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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스토브리그 남궁민처럼, 원작 되살린 게임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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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프로야구를 주제로 한 남궁민 주연 TV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지난 14일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꼴찌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팀을 리빌딩하는 이야기를 데스크 입장에서 다룬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에피소드가 발생하긴 하지만, 외부에서 새로 유입된 사람이 팀 전체를 상위권으로 올려 놓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야구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일은 가끔 벌어진다. 소설, 영화, 만화 등의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비교적 덜 유명하거나 혹은 휘청이는 원작에 명품 게임이 부임해 IP 전체를 끌어올리는 경우다. 스토브리그 남궁민에 버금가는, IP 구원단장(?) 게임들을 살펴보자.

TOP 5. 콘솔 FPS 기틀을 잡은, 골든아이 007

1995년 개봉한 영화 007 골든아이는 사실 영화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흥행작이다. 소련 해체로 첩보물 붐이 사그라지면서 침체돼 가던 007 시리즈의 부활을 알린 작품으로,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흥행을 거두는 등 원작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한 게임 ‘골든아이 007’은 영화보다 더욱 높은 평가를 받으며 007 시리즈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골든아이 007은 콘솔 FPS 시스템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듣는 명작으로, 헤일로 2가 나오기 전까지는 FPS 게임 중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원작 영화가 흥행과는 별개로 상복은 없었던 데 반해, 골든아이 007은 5대 게임시상식에 속한 AIAS와 BAFTA에서 GOTY를 수상하는 등 영화 이상 가는 명예를 누렸다. 영화가 대박을, 게임이 초대박을 기록하면서 부활한 007 시리즈는 그 수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영화 007 골든 아이(좌)와 게임 골든아이 007 (사진출처: 아마존, 스팀커뮤니티)
▲ 영화 007 골든 아이(좌)와 게임 골든아이 007 (사진출처: 아마존, 스팀커뮤니티)

TOP 4. 만화 원작 게임의 교과서, 나루티밋 스톰 시리즈

만화 나루토가 한창 슬럼프에 빠져 있을 2008년, 나루토 게임인 나루티밋 시리즈 신작인 ‘나루티밋 스톰’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너도나도 원작 초월이라고 평가하는 그래픽과 액션, 생생하게 표현된 캐릭터와 기술 등은 만화 원작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는 듯했다. 나루토 원작자인 키시모토 마사시 역시 “게임에 뒤지지 않게 열심히 하겠다”라고 감사의 뜻을 표하는 등 여러모로 나루토라는 IP에 활기를 촉진시켰다.

그러나 나루티밋 스톰 시리즈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원작 만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캐릭터성과 설정 붕괴, 개연성 상실, 죽은 캐릭터 부활, 비슷한 패턴 반복, 늘어지는 전개 등 다양한 비판에 시달리며 결국 찝찝한 마무리를 지었다. 비록 나루토 시리즈 전체를 부활시키진 못했으나, 나루티밋 스톰 시리즈만큼은 만화 원작 게임을 언급할 때 항상 1순위 후보에 들 것이다.

원작 만화 나루토(좌)와 게임 나루티밋 스톰(우) (사진출처: 알라딘, 반다이코리아)
▲ 원작 만화 나루토(좌)와 게임 나루티밋 스톰(우) (사진출처: 알라딘, 반다이코리아)

TOP 3. 엥? 그거 만화 원작이었어요? 천지를 먹다 시리즈

90년대 오락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 ‘천지를 먹다’ 시리즈는 사실 ‘멋진 남자 김태랑’으로 유명한 만화가 모토미야 히로시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한다. 만화는 삼국지를 비튼 판타지물로, 갑자기 마왕과 용이 등장하는 등 브레이크 없는 전개를 계속하다가 인기 하락으로 연재 중지를 당한 비운의 작품이다.

이대로 없어지는 줄 알았던 만화는 게임에서 새 생명을 얻었다. 캡콤에서 제작한 천지를 먹다 게임은 1편에서는 마상전투라는 색다른 요소로 호평을 얻었고, 2편에서는 자사의 파이널 파이트에서 영향을 받은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으로 재탄생해 국내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사실상 평작 이하 작품으로 역사 속에 묻힐 뻔했던 원작 IP를 게임이 억지로 끌어내 후세에 남긴 셈. 다만 후속작들은 한국어화 없는 RPG, 전략 시뮬레이션 등으로 출시되면서 일본 외 지역에선 인기를 끌지 못했고, 유야무야 시리즈가 종료됐다.

천지를 먹다 원작 만화(좌)와 캡콤의 천지를 먹다 2 게임(우) (사진출처: comic.k-manga.jp, jp.playstation.com)
▲ 천지를 먹다 원작 만화(좌)와 캡콤의 천지를 먹다 2 게임(우) (사진출처: comic.k-manga.jp, jp.playstation.com)

TOP 2. 게임 흥행으로 글로벌 IP 된, 더 위쳐

폴란드 작가 안제이 사프콥스키가 집필한 소설 ‘더 위쳐’ 시리즈는 출간 당시만 해도 폴란드, 독일, 러시아 등 주변국에서는 인기를 끌었으나, 그 외 지역에서는 딱히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었다. 첫 단편 소설이 1993년 나왔고, 본편이 1999년 완결됐음에도 동유럽권 이외 지역에서는 이 작품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더 위쳐 시리즈가 새 생명을 얻은 것은 CD 프로젝트 레드에서 2007년 출시한 동명의 액션 RPG 덕이다. 소설책 본편 이후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이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3편까지 제작됐으며, 그에 힘입어 원작 소설도 영어와 한국어 등 전세계 언어로 번역돼 재출간됐다. 이어 2019년에는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제작되는 등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IP로 급부상했다. 비록 원작자가 게임 제작사를 상대로 추가 개런티를 내놓으라며 소송을 걸기도 했지만, 원만하게 잘 해결됨에 따라 ‘더 위쳐’ IP 전개에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원작 소설 위쳐와 게임으로 출시된 더 위쳐 (사진출처: 제우미디어, 게임 공식 사이트)
▲ 원작 소설 더 위쳐와 게임으로 출시된 더 위쳐 (사진출처: 제우미디어, 게임 공식 사이트)

TOP 1. 원작 만화가도 게임에 올인, 라그나로크 온라인

고등학생 시절 발표한 ‘어쩐 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으로 스타덤에 오른 만화가 이명진은, 두 번째 작품으로 학창시절부터 그려 온 방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라그나로크’ 연재를 시작했다. 이 만화는 한국적 요소가 다수 들어간 판타지풍 세계관으로 높은 관심을 얻었지만, 단행본 기준 10권까지 연재됐음에도 스토리는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등 극악한 전개 속도를 보이며 차츰 인기가 떨어져 갔다.

그러던 와중, 그라비티에서 라그나로크 IP를 이용한 MMORPG ‘라그나로크 온라인’을 개발해 대성공을 거뒀다. 여기 참가한 원작자 이명진은 아예 만화가가 아닌 게임 아트 및 기획자로 변신했고, 원작 만화는 그대로 연재가 중지된 채 20년 가까이 방치됐다. 결국 만화 라그나로크는 그 존재조차 희미할 정도로 잊혀졌지만, 게임은 한국과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둔 후 콘솔과 모바일 등으로 수많은 신작을 내며 사이즈를 키워 가고 있다.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 등 게임이 원작 만화보다 유명해진 작품은 여럿 있지만, 아예 게임이 만화를 흡수해 버린 사례는 라그나로크가 유일하다.

10권에서 연재 중지된 만화 라그나로크(좌)와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우) (사진출처: 알라딘, 게임 공식 사이트)
▲ 10권에서 연재 중지된 만화 라그나로크(좌)와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우) (사진출처: 알라딘, 게임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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