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코로나19와 함께 한 2021년. 평소 같았으면 '벌써 한 해가!'라며 놀라워했을텐데, 올해는 유별나게 다사다난했던 터라 딱히 짧게 느껴지진 않는다. 올 연말은 회식도 모임도 없는 다소 조용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각종 시상식 등을 보고 있자니 왠지 싱숭생숭한 마음이 드는 것은 감출 수가 없다.
오늘 [순정남]에선 다가올 2022년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원을 한 번 빌어보자. 우리 모두 게이머이니만큼, 게임 관련 소원으로 말이다. 쓰다 보니 소원이라기 보다는 '정상화'에 가까운 점이 씁쓸할 뿐이다.
TOP 5. NFT·PC·확률공개... 그보다는 '게임을 재밌게'
"게임은 즐겁기 위해 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오로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일 뿐이다."
게임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야모토 시게루의 어록이다. 얼핏 당연한 말 같지만, 이 당연한 말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재 게임업계다. 유저 간 경쟁을 부추겨 돈벌이에만 집중하거나, 게임에 지나친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사람들을 억지 감화시키려 하거나, 새로운 BM 개발에만 몰두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확률 문제나 PC(정치적 올바름), NFT 등도 게임의 본질적 재미보다는 외적인 요소에 집중해 벌어진 결과물이다.
2022년엔 좀 더 게임 본연의 재미에 집중한 게임들이 더 많이 나올 뿐 아니라, 그 게임들이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 이 부분은 현업 게임 개발자들도 줄곧 원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게임성보다는 외적인 측면에 더 신경쓴 게임들이 주목을 받고, 높은 매출을 올렸다. 이러한 현상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업계 전체의 자정은 물론이고, 게이머들의 소비 패턴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뽑기에 수십 수백만 원씩 쓰는 것 대신 웰메이드 게임을 구매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것 말이다.
TOP 4. 앱마켓 사업자 외부결제 수수료 인하, 게이머에 혜택을
지난 8월 말,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가 SNS를 통해 "우린 모두 한국인이다!" 라는 글을 남겼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통과된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을 축하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바뀐 것은 많지 않았다. 구글이 11월 발표한 외부 결제수단 정책에 따르면, 기존 30%의 수수료를 외부 수단 결제 시 26%로 고작 4%p 인하하는 데 그쳤다. 사실상 생색내기 식 대응이었다.
2022년에는 이러한 행보에 제동이 걸렸으면 좋겠다. 외부 수단 결제 시 수수료 인하 폭을 구체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그 혜택이 게임사 뿐 아니라 게이머에게도 돌아가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노고와 그들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이러한 구조는 게임사와 게이머들의 부담을 늘리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 그들이 가져가는 수익이 적당한 수준인지 아닌지 다시 한 번 판단할 때가 아닌가 싶다.
TOP 3. 기대작 망작행, 제발 없어지길
2021년은 유독 기대작들의 배신이 잦았다. 물론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디아블로 2 레저렉션, 헤일로 인피니티, 포르자 호라이즌 등이 체면치레를 하긴 했지만, 연말로 들어서면서 배틀필드, 콜 오브 듀티, GTA, 파 크라이 등 다수의 게임들이 뒤통수를 연달아 때리는 바람에 정신이 멍할 지경이다. 실제로 올해 각종 GOTY 수상작이나 후보를 보면, 연초 예상됐던 기대작들은 쏙 들어가고 예상치 못 한 명작 '잇 테이크 투'나 발매 당시엔 그럭저럭 재미있는 게임 정도로 평가됐던 '데스 루프' 등이 다수의 상을 받았다.
2022년엔 이런 기대를 배신하는 작품이 더 안 나왔으면 좋겠다. 현재 게이머들은 사이버펑크 2077 사태를 겪으며 충분히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을 갖췄다. 부디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개발과 검토 기간을 갖고, 조금 더 투자를 하더라도 심어준 기대감 만큼의 게임을 내 주길 바란다. 더불어 게임의 본질과 관계 없는 메시지를 담거나, 이전에 히트한 작품들을 지나치게 답습하는 행위도 자제해 줬으면 한다.
TOP 2. 게임사가 게이머들의 눈치를 보는 세상이 오길
잊을 만 하면 뉴스 사회면을 장식하는 이슈가 있다. '갑질 고객'이다. 손님이 왕이라며 서비스 종사자에게 행패를 부리고, 과도한 대접을 요구한다. 게임에서는 정반대다. 고객이 아니고 회사가 갑질을 한다. 문제를 제기해도 제대로 답변을 해 주지 않거나, 문제가 터져도 '시간이 지나면 묻히겠지'나 '야이~ 그래서 게임 안할거야? ㅎㅎ' 같은 자세로 어물쩡 넘어간다. 갑작스러운 서비스 종료 후 '먹튀' 하는 게임이나, 게임 안에서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회사들도 이러한 자세에서 비롯된 괴물들이 아닐까 싶다.
2022년에는 이러한 구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유저가 게임사에 갑질을 하라는 게 아니다. 게임사가 '유저는 왕' 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 2021년, 한국 게이머들은 '트럭시위'라는 움직임을 통해 이러한 움직임을 시작했고, 특정 게임들에는 어느 정도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게임업계 전반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좀 더 강한 한 방이 필요하다. 그 방법이 새로운 입법이 될 지, 법적 강제력을 가진 기관이 개입해서 해결될 지는 모르겠다. 어떻게든 지금의 흐름을 유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TOP 1. 그래픽카드와 PC부품 가격 정상화
"사이버펑크 2077 고마워!!"
올해 들어 인터넷 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이러한 외침은 게임성에 대한 칭찬이 아니다. 작년 말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사이버펑크 2077을 고화질로 플레이하기 위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했던 이들의 이야기다. 1년 전에 비해 고성능 그래픽카드 가격이 몇 배는 뛰어올랐기에, 옛날 같으면 컴퓨터 전체를 맞추고도 남을 예산으로 이젠 동급의 그래픽카드 하나도 못 살 형편이 됐다. 즉, 저 말에는 현 상황에 대한 복잡하고 슬픈 풍자가 담겨 있는 셈이다.
이제 슬슬 그래픽카드 가격이 정상화됐으면 좋겠다. 가상화폐 광풍이 가라앉고 코로나19로 인해 감소한 생산량이 하루빨리 원상복구 돼 합리적인 가격에 각종 PC 부품을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더불어 현세대 콘솔도 원하면 아무때나 살 수 있도록 공급이 정상화 되길 빌어본다.
*번외(마음 속 1위)
코로나19 빨리 끝나서 게임쇼도 맘껏 가고 친구들과 모여서 밤 늦게까지 놀고 오락실도 들르고 PC방에서 밤 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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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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