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PC 부품들의 이슈들을 모두 모아보는 시간, 두 번째 주제는 '2018년에 출시한 부품 중 최저가 vs 최고가'다. 주요 부품별로 최저가, 최고가 부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각각 최저가 본체와 최고가 본체로 만들어서 가격&성능을 비교해봤다. 2016~2017에 만든 자료와 비교해서 그동안 PC 부품의 가성비가 얼마나 발전해왔는지도 같이 알아보자!
▶ 2018 최고가 / 최저가 제품 검색 조건
1. 2018년 출시 & 다나와에 등록된 데스크톱 PC 본체 주요부품
2. 서버용 CPU(제온, 에픽) 및 엔터프라이즈 제품 제외, 다중 CPU/GPU 구성 제외
3. 부팅 및 OS용 SSD 1개, 데이터 저장용 HDD 1개 포함
4. CPU, 메인보드, 램, 케이스, 쿨러의 경우 소켓호환성, 램 클록 지원여부, 장착여부, 기능을 감안일부 최저가라도 가성비가 극히 나쁜 제품은 제외될 수 있음
5. 2018년 12월 27일 다나와 온라인견적서 기준 가격 (온라인견적에 없는 신제품은 최저가 기준)
■ 프로세서 (CPU)
올해 출시한 최고가 프로세서는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2990WX가 선정됐다. 32코어, 64쓰레드라는 비현실적인 스펙을 자랑한다. 스레드리퍼 2990WX는 서버/워크스테이션 용도의 에픽(EPYC)을 일부 다운그레이드하여 만들어낸 물건. 저래 보여도 엄연히 '데스크탑용' 프로세서다.
▲ 작년에는 최고가 CPU라도 그래프가 보였는데, 올해는 그래프가 안보일 정도로 잘게 쪼개졌다
<출처: HKEPC.com>
이에 대항하는 최저가 프로세서는 인텔의 셀러론 G4900이 선정됐다. 2코어 2스레드의 조촐한 스펙이지만, 과거 셀러론이 1코어 1스레드였음을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셀러론도 장족의 발전을 거듭한 셈이다.
시네벤치 R15의 멀티코어 벤치마크는 두 제품의 극단적인 성능 차이를 잘 보여준다. 스레드리퍼 2990WX는 5,267점, 셀러론 G4900은 236점이다. 약 22배의 차이.
물론 45배 비싼 스레드리퍼 2990WX가 무조건 수십 배씩 더 좋은 건 아니다. PCMARK10 벤치마크 스코어를 검색해보면 일상적인(웹서핑, 문서작업, 영상감상) 용도에서는 두 CPU가 가격만큼의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다. 저렴한 사무용 PC, 일반적인 게이밍 PC를 노리는 소비자라면 굳이 스레드리퍼 2990WX를 넘볼 필요는 없겠다. 현시점에서 스레드리퍼 2990WX는 그래픽 렌더링 머신이나 수치해석, 혹은 방송/게임용 초하이엔드 PC를 노리는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다.
■ 메모리 (RAM)
DDR4 시장은 이미 갈데까지 갔다고 봐도 된다. 성능 향상 없이 정체된 상태다. 올해 출시한 최고가 제품은 G.SKILL 트라이던트 PC4-28800 패키지. 이미 지난해 메모리 최고가에 G.SKILL 트라이던트 DDR4 PC4-34100 패키지가 뽑힌적 있어서 임팩트가 약해 보인다.
눈여겨 볼만한 것은 스펙이 아닌 구성이다. 패키지 하나의 용량이 무려 128GB. 16GB 메모리를 8개 묶었다. 램 슬롯을 8개씩 보유한 라이젠 스레드리퍼용 메인보드나, 인텔 HEDT 코어-X 시리즈 메인보드를 겨냥한 하이엔드 패키지다. 가격은 약 300만 원.
최저가 제품은 연말에 출시한 Terabyte Ramonster DDR4 4GB PC4-19200 제품이다. 4GB 용량에 3만 원대 초반으로 사무용 PC에 장착하기 좋은 가성비를 지녔다.
■ 메인보드
올해는 최고가 CPU에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가 선정되었기 때문에 메인보드도 AMD 칩셋으로 정했다. ASUS ROG ZENITH EXTREME은 라이젠 스레드리퍼를 장착할 수 있는 TR4 소켓, X399 칩셋을 사용한 메인보드다. AMD 칩셋의 최고급 메인보드인 만큼 커스텀 수랭PC 구성에 최적화한 레이아웃, 극오버클록에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전원부와 옵션을 갖추고 있다. 메모리 채널은 쿼드채널을 지원, 슬롯은 총 8개로 방금 소개한 128GB 메모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ECC Unbuffered 메모리 인식을 지원해서 가성비형 서버/워크스테이션 용도로도 노려볼 수 있겠다.
이에 대항하는 올해 최저가 메인보드는 ECS DURATHON2 H310H5-M2DV. 매년 최저가 타이틀을 놓지 않는 것을 보면, ECS 브랜드는 사무, 웹서핑 PC를 위한 최고의 가성비가 컨셉인 것이 아닐까?
■ 그래픽카드 (VGA)
올해 최고가 그래픽카드는 12월 하순에 등장한 GIGABYTE AORUS Xtreme 지포스 RTX 2080 Ti 워터포스가 차지했다. 12월말 현재 2백만 원이 넘는 가격을 자랑한다. 워터포스라는 이름에서 대강 눈치챘겠지만 이 제품은 모태 수랭이다. RTX 2080 Ti의 발열을 제어하기 위해 2열 라디에이터를 포함한 일체형 수랭 제품으로 만들었다. 덕분에 더 조용하고, 더 화려하며, 더 시원하다. 일체형 수랭이기 때문에 커스텀 수랭 시스템이 없어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는 인텔 UHD 610은 셀러론 G4900에 포함된 내장그래픽 코어다. 화면출력, 영상 재생과 같은 일상적인 영역에서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최신 제품이다 보니 벤치마크 결과가 없지만 일단 3D 게임 성능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전작(HD 610)대비 최대 동작속도가 향상되고 대역폭도 증가했기 때문에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은 캐주얼 게임은 일부 구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 SSD
2018년은 SSD 가격 파괴의 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에 비해 SSD의 1GB당 가격이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시대의 흐름과는 무관한 제품이 등장했으니, 그 주인공은 바로 인텔 Optane SSD 905P PCIe다.
기존의 인텔 옵테인 메모리는 시장에서 크게 흥행하지 못했지만, 이 제품은 뭔가 다르다. 일단 이 제품은 옵테인 메모리가 아니라 그냥 SSD다. 인텔의 3D XPoint 메모리 기술을 이용하여 성능을 향상시켰다. 순차 읽기 속도 2,600MB/s, 순차 쓰기 속도 2,000MB/s 여기까지는 그냥 평범한 NVMe SSD 같지만, 4K 랜덤읽기/쓰기(IOPS) 속도는 최대 575K/550K에 달해 현존하는 SSD 중에서 최강, 벤치깡패 등으로 불린다. 대신 가격도 넘사벽이다. 1GB당 가격이 SATA형 SSD보다 10배 이상 비싸다.
최저가인 바른전자 ray U700은 제조사 설명에 따르면 3D TLC 메모리를 사용했고, 읽기 쓰기 속도도 준수하다. 가격이 더 기가막힌데, 128GB 제품이 2만 1,890원에 불과하다. 몇년 전 110GB SSD를 12만 원에 구매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128GB 제품을 2만 원 언저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 하드디스크 (HDD)
HDD 시장은 겉보기엔 늘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알게 모르게 용량이 계속 늘고 있다. 2016년에는 10TB가 최고가였고, 2017년에는 12TB가 최고가였는데, 올해는 14TB로 바뀌었다. 다만 기술적으로는 아직 큰 변화가 없다. 헬륨 가스를 기반으로 공기저항력을 낮춰 성능을 향상시킨 방식을 쓰고 있다. 주요 HDD 제조사들은 차세대 기술인 HAMR(Heat-Assisted Magnetic Recording
), MAMR(Microwave-Assisted Magnetic Recording)을 활용한 20TB 이상급의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케이스
올해 최고가 제품인 커세어 옵시디언(OBSIDIAN) 1000D의 가격은 케이스만 무려 79만 7,160원이다. 비싼만큼 크고 묵직하다. 높이 70cm, 너비 30c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며, 무게는 내부 부품이 장착되지 않은 순정상태의 케이스가 30kg에 달한다. 전면에 120mm 팬 8개가 장착되는 모습은 공포스러울 정도.
올해 최저가 케이스는 최저가 단골 브랜드인 DAVEN에서 차지했다. DAVEN 스파클 3.0은 1만 1,800원이라는 믿기 힘든 가격을 자랑한다. 저렴해도 있을건 다 있다. 쿨링팬도 최대 6개까지 장착할 수 있어서 일반적인 용도로는 냉각 성능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제조사 공식 스펙에는 무게가 공개되어 있지 않는데, 구매자들이 매우 가볍다고 후기를 남기고 있으니 이 부분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진동, 소음감소 부족)이 될 수도 있겠다.
■ 파워
커세어가 케이스에 이어 파워에서도 2018 출시제품 중 최고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AX1600i 80PLUS TITANIUM 모델은 정격 출력 1,600W, 풀모듈러 제품이다. 80PLUS 인증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티타늄 등급을 획득한 하이엔드 파워다. 패키지에 케이블이 20개가 들어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제품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칼전압이라는 점을 대놓고 홍보하는 것을 볼 때 극오버클럭이 취미인 하이엔드 유저를 겨냥한 파워임을 짐작할 수 있다.
최저가 제품은 REX COOL SILENT SL1-500 NEW가 선정됐다. 12월 현재 1만 1,720원에 팔리고 있다. 제품명에 500이 들어가 있지만 정격출력은 200W다. 오픈마켓 구매 후기를 살펴보면 제품명에 적힌 숫자때문에 500W라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니 주의할 것.
■ CPU 쿨러
올해 최고가 CPU 쿨러는 NZXT KRAKEN X72가 선정됐다. 2016년 최고가 쿨러에 선정되었던 X62의 후속작이며, 시리즈 최초로 3열 라디를 장착하고 나온 제품이다. 쿨러 속으로 빨려드는 것같은인피니트 RGB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쿨링 성능이 기존 제품보다 더 향상된 것이 특징.
최저가는 인텔 셀러론 G4900에 동봉된 인텔 기본 '초코파이' 쿨러다. 쿨링 성능이 나쁘기로 소문이 자자하지만, G4900은 저전력 저발열 CPU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거면 충분하다.
■ 1,295만 원 vs 23만 원
앞서 소개한 최고가 / 최저가 부품들을 하나의 본체로 묶어봤다. 2018년 출시한 부품으로 만든 최고가 본체는 1,295만 원으로 거의 1,300만 원에 육박한다. 이에 비해 최저가 본체는 모두 신품으로 구매해도 23만 원에 불과하다. 둘의 가격 차이는 약 56배.
최저가 본체는 지금 당장 웹서핑, 사무용 머신으로 구매해도 손색 없어 보인다. HDD가 필요 없다면 18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최고가 견적도 우격다짐으로 모아 놓은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의외로(?)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부품마다 최고의 성능에 도달한 제품들이기 때문에 하나의 본체로 묶으면 가격은 비싸지만 실제로 있을 법한 견적이 된다.
■ 2016 → 2017 → 2018 견적 비교! 뭐가 달라졌을까?
▶ 최고가 시스템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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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시스템의 경우 2018년이 가장 비싸다. 가격이 크게 뛴 원인은 메모리(RAM)와 그래픽카드다. 메모리의 경우 2017년의 극오버클럭 튜닝 메모리보다 2018년의 제품이 GB당 가격은 저렴하지만, 무려 128GB 패키징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 그래픽카드의 경우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카드인 RTX 2080Ti가 전작인 1080Ti보다 평균 가격이 높아져서 이 부분이 반영되었다.
쿨러 시장에서는 일체형 하이엔드 수랭쿨러가 대략 20만 원대에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6~2018 선정된 제품들의 가격이 비슷한 범주에서 움직이고 있다.
HDD는 조용하지만 꾸준히 용량이 업그레이드 되는 중이다. 2017년보다는 비싸지만, 2016년과 비교하면 2018년의 가용비가 더 좋다. 파워는 비슷한 수준. 80PLUS 티타늄 인증을 받는 하이엔드 파워의 가격이 약 50~60만 원대에 형성되고 있다.
한편, 최고가 영역에서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6년 최고가 프로세서인 인텔 HEDT 6950X는 10코어 20스레드, 2017년 최고가인 인텔 코어 X시리즈 i9-7980XE는 18코어 36스레드였는데, 2018년 최고가인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 2990WX는 32코어 64스레드로 늘었다. 이 기세라면 내년에는 어떤 괴물이 나올지 무서울 정도다.
그래픽카드는 2016년 타이탄 X 파스칼, 2017년 1080Ti에서 올해는 2080Ti로 바뀌었다. 기존에는 4K 해상도를 정복하지 못했는데, 2080Ti 부터는 단일 그래픽카드로 4K 60FPS를 정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성능이 오른 만큼 가격도 오른 점은 아쉽다.
▶ 최저가 시스템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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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최저가 시스템은 2018년이 가장 저렴하다. CPU와 메모리 가격이 한때 오르는 등 다사다난한 한해였지만, 12월말 기준으로 최저가 시스템 견적은 최근 3년 중에서 가장 저렴했다.
CPU의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워낙 저렴한 보급형 제품이기 때문에 금액 차이는 크지 않았다. 메인보드는 지난해에 비해 훨씬 저렴해져서 금액면에서 이득을 봤다. 시스템 메모리는 2018년 들어 약 20%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이 또한 금액면에서 2017년보다 이득이다.
가장 기쁜 소식은 역시 SSD의 가격 하락이다. 2016년 견적을 보면 최저가 제품이 64GB에 4만 원으로 GB당 625원이었다. 2017년은 120GB에 5만 3천원으로 GB당 441원이었다. 그런데 2018년 최저가는 128GB에 2만 1,890원으로 GB당 171원에 불과하다. 2년만에 GB당 가격이 30%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HDD도 오랜만에 500GB 신제품이 출시되며 최저가 본체를 더 저렴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2017년은 500GB~2TB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아서 3TB 제품이 최저가에 선정되었다)
다만 아쉽게도 성능상의 업그레이드는 크지 않다. 인텔 셀러론 G3900과 G4900은 모두 2코어 2스레드로 동작속도와 내부 그래픽코어 스펙의 차이는 있지만, 사용자가 성능의 차이를 확 체감하기에는 부족하다. SSD의 가용비가 훨씬 좋아졌다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최고가 견적은 성능이 크게 뛰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내년에는 또 어떤 부품들이 우리를 놀라게 할까?
위의 수치를 바탕으로 2018년 PC 시장을 짧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긍정적인 점. 최고가 영역에서는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최저가 영역은 가성비가 아주 좋아졌다. 부정적인 점으로는 최고가 영역의 가격이 매우 비싸졌다는 것. 그리고 최저가 영역의 성능 발전이 거의 없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추세라면 2019년에는 최고가 견적의 가성비가 약간 좋아질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겠다. 올해 최신 기술, 최신 제품이 대거 등장하며 성능을 끌어올렸기 때문에 내년에는 숨을 고르며 가성비를 다듬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최저가 견적은 보급형 CPU의 경쟁 격화 등으로 3년동안 정체되어 있던 성능이 약간 향상될 가능성이 있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한 기사였는데 해를 거듭할 수록 노가다성으로 변하고 있다. 그 대신 해를 거듭할 수록 정보가 쌓이기 때문에 매년 PC부품의 성능이 얼마나 올랐는지, 그리고 가성비는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내년 연말에는 더 화려한 최고가 견적, 더 가성비 좋은 최저가 견적이 나오게 되길 기대해본다.
기획, 편집, 글 송기윤 iamsong@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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