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RTX 2080 파운더스에디션(FE)
엔비디아가 드디어 포문을 열었다. 장전된 포탄은 바로 올해 초부터 뜸들여오던 RTX 2000 시리즈다. 엔비디아는 19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RTX 2080, 2080Ti 신제품 및 차세대 기술을 선보였다.
전작인 파스칼(GTX 1000시리즈)의 성능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다음 세대인 RTX 2000 시리즈는 부담감이 더 막중할 터. 과연 차세대 그래픽카드가 용일지 이무기일지 궁금한 마음을 안고 엔비디아의 기자간담회를 다녀왔다.
RTX 2000 시리즈에 대한 기대 반, 우려 반
▲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오디토리움과 외부 라운지의 모습. 기자와 관계자로 붐비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많은 기자들이 사전에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기대감과 우려가 반반 섞인 행사였다. 특히 국내에서는 이전 세대에 비해 더 높아진 예약판매 가격으로 인하여 유저들에게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많은 수의 기자와 관계자가 참석한 모습에서 높아진(?)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루 전 인터넷을 통해 유출된 해외 벤치마크 결과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당일 행사장의 분위기는 의외로 기대감에 부푼 모습. 본격적인 프리젠테이션에 앞서 환영인사에 나선 이용덕 엔비디아 한국 지사장은 "RT(레이트레이싱) 기술로 실제(현실)와 같은 경험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더 키웠다.
RTX란 무엇인가?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카드는 기존의 지포스 GTX에서 지포스 RTX로 그래픽카드 카테고리 네이밍이 바뀌었다. 이 RTX가 도대체 무슨 뜻일까?
해답은 위 슬라이드에서 찾을 수 있다. 지포스 RTX는 엔비디아의 신형 아키텍처인 튜링 아키텍처가 제공하는 장점을 하나로 묶은 개념이다. 튜링 아키텍처의 장점에는 강력한 실시간 레이트레이싱, 인공지능 기술, 프로그램화 할 수 있는 섀이딩 기술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도 엔비디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RT(Raytracing) 기술이다. 네이밍을 RTX로 바꿀 정도니까 말이다.
위의 두 이미지는 엔비디아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시한 것으로, 두 이미지를 비교해 보면 레이트레이싱 효과 ON/OFF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사전에 설정된 단순 광원만 렌더링 가능했던 기존과는 달리 RTX는 실시간으로 다양한 광원을 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래 영상을 보자.
RTX를 사용하면 오브젝트의 특성에 따라 빛이 다양하게 굴절되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오브젝트의 뒷면, 심지어 유저는 전혀 볼 수 없는 화면 뒤쪽(모니터를 보는 유저의 뒤통수 방향)의 오브젝트와 광원도 실시간으로 연산해서 결과물에 반영한다.
▲ 태양(자연광) 단일 광원이 다양한 오브젝트에 반사되고 상호작용하며 실제같은 화면을 그려낸다
원래 이런 레이트레이싱 기술은 아주 높은 컴퓨팅 파워를 요구하기 때문에, 실시간(예: 게임)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붙일 수 있는 영화 등에서 활용되던 것인데, 엔비디아의 신규 아키텍처인 튜링에서는 이것(레이트레이싱)이 실시간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여기서 튜링 아키텍처에 대해 엔비디아가 설명한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요약해보자.
위 이미지는 튜링 풀칩인 GP 102 칩의 내부를 표현한 것이다. 튜링 풀칩에는 아래와 같은 SM(Streaming Multiprocessor, 스트리밍 멀티프로세서)이 총 72개가 들어가 있다. (풀칩 하나에 총 6개의 GPC가 있고, 하나의 GPC는 12개의 SM을 가지고 있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각 SM마다 1 RT 코어와 4 텐서 코어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RT코어와 텐서 코어는 기존 GTX 1000 시리즈에서는 볼 수 없는 생소한 구조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RT 코어는 레이트레이싱 효과를 담당하고, 텐서 코어는 인공지능(추론, 러닝)을 담당한다. 텐서코어는 볼타 아키텍쳐에 이미 적용된 적이 있긴 하지만, 일반 소비자용 그래픽카드로는 튜링, 즉 RTX 2000시리즈가 처음이다.
엔비디아가 말하는 RTX 2000 시리즈 성능향상의 비밀
▲ 엔비디아는 특정 상황에서 RTX 2080이 GTX 1080보다 최대 2배 이상 빨라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엔비디아는 GTX 1080은 RTX 2080과 연결하고, GTX 1080Ti는 RTX 2080Ti와 연결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전작인 맥스웰(GTX 900시리즈)과 파스칼(GTX 1000시리즈)이 이전 세대 대비 매우 큰 폭으로 향상되다 보니 유저들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져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듯했다.
어쨋든 엔비디아의 말대로 1080/2080, 1080Ti/2080Ti를 비교하면 각각 동급에서는 큰 성능향상이 있다. 앞서 레이트레이싱의 경우 성능향상보다는 그래픽의 질적인 수준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여기서부터 다룰 내용은 성능향상에 대한 것들이다. 이 역시 엔비디아 측의 설명을 간략하게 요약해 본다.
①. MESH SHADING (메쉬 섀이딩)
메시 섀이딩은 기존의 주변사물, 환경묘사 방식에서 불필요한 묘사를 줄이고, 유저와의 거리나 유저의 시야에 따라 묘사 정도를 달리하여 시스템 부하(주로 CPU)를 줄이는 기술이다. 물론 기존의 사물/환경 묘사도 유저와의 거리에 따른 LOD(Level of Detail, 정밀도)를 조절하지만 근거리~중간거리에 오브젝트가 많은 상황에선 시스템에 많은 부하가 가해져서 프레임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튜링의 메시 셰이딩은 GPU가 스스로 LOD를 계산하고, 그 결과를 메시 셰이더가 병렬처리하여 병목 현상을 최소화하며 CPU의 부하를 줄이는 방식이다. 현장에서 엔비디아가 시연한 영상을 첨부하니 위 영상을 참고하자.
② NGX (+DLSS)
두번째는 NGX(Neural Graphics Framework)라는 기술이다. 다 풀어내기엔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요점만 추리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신경망 기술을 이용하여 엔비디아가 각 게임 타이틀의 렌더링 정보를 학습하고, 이렇게 학습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 유저의 RTX 그래픽카드가 해당 게임에서 최적의 효율로 화면을 그려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
▲ 학습된 정보를 바탕으로 더 효율적인 방법, 더 깔끔한 묘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학습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효율을 내는 대표적인 기술은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라고 한다. DLSS를 이용하면 1080Ti보다 2080Ti가 최대 2배 이상의 성능을 내기도 한다고.
다만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엔비디아 NGX의 경우 엔비디아에서 해당 게임의 엔진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최적의 효율을 파악한 뒤 다시 해당 게임의 엔진을 업데이트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NGX를 별도로 지원하는 게임 타이틀만 효과를 본다는 점이다.
게임이 NGX를 모두 지원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피직스나 헤어웍스처럼 일부 게임에만 잠깐 쓰이고 마는 기술이 될 수도 있다. 이날 Q&A 시간에 밝혀진 내용으로는 엔비디아는 NGX를 위해서 각 게임 개발사에 NGX 전문가를 무료로 파견하여 결과물을 낸다고 하니 향후 지원 게임이 얼마나 늘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4K 정복은 좋지만 '쎈' 가격은 어쩌지...?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렇고, 유저 커뮤니티에서도 RTX 2000 시리즈가 당면한 가장 핫한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GTX 1080Ti의 경우 출시 시점에 엔비디아가 밝힌 권장 소매 가격은 최소 699달러(Starting at $699)였는데, RTX 2080Ti는 999달러부터 시작한다. 파운더스 에디션은 무려 1199달러.
4K 성능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하 해상도에서는 1080Ti와의 격차가 줄어들기 때문에 가성비가 합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 브랜드별 RTX 2080, 2080Ti 일제히 출시
▲ 이제는 익숙한 ASUS ROG STRIX 브랜드의 쿨러
기자간담회장 바깥에는 각 그래픽카드 브랜드별로 출시한 신제품이 모두 전시되어 있었다. 브랜드별 특색이 잘 살아있는 RTX 2080, 2080Ti 사진들을 공개한다.
▲ 조텍에서 출시한 AMP! RTX 2080, 2080Ti 제품
▲ 컬러풀 IGAME 그래픽카드는 터프한 인상의 쿨러를 밀고 있다
▲ MSI의 경우 개별 제품보다는 제품을 장착한 시스템을 전시하고 있다
▲ EVGA 브랜드와 이엠텍 자체 브랜드의 BLACK EDITION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 기가바이트 윈드포스 RTX 시리즈의 라인업
▲ 브랜드 이름보다 '슈젯'으로 더 유명한 팰릿에서도 제품을 출시했다
▲ INNO3D에서는 시스템에 라이저카드를 이용해서 그래픽카드를 선보였다
글, 사진 송기윤 iamsong@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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