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배경으로 천하통일을 이룰 수 있는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는 방대한 콘텐츠, 전투와 외교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전략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삼국지’는 1985년에 처음 출시 후, 정규 시리즈만 13개 작품이 나오며, 코에이의 효자 장수 게임이 됐다.
그 중에서도 ‘삼국지 7’은 군주가 아닌 장수가 되는 장수제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해서 새로운 재미를 줬다. 장수제 시스템은 특정 세력의 군주가 되어 중국 통일을 목표로 했던 기존작과 달리, 장수 개인에 집중해서 국가 운영이 아닌 모험과 성장, 교우 관계 등 다양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 이후 장수제 시스템은 인기를 얻어 ‘삼국지 8’, ‘삼국지 10’ 그리고 가장 최근 작품인 ‘삼국지 13’ 에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삼국지를 기반으로 만든 여러 가지 모바일게임에서도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 영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보통 삼국지 모바일게임들은 군주 입장에서 다룬 게임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난 3일 발매된 ‘삼국지 인사이드’는 모바일 삼국지 최초로 장수제 시스템을 시도했다. 직접 장수가 되어 다른 장수들과 친목을 쌓는 장수제 삼국지 게임의 매력을 잘 살렸을지 직접 플레이하며 알아봤다.
삼국지 장수들과 직접 소통하는 즐거움
‘삼국지 인사이드’를 시작하면 삼국지 세계 속으로 들어가 마치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의 ‘신무장 시스템’처럼 가상의 인물을 만들게 된다. 삼국지 세계관 속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낮은 군인 신분인 주인공은 챙길 것이 많다. 주군의 심부름도 해야 하고, 자신의 입신양명도 신경 써야 하고, 강도나 적으로부터 부대를 보호하기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다른 장수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다.
전투를 하기 위해서는 장수로 먼저 군대를 꾸려야 한다. 장수의 등급과 레벨에 따라서 그 군대의 전투력이 결정되기 때문에 장수 등용은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 세력 선택에서 위나라 휘하로 들어갔기 때문에 혹시 다른 나라에 있는 장수를 등용하지 못하면 어쩌나 고민을 했는데, 실제로는 세력에 상관없이 여러 명장을 등용할 수 있었다.
장수를 등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자원을 이용해 뽑기를 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비효율적이다. 실제 플레이에서는 뽑기보다는 연회를 열어서 장수를 만나는 것이 확률적으로도 더 높고 몰입감도 높여줘서 즐거움을 더해줬다. 실제로 원하는 장수를 등용하기 위해서는 찾아가 편지를 전달하고, 선물하기 위해 각 지방에서 특산품을 획득하고, 연회에 그 장수가 오지 않았나 신경써야 한다. 마치 제갈량을 향해 삼고초려를 하는 유비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다.
특정 장수와 친밀도를 올리기 위해 가장 좋은 건 역시 술자리였다. 연회를 열면 주인공을 축하해주기 위해 여러 장수들이 모인다. 그곳에 온 장수들과 술잔을 나누며 친밀도를 쌓으면 그 장수를 등용할 수 있다. 장수마다 연회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가 다르고, 술자리에서 장수들만의 성격이 드러나기 때문에 삼국지 팬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와 연회에서 직접 술자리를 가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회에 오는 장수는 무작위지만, 초대장으로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직접 초대할 수 있었다. 물론 초대를 거부당할 수도 있지만, ‘여포의 초대장’과 같이 거부할 수 없는 초대장도 있다.
연회나 친밀도 시스템 덕분에 원하는 장수를 얻기 위해 내내 뽑기만 하는 일은 없었다. 이런 친밀도와 연회 시스템은 과금에 대한 피로도를 줄이면서도, 실제 삼국지 인물들과 같은 입장에서 교류하고, 대화하며, 술을 나누는 몰입감을 준다는 것에 있어서 좋은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래 뽑기로 밖에 장수를 등용하지 못하는 원작 중국 게임과 다르게 와이제이엠게임즈가 선보인 국내 버전은 장수 획득 경로를 연회, 이벤트 등으로 다양화 했는데,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장수를 얻는다고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장수와 끊임없이 교류하며 계속해서 성장시켜야 한다. 여러 활동을 통해 레벨을 올려주고, 전투에 참여시켜서 그 장수와 궁합이 잘 맞는 다른 장수를 찾아야 한다. 또한 장수마다 전투 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장수를 번갈아 쓰기 위해서는 최대한 다양한 장수를 등용해야 한다.
국가로부터 하달 받은 임무 수행이 중요
장수제 시스템을 택한 게임답게 기존처럼 전투 중심으로 세력 확장을 하는 삼국지 게임과 달리 태수가 내려주는 국가 임무나 내정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세력 여하에 있는 농지를 개간한다던가, 필요 시설을 건설하고, 위에서 지시받은 물자 수집, 조사 임무까지 다양하다. 이런 국가 임무를 할 때도 장수가 중요하다. 거의 모든 활동에 장수를 보내야 되기 때문에 장수를 늘리고, 성장시켜야 더 수월하게 많은 임무가 가능했다. 별로 필요 없는 장수를 얻었다고 해도, 이런 부분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필드에서 직접 전투할 상대를 찾거나 일을 찾아서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게임에서는 하달 받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중심이다. 이렇게 국가 임무를 시행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국가에 대한 공헌도가 올라가게 된다. 공헌도를 올려서 진급 신청을 하고, 관품을 승급시켜 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신분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녹봉이다. 모든 플레이어는 하루 한 번 녹봉을 받는다. 더 높은 녹봉을 받기 위해서 더 좋은 관품에 올라야 하고, 더 좋은 관품에 오르기 위해서는 다른 유저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야말로 진짜 삼국지 내 장수들이 벌인 정치싸움과 다를 것이 없는 셈이다. 또한 신분에 따라 장수를 키울 수 있는 한계치가 있기 때문에 부지런히 국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주인공은 게임 시작 시 영지를 하사받는다. 군주제를 택한 다른 삼국지 게임에서 영지 관리는 사실상 게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장수제인 ‘삼국지 인사이드’에서는 그저 장수 육성을 편하게 하기 위한 부가적 콘텐츠 정도다. 영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군사를 모으거나, 금화를 수금하고, 군량을 수확할 수 있다. 일종의 행동력을 모으기 위한 텃밭이라고 볼 수 있다.
장수의 특성을 파악해서 전투에 임하자
기본적으로 전투는 보병, 기병, 궁병을 이용한 가위바위보 전투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 전, 전략을 짜는 화면에서 상대방 패를 미리 보고 그 패에 맞는 자신의 작전을 짜야 한다. 작전을 짜는 화면에서 직접 장수에게 움직일 방향을 지정해주면, 실제 전투가 시작됐을 때 그 부대는 그대로 움직인다. 부대마다 모두 이동 속도가 다르고, 적과 마주치는 타이밍 계산을 잘 해야 병사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이 중요하다.
1 대 1로 이뤄지는 일기토도 마찬가지로 공격과 견제와 필살로 이루어진 가위바위보 전투 방식이다. 여기서는 장수의 일러스트와 전투 모습을 준수한 그래픽으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보는 맛이 있다. 특히 게이지를 3개나 소모하는 필살기를 견제로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전에서 오는 긴장감이 은근히 있었다.
전투에서도 장수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장수마다 고유 스킬이 다르고, 병종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강한 몇몇 장수만으로 모든 전투를 이길 수 없었다. 다양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수를 등용해야 한다. 결국, 전투를 위해서라도 여러 장수와 친하게 지내면서 열심히 등용을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삼국지 인사이드를 플레이 해 본 결과, 지나치게 잦은 로딩이나 익숙해 지기 위해 시간이 좀 걸리는 복잡한 메뉴 구성 등 개선점도 보이지만, 지금까지 삼국지 게임에서 찾기 힘들었던 ‘장수제’를 몰입감 있게 잘 살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유저가 늘어나고, 레벨이 오르면 더 크고 규모가 큰 국가간 전쟁이나, 세력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반 재미를 쭉 이어나갈 수 있는 콘텐츠 유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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