포머 게임인지라, 섬세한 조작과 판단보다는 피지컬을 요구한다는 차이가 있네요.
이 게임은 플레이 도중 장애물에 부딪치면 캐릭터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리스크가 있습니다. 게다가 여기에는 더욱 멀리 날아가게 만드는 ‘크리티컬’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 운이 없다면 터무니없이 먼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죠. 이 크리티컬의 확률이 생각보다 높아, 한 번 실수하게 된다면 부디 크리티컬만 뜨지 말아달라 비는 자신을 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앞선 게임들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것에 비하면, 중간에 멈출 수 있는 스마일모는 다행일지도 모르겠네요.
5. 그래듀에이터
‘그래듀에이터’는 개발자 개인의 이야기에 고통을 많이 녹인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대학에 갓 입학한 대학생이 되어 ‘전동휠’을 타고 졸업까지 나아가야 하죠. 공중에서는 방향전환조차 되지 않는 ‘전동휠’을 타고 온갖 동기, 교수, 장애물을 뛰어넘어 정상에 있는 ‘졸업’에 성공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항아리 게임의 제작자 ‘베넷 포디’의 다른 게임에서 모티브를 얻은 ‘ASDF’ 조작키를 사용해 최악의 조작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단순히 플랫포머 게임이 주는 고통만 남겨둔 것이 아니라 중간에 탄막게임 같은 보스전을 넣어 방심한 이들에게 분노를 안겨주고, 곳곳에 함정을 남겨 플레이어의 혈압을 꾸준히 상승시킵니다. 이런 치밀한 구성으로 제작자가 직접 ‘스트리머’에게 추천할 만한 게임이라 자신하는 만큼, 좋아하는 스트리머나 친구에게 한 번 추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죠.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난이도가 조금 덜 어려워진다고 하니, 주변에 추천을 하실 거라면 빨리 시켜보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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