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주 [순정남]은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상 4관왕 수상의 감격에 취해서 쓴다. 작년 이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연가시’처럼 기생충 감염을 피해 다니는 재난 영화인 줄 알았다. 포스터만 봐도 죽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 발이 나오지 않는가. 그러나 실체는 부잣집에 기생해 살아가는 빈곤층 가족의 이야기였다.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지만, 흔한 재난영화보다 백 배 나았다.
기생충에서 가난한 집 가장으로 나오는 송강호의 실감나는 연기를 보고 있자니, 문득 몇몇 게임 캐릭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부잣집 혹은 형편이 나은 친구에게 빌붙어 온갖 민폐를 끼쳐가며 살아가는 캐릭터들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카데미의 기운을 받아, 이번 주 [순정남]은 영화 속 송강호 가족 이상으로 기생충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캐릭터들을 선정해 봤다. 이 목록을 뽑고 있자니,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 같지는 않다.
TOP 5. 아랑전설 – 테리 보가드
보통 격투게임 주인공들은 무도에만 미쳐 생활능력이 빵점인 경우가 많다. 원조격인 스트리트 파이터 2 주인공 류부터 시작된 해당 속성은 많은 게임들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는데, 그 중 의외의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아랑전설 주인공이자 KOF 시리즈에도 개근하는 테리 보가드다.
건실한 청년처럼 보이는 테리 보가드가 대체 왜…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인간, 돈도 잘 못 버는 주제에 씀씀이는 매우 헤프다. 수입은 가끔 격투장에 나가 따 오는 상금이 전부인데 그것도 비정기적이고, 바에서 비싼 술을 거덜내고 영수증을 동생 앤디 보가드에게 청구하기까지 한다. 동생 입장에선 때려죽일 수도 없는(물리적) 하나 있는 형이 모르는 데서 빚만 만들고 오는 셈. 오죽하면 앤디의 소원이 ‘형이 번듯한 직장에 취업하는 것’인데다 주변 사람들도 ‘슬슬 제대로 된 일을 해야지’라고 다독일 정도다.
TOP 4. 최고의 빈대생활 – 주인공 ‘빈대’
4위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방치형 모바일게임 ‘최고의 빈대 생활’ 주인공이다. 참고로 전작 제목은 ‘내 여친은 천사’다. 그러니까 이 게임의 정체는 천사 같은 여자친구에게 빈대 붙어 살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본격 기생충 게임인 것이다.
이 게임의 주인공(일명 빈대)은 ‘일하면 지는 것’이라는 독특한 논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음에도 절대 취업전선에 뛰어들지 않는다. 대신 재벌총수 딸이자 그녀 자신도 한 회사의 사장을 맡고 있는 능력자 여친 집에 빈대 붙어 살고 있다. 주인공이 하는 것은 고작해야 쫒겨나지 않기 위해 집안일 깔짝 해서 티 내는 것과, 용돈 받기, 여자친구 비위 맞추기 위해 운전, 쇼핑, 재롱떨기, 애완동물 데려오기, 새 집 짓기, 정원 설계하기, 분신 100억 명 만들기,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 식량 생산하는 영구기관 만들기, 우주선 만들기, 텔레포트 기계와 타임머신 발명, 화성 테라포밍 등…… 뭐야, 이거 기생충이 아니고 치트급 능력자잖아!?
TOP 3. 마인크래프트 – 플레이어
보통 RPG 주인공들은 도덕성이 제로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민들 집에 무단 침입하고, 보물상자나 항아리에 감춰 놓은 아이템을 허락 없이 빼간다. 그 중 마인크래프트 주인공은 한술 더 뜬다. 단순히 물건 훔쳐가는 것을 넘어, 주민들을 납치해 집 지하에 가둬놓기까지 한다. 그러니까, 기생충이 집 주인을 지하에 감금하는 셈.
플레이어가 저런 끔찍한 짓을 저지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에메랄드를 모아 주민들에게 가져가면 주민마다 특정 아이템을 주는데, 에메랄드 모일 때마다 해당 주민을 찾아가기 귀찮으니 지하에 굴을 파고 거기다 모아 놓는 것이다. 주민 한 명당 침대 하나씩에 횃불만 밝혀진 지하 감옥, 이른바 ‘인간 농장’을 보고 있자면 나 자신의 냉혹함에 몸서리가 쳐진다.
TOP 2. 심즈 시리즈 – 예의 없는 이웃 심들
또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심즈 시리즈. 게임 내에서 돈을 열심히 벌어 나만의 집을 짓고, 각종 가구와 가전을 들여놓고, 정원을 꾸미고, 파티를 열고, 각종 액티비티를 즐기다 보면 나도 기생충에 나오는 이선균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뭔가 불길한 비유라고? 좋은 집과 행복한 가족들만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송강호 가족들까지 따라오니까 하는 말이다.
심즈 속 송강호 가족들은 처음엔 나름 젠틀하게 다가온다. 새로 이사오셨냐며 집 초인종을 누르거나, 길거리에서 만나 친해지는 방식이다. 나중에 생각하면 이건 다 설계였다. 일단 조금 친해지고 나면 거리낌 없이 집에 들어와 마음껏 휘젓기 시작한다. 열심히 채워 놓은 냉장고 속 음식들을 꺼내 먹고 식탁에 버리고 간다거나, 깨끗한 욕실에서 물 뚝뚝 흘리며 목욕을 하고, 나 자는데 옆에서 컴퓨터 게임까지… 내가 미처 못 봤지만, 가족 캠핑 갔을 때 분명 가족 전체가 내 집에서 양주 까먹고 놀았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이웃들을 오래 놔두면 설마……
TOP 1. GTA 5 – 트레버 필립스
대망의 1위는 GTA 5 주인공인 트레버 필립스다. 온갖 민폐는 다 끼치고 다니는 캐릭터답게, 기생충 역할도 아주 완벽하게 해낸다. 깡촌에 숨어 살던 트레버는 게임 초반부 로스 산토스로 오면서 거점을 마련하는데, 그 곳이 다름아닌 부하 동료 웨이드의 사촌형제 플로이드 집이다. 여길 아지트 삼아 다양한 범죄 활동들을 벌이는데, 참고로 그 과정에서 플로이드에게는 어떠한 연락이나 기별, 허락도 없었다.
게다가 트레버가 누군가. 그냥 얌전히 빌붙다 갈 사람이 절대 아니다. 깔끔하던 집은 트레버의 만행으로 폐가 수준으로 변했고, 집주인 플로이드는 트레버가 벌이는 범죄에 반강제로 엮이면서 집단 폭행은 물론 트레버 성적 욕구 해소에 이용당하기까지 한다. 심지어 트레버는 집주인 플로이드와 여자친구인 데브라 간 싸움의 단초를 마련하고, 결국 그녀의 총에 플로이드가 죽는 상황까지 이른다. 항구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멀쩡히 잘 살던 상류층 플로이드의 인생을 송두리째 뽑아버린 기생충이라는 점에서, 트레버에게 압도적 1위 황금종려상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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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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